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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세계에서 찾은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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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새에는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가장 높은 곳까지 나는 일이요 둘째는 같은 종이라해도 친구를 삼지 않는 일이요 셋째는 부리를 하늘로 쳐드는 일이요 넷째는 한 가지 빛깔을 하고 있지 않는 일이요 다섯째는 낮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  후아나 델 라 쿠르스 수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는 8,000급 봉우리 14좌가 있다.  그 가운데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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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새에는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가장 높은 곳까지 나는 일이요

둘째는 같은 종이라해도 친구를 삼지 않는 일이요

셋째는 부리를 하늘로 쳐드는 일이요

넷째는 한 가지 빛깔을 하고 있지 않는 일이요

다섯째는 낮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  후아나 델 라 쿠르스 수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는 8,000급 봉우리 14좌가 있다.  그 가운데 9번째인 8,125미터 높이의 산, 낭가파르바트는 30명의 알파니스트를 죽음으로 몰아간 역사가 있는 악명높은 산이다. 수많은 이들이 이 산에 오르기 위해 막대한 물자와 인원을 쏟아부었지만, 이 산은 도전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에게만 산의 정상을 허락하고 품안으로 받아들였다.

 

1953년 수차례의 역사적인 도전끝에 오스트리아인 헤르만 볼이 처음으로 등정에 성공한다. 낭가파르바트란 이름은 카슈미루어로 `벌거벗은 산'이란 뜻을 갖고 있다. 사실 이 산은 깍아지른듯한 바위와 5,000미터가 넘는 수직 빙벽을 갖고 있는게 특징이다.  이 지역 일부에서는 이 산을 `디아미르(산중의 왕)'라 부르기도 한단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극지를 모험하는 이들의 생리를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그러한 일에 관심갖고 체험하기전까지 나는 아마도 그들의 심리와 열정을 알지못할 것이다. 목숨을 내걸고 하는 것은 소위 말해서 스포츠나 레저가 아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취미로 피아노 치기를 즐기는 것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그러나 피아니스트가 아무리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쳐도, 연주도중 죽을 염려는 없다.  환상적인 연주가 끝나면 관객의 환호와 갈채가 이어진다.  연주를 하는 도중이나 연주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다 고꾸라져 사망하는 경우도 없다.  열정은 예술로 승화되고 오직 연주가 끝나면 연주의 평가와 관객의 감동이 뒤따른다.  그러나 히말라야를 오르는 알파니스트에게 정상의 등정만으론 성공이라 부를 수 없다. 올라온 만큼, 죽음을 무릅쓴 하산의 여정이 남아 있다. 실제로 수많은 등반가들이 하산길에 눈사태나 크레바스를 만나 죽음에 이른다.

 

희박한 공기, 차가운 기온, 몇분후를 알 수 없는 날씨,  그리고 바위산과 수직빙벽으로 이루어진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치밀한 준비와 강인한 체력, 정상정복에 대한 의지가 모두 필요하다. 러시안 룰렛 게임처럼, 산을 오르는 동료 가운데 누가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같은 죽음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그 과정을 이겨내고 정상을 밟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등반을 시작한다. 그러나 암묵리에 그것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인식만은 회피할 순 없다.  세계의 꼭대기라 할 수 있는 8000미터 급의 봉우리에 올라보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소수가 되어보는 일은 알파니즘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매력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그러나 알파니스트의 세계를 그처럼 단정지을 순 없다. 독일 출신으로 세계 등반 기록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는 라인홀트 메스너는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오르고, 그 이후 곧바로 낭가파르바트를 단독으로 등반하여,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8,000미터 급을 완등해낸  신화적인 인물이다. 1978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을 성공하고, 주위의 관심과 찬사를 즐길법도 한 그였지만, 불과 몇개월만에 또다시 사람들의 의혹과 냉소속에 다시 낭가파르바트로 향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든가 잘해 보라는 등의 말들이 여권 창구 너머로 들려온 마지막 인사였다. 그들의 말투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비난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내 생애의 마지막을 준비하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내 길을 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것은 내게 주어진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p.57

 

