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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도 황제라 할 수 있을까? [마지막 황제]
"이렇게 살아도 황제라 할 수 있을까? [마지막 황제]" 내용보기
1. 영화를 보는 시간은 한 편에 90분에서 130분쯤 걸린다. <대부>처럼 175분이나 걸리는 영화도 있지만. 그런데 감독을 잘못(?) 만나면 그보다 길어진다. 그래서 긴 영화는 볼 때를 잘 잡아야 한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보는 게 가장 좋다. 괜시리 아내나 아이들이 있으면 눈총을 사기 쉽기 때문. 긴 영화는 피붙이들이 같이 보려고 하지 않으며, 나 혼자서 텔리비전을 차지하고
"이렇게 살아도 황제라 할 수 있을까? [마지막 황제]" 내용보기

1.

영화를 보는 시간은 한 편에 90분에서 130분쯤 걸린다. <대부>처럼 175분이나 걸리는 영화도 있지만.

그런데 감독을 잘못(?) 만나면 그보다 길어진다. 그래서 긴 영화는 볼 때를 잘 잡아야 한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보는 게 가장 좋다. 괜시리 아내나 아이들이 있으면 눈총을 사기 쉽기 때문.

긴 영화는 피붙이들이 같이 보려고 하지 않으며, 나 혼자서 텔리비전을 차지하고 있으니 좋아할 리가 없다. 

 

이탈리아 사람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1987년에 만든 영화

<마지막 황제 L'ultimo imperatore / The Last Emperor>도 여간 길지 않다.

극장판은 163분이었으나, 디브이디로 나온 감독판은 219분이나 된다. 3시간 39분을 보아야 끝이 난다.

 

이 감독은 영화를 좀 길게 만드는 버릇이 있는가 보다.

<1900년 Novecento>은 214분에서 317분이나 된다. 320분이면 5시간 20분이다. 영화만 보다 하루가 갈 듯.

 

<마지막 황제>는 세 살에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자리에 올랐다가 평민으로,

다시 만주국의 황제가 되었다가 중화인민공화국 시민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굽이진 삶을 그린 영화다.

 

2.

중국의 황제는 처음 진나라 시황제부터 비롯되어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에서 끝이 난다.

황제라는 이름은 중국의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삼황 오제'에서 따온 말이라 하는데,

끝없이 넓은 나라에서 가장 윗자리가 주는 무게는 엄청났을 것이다.

없이 사는 무지렁이에겐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자리다. 또 가까이 있는 이에겐 꿈꾸는 자리이기도 하고.

 

그런 자리를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인 세 살짜리가 올랐으니 이야기 거리가 될 수밖에.

그것도 중국 사람들이 만든 게 아니라 이탈리아 감독이 만들어 세계에 뿌릴 만큼.

 

아버지를 잘 둔 덕분에 서태후에 의해 세 살 무렵인 1908년에 청나라 황제로 뽑혀 자금성에 들어간 푸이.

오래도록 황제 자리에서 위엄을 떨치며 살아야 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가 않는다.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이미 기울어 사람들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하고,

서양의 여러 나라들은 늙어빠진 중국을 집어삼키려 노리고 있는 때여서

푸이 같은 코흘리개 어린아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3.

1919년 영국사람인 레지노 플레밍 존스톤(피터 오툴)한테 가르침을 받지만, 

어린 푸이는 황제 노릇을 할 수가 없다. 1912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

이젠 말뿐인 황제로 그냥 자금성 임자일 뿐이다. 자금성 밖은 다른 이가 다스리고...

 

열일곱의 원용 공주(조안 첸)를 아내로 맞고, 열두 살의 문슈 공주(비비안 우)를 첩으로 맞을 뿐이다.

젊은 푸이(존 론)가 황실을 바로 고치려 하지만 오랫동안 제 속을 채워왔던 환관들 때문에 쉽지 않다.

자금성 안도 마음대로 못하고, 밖은 더더구나 제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몸. 이게 무슨 황제야...

 

1924년에는 자금성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텐진에서 놀다가 일본의 도움으로 1931년에 다시 만주에서 황제가 되었지만 일본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고,

1945년에 일본이 미국에 무릎을 꿇는 바람에 푸이는 소련에 잡혀가고,

1950년에 다시 만주로 돌아오지만 죄값을 치르라는 공산당 정부에 잡혀 감옥에서 10년을 지내고,

1961년에 베이징으로 돌아와 꽃집에서 일하다가 1967년 세상을 떠난 사람.

 

4.

영화는 푸이가 1950년 소련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돌아와 옛일을 되새김질 하면서 이어진다.

엄마 품에서 떠나기 싫은 어린아이가 황제가 되었다가 다시 떨어졌다가 

끝내 황제로 살고 싶었지만 일본의 앞잡이가 되고만 일들을 보여준다.

