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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피부]
"[차가운 피부]" 내용보기
2017. 5. 12. 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지인이 완전 재미있게 읽었다는 얘기를 듣고 사놓았던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책이란 게 누군가의 소개로 알게 되는 것도 인연이지만, 그 책을 구매해서 소유하게 되는 인연과 다시금 책을 펴고 읽게 되는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그 책과 제대로 만날 때가 되어야 책을 펴고 읽게 되는 건가. 몇 년
"[차가운 피부]" 내용보기

2017. 5. 12. 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지인이 완전 재미있게 읽었다는 얘기를 듣고 사놓았던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책이란 게 누군가의 소개로 알게 되는 것도 인연이지만, 그 책을 구매해서 소유하게 되는 인연과 다시금 책을 펴고 읽게 되는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 책과 제대로 만날 때가 되어야 책을 펴고 읽게 되는 건가. 몇 년 째 꽂혀 있던 것을 드디어 읽었다.

읽을 때가 된 것이다.

 

 

저자인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스페인 작가로 2002년에 첫소설인 이 책을 내고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책이 어찌나 강렬한지, 잡는 순간 놓을 수 없었다.

 

 

아일랜드의 고아였던 나는 학생 때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히고 운이 좋아서 블랙손 학교에 다니다가 독특한 민간인 후견인에 의해서 보살핌을 받게 되고, 성인이 된다. 그리고 영국과의 독립전쟁 때보다, 영국군이 물러간 뒤의 아일랜드에서 내전으로 죽은 아일랜드인이 더 많은 것을 보고 조국의 현실에 낙담을 하게 되며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게 된다. 그리고 블랙손 학교에서 얻은 병참기술자 자격증으로 남극의 무인도에 기상관으로 가는 것을 수락하게 된다.    

오랜 기간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해서 기상관 사택을 찾고 거기에 선장과 선원들은 일 년 치 식량과 위험을 대비한 총과 탄환이 든 박스를 내려놓는다. 교대해야 할 전임 기상관을 찾는 데 보이질 않아서 선장과 둘이 섬의 등대를 찾게 되는데, 등대에는 한 사람이 잠에 빠져 있고, 깨워서 이것저것 묻지만 아무런 말을 듣지 못한다. 결국 선장은 일 년을 잘 보내라는 말을 남기고 선원들과 배를 타고 떠나고 나는 기상관의 사택에 남는다. 기상관의 사택에서 나는 남극 무인도에서의 무시무시한 첫날 밤을 맞게 되는데...

밤이 되자 바다에서 양서류 같지만 두 발로 걷는 괴물들이 떼로 몰려오고 나는 너무 놀라서 창문과 문을 잠그고 방비를 하며 며칠동안 낮에는 전투 준비, 잠에는 생존을 위해 전투를 하며 며칠을 꼬박 새운다.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책도 땔감으로 삼았다. 종이는 불길이 오래 가진 않지만 아주 잘 탄다. 폭약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토브리앙이여 안녕! 괴테여 안녕! 아리스토텔레스, 릴케, 스티븐슨이여 안녕! 마르쿠스, 라포르그, 생시몽이여 안녕! 밀턴, 볼테르, 루소, 공고라, 그리고 세르반테스여 안녕! 존경 받는 내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예술이 필요보다 앞설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야 당신들은 말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 드라마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장작더미와 책들을 모아 묶음을 만들면서 나는 한 사람의 고독한 삶, 그러니까 내 생명이 모든 인류의 천재, 철학자, 문인들의 작품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57p.- 58p.

 

결국 나는 등대를 찾아가서 등대지기를 만나고 이 섬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사나이가 등대지기가 아닌 바티스 카포라는 전임기상관이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이 사나이는 괴물 중의 암컷을 사육하고 있는데 이 암컷은 낡은 스웨터를 걸치고 있으며 심부름도 할 줄 안다. 그리고 바티스가 마스코트라고 부르며 수간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살기 위해서 기상관 사택의 모든 짐과 총, 탄환이 든 박스를 등대로 옮겨오고 자신의 방을 꾸민다. 그리고 밤마다 두 사나이는 바다에서 등대를 향해 올라오는 괴물들과 생존을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어느 날 바티스는 섬 한쪽에 난파된 배가 있는데 거기에 밀수해서 되팔려고 했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나는 바티스를 설득해서 그곳에 가게 되고, 잠수를 해서 다이나마이트가 든 박스를 등대까지 옮겨오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부터인가 바티스를 경멸했던 내가 마스코트와 사통을 하게 되고 그 쾌락에 빠져든다. 인육을 먹으려고 덤벼드는 괴물들과 생존을 위해 매일 밤 싸우면서 그 괴물의 암컷과 사통을 하는 두 남자들... 게다가 인간남자의 사육을 당하면서 도망도 안치는 마스코트...

어쨌든 두 남자는 등대를 중심으로 괴물들이 나오는 해안가와 숲에 다이나마이트를 묻고 도화선을 연결한 뒤에 괴물들이 떼로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괴물들이 떼를 지어 우리를 공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들의 부재는 나를 거의 발작 상태로 몰고 갔다.  180p - 182p. 

   

한 사람은 등대 위에서 총을 들고 엄호를 해주고 한 사람은 뇌관을 터뜨릴 준비를 하면서 괴물들을 기다리는데 괴물들이 나오질 않는다. 나온다 해도 한 두 마리, 혹은 서너 머리라서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리기엔 숫자가 너무 적었다. 괴물을 두려워하던 사람이 괴물들을 한꺼번에 죽이기 위해서 기다리며 발작 상태까지 가는 모습을 무어라고 해야할까... 점점 내면이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을 말하는 듯 하다. 그리고 진짜 괴물들이 엄천난 떼로 몰려오는 것과 맞닥뜨리게 된다.

