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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시누헤의 대서사극
오래전부터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이 ’시누헤’라는 소설이 지금에야 비로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는 얘길 들었다. 이집트를 무대로 한 장편역사극이라는 토대 위에 전세계적인 공감을 불어일으킬 만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길래 수많은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사뭇 궁금했다. 또한 우리나라에 소개돼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 <람세스>와 시대적으로 겹치는 부분은 없는지도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한 사람의 일생에서 벌어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누헤라는 인물이 배움의 과정에서 겪은 일들, 젊은 시절의 운명적인 만남과 방황, 기나긴 여정과 해후, 일생일대의 위기와 쓸쓸한 황혼으로 점철되는 시누헤의 삶에 비춰 작게는 시누헤의 주변인물에서 크게는 이집트와 그 주변국의 모습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장례관습처럼 당대의 풍습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정보도 담겨 있다.
한편소설 속 이야기들은 비록 과거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종교간의 갈등이나 왕권 다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 현대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이 묘사되어 있어 전혀 낯선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누해헤의 모습을 볼 때면 연민과 함께 이상주의자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다.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이야기의 화자인 시누헤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모르는 것은 물어 알고자 했던 지식에 굶주려 있던 인물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사의 길을 걷던 중 후에 파라오가 되는 두 사람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여자에 홀려 잠시 방황을 하지만 의사이자 지식탐험가로서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많은 것을 배우면서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 사랑과 이별을 하면서 또한 숱한 위기를 넘기면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지만 그의 나라는 어지럽기만 하다. 새로운 신과 기존의 신과의 대립, 전쟁에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상황 등 수많은 시련들이 그를 시험하고, 위기 속으로 내몰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지만 그럴수록 그의 마음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마음만 커져갈 뿐이다.
엄연히 노예제도가 있고 자기가 믿는 신에 따라 사회정의가 달라지는 그 시대에서 어쩌면 그의 생각은 한낮의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실천했던 그의 모습을 보면 단순히 그를 이상주의자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행동이 그저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한편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개성있는 몇몇 인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똑똑한 ’방자’같은 카프타나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네페르네페르네페르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소설에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람세스’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접해보는 이집트 역사소설 ’시누헤’. 역사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더불어 올바른 세계관을 갖게 하는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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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신화에 약하다. 우리 신화야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것으로 어떻게 끼워 맞출 수 있다지만 다른 나라 신화는 그야말로 손수 찾아 읽어야 하는데 그럴 열정과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신화의 숨겨진 뜻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외국의 역사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조금이나마 눈을 떴다.
내게 이집트라는 나라는 신비로운 나라이며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라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피라미드의 높이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훨씬 이전에 도구라는 것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그런 높이의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항상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에 대한 내 상식은 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나마도 아이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오죽하면 예전에 한창 베스트셀러였던 <람세스>조차 읽다가 어찌어찌 해서 그만두었을까.
이번에는 그 뒤를 이어 시누헤라는 인물이야기란다. 시누헤... 글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이다. 람세스는 파라오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었는데 시누헤는 일반인으로서 파라오와 그 주변인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편집자가 분명히 역사적 사실 위에 가공의 인물을 그려냈다고 했는데도 많이 듣던 이름들이 나와서 읽는 동안 이게 역사서인지 소설인지 헷갈렸다. 또한 편집자는 너무 많은 배경 지식이 소설을 읽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은 알지만 너무 먼 시대의 너무 먼 나라 이야기라 간단하게 배경 지식을 소개한다고 하는데 어쩜 딱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바로 내가 이집트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시피 한데 말이다. 그래서 지명도 낯설고 이름도 낯설어서 읽는 속도가 다른 책들에 비해 현저히 느렸던 것만은 사실이다.
신화란 무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속뜻은 정말 이런 이야기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러면서도 이건 소설인데를 생각했고. 아무튼 헷갈려 하며 읽었다. 시누헤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인생이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실감난다. 하지만 정말이지 너무 먼 시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문화가 그려지질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와 관련된 영화라도 잘 봐둘 걸... 신화에 대한 것이라도 잘 읽어둘 걸...
이 책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라면 "유배지에서 쓴 자서전"이라 말하고 싶다. 파라오의 혈통을 타고 났지만 그것을 철처히 숨긴 채(물론 처음에는 자신도 몰랐다.) 평생을 의사로 때로는 첩자로 살았던 삶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죽을 때까지 떠날 수 없는 유배지에서. 뒷부분에서는 삶의 의미를 읊는 철학자의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시누헤의 눈을 따라가며 그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편집자 편지'에서는 아케나톤이 유일신주의자이며 평등주의자이며 혁명가이며 반전주의자라고 한껏 치켜세우고 감탄하고 있지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그는 실망스러웠다. 나약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두 권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만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