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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가 읽어본 고전작품 중에 완역본이 아니라 축약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완역본을 읽고 싶은 욕망에 빠지곤 한다.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세네카 인생론> 역시 세네카 작품을 전부 모아 놓은 것으로 분량만 900쪽에 달하는 완역본이다. '섭리에 대하여', '분노에 대하여', '행복한 삶에 대하여', '너그러움에 대하여'와 같은 단편들과 평소 주고 받은 편지, 그리고 자연에 대한 단상들이 아무런 설명없이 끝없이 나열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로마 시대 인물들 이야기를 장광설같은 웅변조로 전개하고 있어 보통 인내심으로 읽어내기가 힘들다. 아마 이래서 축약본이 많은 지도 모르겠다.
세네카는 초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치하에서 태어났다. 5대 황제 네로의 스승이었으며 로마 최고 관직인 집정관을 지내기도 하였다. 철학자, 시인이며 당대의 정신문화를 이끈 대표적 스토아 철학자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지위까지 올라간 그의 생은 세속적 측면에서 본다면 성공적인 것이였을지 모르지만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4대황제인 클라우디우스 치하에서는 율리아 리위라와와의 불륜을 구실로 코르시카섬으로 유배되기도 했으며, 결국 세네카의 고결함에 질린 네로황제에 의해 자결하라는 명령을 받고 쓸쓸히 생을 마쳤다.
세네카는 인간의 심리를 정밀하게 관찰하여 훌륭한 문장으로 표현한 예술가이자 시인이었다. 그는 이 세상의 명성이나 영예, 지위나 재산, 안정, 가족의 굴레, 건강 이런 것들은 우연적인 것이며 그런 것에 매달리려는 욕구로부터 벗어나라고 부르짖는다. 그는 자연과의 명상적 합일, 내면적 자유에로의 침잠이라는 정신적 위안을 주는 관념론적 주장들을 통해 행복한 인생의 길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된다.
세네카는 행복한 인생이란 자연에 순응한 인생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 마음이 건전할 것, 둘째, 마음이 늠름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어떤 곤란에도 굴하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당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귀양살이로 걱정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보낸 위로편지도 이러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셋째, 생활 곳곳에 주의를 기울이되 어떤 일에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운명에 따르되 그 노예가 되지 말 것, 이 방법 외에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면서 자기 현실에 친숙하고, 이성에 의해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현자의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쾌락을 쫒는 가장 즐거운 생활보다는 가장 선한 생활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자로서 분류되는 세네카의 인생론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이야기하는 것과 많이 닮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네카의 인생론, 행복론이 현대인에게 주는 의미는 분명한 것 같다. 현대는 어지러운 정보사회, 약육강식의 경쟁사회, 유행에 현혹되는 자기상실의 사회이다. 급변하는 환경하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연마하여 중심을 잡아가는 그런 삶이야말로 어두운 앞길을 밝혀 주는 등대가 될 것이며, 모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자신에게서 찾는 자세야말로 주체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시발점이라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