 

괴물들의 수는 혐오스러울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담 위의 보름달은 화려한 연극의 조명처럼 그들을 비췄다. 온통 괴물 천지였다. 괴물들은 떼를 지어 숲으로 몰려들면서 나뭇가지를 뒤흔들어 눈발을 휘날리게 했다. 어찌나 많던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기어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고, 서로의 몸까지 타고 오르내려야 할 정도였다. 수가 너무 많아 구경꾼의 역할을 하는 괴물들도 있었다. 구경꾼 괴물들은 북쪽과 남쪽의 작은 암초 위에 엎치락 뒤치락 올라가 일광욕을 하는 파충류들처럼 길게 누워 있었다. 낚시 미끼로 쓸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미끼통을 보는 것 같았다. 힘이 센 놈들이 약한 놈들의 머리를 밟고서 돌진했다. 화강암 언덕 앞에 멈춰선 녹회색의 연한 살덩이들은 우두머리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우물쭈물 뒤로 물러섰다.   192p.

 

결국 세 군데에 묻어놓은 다이나마이트를 모두 터뜨리게 되고 괴물들의 엄청난 수가 죽게 된다. 두 남자는 아침에 나와서 폭격맞은 배 처럼 변한 섬을 둘러보고 괴물들의 시체를 바다로 치우고 숨이 붙어 있는 괴물들은 죽여서 바다로 던진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다. 심심해진 나는 낮에 바닷가에 나가게 되고 괴물의 새끼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공격성이 없이 순하고 장난끼가 가득한 괴물의 새끼들과 어울리게 되며 특별히 얼굴이 삼각형인 새끼와 친하게 되어 등대까지 데려오게 된다. 바티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괴물의 새끼를 데려오는 것을 묵인하고 내가 삼각형이라고 이름지은 새끼는 내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기까지 하며 나를 따른다. 새끼들이 오고가며 휴전상태가 유지되자 나는 그들과 협상을 하자고 바티스에게 제안을 하고 바티스는 말도 안된다며 이해를 못한다. 나는 오히려 이 섬의 주인은 괴물들인데 우리가 침략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이 괴물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저항하는 거라고... 이들은 실제로 싸울 의사가 없기에 새끼들을 보낸거라고 주장하는 나와 계속 말싸움을 하다가 화가 난 바티스는 괴물들 속으로 뛰어들고 싸우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 그리고 혼자가 된 내게 싸움을 걸어올 줄 알았던 괴물들이 의외로 조용해서 텅 빈 기분의 나날들이 연속된다.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그렇게 마비된 채 며칠 아니 몇 주일이나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타성에 젖어 움직였던 것 같다. 바티스는 죽었고 나도 곧 그의 뒤를 따라가리라. 군인이 두 명이었던 군대에서 한 명이 죽었다면 혼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나의 희망은 적과 대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티스는 자살을 택해 그 전략의 기반을 고의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제 나를 손쉽게 죽일 수 있게 된 마당에 저들이 무슨 이유로 평화를 원하겠는가? 바티스가 죽은 마당에 저들이 왜 협상을 하려 들겠는가? 총알도 거의 없었다. 등대 벽의 방어물들도 절반으로 줄었다. 한두 번 더 공격을 당한다면 등대는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 나는 혼자였고 무방비 상태였다.  269p.

 

혼자서의 나날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등대로 찾아오는 마스코트는 내게 사랑과 증오의 상대다. 때리기도 했다가 사통을 하기도 했다가... 마스코트의 알 수 없는 노랫소리에서 어렴풋이 듣게 된 아네리스를 이름으로 부르고, 진정 그녀없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 술과 아네리스에 빠져 허우 대던 어느 날 낯선 방문객이 들이닥친다. 프랑스 국기가 달린 모자를 쓴 선장과 선원들과 선원같지 않은 용모의 젊은 청년 하나... 드디어 교대할 기상관이 온 것이다. 그리고 내게 전임기상관이 어디 있냐고 묻는데... 

 

 

 

이 소설은 마치 연극같다. 무지막지하게 거친 연극 무대에서 두 남자가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우는 모습이 연상된다. 상대에 대해 모른다면 보이는 것이나 안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어차피 적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백전백패이므로... 기존에 섬에 살던 기상관인 바티스는 물론 어리버리했던 나까지도 바다에서 나오는 직립 괴물들을 상대해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나날들 속에서 그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다이나마이트를 가져와서 섬에 설치해 놓았을 때는 기대감과 전투력이 최고조까지 상승한다. 하지만 나는 새끼 괴물들과의 조우를 통해서 이들이 호전적인 괴물이라기 보다는 이곳에서 사는 생물임을 인지하게 된다. 오히려 괴물들의 눈에 갑자기 침입한 인간이야말로 괴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데 ...

책의 맨처음에 언급되는 아일랜드와 영국이야기, 그리고 아일랜드 사람끼리 적이되어 싸우고 죽게 되는 이야기랑 서로 매치가 되는 것 같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고 도왔던 사이지만, 괴물들이 조용해지자 오히려 나와 바티스가 의견충돌로 싸우게 되고, 바티스가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느새 일 년이 가서 후임기상관이 왔을 때, 아무 말도 안하고 배가 떠나도록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더구나 남은 기상관이 자신이 일년 전에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게 하고 결국 등대로 오게 만드는 것은 계속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싫고 세상이 싫어서 남극의 외딴 섬으로 왔다지만 이 무시무시하면서도 고독한 삶에도 애착이 생기는 걸까.

