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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 조지앤은, 자신을 검사한 의사가 와서 그녀가 난독증이며, 용모는 예쁘니 차밍스쿨에나 보내서 좋은 신랑감을 만날 수 있게 하라고 할머니에게 말하는 것을 그만 엿듣고 맙니다. 자신이 남들과 뒤떨어진다고 느낀 그녀는, 남들이 그걸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기겠다고 결심하죠.
그로부터 십여년 후, 아이스하키 선수 존 코왈스키는 손녀딸뻘 되는 젊은 여자와 구단주 버질의 결혼식에 얼굴만 내비치고 가려고 나섭니다. 그때 짧고 타이트한 핑크 드레스의 글래머 미녀가 달려나와, 좀 태워 달라고 사정하죠. 파티 손님이려니 생각하고 그녀와 함께 떠난 그는, 곧 그녀가 바로 신부이며, 바로 신랑을 제단 앞에서 바람맞히고 도망나왔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할머니가 죽은 후 어렵게 살아온 조지앤은 버질이 약속하는 풍요로운 생활에 끌렸었지만, 아무래도 그와 함께 잠자리를 함께하고 평생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가 없어 도망나온 것이었지요. 그녀는 존에게 신세를 지려 하지만, 그녀의 정체를 안 존은 자신에게 불똥이 튀기기 전에 어서 털어버릴 생각뿐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조지앤은 그에게 푹 빠져들지만, 다음날 아침 그는 그녀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고 친척집에 갈 비행기 표를 사주는 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산산조각내고 말지요.
그로부터 7년 후... 요리와 데코레이션 재능을 살려서, 케이터링(파티에 음식과 장식 등을 도맡는 서비스업) 업자로 성공을 거둔 조지앤. 그러나 대형 자선 파티를 치르던 중 존과 마주치자 대경실색하여 달아나다시피 합니다.
한편 존은 그녀를 보고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그녀의 반응에 의아해하죠. 그의 기억으론, 그녀가 저렇게 행동할 만한 이유가 없었거든요. 결국 그 호기심에 져서, 그녀가 흘린 수표책을 들고 집으로 찾아간 그는 여섯 살짜리 어린 소녀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바로 그와 조지앤의 딸!
처음 앞부분이 참 읽기 괴로운 작품입니다. 난독증이 있어서 좋은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미모와 매력을 이용하여 남자의 호의에 기대려고만 하는 여주인공이라니... 정을 줄래야 줄 수가 없었답니다.
하지만 둘이 다시 만나게 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꽤 재미있습니다. 용모는 아빠를 빼닮았지만 메이크업에 열광하여 결국 엄마로부터 주말엔 화장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어낸 여섯 살 렉시와 존의 첫만남도 꽤 우스웠고, 이후 남자 중의 남자를 자부하던 남주인공이 어린 딸의 사랑을 얻으려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아주고, '아빠'라고 불러주니 흐물흐물 녹아 애 엄마가 화낼 걸 알면서도 딸이 조르는 치와와를 사주는 장면은 우습고도 감동적이었어요.
그러나, 아무래도 수잔 엘리자베스 필립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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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깁슨을 워낙 좋아하니까 내용도 안 보고 그냥 책을 샀어요. 그런데 뒷표지의 내용을 보고는 아차 했답니다. 제가 무지하게 싫어하는 플롯, 즉, 젊은 한 때, 오다 가다 남녀가 만난다. 그리곤 바로 one-night stand. 그 결과는 아이, 그러나 남자는 모른다.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만난다.남자는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다. 바로 이 내용이었지 뭡니까? 그러나 산 책을 봐야지 어쩌겠습니까? 앞 몇 장을 읽은 후에는 갑자기 감격이 마구 휘몰아치더군요. 아 이건 바로 Simple Jess의 여자판이야. 여주가 뇌기능장애라는군. 하면서요. 그런데 그건요, 오진이었어요. 그게 아니고 난독증이었지요. 그러니까 결국 내용이 이렇게 되는 겁니다.