 

저를 낳아준 엄마와 같이 살 수가 없었고,

엄마가 죽었을 때 "문 열어라!" 소리치며 갔지만 자금성의 문은 열리지 않아 속으로 울음을 삼켰고,

새로 만주에서 나라를 세웠지만 일본 때문에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으며,

제 씨를 줄 수 없지만 제 아내가 낳은 아이는 받아들이고자 했으나 그마저도 뜻대로 할 수 없었고,

황제 자리에서 싸움을 일으켰다며 사람을 죽인 죄값을 받아야 하는 자리로 끌려가는 탓에

제 목숨을 끊고자 했지만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던 사내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괴로운 삶이다.

 

나라를 지키지도 못하고 사랑도 이뤄내지 못한 사내의 뒷모습은 마냥 쓸쓸해 보인다.

"난 집에 가고 싶어...너흰 모두 거짓말장이야...난 나라를 다스리고 싶소..."

한 번도 제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빈껍데기 황제 노릇에 지겨웠을까? 몸서리를 쳤을까?

 

마지막 황제 자리에 앉았던 푸이의 한많은 삶을 애절한 가락과 같이 버무려 잘 만든 영화다.

물이 바랜 궁궐의 단청처럼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내의 외롭고 슬픈 삶을 잘 보여준다.

 

웅장하기 그지 없는 자금성에서 바로 찍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만든 영화라,

서양 사람들은 별 다섯을 마구 던졌지만, 나는 별을 하나 내려 넷만 준다.

임금의 아들로서 임금이 되지 못하고 끝이 난 조선의 영친왕을 보는 듯해서 어쩐지 씁쓸했기 때문이다.

 

5.

영화 속에서조차 서태후는 미움을 받을만 하다.

황제 자리가 비었으면 어른인 푸이의 아버지를 세울 것이지 세 살짜리 아이를 세워 어쩌겠다는 것인지...

제 별장인 이화원을 고치느라 군함을 살 돈을 다 썼다고 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할망구 하나가 나라를 잡아먹었다. 나라를 만든지 오래 되었으니 새로 만들 날이 왔는지도 모르지만.

 

하찮게 나오는 중국 사람들의 말은 다 중국말로 나오지만, 주연이나 조연 배우들의 말은 모두 영어다.

감독이 중국 사람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영화관에서 볼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디브이디로 보니까

중국을 이야기하는 영화에서 나온 중국 사람들이 영어로 말하니 어째 어색하기 짝이 없다.

 

또 푸이의 젖어미(아모)를 푸이의 첫 사랑처럼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첫날 밤에 푸이는 아직 뭘 모르는 아이여서 원용 공주가 이끌어대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나, 

제 방에 들어온 아내와 첩 두 사람과 같이 푸이가 잠자리를 하는 모습도 낯설기만 하다.

서양 사람인 감독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눈요깃감을 주려고 한 것인지는 몰라도 어울리지 않는다.

 

6.

푸이가 쓴 책 <황제에서 시민으로 From Emperor to Citizen, The Autobiography of Aisin-Gioro Pu Yi>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영화에서 몇 대목은 실제와 다르다고 한다.

 

푸이가 1906년에 태어났으므로 존스톤을 만난 건 서양 나이로 열다섯이 아니라 열세 살이 되며,

자금성에 들어온 탓에 푸이가 저를 낳은 엄마를 못본지 일곱 해가 되었다고 하지만 네 해가 되어야 하고,

자금성 안에서 바이얼린으로 켠 가락은 그 때에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고,

공산당이 국민당 정부를 몰아내고 중국을 다스리게 된 것은 1949년이므로

존스톤이 영국으로 돌아가는 1931년에는 공산당을 나타내는 것들은 안 보여야 했다는 것. 

 

한 장짜리 영화 디브이디는 그리 좋지 못하다. 싼 게 비지떡으로 보일 수도.

나온지 스물네 해밖에 안된 영화의 화면 치고는 깨끗하지 못하다.

3,300원 하는 이 디브이디에 견주면 더 싼 2,900원짜리도 비슷할 것이다. 

깔끔한 화면을 보려면 최종판으로 나온 12,500원 하는 석 장짜리 디브이디를 사야할 지도 모르겠다. 

 

보너스로 예고편이 들어 있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와 감독과 나온 배우는 어떤 사람인지를 글로 써놓았다.

이 값에 뭘 더 바라랴.



b******g 2011.01.23. 신고 공감 9 댓글 29
한장짜리 영화 씨디만 들어있는걸로 사세요.   후회합니다.   어차피 비디오테이프를 씨디로 소장하는거랑 똑같은데 2CD라는것에 괜히 혹해가지고 후회합니다.   저 음악 CD 절대 안들어요.   연주자도 누구도 그 어떤 설명도 없고 돈 천원이 아깝습니다.
"그냥" 내용보기

 

 

한장짜리 영화 씨디만 들어있는걸로 사세요.

 

후회합니다.

 

어차피 비디오테이프를 씨디로 소장하는거랑 똑같은데 2CD라는것에 괜히

혹해가지고 후회합니다.

 

저 음악 CD 절대 안들어요.

 

연주자도 누구도 그 어떤 설명도 없고 돈 천원이 아깝습니다.

g*******m 2008.12.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