바티스가 사육하고 사통을 했던 마스코트를 부르는 명칭도 세 번 바뀐다. 괴물의 암컷을, 처음엔 바티스가 부르던 데로 마스코트, 그 다음엔 그녀, 세번째는 마스코트의 노래 속에서 들리던 말을 따와서 아네리스라고 부른다. 아네리스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붙임으로서 나에게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되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무엇일까. 

섬에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아네리스와의 삶을 택한 나는 마스코트와 사는 삶을 택했던 바티스와 같은 마음인 걸까. 그리고 새로 부임한 기상관 역시 끔찍한 첫날 밤을 마치고 등대로 합류를 했으니 똑같은 일 년이 반복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거부할 수 없는 시지푸스의 신화를 보는 듯 했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타인의 생각, 타인의 삶을 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왠지 등대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바티스나 나를 이해할 수 있을 듯도 했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가 있을 때, 그 얘기는 해도 소용이 없기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한다.

인간인 나는 폭력에 익숙지면서 더더욱 그 수위가 높아지고, 고독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더 고독 속으로 안주하고 싶어지고, 사람이 싫어지니 인간이 아닌 낯선 생명체에서 오히려 사랑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고, 차가운 피부에 처음엔 놀랐지만 그 부드러움의 쾌락에 빠지면서 온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놀라운 이 소설은 두려움으로 시작해서 살벌하고 흥미진진한 과정을 거치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과연 이 남극 외딴섬의 주인은 누구인가. 아니 이 지구의 주인은 진정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인간인가... 자꾸만 자꾸만 묻게 된다.      

 

 

c*****p 2017.05.12. 신고 공감 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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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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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일체 없음. 안심하고 읽어도 되는 서평임.   인간은 어떤 종족인가? 쉬운 질문일 수 있지만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채 반추하면 쉽지 않은 질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어 왔다. 심리학, 미학, 철학, 의학 등의 다양한 학문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수많은 종교들도 인간을 천착한다. 불교는 인간이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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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일체 없음. 안심하고 읽어도 되는 서평임.

 

인간은 어떤 종족인가? 쉬운 질문일 수 있지만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채 반추하면 쉽지 않은 질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어 왔다. 심리학, 미학, 철학, 의학 등의 다양한 학문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수많은 종교들도 인간을 천착한다. 불교는 인간이 깊은 수련의 과정을 거쳐 신이 되는 종교이며, 기독교는 신이 인간을 찾아나선 종교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이란 종족은 만물의 영장인 동시에 이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일 수 밖에 없는 고귀한 존재인 것이다.

 

  인간이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 중에서 가장 찬연하게 빛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인류의 교육과 종교 등에서 드러난 보편적 이상을 정리하면 <사랑>이라는 위대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인간을 제외한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도 <사랑>에 민감하며, 갈구하며, 구속된 종족은 없다. 모든 교육과 이상과 종교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 안에서 귀결된다. <사랑>은 동기에 질문하지 않으며, 인과관계로 설명될 수 없는 절대선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철저하게 배치되는 개념은 무엇일까? 미움이나 분노? 아니면 질투? 사실 미움이나 분노, 질투 등의 개념은 사랑의 정의를 외연적인 의미로만 해석했을 때 가능한 반의어들이다. 사랑의 웅숭깊은 내면적 정의에 대한 명확한 반의어는 <두려움>이다. 인간은 사랑이 결핍되었을 때 두려워하며, 두려움이 극대화되었을 때에 사랑이 결락된다. 사랑이 충만한 인간은 두려울 수 없고, 두려움이 충만한 인간은 사랑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이다. 즉, 인간은 자기 앞에 주어진 우주의 시공간에서 사랑과 두려움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기도 하다. <두려움>의 친구격인 <외로움>은 인간을 고독하게 하는 원인이다. 고독한 인간은 사회성 결핍에 빠지며 극도의 감정 불조절 인간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극도의 고독은 종국에는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적잖이 충격적이고 폐륜적인 사건들이 여기서 연유하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심한 고독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 66억의 인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만 있고 너와 우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인류의 불행이기도 하며 <불관용>이라는 또다른 성질의 절대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절대선인 사랑을 지향하며 갈구하는 인간이 과연 선한 존재라 정의될 수 있을까? 답변을 함에 있어 꽤나 머뭇거림을 제공하는 질문이다. 나 또한 인간종족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종족이 선하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부의 개념이 정립되어가면서 경쟁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었고 인간은 점차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의 만연은 인간성을 상실케 했고 극도의 이기심과 거짓을 양산하였다. 전쟁과 테러, 성적 타락과 가정의 파괴, 양심의 실종 등 인류는 온갖 부패함으로 가득차 있다. 인간이 아닌 비인간, 또는 비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은 지금도 냉혹하게 진행되고 있다.

 

  알베르트 산채스 피뇰의 『차가운 피부』는 이러한 인간의 사랑과 고독, 미움과 두려움, 잔인함과 폭력성을 깊이 있고 수준 높게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저자는 그의 처녀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능숙한 전개로 원초적 인간의 내면상을 통찰하고 있다. 세상에 절망하고 소통을 거부한 채 남극의 외딴 섬에 도착한 한 남성화자를 통해 절대 고독과 소통 불가함이 설정된다. 원초적인 공포에 앞선 두려움과 그로테스크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벌어지는 사랑과 미움,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내재된 잔인함과 폭력성 등 인간의 악한 내포적 성향들이 다채롭게 출현하고 있다.