그리고 그는 낭가파르바트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미 3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산에 도전한다. 지금껏 당연시되어왔던 방대한 자원을 배경으로 한 등정이 아니라, 산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정상까지 최소의 비용과 단촐한 몸 하나만을 의지한 채, 모든 지원을 되도록이면 거부한 단독 등반이었다.  산을 오르기 위해 법적으로 필요한 의료 요원 1명, 그리고 수행 장교 1명이, 그의 등반에 참여했을 뿐이고 4000미터의 베이스캠프에서 8125미터의 낭가파르바트 정상까진, 거대한 산과 유약한 한 인간 라인홀트 메스너와의 맞섬이 있을 뿐이었다. 이 등반기를 기록한 이 책에는 정산등반까지 메스너가 낭가파르바트의 빙벽과 설산에서 보낸 시간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무엇때문에 곳곳에 죽음이 크레바스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이 산에 오른걸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알파니스트의 열정과 도전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도 극지를 탐험하는 등반대의 개념을 넘어서, 오직 혼자의 몸으로 그 모든 것을 체험하고자 했던 이 사나이는 본래 고독을 사랑하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었을까?  그러한 자문이 책을 읽는동안 솟는다. 낭가파르바트는 그 산세가 험준하기로 히말라야에서도 악명이 높은 곳이다.  인간을 압도하는 위세로 서 있는 그 산앞에 등정을 위해 최소로 짐을 줄인 단촐한 행장에, 몸무게 겨우 60kg이 나아가는 한 인간이 맞서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 위압적으로 솟아 있는 산 안에서는.  훗날, 사람들의 갈채가 있을지도 모르나, 당장에 눈사태에 휩쓸려 순식간에 생명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오히려 돌아오는 길이 원래 더 힘든 법 아닌가?  그러나 이 도전을 매스너는 멈출 수 없었다.

 

"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물론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 준다. 고독이 더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독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제 고독은 더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  p.165

 

세계 60억 인구가운데, 역사상 수천억의 인구 가운데, 그 산의 정상에 오른 자는 겨우 몇명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홀트 메스너는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지구상에서 사물이 줄 수 있는 절대의 고독을 지닌 장소가 있다면, 아마도 8,000미터급의 히밀라야 14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평범한 모든 이들처럼 영원히 이 아래 대지에만 머물며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극한의 정상에 닿아 본 이는 그곳에서 무엇을 느낄까?  아니 정상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혼자의 몸을 태워 인간의 한계인 극한에 맞서고 있는 인간은, 매 순간 무엇을 느끼고 있는걸까? 

내가 걸어가보지 않는 길이기에, 그것은 낯설다.  타인이 목숨걸고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에 냉소의 감정이 솟고, 이해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때로 말이나 글로서는, 그리고 스크린의 생생한 화면조차도 설명하지 못하는 생의 진실이 있는 법이다.  진실은 오직 본인의 체험과 느낌으로만 드러나기도 한다.   체험과 느낌은 글이나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라이홀트 메스너가 낭가파르바트의 정상에서 느낀것이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감을 잡아보려 애쓴 나의 노력은 헛되다.  그가 체험한 흰 고독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그러나 당장에 내 자신이 낭가파르바트의 그 끝없는 빙벽을 아이젠과 아이스피겔만으로 오르며, 저산소의 갑갑함과 중력의 무거움을 느끼면서, 죽음의 그림자가 나를 엄습해오는 그 순간순간을 체험하지 않는한,  그 흰 고독의 정체를 깨닫는게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잠시 고독이란 해악이 아니라 평온함도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조금 얻는데 만족한다.

 

 

 

 

 

 

2008.8.1

s*****7 2008.08.01.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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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응하며 산악인의 자세를 갖추려는 한 인간의 조심스런 탐험사
"자연에 순응하며 산악인의 자세를 갖추려는 한 인간의 조심스런 탐험사" 내용보기
세계 산악계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우는 라인홀트 메스너.   이미 환갑이 넘어선 그가 아직까지도 산악계의 큰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세계최초로 8,000미터 이상급 14개좌를 등정했다기 보다는 끊임없이 알피니즘에 대해 탐구하고 자연을 훼손치 않고 등반하는 알피니즘의 선구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1978년 이미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하여 힐러리의 초등이
"자연에 순응하며 산악인의 자세를 갖추려는 한 인간의 조심스런 탐험사" 내용보기

세계 산악계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우는 라인홀트 메스너.