뇌기능장애로 어릴 때 진단을 받은 조지안느(조지)는 자신을 키운 할머니의 판단에 따라 charm school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한 남자 낚아서 의지하고 살아라 하는 배려였지요. 그게 계획대로 잘 되었는지 조지는 할아버지 뻘인 프로 아이스하키 구단주에게 청혼을 받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 날이 되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혼식 몇 분 전에 탈출을 감행하고 그때 막 식장을 떠나려던 차에 올라탑니다. 그 차의 운전자는 존 코왈스키, 입도 걸고 행동도 거친 하키 선수이며 알코올 중독자로 자살한 아내에 대한 죄책감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청년이었죠. 조지의 정체를 알고는 어떻게든 조지를 떼어 버리려고 노력하지만 찰거머리 같이 찰싹 달라붙어 매력을 발산하는 조지 (배운 게 그건데요…) 에게 저항하지 못하죠. 거기다 술까지 몇 잔 들어가니… (전에도 술 취해서 스트립 걸과 결혼한 경력까지 있어요.) 바로 원나잇스탠드로…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사서 공항에서 조지의 손에 쥐어주고는 훌쩍 떠나 버립니다.
칠 년 후, 둘은 시애틀의 한 자선 연회에서 만납니다. 존은 기부자이고 조지는 케이터링 업자죠.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놀라고, 여전히 전기가 통하는 데 놀라고, 결정적으로 렉시라는 딸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그리하여 존의 딸 찾기가 전개되는데…
원래 제가 아이가 나오는 책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어떨 때는 아이가 이 모든 사건의 발단과 전개와 결말의 주인공이라는 느낌도 들고, 대체로 엄마 아빠가 지나치게 완벽해 저를 주눅들게 하는 것도 싫고, 아이가 너무 조숙해서 네살도 열다섯, 여섯살도 열다섯, 열살도 열다섯으로 보이는 것도 싫습니다. 이 책 또한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깁슨을 좋아하는 한 가지 이유가 평범한 이야기를 개성 있게 풀어나가는 필력 때문입니다.이 책은 작가의 첫번째 장편 (중편이나 단편을 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지라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꽤 있지만 (조연들이 지나치게 죽어 있는 느낌이고 캐릭터의 일관성도 좀 떨어집니다. 아이도 별로...) 가슴 찡하게 만드는 데는 이 작가를 따라갈 작가가 현대물에서는 없다고 전 생각합니다.
깁슨의 주인공들은 아픔을 간직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내용이 지루하지 않게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묘사되곤 하죠. 이 책의 여주 조지는 아버지를 모르고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으며 난독증에 시달려 스물 두 살 때 (둘이 처음 만났을 때) 오로지 남자들에게 잘해주기만 합니다. 남자가 자신을 예뻐하면 만족감을 얻는 거죠. 자신만의 판단이나 가치 기준도 없습니다.
흔히 SEP와 비교되곤 하던데 이 책 하나만을 놓고 보자면 SEP가 훨씬 낫습니다만 (이 책은 특히 Fancy Pants와 비교되더군요) 지금부터 5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Daddy라는 말 한 마디 듣는 게 소원인 존은 급기야 딸의 요청으로 바비 인형 놀이까지 합니다. 하키 선수에 별명이 The wall인 남자가 그 큰 덩치에 인형을 붙들고 옷을 입히고 어울리는 핸드백 걱정에 부츠를 신기느라 낑낑대는 모습. 한편으로는 웃음도 나오고 그 맘이 이해가 되니 서글프기도 하더군요. [인상깊은구절] What life? She had no home and no job waiting for her. She had no real family to speak of, and her only friend probably hated her now. All of her clothes were at Virgil's, and there was no doubt in her mind that he despised her. The man she loved didn't love her in return. He'd dumped her on the curb without looking back. She had nothing and no one but herself. |
| 솔직히 현대물은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역사물에 비해 오히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템포가 전반적으로 빠르기 깸에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야 하거만.. 제겐 더 어렵더군요. 그럼에도 표지 뒷면 시놉시스에 맘이 동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지요. 결과부터 말하면 영 맞지 않는 책이었어요. 두 주인공에게 전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거든요. 특히나 남주의 태도가, 첨엔 이끌렸으나 구단주와 관련된 사람인 줄 알고, 바로 공항으로 보내버렸고, 후일 재회하고서는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점때문에 다시 그 여자의 인생으로 끼어들려고 하거든요. 아이로 인해 주인공이 재회한다는 코드에는 별 거부감이 없었지만, 남주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전혀 적응할 수 없었습니다. 그 덕에 어떻게 책을 끝까지 읽었는지 조차 알수가 없네요. 레이첼 깁슨.. 여기저기서 좋은 작가라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근데 이 책은 그녀의 명성에 별로 어울리지 않은 책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책을 보면 낫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