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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프로 복싱의 전성기는 1990년대를 지나며 끝이 났던 듯하고, 이후에는 강타자들이 주로 동유럽, 러시아 등에서 출현하여 현재까지 그 추세가 이어진다. 미국 흑인들이 갑자기 유전자가 약해지기라도 한 건 아니겠고, 역시 복싱은 헝그리 정신이 자극되어야 특정 집단, 지역에서 그 붐이 일어나는 종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코믹극에서는 당시 40대 초반이었던(따라서 이런 역을 맡기에는 좀 늙은) 에디 머피가 슈퍼미들급 세계 챔피언으로 설정되었는데,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미국 정보기관(여기서는 BNS라고 이름이 붙었음)의 첩보원 노릇을 하며 탈취된 '투명 전투기'를 찾아온다는 이야기라는 게 눈에 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소리지만(특히 요 몇 년 사이에 드러나듯 흑인 스포츠 선수들의 리버럴 성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 아 뭐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혹 정말로 특급 셀럽이 간첩질을 작정하고 하고 든다면 답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안 드는 건 아니다.
배경은 영화가 만들어진 당대가 맞으며, 그래서 (이 리뷰 위에서도 언급했듯) 동구권 강타자들이 업계와 팬들의 주목을 끌던 상황과 잘 매치된다. 나는 혹시 공산 독재 시절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봤는데, 극중 대사들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고 또 메인 빌런인 군다르의 신분이 '무기 밀매상'이라는 게 분명하므로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1980년대의 동유럽을 배경으로 삼은 첩보물로는 (최근에 제작된) <아토믹 블론드>가 있으며 9월 30일에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헝가리인들은 그 악질인 오스만과 수백 년 항쟁하면서도 독립을 (어느 정도) 지켜내었고 합스부르크 가문과도 거의 대등한 파트너십을 형성한 근성 가득한 족속인데도, 영화 속에서 존재감 있는 악당으로 등장하는 빈도는 (한국인보다도) 낮은 편이다. 헝가리 출신 악당이 잠시 등장하는 화제작으로는 <다이 하드 3> 외에 내가 지금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저 군다르 역은 무려 말콤 맥도웰이 맡았는데 사실 그만의 포스를 딱히 발휘하지는 못한다. 흘러간 왕년의 스타가 액션물에서 거물급 악당 역을 맡은 경우는 <다이 하드 2>에서의 프랑코 네로 같은 이가 있다. 뭐든 간에 늙으면 몸에서 venom이 빠져나가 제 구실을 못하는 법이다.
여기서 어리버리한 초보 첩보원 알렉스 역은 오웬 윌슨인데 저 <박물관> 시리즈에서 자그마한 서부 총잡이 제다다이어로 나온 적 있기에 우리 한국인들에게 눈에 아주 익다. 그 외, 1980년대 TV 인기 수사물이었던 <스타스키와 허치>의 영화판(2004)에서 허치 역을 맡았었는데 우연의 일치지만 여기서 스타스키 역은 바로 벤 스틸러였다. 이건 내가 아직 챙겨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관람하고 리뷰를 남기든지 하겠다.
사십을 넘긴 나이지만 에디 머피는 여전히 몸놀림이 날래어서 정말 직업 복서라고 해도 다들 속아넘어갈 정도이다. 뿐 아니라 그 특유의 속사포 같은 말솜씨도 여전한데, 아마 흑인 배우 중 이런 스타일을 처음 만들어낸 완성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부분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은 그 전에도 있었음). 그가 연기하는 복서 켈리는 아마도 알리(1960년대), 레너드(1980년대), 혹은 이 무렵 한창 유명해지기 시작한 플로이드 '머니' 메이웨더 주니어 등의 캐릭터를 조금씩 섞어 놓은 것이겠다.
에디 머피가 처음에 눈독들이다 큰코다칠 뻔한 첩보원 레이첼 역은, 역시 이 무렵에 여러 액션물에 자주 얼굴을 들이밀던 팸케 잰슨인데 오웬 윌슨을 상대하기엔 많이 늙어 보이고 그 건성인 연기 실력도 변함없다(언제나 이분 연기는 뭐가 아쉬워도 아쉬움). (스포일러) 나는 처음에 이 레이첼이 진짜 더블 에이전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한참 지나고 정말로 극이 그런 쪽으로 가서 약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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