 

이미 환갑이 넘어선 그가 아직까지도 산악계의 큰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세계최초로 8,000미터 이상급 14개좌를 등정했다기 보다는 끊임없이 알피니즘에 대해 탐구하고 자연을 훼손치 않고 등반하는 알피니즘의 선구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1978년 이미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하여 힐러리의 초등이래 가장 큰 산악계의 사건을 기록한 라인홀트 메스너는 같은 해 낭가파르파트를 완전히 단독으로 등반하였다. 엄청난 높이의 거벽인 디아미르 벽을 올라가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도 전혀 새로운 루트로 완료했다. 8년전 동생과 함께 등정하다가 눈사태로 동생을 잃은 아픔을 승화시키는 등반이기도 했다.

 

이 책은 라인홀트 메스너가 두 번째 단독으로 낭가파르파트를 등정할 때의 이야기를 기록적으로 또 문학적으로 옮겨 놓은 책이다.

 

이 책은 등반사 뿐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되어 산악문화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평범해보이는 글에서 저자의 등반철학을 쉽게 읽어낼 수 있고 산악인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 중에서 파키스탄의 연락장교 테리가 메스너에게 묻는다.

 

"당신이 인정하지 않는 보조수단은 무엇이죠?"

 

"그것은 볼트 하켄이에요. 볼트를 바위에 박으면 어떤 암벽이라도 오를 수 있어요. 다시 말해서 내 힘만으로는 오를 수 없는 암벽도 오르게 된단 말입니다. 만일 천 개의 볼트 하켄을 줄줄이 박아가며 벽을 오르면 등반이 불가능한 높이 1,000미터의 암벽도 오를 수 있어요. 즉 자기에게 불가능한 일을 트릭을 써서 하는 셈입니다. 산소흡입기를 사용하면 그것 없이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죠. 전에는 산소마스크 없이는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산소마스크는 당연한 보조수단이라고 생각했지요. 기술적인 보조수단은 끝까지 불가능한 것과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구분치 않고 해결해 버리기 때문에 모든 긴장감이 손상되고 맙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종류의 트릭을 쓰기 싫어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나는 물론 상관치 않지만."

 

메스너는 낭가파르파트를 등정하면서 파트너도 없이 홀로 등반에 나선 것은 물론 간지 각각 하나의 볼트와 하켄만을 지참했을 뿐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의 등반이야기는 막바지에 통쾌하게 끝이 난다. 그는 카메라와 필름 몇 통 그리고 선글라스 등을 제외한 모든 장비를 버리고 고도차 3,000미터를 하산하여 낭가파르파트 단독등정을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은 단순한 등정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며 산악인의 자세를 갖추려는 한 인간의 조심스런 탐험사이기도하다. 그런 진심때문에 라인홀트 메스너의 인품 뿐 아니라 그의 책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k****p 2009.05.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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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이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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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밑줄 그으며 읽었던 책.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을 넘어 선 체험자의 고백이어서 그런가 울림이 많은 책이었다. 더불어 메스너의 필력도 대단하다. 책을 읽고 나니 메스너의 기록을 따라 낭가 파르밧을 등반한 느낌이었다.   단지 산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산을 오르는 체험을 통해 달라지는 자신을 바라보고 싶어질때 이 책을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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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밑줄 그으며 읽었던 책.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을 넘어 선 체험자의 고백이어서 그런가 울림이 많은 책이었다. 더불어 메스너의 필력도 대단하다.

책을 읽고 나니 메스너의 기록을 따라 낭가 파르밧을 등반한 느낌이었다.

 

단지 산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산을 오르는 체험을 통해 달라지는 자신을 바라보고 싶어질때 이 책을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완벽하게, 절대적으로 혼자인 그 체험을 통해 작가는 고독의 이미지와 색깔마저도 바꾸어 놓는다.

 

심연에 닿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든 끝까지 파고 든 이후라야 변화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부족한 삶이 지리멸렬할때 꺼내어 다시 읽는 다면 좋을 것 같다.

w*****e 2008.01.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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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너,불가능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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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메스너가 2달 후 낭가파르바트의 단독 등정에 나섰을 때의 상황과 심정을 그린 책이다.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만으로도 기가 질리는데,에레베스트보다  낮다곤 하지만 더 거대하고 오르기 힘들다는 낭가파르바트의 단독등정이라니...미친 사람 아니냐는 소릴 안 들었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나 역시도 이 사람 이거 단단히 미쳤구만 하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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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메스너가 2달 후 낭가파르바트의 단독 등정에 나섰을 때의 상황과 심정을 그린 책이다.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만으로도 기가 질리는데,에레베스트보다  낮다곤 하지만 더 거대하고 오르기 힘들다는 낭가파르바트의 단독등정이라니...미친 사람 아니냐는 소릴 안 들었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나 역시도 이 사람 이거 단단히 미쳤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재밌는것은 본인 자신도 그렇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일을 실제로 해낼 계획을 세우다니...하지만 동생을 그 산에 잃은 뒤 8년,감정적인 면에서건 이성적인 면에서건 그는 그 산에 올라야 했다고 말한다.

