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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광기어린 대량학살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로서 세상에 던져진 아이의 삶을 통해 전쟁의 잔혹성과 광포함을 극명하게 드러내려한 의도는 알겠으나 아이의 시선이기 때문에 더 잔혹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마치 스너프 필름을 보고 있는 듯 가학적이고 폭력적이며, 외설스럽고 변태적이다. 읽는 내내 몇번이고 책을 덮고 싶을 만치 역겨움이 토할 것처럼 끓어 올라왔다. 대학살로부터 아이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부모에게서 떨구어진 유대인 소년이 이 마을 저 마을로 도망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이 소년에게 가하는 행위들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살아남기 위해 똑같이 잔인해지고 극기야 세상을 향해 말문을 닫아버린 한 유대인 소년의 처절한 전쟁 생존기이며 소년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잔혹성을 통해 전쟁이 파괴하는 것이 인간의 육체만이 아닌 상식과 인간성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독자가 그런 작가의 의도를 책을 통해 이해했다면 분명 괜찮은, 혹은 잘쓴 소설이다. 그러나 전쟁과 학살이 소재이고 배경이며, 작가 스스로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험한 것을 진심으로 이해 못하는지도 모르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써야 했을까. 전쟁에 대한 경고보다는 세상에 대한, 조국에 대한 증오를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소년이 만난 농부나 민중들이 지독하게 천편일률적으로 잔인한 점. 소년에게 위해를 가하는 존재는 독일군이 아니라 한결같이 그가 만난 농부였던 점. 또 전쟁과 상관없이 그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려지는 그들의 잔혹함과 노골적이고 괴기스러운 성행위 묘사. 소설은 허구의 문학이다. 작가가 겪은 것만 써야 한다고 어느 누구 하나 말한 사람이 없다. 문학적 허구로 얼마든지 허용 가능한 것들을 작가가 굳이 본인의 경험이라고 우겨 논란의 소지로 삼은 점까지. 작가의 속내는 우리가 책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만큼 순수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작품이 훌륭하지만 도덕성이 의심되는 작가는,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글을 통해 복수나 증오를 드러내는 작가들도 그렇다. 그것은 마치 남들에게 없는 고상한 재주를 교묘하게 이용해 세상과 사람들을 공격하고 비웃는 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