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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내용보기
몇 년 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다. 커다란 그림 앞에 10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엎드려 그 그림을 보고 그리고 있는 모습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끝없이 드나들고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 보았으면 싶었다.   그림에 영 문외한이면서 어떤 기회로 그림 전시회에 가게 되는 일이 있다. 그림을 볼 줄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내용보기

몇 년 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다. 커다란 그림 앞에 10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엎드려 그 그림을 보고 그리고 있는 모습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끝없이 드나들고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 보았으면 싶었다.

 

그림에 영 문외한이면서 어떤 기회로 그림 전시회에 가게 되는 일이 있다. 그림을 볼 줄 모르니 한 폭의 그림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몇 초밖에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누가 말이나 걸까 해서 금방 떠나버리고 마는 자리. 가끔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내 눈과 마음을 잡아끄는 그림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나도 루브르 박물관의 어린이들처럼 그 앞에 앉아서 내가 볼 수 있는 만큼이라도 그려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해 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으니 외국에서는 미술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다. 명화를 보고 따라 그리게 하는 것, 좋은 작품을 최대한 많이 보여 주는 것, 이게 미술 교육의 기본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다.(내가 내용을 잘못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이게 제일 부러워서 내게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것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미술 시간에 유명한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려본 기억이 내게는 없다. 학교에서는 무조건 상상력으로 혹은 풍경을 보고 그리라고 했던 것만 같으니, 내 기억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하나라도 따라서 그린 게 있다면 기억이 날 텐데. 초등학교 6학년 때 국어 교과서에 나온 계곡의 그림을 집에서 혼자 따라 그린 기억은 지금도 생생한데. 책의 그림과 비슷해 보인 내 그림을 보고 혼자 얼마나 흐뭇해 했는데. 내가 그림 그리는 실력을 얻지 못한 것을 나는 정말로 선생님들 탓으로 돌리고 싶다. 어찌하여 12년 동안 나와 맞는 단 한 분의 미술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단 말인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이 책에 나오는 미술 교육 이론에 대해 동의하는 선생님이 한 분도 계시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나를 가르치던 분들만 이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일까. 지금도 내 아이들이 학교 미술 시간에 명화를 보고 따라 그려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작가의 교육 이론이 우리나라 선생님들에게는 아직 통하지 않는 것일까. 

 

방학이 되면 미술관 전시장을 둘러보고 팜플렛을 가져오게 하는 수행평가 대신에 전시회장의 그림이나 조각 한 점이라도 보고 그려오게 할 수는 없을까.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미술 전시회장 말고, 수백만원 한다는 그림값만 따지는 전시회장 말고,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택하여 그 앞에 앉아서 따라 그리고 있는 그런 미술 전시회장은 없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해 본 생각이다.   

 

미술이라는 것이 우리와 멀리 있는 것이라면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미술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 미술 선생님의 책임 탓이다. 다음으로는 이미 미술에 무식한 어른들이 미술 전시회장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미술 공간은 미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술을 배워야 하는 사람 모두에게 열어 주어야 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미술을, 드로잉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 어린 시절이 가엽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07.10.28.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