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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리를 양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가 있다. 나도 무척 힘들고 피곤하고 특히나 몸이 안 좋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내 옆에 나이드신 분이 있으면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일어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계속 고민하다가 그래도 일어서면 마음이 편하지만 모른척하고 잘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뒤통수가 따갑기까지하다. 처음부터 망설이지 않고 자리를 양보하기라도 하면 왜 그리 마음이 뿌듯하고 기쁜지 모르겠다. 이로써 천당 갈 구실 하나를 마련한 것 같아서...
이 책의 주인공 은익이도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려고 하면 괜히 마음이 안 좋고 심지어는 아프기까지 한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모른척 할 때도 그렇고 지하철에서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때도 그렇다. 이 정도는 평범한 사람들도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나 은익이의 경우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안 좋은 마음을 먹을 때마다 겨드랑이에 엄청난 통증이 시작되고 심지어는 여덟 계단을 뛰어내리기도 한다. 거의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겨드랑이의 통증은? 맞다. 바로 날개가 나오려고 뿌리가 자랄 때 느끼는 통증인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은익이 아빠가 공부하러 간 프랑스에서 급하게 돌아와 가문의 내력을 이야기 형태로 쓴 것을 보여주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 즉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형태다. 또한 은익이가 생활하는 공간은 현대이고 아빠가 들려주는 공간은 아주 오래된 과거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넘나든다고는 할 수 없고 과거가 중간에 끼어 있는 형태다.)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제주도 사투리가 많이 들어 있어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을 들은 셈이다.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는 많이 들어 보았고 주위에서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주도 사투리는 재미있어서 알게 된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투리를 보면서 제주도를 관광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도 여기와 같은 사람이 치열하게 사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솔직히 책을 읽으며 중간부분에서는 지루했다. 익모 할아버지가 자신의 비밀을 알 듯 알 듯 하면서도 결국은 노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것이라던가 커다란 바위로 날개사람을 조각하는 부분도 몇 년의 세월을 동일하게 서술하며 넘어가는 것이 점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글쎄, 요즘의 빠른 문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까. 그래도 어쨌든 처음에 긴장하며 읽었던 것이 해를 넘기고 또 넘겨도 계속 비슷한 상황이 계속 되는 바람에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지나치게 설명하려 하고 가르치려 한 부분이 약간 거슬린다. 마찬가지로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된 은익이가 현실에서 펼치는 활약 또한 지나치게 정의감에 불탔으며, 작가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이해시키는 데 '말'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좀 생략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었을 텐데.
'아기장수'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공간적 배경을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를 택함으로써 이쪽 사람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힘든 시기일수록 누군가가 나타나 세상을 바꿔주길 기대하며 어느 곳이든 있는 아기장수 설화. 아마도 작가는 현재의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벌어지는 부당하고 비열한 일들이 아기장수가 나타남으로써 사라지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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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달린 사람에 관한 제주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비밀족보]. 날개가 달렸다고 하면 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성스러운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나요? 우리가 천사의 이미지를 날개달린 흰 사람으로 그리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제주도의 설화인데다 날개달린 사람이라니, 환상적인 이야기겠지요?
[비밀족보]에 등장하는 날개달린 사람은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과 상당한 관계를 갖고 있더군요. 제주도에서 나는 귤은 모두 임금에게 바쳐야했기에 제주도 사람의 것이면서도 정작 그들은 먹지 못했고, 귤에 관한한 작은 실수라도 관리들에게 호된 벌을 받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좌천되어 온 관리들은 섬사람들을 보살피기는 커녕 자기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했으니, 섬사람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갔지요. 저로서는 처음 알게된 이 이야기가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섬사람들의 절망이 극에 달할 때 모습을 드러낸다는 날개달린 사람. 그들의 분노와 희망을 상징하는 사람. 그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사람.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가족들은 쉬쉬했습니다. 관리들이 알았다가는 당장 잡혀가기 때문이지요.
이 설화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겠지만 제주도의 방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낯설기도 한 한편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날개를 가진 사람이 날개를 잃어야만 했던 것, 그러나 결국 거대한 작품으로 환생한 것, 또 그의 영혼은 결국 불행으로 끝난 것, 모두 색다른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한편 [비밀족보]는 이 설화와 현실을 묶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겨드랑이에서 심한 아픔을 느낀 은익이는 꼭 그 설화의 주인공 같지요. 자신도 전혀 모르고 있던 가문의 비밀이 은익이에게 힘을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설화와 현실이 '가문(족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두 이야기 사이가 너무 동떨어진 듯 간극이 느껴진다는 것과 설화 부분이 너무 길고 장황해서 뒤로 갈수록 재미가 덜하다는 것입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이긴 하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매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에요.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단순화시켰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의 발굴과 참신함은 인정합니다만,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