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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금요일 밤엔 영화를 한편씩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일주일 빡세게 살다가 주말에 2시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뭔가 switch-off 할 게 필요하다. 일주일 내내 과열되어 돌아가던 머리의 모터도 잠재우고, 일모드에서 휴식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장치. 이럴 땐 책도 좀 버겁다. 내용이 너무 무겁지 않은 영화 한편으로 나름 주말 기분을 낸다. 그렇게 하고 푹 자고 일어나면 토요일 오전은 잠잠한 상태에서 책도 보고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번 주말에 고른 영화는 더 셰프. 브래들리 쿠퍼가 셰프로 주연한 영화이다.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는데, 나름 메시지를 갖고 있어서 난 재미나게 봤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은 십대 때 무작정 파리로 가서 엄청 유명한 셰프 밑에서 셰프가 된다. 여러 명의 셰프 중에서도 단연코 일등의 셰프가 되었고, 너무 일찍 성공한 나머지 술과 마약, 여자로 완전 개망나니가 되어 버렸다.
이 영화는 그런 그(아담)가 영국 런던에서 새로 셰프로 태어나는 과정이다. 미쉐린 별 세 개 짜리 셰프가 되고 싶어하는데, 그 열망이 너무 강하다 보니 자신을 갉아 먹을 정도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가고, 반전의 반전 - 이 거 나름 참신했다. - 을 거쳐 훈훈하게 끝낸다.
먼저 반전에서 약간의 점수를 땄는데, 이는 영화를 나름 오래 보다 보니, 어느덧 반전 정도는 예상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꺾임을 제공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서 별 하나 가산점을 주었다. 둘째는 오픈 엔딩. 아무리 헐리우드 영화이지만 너무 깔끔한 해피엔딩은 좀 허무하다. 이 영화는 거기까진 아니고 훈훈하면서도 엔딩을 오픈해서 기대는 하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여운을 준다. 거기에 또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꼭 네가 원하는 성공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네 인생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뭔가를 이루려고 할 때 혼자 하지말고 팀으로 같이,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 목표 달성과 일 밖에 모르는 아담에게 어느덧 가족과 같은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어서 참 보기 좋았다. 특히 라이벌 셰프면서도 자기보다 뛰어난 아담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에게 자극을 줘서 더 유익하다고 고백하는 리스도 멋졌다.
마지막으로 브래들리 쿠퍼의 열연이 돋보였다. 그를 처음 본 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상대역으로다. 그 때 그를 보고선, 너무 잘 생겨서 큰 배우 되긴 힘들지 않을까(He is too handsome to be a great actor.)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연기력!!! 그는 결국 외모보다는 연기를 택한 것이었다.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 "더 셰프"(원제는 Burnt)에서도 마구 망가진 연기를 한다. 심지어는 게이 매니저의 입으로 "You aren't as pretty as you were."이라는 말도 듣는다. 앞으로 이 사람 나오는 영화는 눈여겨 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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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셰프는 아담 존스가 프랑스에서 셰프를 그만두게 된 사건을 동력삼아 서사를 밀고 나가지만, 그 사건이 정확히 무엇인지 끝내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해 아담 존스의 모난 성격과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확실히 드러낸다. 더 셰프가 품은 교훈은 더욱 뚜렷해진다. 대부분의 요리 영화를 표방한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더 셰프 역시 셰프로서의 자질은 음식을 만드는 실력만큼이나 주방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강조한다. 명확한 메시지를 퍼트리는 와중에도 더 셰프가 관객의 흥미를 붙들기 위해 배치한 요소들은 빼곡하다. 셰프가 주인공인 영화에 자연히 기대할 만한 음식의 모습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주 등장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저렴한 먹거리부터 런던의 가장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까지, 보는 이의 구미를 대번에 자극한다. 수많은 TV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던 감독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구성진 대사들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일관적인 서사를 잠시 환기하는 반전도 적절히 배치됐다. 그러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연기한 앤 마리와 아담 존스 사이의 맥 빠지는 로맨스가 러닝타임 내내 다양하게 벌여놓은 설정을 성급히 봉합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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