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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경제학에서는 “모든 경제 분석에서 경제주체의 행동에 대한 똑 같은 기본 가정들이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두 개의 기본 가정은 합리성과 이기성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고자 하며, 아주 영리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p. 19]”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세계에서는 이러한 경제학의 가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 예컨대, “합리적 입찰이론에 따른다면 경매 참여자의 수가 많을 때일수록 입찰가를 낮춰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론과 달리) 입찰가를 높인다. [p. 18]” 그 결과, 소위 ‘승자의 저주’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이상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혹시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할 때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묘사할 때 모두 동일한 모형을 사용[p. 22]”하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이 무엇에 의해 행동하는가에 대한 통찰, 즉 심리학적 요소를 경제학에 도입해서 각각의 경우에 다른 모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13개의 이상현상(Anomalies)
리처드 H. 탈러(Richard H. Thaler, 1945~ )는 1987년부터 1990년까지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에 13회에 걸쳐 ‘이상현상(Anomalies)’이라는 특집을 연재한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을 엮고 다듬은 것이 바로 이 책,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다.
그렇다면 그가 이상현상이라고 본 13개의 주제는 무엇일까 2장 ‘협조’에서는 무임승차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협조적 행동이 나타나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선의를 악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상대방에게 협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p. 41]”
3장 ‘최후통첩 게임’에서는 “사람들에게 불공정한 배분자로 여겨지는 것을 싫어하는 심리가 있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수령자가 자신에게 0보다 큰 금액이 제안되었더라도 그것이 불공정하다면 그 제안을 거부하는 것처럼[p. 71]”, 대부분의 사람이 지나치게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즉, 경제학자들의 예측과 달리 현실의 경제주체들은 이익뿐 아니라 공정성이나 정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 그들은 지나치게 불공정한 배분에 대해서는 “고작 그것만 줄 바에는, 그냥 그것 갖고 뒈져버려라! (Take your offer of epsilon and shot it!)[p. 76]”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4장 ‘산업 간 임금격차’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동일한 노동을 하더라도 산업 내의 ‘내부적인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 차별화된 임금이 지급될 수 밖에 없음을 말한다.
5장 ‘승자의 저주’는 경매시장에서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여 오히려 승자가 손해 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6장 ‘초기부존 효과, 손실회피, 그리고 현상유지 바이어스’에서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화를 남에게 팔고자 할 때 자신이 그 재화를 갖기 위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을 넘는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p. 133]”, “이득을 볼 기회를 잃어버림으로써 느껴지는 상실감이 같은 크기의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덜 고통스럽다는 것[p. 152]”을 이야기 하고 있다.
7장 ‘선호역전’에서는 사람들이 고정된 선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즉, “(첫째,) 사람들은 미래에 일어날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해, 이미 결정되어 있고 변하지 않는 선호 집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호는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혹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둘째, 선택이나 판단을 내리게 된 절차나 당시의 맥락이 선호에 영향을 준다. [p. 179]”
8장 ‘시점 간 선택’에서는 “현재는 미래보다 선호되며, 현재가 미래에 비해 얼마나 선호되는지를 나타내주는 할인율의 크기가 고정되어 있다[p. 184]”는 경제학의 전제가 “다른 모델보다 50달러 싸지만 1년에 전기료가 50달러 이상 더 나오는 냉장고를 사는 소비자의 행동[p. 205]”에 의해 부정되는 것처럼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보여준다.
9장 ‘저축, 대체가능성, 그리고 심적회계’에서는 사람들이 생애주기 이론과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소비는 현재소득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 생애를 통해 보면, 젊은 층과 노인층은 생애주기 이론에서의 예측에 비해 너무 적게 소비하며, 반면 중년층은 너무 많이 소비한다. 둘째, 여러 형태의 부(富)들은 이론과 달리 서로 밀접한 대체재로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가계는 다른 자산에 비해 연금자산이나 주택자산(주택 구입가격에서 은행에서 집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뺀 집의 가치)에 대해서 매우 낮은 한계소비 성향을 보인다. [p. 212]”
10장 ‘경마투표시장’에서는 경마시장과 로또복권의 비효율성과 한탕주의 심리의 결합에 의해 이론과 다른 형태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경마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어떤 말에 돈을 걸더라도 건 돈에 대한 기대수익의 크기는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경매내기에서 우승 확률이 높은 말에 돈을 걸면 다른 말에 비해 높은 기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로또복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로또복권의 경우 모든 번호가 뽑힐 확률은 다 똑같은데도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번호의 조합들이 있는데, 이러한 번호 조합을 이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확실히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 [p. 234]”
11장 ‘주식시장에서의 캘린더 효과’에서는 1월의 수익률이 다른 달의 수익률에 비해 높은 ‘1월 효과’, 월요일의 수익률이 다른 요일에 낮은 ‘주말 효과, 공휴일 전날 주가가 상승하는 ‘공휴일 효과’, 매달 초반 4일의 수익률이 높은 ‘달 바뀜 효과’ 등 주식가격의 변동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패턴들을 얘기하고 있다.
12장 ‘월스트리트에서 평균을 향해 걷기’에서는 주가가 많이 빠지면 오르고, 많이 오른 주가는 빠짐으로써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존재함을 언급하고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1976)이 이런 현상을 역이용, 주식가격이 근본가치에 비해 낮아 보이는 주식을 구입하는, 가치투자를 주장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13장 ‘폐쇄형 뮤추얼펀드’에서는 “폐쇄형 펀드는 대개 순자산가치에 비해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p. 314]”되지만, “폐쇄형 펀드가 합병이나 청산, 혹은 개방형 펀드로의 전환을 통해 청산될 때, 가격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수렴[p. 315]”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만 볼 때 차익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차익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논의한다.
14장 ‘외환’에서는 외환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면, “특정 국가의 화폐를 가지고 그 나라에 투자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익은 그 나라의 금융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자수입과 그 나라 화폐의 가치절상으로부터 얻게 되는 환차익의 합이 된다. 이때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면, A국 화폐로부터 얻게 되는 수익률과 B국 화폐로부터 얻게 되는 수익률의 크기가 동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A국에서 더 높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이렇게 얻은 초과수익이 0이 될 수 있을 정도로 A국 화폐의 가치가 하락되어야 한다. [p. 336]”
하지만 이런 저런 이론과는 달리 실제로는 환전시기에 따라 손익이 달라진다.
이렇게 각 장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경제학의 전제조건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의 경제주체는 비합리적으로도 행동하여 경제학적으로 이상현상이 관측된다는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즉, 일종의 사례집이기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다만, 학술논문으로 실렸던 글을 엮었기에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책이라는 점과 명쾌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글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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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경제학은 재미없지만 경제심리학 또는 인센티브와 관련해서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국내에는 노벨경제학 수상자로 이미 유명하지만 넛지라는 도서로 잘 알려진 저자이다. 본인 말로는 자신은 게을러서 책 출간하기가 워낙 어렵다고 하니 아마도 넛지와 승자의 저주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출간은 없을 것 같다. 아주 사소한 현상도 지나치지 않고 모두가 수긍한 전통적인 이론에 의구심을 품으며 새로운 사회현상을 발견하는 면목이 매우 뛰어난 듯 하다. 경제심리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주제들이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