 

  <차가운 피부>는 징그럽다 못해 섬뜩하다 . 소설을 읽은 후 차가운 피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섬뜩하다. 한 남자의 1년여의 섬에서의 생활을 통해 한 인간의 고독이 외로움을 만들고, 그 외로움의 잘못된 전이가 기괴한 사랑의 감정을 만들며, 이에 소통의 불가능이 합쳐지면서 미움과 비인간성의 극대화로 실현되는 것을 특이한 소재와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연출로 그려낸 수작이라 할 만하다. 

 

  제목 <차가운 피부>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사실 인간의 피부는 전혀 차갑지 않다. 오히려 따뜻한 피부다. 인간은 위대한 온혈동물의 포유류로서 가장 발달된 두뇌구조를 갖고 있는 직립종족이다. 하지만 때와 상황에 따라 가장 차가운 마음을 지닌, 냉혈한 종족이기도 하다. 아마도 알베르트 산채스 피뇰은 현세에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가상의 <차가운 피부>를 통해 현실 속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냉혈한 <차가운 인간>종족의 본성을 그림으로써 인류에게 얼마나 <사랑>이 결락되었는지를 말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YES마니아 : 골드 g*****o 2007.09.10.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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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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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남극 근처의 배도 다니지 않는 길목에 위치한 작고 외진섬에서 홀로 1년을 살아야 한다면? 로빈슨 크루소에겐 프라이데이와 해적들이라도 있었지만 위치상 그마저의 가능성도 없는 1년간의 절대 고독속에 놓인다면? 기상관측관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루에 한번 그날의 기상 상태를 기록하는 것 뿐. 다행이면서 불행하게도 책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였다.1년간의 절대고독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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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남극 근처의 배도 다니지 않는 길목에 위치한 작고 외진섬에서 홀로 1년을 살아야 한다면? 로빈슨 크루소에겐 프라이데이와 해적들이라도 있었지만 위치상 그마저의 가능성도 없는 1년간의 절대 고독속에 놓인다면? 기상관측관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루에 한번 그날의 기상 상태를 기록하는 것 뿐. 


다행이면서 불행하게도 책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였다.


1년간의 절대고독은 과연 어떤 것일까? 매우 타당하게도 이런 궁금증으로 낯선 스페인 작가의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 고독 상태를 작가는 과연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에 대한 당연하고도 매력적인 호기심외에 다른 기준은 없었다.


하지만 몇장 넘기기도 전에 책은 생각지도 못했던 판타지의 세계로 넘어가 버렸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늘 혼자 있는 순간을 꿈꾸던 내게 '그래 어디 마음껏 혼자 있어봐라' 라고 얘기할 줄 알았던 책이 과연 어디로 가버리는 것일까?


느긋한 마음으로 아침에 들고 나왔던 책을 퇴근도 하기 전에 다 읽어버리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뭔가에 속은 것 같으면서도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추리소설처럼 첫장을 펼치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책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추리소설의 전개 방식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꼭 한번 권하고 싶다. 어리숙하고 유치하지 않은 담백하고 저돌적인 성인들만의 완벽한 판타지가 여기 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9 2013.08.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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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약속/소설-7] 차가운 피부
"9월약속/소설-7] 차가운 피부" 내용보기
남극의 외딴 섬에 도착한 나는 선장 일행과 함께 전임 기상관을 찾던 중 행색이 흉물스런 등대지기인 바티스 카포를 만난다. 바티스에게서 전임 기상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일행은 기상관 사택을 둘러보고, 선장은 섬에 대한 심상치 못한 기운을 느끼며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나는 섬에 남는다. 기상관 사택에서 머무르게 된 나는 인사차 바티스를 찾아갔다 무안만 당하고 사
"9월약속/소설-7] 차가운 피부" 내용보기

남극의 외딴 섬에 도착한 나는 선장 일행과 함께 전임 기상관을 찾던 중 행색이 흉물스런 등대지기인 바티스 카포를 만난다. 바티스에게서 전임 기상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일행은 기상관 사택을 둘러보고, 선장은 섬에 대한 심상치 못한 기운을 느끼며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나는 섬에 남는다. 기상관 사택에서 머무르게 된 나는 인사차 바티스를 찾아갔다 무안만 당하고 사택으로 돌아온 그날 밤, 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멀리 바티스가 있는 등대에서도 규칙적인 총성이 울리자, 나는 괴물의 잦은 습격을 눈치 채고 치밀한 방어태세를 갖춘다. 다음 날 바티스가 나를 찾아왔다. 죽은 줄 알았다는 말과 함께 인심 쓰듯 콩 자루와, 샘물을 준다. 그리고는 나더러 무기를 나누잔다. 지난 번 내가 찾아갔을 때 두꺼비 같은 괴물에 대한 정보만 미리 알려 줬더라도 이리 화가 나지 않았을 터다. 나에게 된서리만 맞은 바티스는 아무 수확 없이 돌아갔다. 그러나 살아야 하기에, 밤마다 치루는 괴물과의 전투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나는 바티스와 거래한다. 천연요새인 등대에서 바티스와 같이 사는 조건으로 섬에 올 때 가져온 모든 무기를 그와 함께 쓰기로.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괴물을 상대한 바티스의 전력이 나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바티스의 요새는 대단했다. 등대 주변을 못과 깨진 유리조각, 예리하게 깍은 나무 촉으로 빼곡히 박아 놓았고,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망원경과 빛이 있었으며, 모든 창문엔 빗장과 철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티스의 뒤를 졸졸 따르며 온갖 심부름을 맡아 보는 한 괴물(후에 나는 그녀에게 아리네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밤마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나로서는 역겨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밤에는 노래를 불러 괴물의 접근을 알려주었지만, 아침과 낮이면 바티스와 사통을 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섬에서 괴물과 대적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다보면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바티스를, 언젠가부터 나도 그를 닮아 가기 시작했다.