 

8000미터의 급의 산을 오르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장비나 인력적인 면에서 어마어마한 뒷받침이 되어야만 실현 가능한 것이다.그렇다고 경제적,인적인 뒷받침만 있으면 저절로 정상 정복이 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실제로 낭가파르바트 산의 정복사를 읽어 보면 낭비가 심한 투자란 것이 간단하게 셈해질 정도로 죽어나간 사람들 투성이라는 걸 알게 되실 것이다.

하지만  메스너는 틀에 매이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시대의 혁신을 가져오는 다른 개혁과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불가능을 꿈꾼다.그는 생각한다.이렇게 투자를 많이 해서 산을 오른다는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하고.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진정한 알피니스트라면 혼자의 힘으로,산을 오르는 능력과 판단력,본능만으로 산을 올라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남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는건 사기란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하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으니 다른 이들과 함께 올랐던 것이 아니겠는가.여기에 메스너는 한발 더 나아간다.몽상가가 아니었던 그는 도전에 나선다.단독등정을 위해 낭가파르바트를 찾은 것이다.그를 이해하는 사람?아무도 없다. 그 역시 이해 시키길 포기했다.본인마저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남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앞으로 나가는 수밖엔...다행히 살아 돌아온 그는 그 당시의 상황을 책으로 낸다.언젠가는 그 자신이 이해 되기를 바라면서.그는 자신이 신화로 남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그걸 허용하기엔 너무도 현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책이 나올 당시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그가 말한 것들이 가감없는 그의 진실이라는 걸 알기란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본인이 계란으로 바위 깨는 심정으로 설명하는걸 보자니 충분히 짐작이 된다. 하지만 메스너의 그런 부단한 노력 덕에 지금은 어느정도 알피니스트들에 대한 이해가 되어지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가 고독을 위해 찾아 갔다는 낭가바르파트,흥미로웠던 장면은 오르는 동안 누군가 자신에게 줄곧 말을 걸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희박한 공기가 만들어 낸 환상이었는지,아님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영적인 존재를 만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그리고 그가 홀로 산에 올라간 후 남아 있던 동료가 망원경으로 쳐다 보면서 그려냈다는 꿰적은 얼마나 다정하던지...그림 속에 걱정과 성공을 비는 마음,불안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들과 당시의 절박함이 느껴져 오랫동안 바라 보았다.한 경이로운 산악인의 산 정복기,인간의 극단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호기심 삼아 보심도 좋을 듯하다.하지만 거대하고 정교한 감동을 원하신다면 <희박한 공기속으로>가 더 낫지 않는가 싶다.

a*******0 2008.06.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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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두려움을 자유와 희망으로 승화시킨 흰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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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악계의 전설로 꼽히는 라인홀트 메스너가 1978년 세계 제 9위봉인 낭가파르바트(8,126미터)를 무산소 단독등반했던 과정을 술회한 책이다. 그는 이미 1970년 동생 퀸터와 함께 낭가파르바트 무산소 등반에 성공하였으나 8,000미터급 최초 무산소 등정과 최초 형제 정상 정복의 화려한 기록을 뒤로한 채 눈사태로 동생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 책에는 동생의 실종 8년만에 다시 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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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악계의 전설로 꼽히는 라인홀트 메스너가 1978년 세계 제 9위봉인 낭가파르바트(8,126미터)를 무산소 단독등반했던 과정을 술회한 책이다. 그는 이미 1970년 동생 퀸터와 함께 낭가파르바트 무산소 등반에 성공하였으나 8,000미터급 최초 무산소 등정과 최초 형제 정상 정복의 화려한 기록을 뒤로한 채 눈사태로 동생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 책에는 동생의 실종 8년만에 다시 낭가파르바트에 오르게되면서의 사연과 등반과정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1978년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1986년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 완등을 비롯하여 세계 산악계의 빛나는 업적을 남겼으며, 무엇보다도 이전까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무산소 단독등반을 추구함으로써 한차원 높은 알파인 스타일을 개척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책 중간중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매스너 자신이 인생에 대한 성찰과 자기단련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동생의 죽음, 아내 우쉬와의 이혼, 수차례의 등정실패를 겪으며 죽음과 절망과도 같은 검은 고독을 이겨내고 두려움을 통하여 새로운 자신을 찾고 진정한 자유인으로 재탄생하는 흰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구절은 나에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책 속에는 등반과정 중에 매스너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있어 현장의 생생함을 느끼도록 도와주고 있다. 단순한 히말라야 등반기를 넘어서 한 인간의 아름다운 도전과 삶의 철학까지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수작이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저녁의 미풍 속을 걸으며 공기 냄새를 맡을 때면 나는 언제나 이 세계의 거대함을 느끼곤 한다. 산이 한없이 크게 다가왔다. 이 산을 한 인간이 혼자 오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졌다. 만약 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절대적인 무한 속에서 고독을 이겨낼 수 없는 불안과 무능 때문일 것이다.  (29쪽 중에서)

