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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나카무라 코우 작중에선 두 가지 이력서가 등장한다. ‘이력서’와 ‘이력서’. 번역판에서는 단순히 글꼴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원문에서는 아마 각각 한자와 가타가나로 표기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력서’는 우리가 아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인적사항, 경력을 기입하는 평범한 이력서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 한 방울 머금고 있지 않는’ A4 국배판 사이즈 서류다. ‘이력서’에는 학력, 경력, 자격증, 시험 점수 따위의 객관적 정보가 워드프로세서로 기입된다. ‘이력서’의 당신은 오로지 노동에 관한 존재만으로 건조압축된다. 반면 ‘이력서’에는 인생의 순간들의 이력을 적는다. 냉장고에 붙이는 메모마냥 어떠한 형식도 없다. 즐거웠던 경험들, 시시콜콜한 일상사들. ‘이력서’에는 일기나 낙서에나 끼적일 만한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손글씨로 적는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하지만 분명하게 당신이라고 하는 사람을 구성하는 작은 조각들. 그런 반짝거리는 부스러기들이 ‘이력서’에 적힌다. 나는 이 책을 대학생에게 권하고 싶다. 대학생의 삶은 취업에 매일수록 상품화된다. 원하는 직장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달성하고, 자신을 포장한다. 그 과정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라는 마법의 문장의 이름하에 삶에서 구조조정된다. 결국 남는 것은 노동으로서의 삶뿐이다. 단순히 살아가는 것조차도 버거울 만큼 세상이 팍팍해져도, 노동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모아 살아갈 이유를 얻으며, 절망을 이겨낸다. 비록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취업에는 쓸모없을지라도, 인생을 구성하며 우리가 숨을 쉬는 이유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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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은 흥미롭고 재미난 일들이 연속으로 이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90%의 평범한 일상과 10%의 격정으로 이루어지고, 그 중 절반은 슬픔과 고뇌의 격정이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기쁨과 즐거움의 격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주인공이 아르바이트 하는 주유소에 앞집에 사는 재수생 소녀가 연애편지를 건네주는 것이 전부이죠. 그런 아무런 갈등이나 액션 없이 몇달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럼에도 지루하진 않습니다. 각각의 사람에게 유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그가 겪는 10%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90%의 평범한 일상들을 쌓아 올려서 만드는 것이니까요. 주인공은 그런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력서를 한줄 한줄 채워나갑니다. 이 이력서는 누구에게 제출할 것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이력서입니다. 처음 낯선 집에 들어와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고, 직장 동료를 만나고, 여자친구를 만납니다. 그런 뻔한 이야기임에도 이 책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것은, 소설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일상을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90%의 평범한 일상들이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고,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모두 즐거울 수 있겠지요. 색다른 느낌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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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들은 그저 지나가기만 하는것이아니라 그 하루만큼 나의 이력을 만들어준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다 읽고나서 벌써? 뭐야? 이런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편안하게 금새 읽혀지는 잔잔한 느낌의 책이다. 풋풋한 청량감이 있다고나 할까? 자극적인 일들이 가득한 가운데 읽어서 그런가 밤하늘의 별을 보는듯 착한마음을 가지게한다..
나도 새벽에 체조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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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에 이어 두번째 만나는 나카무라 코우의 작품.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사실 '여름휴가'도 그렇게 만족을 주진 못했던 작품이었다. 이 책은 그것보다 한층 더 심한 것 같고... 짧은 시간안에 읽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심플하다... 내용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앞뒤를 다 자른 스토리 안에서 지나가는 일상만이 있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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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력서>라는 양식은 전혀 낯설지 않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직을 준비하면서 대략 백여 통에 가까운 이력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본 프로파일은 물론이요, 학력과 경력과 자격 등의 내 자신의 현주소를 최대한 그럴듯하게 수없이 써내려갔던 당시 취업준비자의 마음가짐은 과히 대단한 열정과 비전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었음을 회고한다. 나카무라 코우의 '새로운 시작 3부작'의 첫 번째 시리즈 『이력서』는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력서의 통념과는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한자와 료는 취직을 하기 위한 통과의례절차에 불과한 이력서와는 전혀 다른,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며 기념하는 새로운 이력서를 창조한다. 누나의 친구를 만나는 것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심야에 체조를 하며 우연찮게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료는 자신만의 이력서를 채워가고 있다. 인간은 꽤 오랜 시간을 산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80년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면 긴 시간이기도 하다. 80년이라는 거대한 인생의 항해 앞에 불과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는 초라해 보일 따름이다. 나무가 모여 숲이 이뤄지듯이, 우리의 하루하루 일상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단지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일 분이라도, 그 시간은 매우 소중하며 낭비할 이유가 없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대한 조악한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에 대한 존재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망각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비록 작고, 짧고, 일상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 인생의 편린들로 소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겸허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갈 때에 우리의 삶은 더욱 행복하고 리드미컬해 질 것이다. 작은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 하나도 내가 이룬 <이력>임을 자각하며 나만의 이력서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력서』는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이력이 발생하고 또 하루가 지나게 되면 새로운 이력이 발생하는, 그런 소소한 이력의 편린들이 우리네 인생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잔잔하게 얘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비록 리듬감이 없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진 않지만, 쉽고 편안하고 잔잔한 문체로 인생의 부분적 시간들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반갑진 않지만 나쁘진 않은 소설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