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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생각해 봅시다 1
그림, 즉 예술은 틀이라는 그릇에 담깁니다. 그리고 틀짜기 전문가는 예술을 담는 '틀'까지도 순수예술의 한 영역으로 치부합니다. 그림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틀. 과연 독립적인 순수예술의 한 영역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림에 종속되어 그림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력자로 인지되어야 하는 것인지. 독립적인 존재라면 그 가치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며, 종속적인 존재라면 물감, 캔버스와 같은 미술 도구, 미술관 및 전시장 등 모든 보조적 존재가 그림에 종속족인 영역인지?
02 생각해 봅시다 2
볼 때마다 변하는, 신비로운 모나리자의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는 그림을 주기적으로 바꿔치기함으로써 그 신비함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주받은 상자' 즉 사진기에 의해 전시된 미소를 더 이상 다른 미소로 바꿔치기할 수 없게 되는데요. 존재를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대상'으로 가두어버리는 사진. 과연 사진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03 생각해 봅시다 3
만팔천백서른네번째 날까지 이어진 기록은 다음 감정가에게 양도됩니다. 감정가의 기록이 2대에 걸쳐서도 끝나지 않는 것, 감정가의 이름이 박물관의 본래 이름의 애너그램이라는 사실은 고전의 깊이란 도달할 수 없으며, 우리 역시도 고전이 변형, 발전된 것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룩한 방대한 지식과 성과는 이전의 역사를 변형, 발전시킨 것에 불과한 것일까요? 혹은 고전을 토대로 새로운 영역에 들어서게 된 것일까요?
04 소개한 세 가지 이외에도 이 책은 복제품의 가치에 대한 물음, 훼손된 부분을 복원해야 하는가 아니면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복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생각 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예술에 관한 진지한 고찰을 몇 십 페이지의 적은 양에 알뜰하게 담아낸 것이지요. 예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는 건 더 좋은 것 같고요.
05 하지만 본질적으로 제가 주목한 것이 책에서 제시한 '예술에 관한' 생각거리는 아닙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생각거리 자체입니다. 생각거리 자체의 전달이 만화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 이 점이 제 이목을 끌었습니다. 만화는 이야기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므로 비소설처럼 딱딱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필요한 종이도 훨씬 적으니 글보다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만화의 전달력과 효율성이 평가 절하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뜩 듭니다. 만화라는 도구가 욕심나기 시작합니다.
06 이 책을 보고 나니 ‘전달력 있고 효율적인’ 웹툰 몇 개가 생각납니다. 때리고 부수는 통쾌함을 준다거나 짱을 무너뜨리면 또 다른 짱이 나타나는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설에 버금가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 링크를 남겨두면서 서평은 여기까지 하렵니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409628&weekday=fri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70046&weekday=thu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18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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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동품 감정가가 박물관에 취직한다. 그는 박물관의 소장품들의 가치를 감정하기 위해 고용됐다. 박물관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소장품들을 감정한다. 소장품과 장소들을 통해 중요한 미학적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예술의 기원, 복원 혹은 재현의 문제, 모방과 모사의 허구성과 진실성 문제, 전통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것은 박물관의 소장품과 장소 이름이 애너그램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애너그램은 단어를 구성하는 철자를 바꾸는 철자 바꾸기 게임이다. 예를 들어 루브르 박물관의 프랑스어는 Le Musee du Louver인데, 박물관을 구성하는 장소 중 '만기된 것의 박물관'이라는 곳의 프랑스어는 Le Musee du Revolu이다. 르부르 박물관의 출판사에서 간행한 것 같고, 한국의 출판사도 열화당이니 일반적이 만화책으로 이해하기는 뭐하다. 그림체도 그렇다. 마치 흑백의 판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한데, 명암만을 이용해서 인물들의 표정이나 심리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만화의 구도 자체도 아주 다채로워서 단순하고 지루한 이야기 같은 데도 아주 역동적인 이야기로 읽어내게 된다. 마지막에 르부가 박물관이 성에서 박물관으로 변하기 까지 과정이 한 페이지 정도로 간략하게 나와 있는 데, 만화를 읽고 르부르 박물관을 보니, 나중에라도 운이 좋아 내가 직접 르부르 박물관을 찾게 되면, 그 문 앞에 서 있는 느낌이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의 심연 바로 앞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은 박물관 홍보 책자로서도 아주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다. 정말 아쉬운 것 하나. 너무 비싸다. 16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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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앙투안 마티외 저/김세리 역 | 열화당 | 68쪽 | 2007년 08월 10일 | 정가 : 16,000원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신신]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작가 검색을 해보니, 이 작가의 책 중에 내가 안읽은 책은 이 책 뿐이었다. 과감하게 시도했고, 이 책이 『루브르 만화 컬렉션』의 두번째 권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루브르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다니 도대체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 하기 전에 읽어버린 이 만화 책 덕분에 다른 시리즈가 궁금해져버렸다.