 

괴물들의 출몰 시간이 어두워지는 밤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공격 수법과 횟수 등은 대중없다. 공격이 없는 고요 속 침묵은 나로 하여금 더 오금을 절이게 한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엔 수백 마리의 괴물이 공격해오는 것이다. 총을 난사하고 불을 지르고 전투가 끝난 후에도 편히 잠들 수조차 없는 아슬아슬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바티스는 과거 다이너마이트 밀수업자들이 탄 배가 바다에 침몰했다는 요긴한 정보를 나에게 얘기해 주었고, 나는 그들 설득해 목숨 걸고 대량의 다이너마이트를 건져 온 후, 여기 저기 도화선을 설치해 괴물들의 출현을 기다렸으나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며칠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분노와 초조함에 바티스의 괴물과 사통을 한다. 뺨을 때리고 학대한다. 또 사통한다. 드디어 수천 마리의 괴물들이 출현하고, 바티스와 내가 도화선에 불을 붙이자 괴물들은 커다란 괴성과 함께 통쾌하게 죽어나자빠진다. 끝이다.

 

오! 마이 갓! 괴물들이 다시 나타났다. 끝이 없는 전쟁이다. 이제는 어린 괴물들. 그들은 바티스와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에 가득 차 내 뒤를 따르며 놀아달라고 다리에 매달린다. 그렇다. 괴물들이 보기에 바티스와 나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동족들을 죽인 적이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괴물이었던 것이다. 나는 바티스에게 괴물들과 휴전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바티스는 나를 미친 놈 취급할 뿐이다. 바티스는 등대의 빗장을 열고 괴물들 사이로 나아가 투신한다. 고독과 두려움에 춤을 추고 입을 굳게 다물었던 바티스가 죽고, 나는 이제 섬에 남은 유일한 인간이다.

 

술에 찌든 몸으로 정신을 차려보니 나를 카포 씨라 부르며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섬에 파견되는 기상관들에게 최소한의 무기가 지급된 덕분으로 간밤에 악마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고.

이곳이 악마의 소굴인 줄 누가 알았겠냐며 타고 왔던 배를 타고 냅다 떠나버린다. 다시 괴물들과 나만 남게 되었다. 소총을 끌어안고 모래밭에 벌렁 드러누웠다. 내가 괴물이고 괴물이 인간일 것이다. 살아도 죽어도 어차피 순간에지나지 않을 섬에서 왜 그리 아등바등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고전했을까. 하늘이 바다를 삼키듯 바다가 모래를 삼키듯 괴물이 인간을 인간이 괴물을 삼키듯, 삶과 죽음도 맘 편히 내어주면 될 것을.

 

식민지 신세를 면하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꿈꾸었던 나의 나라는 자유를 찾아놓고도 저희들끼리 으르렁거렸다. 영국 괴물들에게서 벗어나니 이제 저희들 뼛속 깊이 가득찬 괴물들이 난리법석을 피운 것이다.

모두가, 심지어 나조차도 괴물이다. 누구더러 괴물이라 말하는가. 혹은 자신 있게 괴물이라 부를 수 있는 자격이 도대체 누구에게 있단 말인가. 우리 모두는 누르고 밟고 죽이면서 괴물이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선량한 인간의 탈을 쓰고 태어나 괴물로 죽어간다. 괴물로 죽어 가루가 되고 새 생명을 수도 없이 부활시키지만, 그들 또한 죽음의 폭탄을 껴안은 악마의 잔형들에 지나지 않는다.

 

a*********9 2011.09.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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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우산처럼 섬을 덮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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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읽었다. 여름 내내 묵혀두고 이 겨울에 꺼내든 것이 속상하기까지 했다. 어디 한군데 상상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었기에 내처 달렸다. 책장을 덮고 감상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힘껏 달린 후 땀이 식어 차가워진 지금, '재밌다'는 표현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엔 너무도 벅차다는 한기를 느낀다.   스토리 라인 자체는 역시 굉장히 속도
"관계는 우산처럼 섬을 덮기 시작했다" 내용보기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읽었다. 여름 내내 묵혀두고 이 겨울에 꺼내든 것이 속상하기까지 했다. 어디 한군데 상상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었기에 내처 달렸다.

책장을 덮고 감상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힘껏 달린 후 땀이 식어 차가워진 지금, '재밌다'는 표현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엔 너무도 벅차다는 한기를 느낀다.

 

스토리 라인 자체는 역시 굉장히 속도감 있고 매력적이다. 항로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 사회에서 이탈한 파편 같은 두 캐릭터.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찾아오는 괴물들의 습격.

여기서 중요한 알레고리를 제공하는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는 전체의 구도를 더 탄탄하게 이끈다. '디아나의 숲'에 있는 황금가지 나무를 지키는 한 사내가 있다. 이 사내는 자신의 전임자를 자기가 그렇게 한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 의해 살해될 운명이다. 그럼에도 황금가지를 지키고 서 있어야만 한다. 이 사내는 왕이자 살인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의 삶은 그냥 그렇게 되어져 있다.

 

처음에 이 둘은 자신들의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나간다.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서서히 체득하는 두 사내는 조밀하게 짜여진 각본 상의 버디처럼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서 아네리스의 존재는 두 '인간'이 맺은 사회적 약속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급기야 이 책에선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바로 그 단어, '사랑'의 차가운 칼날이 완전히 이들을 갈라 놓는다.