 

나는 앞으로 그 누구도 따르지 않을 생각이다. 나 자신에게도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일생생활에서도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그것은 자신의 파괴를 뜻한다. 그러므로 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내 길과 하나가 될 때 비소로 나는 강해진다.  (43쪽 중에서)

 

일단 결단을 내리면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그 문제와 맞섰다. 우쉬와 나는 서로가 독립된 인간이었다. 그래서 우리 사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먹서먹해졌다. 두사람 모두 시간이라는 벽 속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헤어졌을 때만 해도 나는 나 자신이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인간은 홀로 삶을 짊어지고 갈 때 오직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또한 결단을 내릴 수 있고 그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  (51쪽 중에서)

 

"적어도 다른 일은 등반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은 성실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특히 최종 단계에서 그렇지요. 이곳에서는 자신에 대해 관대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 높은 산에서는 그렇게 안 되지요. 8,000미터의 고소에서 자기 힘 이상의 것을 하려 든다면 목숨을 잃고 말겁니다."  (171쪽 중에서)

 

나는 여기 쌓여 있는 눈과 바위와 구름의 감정을 함께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철학이 필요 없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죽음까지도 이해하게 되니까.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고독이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요 속에서 분명히 나는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 고독은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었다.  (153쪽 중에서)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물론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 준다. 고독이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독 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고독이 정녕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지난 날 그렇게도 슬프던 이별이 이제는 눈부신 자유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제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165쪽 중에서)

 

m*******e 2009.10.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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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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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색을 묻는다면 일말의 고뇌도 없이 응당 검은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자신을 빨아들여 바닥없는 곳으로 내치는 그 어둡고도 어두운 심연의 심리가 검은색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은 그 검은 고독을 흰 고독으로 바꾸는 과정을 담는 이야기이다.등반사를 통털어 라인홀트 메스너를 빼고 남는 것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그는 현대 등반사에서 거대한 자취를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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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색을 묻는다면 일말의 고뇌도 없이 응당 검은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자신을 빨아들여 바닥없는 곳으로 내치는 그 어둡고도 어두운 심연의 심리가 검은색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은 그 검은 고독을 흰 고독으로 바꾸는 과정을 담는 이야기이다.

등반사를 통털어 라인홀트 메스너를 빼고 남는 것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그는 현대 등반사에서 거대한 자취를 남긴 등반의 거장이다. 세계 최초로 8000미터급 14좌를 모두 완등하였고, 알파인 스타일로의 등정을 개척하였으며, 아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에베레스트무산소 등정(산소 보조통을 휴대하지 않고 등정) 및 낭가파르밧 단독등정을 성공한 사람이다. 그 역사적 순간들 중의 하나인 낭가파르밧 등정과정을 그린 책이 바로 이 '검은 고독 흰 고독'이 되겠다.