화면은 여전히 흑백으로 표정없는 사람들로 채워져있다. 박물관의 감정평가를 하기 위해 감정가가 도착했고 그 조수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첫번째날로 시작한 이야기는, 세번째 날, 서른 세번째 날, 마흔여섯번째 날, 이백열두번째 날, 육백쉰한번째 날, 구백열여섯번째 날, 천사백열세번째 날, 삼천팔백쉰번째 날, 오천팔백아홉번째 날, 구천칠백스물일곱번째 날, 만번째 날, 만천팔백아흔네번째 날, 만사천오백일곱번째 날, 만육천육백열번째 날, 만팔천백서른네번째 날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49년이 넘고 50년을 못채운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이 감정평가사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출발부터 이상했다. 기초공사로 보이는 기둥이 알고 보면 수백미터에 달하는 건물의 꼭대기일 수도 있다는 추측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엄청난 태피스트리 작업실을 만나고 이미 물에 잠긴 갤러리에서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수장된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주형보관소에서는 기둥으로 쓰이는 주형들을 지나 흔적만 남아 있는 고대 유물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체 크기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큰 조각상의 부스러기들이 맞춰지는 파편의 방에 이르러서는 궁금해진다. 이 감정사가 찾아 내야할 것은 무엇인지. 복원실에서는 완벽하게 복원해야하는 것인지 복원을 했다는 사실이 눈에 띄도록 해야하는 것인지, 밝은 곳에서 보아야 하는 작품들은 왜 빛에 손상되는지,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서 왜 사람들은 스스로 쇠약해져야 하는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늘 변하는 듯한 그 복원의 형식 이야기가 놀랍고도 재밌다. 그리고 복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과연 원본과 복제, 원본보다 나은 복제, 원본과 똑같은 복제, 복제보다 더 훌륭한 복제, 그리고 작품들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림 보관소의 그림들을 보면서 예술이 예술인 이유가 뭘까라는 동그랗게 돌아가는 물음에 둥둥 떠도는 느낌만 든다.
시간이 지나 구천칠백스물일곱번째날 감정가는 늙은 감정가를 늙은 감정가의 삶, 그러니까 감정평가서를 넘겨받게 된다. 그리고, 늙은 감정사는 더 늙은 감정가의 임종 시 받았던 감정평가서를 감정사에게 양도하고 숨을 거둔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중하지 않았던 액자에 관한 철학과 박물관 안에 박물관인 골동품부터 안내자들의 묘한 경고 "쯧쯧쯧!"까지 이어지고 나면 걸작에 대한 다양한 버전 그러니까 모두 진품이지만, 하나만 존재한다고 믿는 어떤 유명한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지러워진다. 이제 감정가는 함께하던 조수를 세월에게 놓아주고 홀로 남는다. 그리고 이 감정가도 새로운 감정가에게 기록부를 넘기고 새로운 감정가는 다시 감정을 시작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애너그램(anagram, 단어를 구성하는 철자의 순서를 바꾸고 재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일종의 철자바꾸기 게임)이 이 책의 재미를 준다지만, 한글과 다르기에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본문에서 꾸준히 이야기하는 '그것이지만 아닐 수도 있는' 작품들 속에 정말 실체라는 것이 있을지에 의문을 갖으며 예술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다시한번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예술은 시간을 쌓아가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박물관 하나를 두고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데 놀라움과 감탄을 하며 이 시리즈에 욕심을 부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도 언젠가는 한번 가보리라 꿈꿔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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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만화 컬렉션' 시리즈, 제2권 『어느 박물관의 지하』. 예술에 관한 상식과 통념을 뒤집는 시적 상상과 철학을 통해 상상 속 루브르를 내세워,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예술의 본질'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연도가 나와있지 않은 먼미래, 루브르 박물관이 마치 철자바꾸기 게임처럼 '만기된 것의 박물관' '과하게 요구된 것' '말 못하게 된 자의 작품'등등으로 불리게 될 정도로 우리가 살고있는 현대의 상식과 지식이 팍 꺽이는, 그럴만큼의 미래가 배경인듯한 이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는것을 보고싶다!' 라는 이유로 펼쳐든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흑백과 강한 직선의 조화가 묘하게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내는 그림체에 보게 된 작품인데, 이거 읽어보니 '우와~ 재미있다' 라는 감상이 아니라, '우와...대단할걸..' 라는 생각이 들었다. 르 볼뤼뫼르 라는 이름을 가진 감정가와 그의조수 레오나르. 수많은 역사적기록을 담은 공간에서 그들과 그곳에 존재하는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는 참 철학적인것과 거리가 먼 나를 끙끙거리게 만들었다. 그가 박물관에 온지 만팔천백서른네번째날 어느 늙고 사라져가는 감정가가 그에게 그랬던것처럼 박물관에 들어온 새로운 감정가에게 기록부를 전해주며 막을 내리는 것을 한동안 멍하니 보았다. 사실 이 책은 나의 개인적인 시선으로 보았을때 흥미롭고 멋있긴한데 재미있지는 않다. 백번천번 읽기를 잘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다지 소장하고픈 마음은 들지않는. 나에겐 그런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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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빙하시대 보다 조금 더 난해했지만, 어쨌든 저자의 독특한 시점 때문에 흥미로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빙하시대가 훨씬 더 흥미로웠지만... 불만이라면 내용이나 느낌과는 너무나 안어울리는 번들거리는 종이의 질감 때문에 마치 복사본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먼지쌓인 예술품들을 이야기 하려면 책과 하나가 되어야 할텐데... 매끈한 종이 위의 반짝거리는 흑백 그림들은 어쩐지 너무나 낯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