 

『Heart of darkness』에서 콘래드가 구현한 명대사, 미스터 커츠의 'The horror, the horror' 같은 고백이 떠오르는 카포의 읊조림 '사랑, 사랑'은 그가 이 섬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죽일 정도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 그것은 텅빈 눈빛과 차가운 감촉도 뒤로 밀어낼 수 있게 하는 피그말리온의 구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리고 물론 그에게 소위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카포는 후임자에 의해 떠밀린다. 이 섬에서 마저.

 

애정에 대한 철학과 사회 속의 관계성에 대한 나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예상치 못하게 의미심장한 이 책은 구성에서 또 다른 생각거리를 던진다. 아일랜드의 공화군 경험에 대한 회상을 통해 이 섬에 들어오게 된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작가는 공교롭게도 스페인 까탈루냐 출신이다. 누 캄프와 베르나베우의 전쟁은 축구의 그것이 아니기에 더 경건해진다. 그러고 보니 제목부터가 까스띠야 표준 스페인어가 아니다. 까딸란이려니 생각하니 이 작가의 인물 묘사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지조없이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역시 '재밌다'! 그냥 언젠가 한번쯤은 읽으면 좋을, 촘촘한 전개가 뿌듯한 그런 책이다.

w******1 2008.01.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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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섬과 당신의 섬을 이어줄 다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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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혼자였다고 생각하는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속에 살아가면서도 키에르케고르가 남긴 군중속의 고독을 뼈 속 깊이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정작 오롯이 홀로 세상과 직면하게 된다면 외로움에 시달려 살아가게 될 것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을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던가? 두려움에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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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혼자였다고 생각하는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속에 살아가면서도 키에르케고르가 남긴 군중속의 고독을 뼈 속 깊이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정작 오롯이 홀로 세상과 직면하게 된다면 외로움에 시달려 살아가게 될 것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을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던가? 두려움에 몸부림치며 하루 하루를 적들과 총뿌리를 겨눈다 해도 어쩜 세상과 동떨어진 섬에서의 생활보다는 전쟁터가 더 살맛나는 곳이리라.

남극 주변의 외딴섬,아니 지도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점보다도 더 작은 섬에 1년동안 살고자 자원하는 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물론 복잡한 세상사를 떠나 유유자적하며 1년을 살고자 했을 수 있다.세상에 태어날때부터 고아라는 이름으로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며 애국청년이 되고자 했던 남자는 몰랐을 것이다. 그 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 채 그 섬에서 잘 살고 싶었으리라.

섬이라는 환경을 간과 하지 않을 수 없다. 섬이라는 것은 육지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섬에는 섬나름의 규칙이 있고 바다와 어울어져 하모니를 이루는 그만의 음악이 있다. 대학1학년 나는 섬으로 MT를 떠났다.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었으나 그 안에 살고 있는 섬사람들과의 교류는 엉망이었다. 섬밖에서 놀러온 것 임이 분명한 철없는 학생들을 곱게 볼리 없었다. 2박 3일을 신나게 놀고 우리는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선착장에서 우리는 배를 탈 수 없었다. 들어오는 배와 나가는 배는 타는 곳이 달랐다.우리를 재워준 민박아줌마 조차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사전 정보없이 그곳을 향한 우리도 잘못이었지만 민박 아주머니를 향하는 우리의 마음엔 미움만이 가득했다. 다시 오던 길을 고스란히 다시 걸어나오면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상관으로 섬에 거주하기로 한 남자는 그 곳에서 인수인계할 사람을 찾지만 등대지기를 하고 있는 남자와의 불쾌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상관을 실어다 준 선장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다시 돌아갈 것을 권하지만 세상에 미련이 남지 않았던 남자는 그저 선장과의 작별인사로 대신한다.

이제 섬에는 남자와 등대지기뿐이다. 그리고 그를 반기는 섬의 또 다른 주인인 생물체뿐이다.남자와 등대지기인 바티스는 존재를 위해 서로를 인정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고 섬의 생물체들과 생존의 대치를 시작한다. 생물들은 그들에게 괴물로 인식되고 매일 밤 총뿌리를 겨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 방법을 찾고자 했던 남자와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던 바티스사이에 골은 깊어가게 된다. 결국 바티스는 자살을 하게 되고 바티스의 모습으로 변해간 남자만이 남는다.

 

인간은 얼마나 고독을 즐길수 있으며 얼마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남자도 바티스도 어쩌면 너무도 오랫 시간 혼자 살아왔기에 소통의 방식을 잊었는지 모른다. 남자는 고아라는 틀속에서 세상과 어우르지 못했고 바티스 역시 나 아닌  다른 이와의 교류를 기억해내지 못했을 수 있다. 그 둘 사이에 암놈의 생물체가 연결되어 있었다. 외로움의 끝을 넘어선 욕망이라는 이름을 이기지 못한 바티스도 결국은 사랑을 원했고 그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던 남자에게도 암놈은 점점 그녀로 인식되고 결국은 아네리스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게 된다.무언가에게 나만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설명도 없이, 살가운 말 한마디도 없이 그는 내 존재가 자신의 생존을 도와주고 있음을 깨달은 것 같다. -139쪽)

낯선 환경이 어느새 일상이 된다는 것,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타인일지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까지 남자와 바티스가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지 이 문장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책속의 섬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군가와 소통하고자 애쓴다. 그만큼 외로운 존재이다. 지금의 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바티스와 남자가 아네리스를 사랑하면서 독점하고 했던 이유처럼 누군가와 소통을 원하지만 한 편으로도 그 소통의 끝을 두려워한다. 작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독특한 화술과 기막힌 상상력은 책 속에만 있을 법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자신만의 섬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 섬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에(눈이라는 것은 보는 것이지만 관찰하는 눈은 드물고, 보고 깨닫는 눈은 더더욱 드물다. 213쪽) 상대의 섬에 대해서도 소통의 방법을 알지 못하기도 한다.

