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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었구나 싶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 글인데, 묘하게 빠져드는 글이다. 어어, 하다 보면 한 편의 글이 끝나 있고, 그러는 중에 세상을 보는 작가의 시선을 발견하면서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구나.
예전에 이 작가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이 분이 쓴 글은 다 읽고 싶다는 것. 그런데 그게 또 쉽지가 않다. 막상 책이 가까이에 있어도 금방 손에 잡히지 않는 거북함이 있는 것이다. 마음 편하게, 느긋하게 읽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 숨겨져 있다. 읽기는 읽되, 정신 좀 차리고, 긴장도 좀 하고, 그렇게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자꾸 내 정신을 깨우는 탓이다.
마냥 편하지 않은 세상 한가운데에서 읽었던 탓인가, 모처럼 마음 좀 시달렸다. 내가 세상 돌아가는 형국이나 주위 사람들과 아랑곳없이 너무 편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자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마음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어도 좋을 산문집이 아니라 가끔은 이렇게 마음 불편하게 죄는 산문집을 읽어 보아야 할 일이다. 이런 게 이른바 '지성'의 힘이라는 게 아닌가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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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씌어진 글이 지극한 진리가 아니듯이 프리즘이 만들어내는 무지개는 진짜 무지개가 아니다. 하지만 책은 작은 무지개를 지어내는 작은 프리즘이다. 나는 프리즘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
프리즘이 발견된 뒤로도, 무지개는 여전히 아름답다.
<무지개와 프리즘>은 우리 시대의 번역가, 이윤기의 산문집이다. 1998년에 책이 처음 출간되었고, 이 책은 2007년에 개정판이다. 얼마 전 읽은 <내려올 때 보았네>보다 좀 더 젊은 이윤기의 글이라 그런지, 내용도 강하다.
책은 작가가 사랑하는 작품 속 인물들, 청년들에게 고하는 메시지, 신화 이야기, 책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작가가 첫 번째로 사랑하는 인물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조르바다. 그리고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곡가 ‘베토벤’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다.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는 있어도, 운전을 하면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수는 없다라고 표현한다. 작가가 신화에 과한 글을 오랫동안 썼고, 또 영어 번역을 오래해서 서양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지만, 장자나 한비자의 이야기에도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책을 사랑했던 작가인 만큼, 책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다. 책은 ‘인생의 지도’라고 이야기 한다. 책에 씌어진 글이 지극한 진리는 아니겠지만, 책은 작은 세상을 만들어내는 프리즘이고, 그 속에서 삶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밤참 먹듯이 잘금잘금 있는 책이 있어, 자신은 행복하다고.
책 속에 저자가 소개하는 아름다운 에피소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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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한지 오래되지 않은 작가의 글을 읽는 마음은 좀 더 숙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가 정말 치열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이던 시절에도 난 왜 외면하고 있었나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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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책임을 느끼는 지식인 이윤기 이 책에는 그가 이 책을 읽는 다음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학자로서 무턱대고 사회를 비판한다거나 젊은 세대를 책망하지 않고... 열심히 지혜롭게 살라고 말한다.
이렇게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나도 어느 분의 블로그에선가... 신문에서든가..보고 읽어보고싶어져서... 구입했는데... 참으로 버틸데가 없는 좋은 산문들이다.
감성적인 수필집보다 지적인 산문들을 좋아한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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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은 작은 무지개를 만든다. 책에 쓰여진 글이 지극한 진리가 아니듯이 프리즘이 만들어내는 무지개는 진짜 무지개가 아니다. 하지만 책은 작은 무지개를 지어내는 작은 프리즘이다. 나는 프리즘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 프리즘이 발명된 뒤로도 무지개는 여전히 아름답다.(318)
이윤기 선생은 그야말로 '서권기문자향'으로 그득하신 분이시다. 비록 소설 몇편, 번역서 몇 권 읽었을 뿐이지만 그의 글은 언제나 맑은 울림이 있어 좋았다. <무지개와 프리즘>은 그의 첫 산문집이다. 얼마전 헌책방에서 구입해서 아껴 보다가 추석 귀향길에 다 읽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부 '내가 사랑하는 인간들'은 저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상가나 문학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탈레스(BC624-546) 피타고라스(BC582-497) 소크라테스(BC469-399) 플라톤(BC428-348) 장자(BC369-289) 한비자(BC280-233) 사마천(BC145-86) 혜능(638-713)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 생택쥐페리(1900-1944) 등이 소개된다.
2부 '신화는 힘이세다' 편에서는 저자의 신화학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간 수많은 신화관련 서적을 탐독,번역,집필한 내공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는 목마름이 하나있다. 마침내 해갈할 도리가 없는 막막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바로 그 목마름의 모습이다.(137)" 라며 연구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놓는데, 그게 참 인간적이다. 그가 번역한 <변신이야기>와 <인간과 상징>은 꼭 사서 봐야겠다.
3부 '청년들에게 고함'은 일종의 문화 비평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독하게 부끄러워 하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정신의 르네상스를 마련하기(288)"와 같은 촌철살인의 글귀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책이 쓰였던게 IMF 시절이라 그런지 자기계발서에 나올만한 내용들도 많다. '세계화는 보편화'라는 주장은 지금 보기에 살짝 나이브하기도 하다.
4부 '꿈이 너무 큰가요'는 비평가와의 짧은 인터뷰글이다. 소설가로서 저자의 '창작론'을 주로 이야기한다. 수많은 번역을 통해 '소설 공부'를 했고, 번역을 뿌리치면서 소설쓰기에 몰두했단다. 신화와 고대 종교에 대한 관심 또한 거기에 투사되어 있는 인간의 모습을 읽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한 20년은 더 '소설쓰기'와 '저술행위' 그리고 '고전번역'에 몰두하는 게 그의 꿈이었는데, 그게 너무 큰 꿈이었을까?
카잔차키스는 "우리는 심연에서 와서 심연으로 간다. 이 두 심연 사이를 우리는 인생이라고 부른다.(229)"라고 노래했다. 이윤기 선생은 이제 이곳에 없다. 지금쯤 고향 선산에 뭍혀 편히 쉬고 있을테다. 헌데, 그렇다고 완전히 심연으로 사라지신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남기셨고,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을 것같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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