이 책은 그 수많은 역사적 순간 중에서 낭가파르밧을 등정하면서 겪은 감상을 쓴 일종의 기행문인데, 여타 기행문이 치중하는 주변의 경관과 신변 잡기적인 사건에 대한 서술의 비중은 비교적 적지만, 대신 자신의 내면 심리와 자연에 대한 감상, 경외감을 미려한 문장으로 서술하여 여타 기행문과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나의 가슴을 쳐 큰 소리로 울리는 문장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일일이 모두 여기에 옮겨 적을 수는 없어 몇 개만 발췌해 본다.

p54 기자와의 인터뷰 대화 중
"적어도 다른 일은 등반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은 성실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특히 최종 단게에서 그렇지요. 이곳에서는 자신에 대해 관대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 높은 산에서는 그렇게 안 되지요. 8,000미터의 고소에서 자기 힘 이상의 것을 하려 든다면 목숨을 잃고 말겁니다."

"만일 앞으로 산에 오를 수 없게 된다면 무엇을 하실 겁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느니 홀로 낭가파르바트로 떠나겠습니다."

"이번 단독등반이 산 사나이로서 당신의 생애에 클라이맥스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까? 그리고 그것이 의미있는 일로 보이나요?"

"의미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질문은 낭가파르바트 정상이 바라보이는 곳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는 다만 나 스스로 자문자답할 수 있을 뿐이지요."

"당신이 하는 말은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도 해당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이러한 단독등반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내가 낭가파르바트의 정상에서 체험하는 기분 속에서 늘 살고 있을 겁니다. 힌두교도건 불교도건 아시아인은 이처럼 높은 산에 오르려는 생각을 하지 않겠지요. 그들은 영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저 높은 곳에 자기 몸을 옮겨 놓을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내가 지금 여기 앉아 있지만 저 위에 있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다른 두 개의 길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요? 다시 말해서 하나는 실제로 가야 하는 길이고, 또 하나는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는 길이니까요."

"나는 그 두 길을 하나로 봅니다."


이 대화를 보면서 나는 우문현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초탈한 사람에게 짤은 사고방식으로 하찮은 질문을 쏟아내면서 기자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답변을 듣고 있는 장면이 선하게 떠오른다.

p104
내 앞에 거대한 구름처럼 낭가파르바트가 솟구쳐 있었다. 그 배경에는 오직 하늘뿐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전진을 계속했다.
삶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일어난다. 당장 어디든 가고 싶다. 낭가파르바트에 오르고 싶고 주위를 헤매고 싶다. 방랑자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다. 나는 철학과 도덕의 굴레에서 나 자신을 해방시키고자 했다. 논리적 명제로 줄줄이 이어진 것만이 자기발견의 길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단독 등반은 체험의 가능성이며 구체적인 인생과 세계를 제공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웃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특히 그가 환각을 겪는 정신적 과정을 매우 상세하고도 미려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정신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수사학적 서술이 매우 매력적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느정도 철학적 견지에서 사색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라인홀트 메스너는 고등 수학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p119
"(전략) .... 그런데 나는 기 밑을 지나서 오른편으로 작은 마을 크기만한 큰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았어. 그 큰 얼음덩어리가 어떻게 밑으로 떨어져 내릴 것인지를 머릿속에 그려 보는 순간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어 인간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어. 대학 졸업 무렵, 공부를 그만두려고 결심하면서도 계속 대학에서 열심히 수학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 지금과 비슷한 경험을 했지. 수많은 수학 공식들이 무질서하게 무서운 속도로 내 머릿속을 지나갔어. 아마 서로 연관은 없는 것 같았는데, 미분방정식, , 집합론, 이런 것들이 동시에 내 머리를 뚫고 지나갔어."

이 밖에 옮기고 싶은 멋진 문구가 많아서 스티커를 많이 붙여 놓았지만 여기서 줄이도록 한다.

등산과 고독을 통해 진정한 내면의 세계와 산과 혼연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그의 검은 고독이 흰 고독으로 바뀌는 순간을 글로서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p154
고독한 새에는 다섯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가장 높은 곳까지 나는 일이요
둘째는 같은 종이라 해도 친구를 삼지 않는 일이요
셋째는 부리를 하늘로 쳐드는 일이요
넷째는 한 가지 빛갈을 하고 있지 않는 일이요
다섯째는 낮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 후아나 델 라 쿠르스 수녀
z*****i 2008.1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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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벗하는 등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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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김영도 옮김/ 이레   개인적으로 획기적(?)인 장르의 책을 읽었다. 근래 등산과 트레킹에 관심 가지던 차에 집었던 도서….수확이 있다. 우선 <메스너>라는 걸출한 등반가를 알게 되었고,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의 관계를 몰라 무식이 팽배했던 날 부끄럽게 돌아보게 한 책이다.   등산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혼을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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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김영도 옮김/ 이레

 

개인적으로 획기적(?)인 장르의 책을 읽었다.