점점 이 세상의 섬과 섬사이는 물론 섬과 육지 사이를 연결하는 연륙교가 늘어나기에 더 이상 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곳들이 많아짐과 같이 자신만의 섬과 상대의 섬에도 언젠가는 멋진 다리가 이어질꺼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만의 섬에서 당신에게로 가는 다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음을 나는 안다.

 

r*********s 2007.09.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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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시리즈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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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추천받아 읽게 된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괴물시리즈' 첫번째 이야기인 차가운 피부는 제목과 책표지부터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세상에서 도피하고자 외딴 섬 기상관을 자청한 주인공이 그 섬에 도착하고 난 후 다음 후임 기상관이 도착하기 전까지 일 년 동안 겪은 일들을 그리고 있다. 처음 생존에 목적을 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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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추천받아 읽게 된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괴물시리즈' 첫번째 이야기인 차가운 피부는 제목과 책표지부터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세상에서 도피하고자 외딴 섬 기상관을 자청한 주인공이 그 섬에 도착하고 난 후 다음 후임 기상관이 도착하기 전까지 일 년 동안 겪은 일들을 그리고 있다.

처음 생존에 목적을 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 섬에서의 탈출을 결말로 예상했던 나에게 있어 사건의 전개 양상과 주인공의 변화는 놀라웠다. 후임 기상관이 올 때까지 섬에서의 그 어떤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임 기상관처럼 주인공 역시 섬을 떠날 기회가 와도 떠나지 않고 후임 기상관에게 섬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해두는 행동을 한다. 결국, 섬에 남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전임 기상관과 후임 기상관...그리고 괴물들뿐인 것이다.

 

예전에는 괴물이 등장하는 등의 허구에 기반을 둔 소설들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명확했고 결말도 권성징악, 해피앤딩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반해 요즈음의 소설들은 인간적인 고뇌와 자기성찰적인 면이 강해진 것 같다. 선과 악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어떤 면에서는 이쪽 장르의 소설들이 한층 발전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싶다.

 

책을 펴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흡입력이 존재하는 소설이다. 나는 이 책으로 저자인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이라는 다소 생소한 스페인 작가의 존재를 인지했으며 저자의 다른 작품인 '콩고의 판도라'에도 기대를 가지게 되있다.

h******7 2010.08.29.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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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피부ㅣ알베르트 산체스 피뇰ㅣ들녙
"차가운피부ㅣ알베르트 산체스 피뇰ㅣ들녙" 내용보기
처음 접하는 스페인 작가의 책이다.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으며 스페인 문학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얻을 수 없다. 다만, 작가가 인류학자라고 하니 ‘인간’이란 존재 와 소통이란 문제에 대한 이야기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 대 인간만이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우리 인간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우리는 소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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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스페인 작가의 책이다.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으며 스페인 문학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얻을 수 없다. 다만, 작가가 인류학자라고 하니 ‘인간’이란 존재 와 소통이란 문제에 대한 이야기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 대 인간만이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우리 인간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우리는 소통이라고 부르고 있지 못하다. 간혹 집에서 기르는 개, 고양이를 반려 동물이라고 부르지만 소통과 교류의 관계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다만 가까이 두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이해하고자 노력을 할 뿐이지 인간들 사이에서의 교류를 그들에게 우리는 기대할 수 없다.

 이에 작가는 소통의 부재와 서로간의 이해 갈등은 원초적인 감정인 폭력과 파괴를 불러옴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원초적인 폭력과 파괴도 소통의 방법이라 이야기하는 걸 도대체 어찌 받아 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뿐이다.


  장년보다는 청년에 가깝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 아일랜드 독립투사였으나, 아일랜드가 독립하자 또 다른 폭력으로 물드는 자신의 나라를 떠나 남극 외딴 섬에 기상관으로 1년 동안 자신을 고립시키려는 남자.

 그런 그가 원한 건 단 한 가지. 모든 서류에서 자신의 이름은 지워버릴 것.

 자신의 방법이 옳은 것이라 믿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고 자신이 원하던 세상이 오리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이 또 다른 폭력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이런 폭력에 질려버린 그가 1년 동안 조용히 자신을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땅에서 그는 다른 존재와의 생존을 건 전쟁을 치루고 혐오해 마지않던 폭력과 파괴의 광기에 서서히 물들어 가게된다.


 <말벌공장>과 <목화밭 엽기전>이후로 이런 끔찍한 책을 피하고자 했으나 제목에 이끌려 펼친 책에서 보여주는 이 원초적인 폭력과 파괴를 보며 작가의 끔찍한 상상력 앞에 혀를 내둘렀다. 세 책의 끔찍함이 이토록 쌍벽을 줄이야. 맙소사.

 

말벌공장
| 열린책들 | 2005년 01월

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저 | 문학동네 | 2000년 03월

 

 

 

 

 

 


아오이가든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07월

 

조대리의 트렁크
| 창비 | 2007년 08월

YES마니아 : 로얄 g******k 2008.05.28. 신고 공감 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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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의 평화를 원했을 뿐이라고?
"無의 평화를 원했을 뿐이라고?" 내용보기
無의 평화를 원했을 뿐이라고? 그것이 그리 쉽다고 생각하다니 가련한 인간이다. 인간에게 평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기루처럼 믿고 눈을 감고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저 주어진 것이 평화려니 생각하는 것뿐이다. 아일랜드의 독립을 원했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더 나은 미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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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의 평화를 원했을 뿐이라고? 그것이 그리 쉽다고 생각하다니 가련한 인간이다. 인간에게 평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기루처럼 믿고 눈을 감고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저 주어진 것이 평화려니 생각하는 것뿐이다.


