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췌독
19
우리에게 과거란 알 수 없는 것이요 몽상이란 무력한 것인 만큼, 우리의 목표는 이렇다. 정신을 몽상의 갖가지 행복한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고, 최초의 확실성이 제공하는 나르시시즘에서 해방시키고, 정신에게 소유가 아닌 다른 보증들을, 열과 열광이 아닌 다른 확신의 힘들을 제공하는 것, 요컨대 결코 불꽃이 아닌 다른 증거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21
검증되지 않은 그 확신들은 정신이 논증의 노력을 통해 집적해야 하는 정당한 명료성들을 어지럽히는 기생하는 빛들과 같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기 자신의 내부에 있는 그런 검증되지 않은 확신들을 파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친숙한 경험들과의 접촉에서 형성되는 정신적 습관의 경직성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각자 자기 자신이 가진 이런저런 공포증이나 애호증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 최초의 직관들에 대한 자기도취를 파괴해야 한다.
객관적 인식에 있어서는 이러한 자기비판적 아이러니 없이는 어떤 진보도 이루어질 수 없다.
26
모든 현상 중에서, 불이야말로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 부여를 분명하게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현상이다. 불은 '낙원'에서 빛난다. 불은 '지옥'에서도 타오른다. 불은 온화함이기도 하고 고문이기도 하다. 불은 부엌이기도 하고 세상의 종말이기도 하다. 불은 불가에 얌전히 앉아있큰 어린아이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너무 불 가까이에서 놀려고 들면 그 어떤 불복종도 처벌한다. 불은 안락이자 존중이다. 불은 수호신이자 무서운 공포의 신이요, 선한 신이자 악한 신이다. 불은 스스로에게 모순될 수 있다.
37
들판의 화재는 언제나 목동이 앓는 병이다.불길한 불꽃을 짊어진 사람들처럼 불행한 사람들은 세대에서 세대로 고립된 자들의 꿈을 전엽시킨다.
42
매우 특수하면서도 또한 매우 일반적인 이 몽상은 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결합하는,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이 결합하는 하나의 진정한 콤플렉스를 결정짓는다. 서둘러 말하자면 이를 우리는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의 전개를 조르주 상드의 기이한 작품에서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오로르 상드에 의해 망각에서 구제된 젊은 날의 작품이다.
43
"이 불타는 자작나무에 감탄하기 위해서는 개미의 눈을 가져야 한다! 저 희끄무레한 작은 자벌레나방 무리는 그 어떤 맹목적인 기쁨과 강렬한 자력에 끌려 저렇게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이 불이 장엄한 위용을 뽐내는 화산이다! 거대한 화재의 광경이다. 숲 전체가 불타는 광경이 나를 그렇게 흥분시키게 되듯이, 자작나무 불의 눈부신 빛이 그들을 도취시키고 그들을 흥분시키는 것이다." 사랑과 죽음과 불이 동일한 한순간에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 불꽃의 심장 속에 뛰어들어 자신을 희생시키는 하루살이는 우리에게 영원에 대한 한 가지 교훈을 제공한다. 흔적이 없는 완전한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온전히 저 피안의 세계로 떠나는 보증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불의 교훈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재주나 사랑으로, 혹은 폭력으로 모든 것을 얻은 뒤에는, 그 모든 것을 양도해야 하고, 너 자신을 무無로 돌려야 한다."
'불멍'이라는 게 한참 유행할 때 우연히 검색하다가 알게 된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이 궁금해서 구매해 봤습니다. 생각보다 얇은 책이었지만 내용 만큼은 알차게 잘 담겨 있었어요. 읽으면서 발췌를 많이 했는데 리뷰에 전부 적기에는 책 전부를 옮겨야 할 것 같아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만 따로 뽑고 뽑고 또 뽑았습니다.
아직 한 번밖에 안 읽어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얻은 게 크지도 않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