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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던 작품이다. 그래서 당연히 읽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니 줄거리만 알고 있을 뿐 원작을 읽지는 못했다. 저명한 법학박사이자 의학박사인 지킬박사가 약품을 이용하여 하이드로 변신하지만 결국은 실패하는 비극이라는 상식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학창 시절에 유명한 이 작품을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의 다른 작품 <보물섬>은 10여 번이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이 책은 읽지 못했다. 새삼스럽게 읽기가 쑥스러웠기 때문일까? 어떤 인연으로 이 책을 구하게 되었지만, 서너 달 동안 역시 펼치지 않아았다. 어린이용 책이 아닌가라는 선입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이 책을 펼쳤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내가 느낀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재미있었다. 내용이 그리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흥미진진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줄거리의 윤곽에 불과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대하는 듯 책에 심취할 수 있었다.
둘째,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피상적인 수준이었다. 나는 줄거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단편적인 지식이었을 뿐이다. 유비, 조조, 손권 등 몇몇 인물에 대한 상식만 지니고 있으면서 삼국지를 이해하는 듯 착각한 것이라고 할까? 이 책에 대한 나의 상식은 주요 등장인물인 어터슨이나 지킬박사의 집사인 풀의 존재도 모를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었다.
셋째, 이 책은 결코 아동용 도서가 아니었다. 인간의 본성 속에 섞여 있는 선과 악을 분리해서 살고 싶은 것이 어찌 지킬박사만의 꿈이겠는가? 지킬박사 만든 또 하나의 자기인 '하이드'가 내가 만들고 싶은 인물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어 등골이 송연하기도 했다. 낮에는 점잖은 신사, 밤에는 타락한 부랑아의 모습은 누구나 억제해야 할 본성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을 파헤치고 보여주는 책이 어찌 아동용이겠는가?
이 책을 좀 더 일찍 젊은 시절에 읽었다면 나의 정신적인 폭이 얼마나 넓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그의 다른 명작인 <보물섬>보다 더 높은 차원의 책이라고 본다. 지킬박사는 세상의 온갖 부귀를 누리다가 결국은 구원까지 받는 <구운몽>이나 <파우스트>의 주인공보다 더 의미있는 캐릭터라고 본다. 끝으로 이 책을 읽은 학생들이 의외로 많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통계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140명(중학교 1학년, 2011. 6. 29일)을 대상으로 이 책을 읽은 학생을 조사를 해보았다. 어떤 형태로든 이 책을 읽었다는 학생은 22명에 불과했다. 전국의 학생들도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소한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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