근래 등산과 트레킹에 관심 가지던 차에 집었던 도서….수확이 있다.

우선메스너라는 걸출한 등반가를 알게 되었고, <히말라야에베레스트의 관계를 몰라 무식이 팽배했던 날 부끄럽게 돌아보게 한 책이다.

 

등산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혼을 할 수 밖에 없고, 형제끼리 정상을 정복한 첫 쾌거를 이루나 하산 길에 동생을 잃게 되는 비운과 오해 속에서도 지독한 절대고독을 역설적으로 향유하며 등반 길에 재차 오른다. 등반사에 기념비적인 두 가지-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그리고 낭가파르바트를 단독으로 등반한 기록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재작년 시월 중순으로 세월을 돌렸다.

불과 얼마 되지 않는 나의 등반이지만 가장 긴 시간에 걸쳐 고생스러웠던 설악산 등반이었다.

일행 다섯명이 새벽6시경 신흥사를 통과하여 양폭과 희운각대피소를 지나 중청, 대청봉에 오른 다음 일행은 오색으로 내려가고 혼자 다시 중청, 소청을 거쳐 봉정암에 들려 기도하고 재차 소청을 지나 희운각, 양폭을 통과한 다음 소공원으로 원점회귀한 산행이었다.

대청봉에서부터 밤 9시가 지나 소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첫 설악산 등반이면서 혼자의 시간이었다.

양폭을 지나면서 어둠은 뚫고 걷는 길이 처음엔 무서움까지 있었다. 어떤 방법도 없이 체념하고 길가는 대로 걸어야 한다는 자포자기가 무념무상이자 포장하자면 고독이 되었을까.

나중엔 편해지는 마음에 이것저것 생각을 부르게 되고 시원한 밤공기와 물 흐르는 소리는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는 고즈녁한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이탈리아 남티롤 출신 라인홀트 메스너.

그는 이름하여 절대고독이라 명명하였다.

설산 위 눈과 얼음 투성이 공간에서 비박을 위한 텐트 속에서 환상을 보며 그 환상과 대화를 한다. 절대고독은 절대환상을 낳는다는 것인가. 그의 독백을 들어보자.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물론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준다. 고독이 더 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독 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이제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그저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눈앞에 상상 속 파트너의 모습이 계속 나타난다.”

 

526일과 62일인 일요일, 각각 지리산 둘레길을 향했다. 첫 둘레길.

새벽 5시경 일어나 대강 씻고 사상터미널로 가서 함양행을, 다음 주일에는 산청행 시외버스를 타고 현지에 도착,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트레킹에 올랐다.

혼자 출발해서 혼자 귀가하는 길까지 호젓한 여정은 나를 돌이켜보는 시간이었다.

나를 다독여야 했고 나를 지켜볼 수 있었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하여,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계속 일인위주로 다닐 것이며, 나아가서는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기까지에도 대중교통 이용하며 혼자 바쁘게, 때로는 여유를 가지며 다닐 계획을 한다.

고독과 어울려 산을 걷는 마음을 내내 보고 싶음이고 올곧은 마음을 다듬고 싶음이리라.

 

메스너의 다른 도서죽음의 지대도 이미 준비하였고, <그래도, 후회는 없다/에베레스트에서 사라진 맬러리를 찾아서라는 책도 구입하였다.

틈을 보아 읽고 독후감을 적으리라.

 

a***6 2012.06.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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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진정으로 느낄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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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암벽을 오른다. 숨이 가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온몸이 마비된 듯하다. 싸늘한 텐트 안인데도 몸에서 땀이 난다. 머리 위로 보이는 엷은 텐트 천에 서리가 엉겨있다. 혼자 소리를 질러 보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공포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무서움에 계속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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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암벽을 오른다.

숨이 가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온몸이 마비된 듯하다.

싸늘한 텐트 안인데도 몸에서 땀이 난다.

머리 위로 보이는 엷은 텐트 천에 서리가 엉겨있다.

혼자 소리를 질러 보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공포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무서움에 계속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여기 쌓여 있는 눈과 바위와 구름의 감정을 함께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철학이 필요 없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죽음까지도 이해하게 되니까.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물론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 준다. 

