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외교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보고>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위기의 72시간>이라는 제목부터 급박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타리나와 리타가 미국 남부를 강타하여 엄청난 재해를 가져왔을 당시 휴스턴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책임을 맡았던 민동석 총영사의 상황보고서입니다.
이름이 익숙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민동석대사는 2008년 촛불사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 가운데 한 분입니다. 한미FTA협상에서 농업분야의 협상을 맡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실무책임을 맡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리한 협상결과를 이끌어내고서도 국민의 건강은 일고에도 고려하지 않고 굴욕적인 협상조건을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진영으로부터 광우병 5적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불명예까지 안게 되어 개인적으로 참담함을 맛보아야 했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의 답답한 심정은 월간 조선 2008년 11월호에 "내가 매국노인가"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소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민대사는 촛불시위를 촉발한 가장 큰 동력이 바로 MBC PD수첩이 4월 29일 방영한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서 과학적 사실 이나 취재한 사실 등을 의도적으로 오역하거나 왜곡하여 편성하므로써,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한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방송으로 인하여 공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온 자신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하였으나 1심재판부는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민대사는 재퍈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하여 항소를 하였고, 항소심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공직에 몸담은 적이 있지만, 상황이 종료된 다음에 간단한 보고서 작성에도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민대사의 허리케인 보고서를 읽고서는 눈초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참 잘된 보고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은 5부로 구성된 내용입니다.
1부 <비극이 잉태되다>에서는 뉴올리언즈의 탄생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개괄하고 뉴올리언즈가 흑인과 재즈의 고장으로 자리 잡게 된 숙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부 <비극이 탄생하다>에서는 허리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생성되어 진행된 과정을 소개하고, 뉴올리언즈의 비극이 피할 수 없는 인재였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3부 <재앙은 계속된다>에서는 미국 사회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과 지도자들의 위기관리능력의 문제점, 정부의 재해구호체계 그리고 지구촌의 재해지원 노력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4부 <한국정부의 대응은 돋보였다>에서는 허리케인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발빠르게 대책본부를 설치하여 교민들의 대피를 유도하고 허리케인이 지나간 다음 접근이 쉽지않은 상황에서도 현지조사단을 직접 이끌고 뉴올리언즈에 들어가 교민들의 피해상황과 대피할 수 있는 곳으로 유도하는 활동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남들이 보기에는 4부가 이 보고서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눈초가 보기에는 5부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빛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종료되면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본국에 보내고 마무리하면 그만이었겠지만, ‘외국에서 벌어지는 재해상황에서 교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수칙을 마련하여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의 상황을 “교민 중 10%만 희생돼도 250명이라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면서 “그러나 곧 신속대응팀과 함께 위기에 처한 동포들을 구할 수 있었고 어려운 상황에서 더 똘똘 뭉치는 교민들을 보며 가슴 뭉클했다”고 회고하고 있는 민동석대사의 성품으로 보아, 외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건강과 국익을 외면하는 협상결과로 만족할 것이라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흔히는 공무원을 국민의 종복이라는 비교를 많이 합니다. 꼭 옳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국민을 생각하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희생양이 되는 것이 모두가 기피하던 한미 FTA 농업협상은 물론이고 쇠고기 협상에도 위험하다고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몸을 던지고, 촛불정국에서도 공직자로서 소신을 갖고 당당하게 대응한 민동석 대사의 모습은 보신주의가 만연한 공직사회에 신선한 귀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지난해에 그를 너무 몰랐던 것 같습니다. 민동석대사는 훌륭한 공무원이었다는 점을 카트리나 보고서를 읽고서야 알게 된 것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국민과 재외 교민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