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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들어있는 내 자신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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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열기는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몰랐다   비록 3~4도 떨어졌다고 하나 밤이 내는 열기는 낮의 열기보다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피곤도 잠도 더위에 꼼짝달싹 못한 채 선풍기 앞에서 지친 몸만이 뜨거운 땀을 내고 있었다.   먼저 잠든 아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고, 그 옆으로 미스터리 공포문학 도서관이란 책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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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열기는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몰랐다

 

비록 3~4도 떨어졌다고 하나 밤이 내는 열기는 낮의 열기보다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피곤도 잠도 더위에 꼼짝달싹 못한 채 선풍기 앞에서 지친 몸만이 뜨거운 땀을 내고 있었다.

 

먼저 잠든 아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고, 그 옆으로 미스터리 공포문학 도서관이란 책이 놓여 있었다. 맨 처음에는 호기심 반으로 펼쳤는데, 어느새 나는 선풍기를 끄고 얼어붙은 등골을 쓰다듬고 있었다.

 

맨 처음 케이스로 만든 책장을 펼쳤을 때, 음산한 귀신의 소리가 들렸지만, 차라리 귀엽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벽 세 시 다 읽은 책을 집어넣기 위해 케이스를 펼쳤을 때 들려오는 음성은 사뭇 다르게 느껴졌고, 문득 불을 켜고 아내와 아이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 이후에나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내가 느낀 두려움은 비단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귀신이나 내 목을 노리고 있는 흡혈귀, 원한에 사무쳐 있는 유령 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공포는, 공포의 원인이 인간에서 시작되었지만 인간 스스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떤 힘도 없다는 데에서 오는 심한 피로감이었던 것이다.

 

나를 포함한 내 주위의 모든 인간, 우리는 인간을 조금이라도 더 잘 파악하려고 하지만 그 시도는 언제나 한계적으로만 이루어진다. 가령 내가 아인슈타인을 존경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부분 그의 업적과 능력에 기대어 개인적인 인생 또한 그렇게 훌륭하리라 가정한다. 하지만 실상 우리가 접하는 인간은 표면적일 뿐이고, 그런 이유로 각자의 개인들이 보여주려고 하는 그 찬란한 인상만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공포소설은 성격적 결함, 내면의 부족함, 독단과 독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과장하여 설명한다. 사회적인 가면을 벗기고 그들만의 조그만 독방 안으로 시선을 들이대고 한 사람의 치부를 들여다보는 일, 그것은 내가 남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기 보다, 내가 내 자신의 작은 방에 내 자신을 3인칭으로 들여보내 발가벗겨지는 그런 느낌이다.

 

그리하여 공포는 내 생명에 위해를 가하려는 무서운 대상이 내 앞에 서 있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내 심연 속의 사악하고 비열한 마음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느낌, 끝끝내 부정하고 싶었던 내 자신을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느낌, 이 느낌들이 내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더위를 잊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15편의 단편 모두 내 자신의 숨겨진 결점과 다르지 않아 모두 숨을 죽이게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쓴 스티븐슨의 시체도둑을 가장 무섭게 읽었다. 돈과 시체를 두고 변해가는 페티스의 모습과 타락해가고, 타협하며 스스로를 자위해 가는 추악한 내 자신의 하이드가 어느 사이에 서로의 그림자를 맞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포소설은 인간이 지닌 본연적 무기력함을 극도로 과장한다. 특별한 계기 없이도 착하고 유순했던 사람은 사악하게 되고, 도덕적 죄의식도 가지지 않게 된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해야 하는 운명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었듯이, 인간들은 생명을 담보로, 가족과 건강, 재산과 자신의 인격적 결함을 바꾸게 된다.

 

운명적 결함, 이미 내 의지 안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없고, 후회를 하고 자각을 해도 새로운 삶으로 통하는 길을 보이지 않는다는 인생의 비참한 교훈이 한밤을 지새우며 책을 읽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 아닌가 한다.

YES마니아 : 로얄 p*****f 2007.08.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