고독이 더 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요 속에서 분명히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고독이 정녕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지난날 그렇게도 슬프던 이별이 이제는 눈부신 자유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 고독은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었다.

 

혼자 등반을 다니는 메스너는 고독을 철저히 느끼고 있다.  고독이라는 공포의 극한까지 몰고 가는 그는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서 일까?  산이 좋아 산을 가는 그도 산 속 고독에선 무서움에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즐기기 위해 가는 산이 고독이라는 무서움에 맞딱드린다는 것이 모순처럼 보인다.  그 모순이 오히려 그에게는 즐거움으로 승화하는 것 같다.  고독은 그에게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해방의 창이요 그의 근원적인 힘이었다고 고백한다.

 

소위 산 친구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질투와 악의로 대하더라도, 여러 가지 의혹이 번지고 있더라도, 심지어 에베레스트의 성과마저 의심을 받을지라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로지 내게는 산을 오르는 일이 즐거울 뿐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래도 좋았다.  며칠 뒤면 나는 벌써 산을 오르고 있을 테니까.

주위의 반대(질투, 악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즐거움도 산 속에선 철저히 고독이라는 또 다른 극한의 친구와 대면한다.

 

살아가기 위해 정든 곳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찾는 일은 나라고 해도 쉽지 않다.  설사 낭가파르바트[1]에서 끝장이 나더라고 도전해 볼 생각이다.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은 어쩌면 궁극적인 고독의 끝까지 가서 그 고독을 넘어 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낭가파르트 남벽의 높이는 무려 5,000미터.  아마도 이 지상에서 가장 거대한 절벽이리라.  이 벽에서 40일의 시간을 보냈다.

그의 끝없는 도전 정신은 자기 자신, 고독과의 싸움이다.  나 역시 혼자서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

 

걷는 기술은 옳은 길을 가는 데 있다.

그 길에는 친구가 있고 그 길에서 너는 강해진다.

할 수 있다면 마음이 가는 쪽으로 가라.

자기 길을 찾아갈 때 힘이 되고 방향이 되며 목표가 된다.

아무것도 그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한다.      쿠에타 벨루체의 모하메드 타히르 -

 

산이 아름다워서 올라가는 거예요 

아름답기 때문에 그저 오르고 싶은 산이 있는 법이야.

비행기에 탄 채 내려다보면 안 되나요 

안 되지.  그렇게 해서는 산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느낄 수 없어.

 

나는 상체를 빙벽에 기댔다.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것처럼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왔다.

아이스 피켈을 쉴 새 없이 사용했기 때문에 두 팔이 납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쉬어도 괴로움은 또 다른 괴로움으로 바뀔 분이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고통스럽기만 했다.

바람에 눈이 날려 순식간에 나는 얼음 옷을 입은 꼴이 되었다.

골짜기 바닥이 숨이 막힐 정도로 까마득하게 보였다.

그래서 눈앞에 닥칠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체로 뛰어난 등산가가 그러하지만 매스너에게는 구도자 같은 면이 있다.

그는 끝없는 정진, 가혹한 자기단련으로 세계 최고의 등반가, 유럽 알피니즘의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기존 알피니즘의 통념을 개고 등산에 새로운 척도를 제시했다.  메스너는 등산에 대한 생각 자체부터 특이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답습되어 온 등산 형식에 대해서 비판적이었으며 많은 인원과 장비와 자금이 투입되는 원정활동을 반대했다.  이러한 자기만의 등산관을 입증이나 하듯 메스너는 1975년 페터 하벨러와 함께 8,000미터 급 봉을 둘이서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단순한 한 유명 산악인의 등반기가 아닌 평생에 걸쳐 싸워 온 한 인간의 집념과 성공을 다룬 휴먼스토리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것임을 기대한다고

번역자는 말한다.



[1] Nanga Parbat
Diamir라고도 함.   
서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가운데 하나(8,126m).  1953년 오스트리아 등반가 헤르만 불이 정상정복에 성공할 때까지 적어도 30명이 넘는 등반가들이 견디기 힘든 날씨와 잦은 눈사태 때문에 산을 오르다 죽었다.  카슈미르어 이름인 낭가파르바트는 '벌거숭이 산'이란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 나그나파르바타에서 온 것이다.  잠무카슈미르 지방에서는 이 산을 산들의 왕을 뜻하는 디아미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b******6 2008.06.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