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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정상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밀회의 집](1965)과 부상당한 정신착란의 병사 이야기를 그린 [미궁 속에서](1959)라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밀회의 집]은 국제도시 홍콩에 위치한 고급요정인 빌라 블뢰(푸른 별장)을 중심으로 사디슴적인 변태성욕, 성적인 강박관념, 범죄에 대한 열정, 마약에 대한 기호, 살인사건 등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다. 마카오에서 양귀비밭을 운영하면서 미약을 제조하는 미국인 랠프 존슨은 애바 부인이 운영하는 고급 요정에서 일하는 창부 로렌에게 매혹된다. 로렌의 몸값을 지불하기 위해 마느레의 집을 찾았는데 그만 마느레를 살해하고 만다. [미궁 속에서](1959)는 부상당해 죽어가는 한 병사가 양철로 된 비스킷 상자를 어떤 남자에게 전해주기 위한 지난한 여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가 도착한 마을은 눈에 덮여 있다. 펄펄 내리는 눈은 "윤기와 생동감이 없는 한결같은 흰색"으로 마을을 평범하고 균질한 세계로 탈바꿈한다. 병사는 갈색 종이로 포장된 꾸러미를 들고 있고 그 안에는 편지봉투, 단도, 시계와 반지 등이 들어 있다. 편지는 약혼자에게 보내는 의례적인 편지로 수신인은 앙리 마르탱이라는 병사이고 보내는 이는 젊은 여자다. 병사는 상자를 되돌려 줄 수취인을 발견하지 못한 채 미로 같은 마을을 탈출하지 못하고 죽어간다. 수취인을 찾는 병사는 마치 성배를 찾는 기사의 모험과 방랑을 연상하게끔 한다. 그러나 병사는 전쟁영웅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닌 병사는 카뮈의 시시포스와 다를 바 없는 인물로 의미가 결핍된 세계 앞에서 그저 불안, 절망, 비극적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병사가 들어간 카페의 벽에는 카바레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 판화 그림이 걸려 있고, 판화 아래의 흰 여백에 '라이헨펠스의 패전'이라는 제목이 영어로 씌어 있다. 그런 제목에서 군사적이거나 정치적인 성질의 것을 연상하기는 어렵다. 역사적 맥락의 의미가 특별히 가미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뚱뚱한 대머리의 카바레 주인, 계산대 앞 한창 토론 중인 소수의 부르주아들, 술을 마시는 다수의 노동자, 구두닦이 아이 그리고 세 명의 군인이 그려져 있다. 날씬한 몸매와 우아하게 보이는 얼굴의 여급도 보인다. 그림에 나오는 유일한 여성이다. 카바레 그림은 "어떤 우화적 가치도 주장하지 않는 물리적 현실"이라는 소설 스토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현실이 그림이고, 그림이 현실이다. 그림 속의 인물들이 현실로 걸어나온 듯, 카페 주인과 죽어가는 병사를 간호하는 여자, 그리고 그녀의 열살배기 아들도 데자뷰처럼 등장한다. 그림 속의 이 사람이 현실의 저 사람인 것 같고, 현실의 이 사람이 그림 속의 저 인물과 닮아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소설에서 현실과 상상, 그림과 이야기를 구분하는 짓은 허튼 짓이다. 실제 세계와 상상세계가 뒤섞이는 서사과정의 순환성 혹은 '되풀이'는 서사의 비시간성, 미완성, 불확실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