아일랜드의 독립을 원했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더 나은 미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뿐이었다. 정치가 그런 것임을 모르는 자만이 투쟁을 하는 것이고 진짜 투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이 뿐이라는 사실이 뼈아픈 진리다. 독재를 겪어본 나라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 우리가 지금 절망하는 것은 독재는 독재라 부르고 투쟁할 수 있지만 민주의 탈을 쓴 정치의 무능함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독재든 비 독재든 똑같다는 사실, 식민지배때나 독립을 한 뒤나 같다는 사실을 주인공은 스스로를 섬에 유배시킨 뒤 깨닫는다.


섬에는 등대지기만 있었다. 자신의 전임 기상관은 사라지고 없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그 밤, 한 무리의 괴물의 습격을 받는다. 1년 동안 그들이 괴물이라 부른 차가운 피부를 가진 이상한 동물과 싸우면서 점차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허울을 벗어던지게 된다. 그럼으로써 주인공은 깨닫게 된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그 남루한 사실, 맹목적 자기 보호라는 망상에 대해서. 거기서 더 나아가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자, 하나의 사람이 살지 않은 섬이 있다. 그 섬에 발을 디딘 사람은 그 섬을 처음으로 발견한 발견자일까? 아니면 사람 이외의 동물들의 섬에 발을 디딘 침략자일까? 다시 생각해보자.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 있다. 그런데 낯선 이방인들이 쳐들어와 자신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섬이라고 하며 원주민을 학살하고 자신들의 섬으로 만든다. 이것은 침략인가? 발견인가?


전쟁은, 싸움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그것은 침략에서 비롯된다. 기본적으로 남의 것을 탐하는 마음에서, 공유할 수 없는 생각에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행동에서 시작된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사랑과 삶과 인생의 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 거짓이다. 누구의 피부가 더 차가운가? 잔인함이 가득한 인간의 피부가 더 차갑다. 그러면서 살기 위해 애를 쓴다. 구차한 목숨이나마 인간이라는 이유로. 참, 그 인간이라는 것이 대단하기도 하다. 정말 왜 사냐고 묻는다면 ‘실성해서 삽니다.’ 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총 쏘지 마라. 차라리 쏘려거든 네 머리에 쏴라. 지금 총을 들고 남을 향해 겨냥하고 있는 자들이여. 하지만 이 말도 그냥 폼으로 하는 말일 뿐이다. 나만 안 쏜다면 내가 누구를 진정으로 걱정하랴. 나도 인간인 것을...


간단하고 단순한 구조의 플롯을 사용하면서 거대한 주제를 담고 있는 창의력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이다. 인간의 존재 가치는 폭력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 고발성을 띠면서 인간 근원에 대해 묻고 있다. 인간의 폭력성, 공포심, 소통부재에서 오는 고립감과 고독함, 자신감 결여에서 오는 무력감, 그로 인해 되풀이되는 무자비함, 그 속에서도 자신 내면을 끊임없이 들여 다 보려고 애를 쓰는 탐구심, 모든 것을 포장하려는 허영과 사랑에 대한 집착, 질투와 자해, 자기중심적 오만과 포기에서 오는 자기기만, 그리고 그리움에서 오는 허탈 등의 모든 인간 감정과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네리스만이 어쩌면 진정한 이 섬의 주인인지 모른다. 폭력과 무자비한 남성성을 무력하게 만든 무관심과 복종하는 것처럼 보여 지지만 실상 자기중심적인 듯 보여 지는 행동에서, 좌절하는 이들과 달리 좌절하지 않는 변하지 않는 모습에서 붕괴되는 인간과 대비되어 각인되고 있다. 그나저나 진짜 삼각형은 다시 나타날까 나도 궁금하다. 삼각형이 자라면 어떻게 될지도...

d*****g 2007.11.1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먼저 읽고 스포일러가 되는 즐거움?! _아네리스의 차가운 피부가 내게도 전해진다
"먼저 읽고 스포일러가 되는 즐거움?! _아네리스의 차가운 피부가 내게도 전해진다" 내용보기
정치와 신념과 문명과 인간...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모든 것을 뒤로하고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너진다.   그래 내가 포기하지 너희 앞에 당당히 내 의지로 나서마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인간 본연의 두려움 타자, 미지에 대한 공포 하지만 이 또한 끝이 아니다 그 극단에 고독이 웅크리고 있으니   무겁긴 해도 무척 재미있다. 차가운 피부에 익
"먼저 읽고 스포일러가 되는 즐거움?! _아네리스의 차가운 피부가 내게도 전해진다" 내용보기

정치와 신념과 문명과 인간...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모든 것을 뒤로하고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너진다.

 

그래 내가 포기하지

너희 앞에 당당히 내 의지로 나서마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인간 본연의 두려움

타자, 미지에 대한 공포

하지만 이 또한 끝이 아니다

그 극단에 고독이 웅크리고 있으니

 

무겁긴 해도 무척 재미있다.

차가운 피부에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내 빠져들고 만다.

 

여기서 이 이야기의 매력을 얘기하자면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있으니까

참겠다 ^^

그 거 얘기하면

식스센스 스포일러에 버금가는 원성을 듣기 십상이니까

 

illusionist라는 기획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거 같은데

다음이 기대될 정도로

소재가 독특하고, 글 읽기가 즐겁고, 내내 생각하게 하고

또 외롭게 한다 ^^

 

나도 아네리스의 노래가 듣고 싶다

 

삼각형은 아마도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e*****w 2007.08.28.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