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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J.R.R.톨킨, 1949)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J.R.R.톨킨, 1949)" 내용보기
1. 왕국의 문 앞에서꿈은 꿈을 꾸는 자의 것이다. 노래는 노래를 부르는 자의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의 것이다. 톨킨하면 떠오르는, 거대하고 웅장한 대서사시, 세계의 운명을 둘러싼 대전쟁, 고대와 중세의 영어와-정확하게는 켈트어의 방계인 게일어-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의 전설을 토대로 기독교 정신을 입힌 고차원적인 노래, 그리고 반지, 이 모든 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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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국의 문 앞에서

꿈은 꿈을 꾸는 자의 것이다. 노래는 노래를 부르는 자의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의 것이다. 톨킨하면 떠오르는, 거대하고 웅장한 대서사시, 세계의 운명을 둘러싼 대전쟁, 고대와 중세의 영어와-정확하게는 켈트어의 방계인 게일어-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의 전설을 토대로 기독교 정신을 입힌 고차원적인 노래, 그리고 반지, 이 모든 인상은 분명 톨킨의 것이 분명하지만, 네 편의 소소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Tales from the Perilous Realm, 1949)'는 톨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자못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단편집에 수록된 '니글의 이파리(Leaf by Niggle)'에서의 묘사를 모방하자면, 나무에 돋아난 자그마한 이파리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그 위에 맺힌 이슬의 빛을 가늠하며 바람이 불어오면 부드럽게 떨리는 그 리듬을 읽어내는 것처럼,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그렇게 소박하고 담담하게 환상세계의 극히 미세한 부분을 보여준다.

그것조차 거대한 '중간계'의 일부로 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게 보지 않아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꿈은 그것을 보는 자의 것이고, 그 꿈을 훔쳐본 순간, 훔쳐본 자 역시 꿈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형을 상실하고 변형되고 왜곡되기 때문에 더 이상 두 꿈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없을 뿐이다. 환상문학이 서 있는 지점은 아마 그쯤 어딘가일 것이다.


2. 모험 속으로

네 편의 이야기가 있다. '햄의 농부 가일스(Farmer Giles of Ham)'은 가장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며 풍자적인 소설이다. 수록된 다른 어느 이야기들보다 재미있고 톨킨하면 떠오르는 선입견-딱딱하고 건조하며 지루한 언어의 향연-을 쉽게 무너뜨린다.

욕심많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작은 왕국(the Little Kingdom)'을 세우기까지, 평범하지만 약삭빠른 구석이 있는 농부 가일스가 벌이는 모험이 제법 신나게 펼쳐진다. 마치 그래픽노블로 나온 '톨킨의 호빗(the Hobbit, 그림 : 데이빗 웬첼 / 출판 : 아트나인)'을 보듯이 장면 하나하나가 그에 맞는 만화장면을 떠올리도록 한다. 맛깔나는 대사도 유쾌한 분위기에 한몫한다. 특히 개와 거인의 대사를 주목할 것! 하지만 가일스를 태운 채 항상 위기를 직감하지만 말없이 능청떠는 지혜로운 암말이 더 눈에 띈다.

만약 '반지의 제왕'에 대해, 혹은 톨킨에 대해 영화만 본 사람보다 조금 더 깊이 알고 있다면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톰 봄바딜. 두번째 단편은 톰에 대한 시, '톰 봄바딜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Bombadil)'이다.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모두 보았다면, 세번째 이야기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 끝자락에서 빌보와 프로도가 각각 중간계를 떠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발라들의 세계인 서쪽 나라는 더 이상 동료들과도, 중간계와도 어울릴 수 없게 된 모험가들이 받게 된 포상이자 시대와의 불화로 인한 유배지였고, 그곳으로 떠나는 이들도, 남아서 지켜보는 샘도 모두 아쉬움과 쓸쓸한 회한 속에서 이야기를 마감한다.

'톰 봄바딜의 모험'을 일관하는 분위기는 쓸쓸함이다. 아일랜드의 시골 분위기를 상상케 하는 소박한 활기는 저물어가는 제3시대와 요정의 몰락을 암시하는 듯한 애상(哀想)으로 바뀌고, 일관되지 않고 가끔은 모순되며 때론 충돌하기도 하는 세계관은 이 시구 역시 중간계에 전해지는 구비전승이라는 걸 넌지시 암시한다. 시의 서문에 부제를 '프로도의 꿈'이라고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즈굴의 칼에 찔린 이래로 상처 때문에 늘 고통받는 그의 두려움과 절망감이, 반지의 시대 이전의 서사시이자 중간계의 역사기록인 '실마릴리온(the Silmarillion)'을 관통하는 주제, 흥망성쇠와 애상과 겹치면서 시의 분위기를 더욱 붇돋운다.

한편, '니글의 이파리(Leaf by Niggle)'에 대해 혹자는 톨킨 자신의 이야기라고도 하며, 실제로 죽음을 앞둔 말년의 모습을 스스로 예시하고 풍자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세상은 왜 자기에게 그림을 그릴 시간을 주지 않는지, 다른 세계로 가야되는 시간은 왜 자꾸 다가오는지, 난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왜 세상 사람들은 그런 불필요한 일을 할 시간에 다른 사람을 도와주어야만 한다고 강요하는지, 그 수많은 불평과 불만을 두 볼 가득 담아 툴툴거리지만 정작 소심하고 선량한 소시민 니글 씨는 끝까지 이웃에 대한 의무감과 동정심을 발휘한다. 하지만 결국 다른 세계에 억지로 끌려간 니글 씨의 소소한 모험 이야기는 어쨌든 푸근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꿈은 뭐니해도 꿈을 꾸는 자의 것이 아니겠는가...

마지막 단편인 '큰 우튼의 대장장이(The Smith of Wooten Major)'는 중간계와 묘하게 겹치면서도 별개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마에 요정의 별을 단 현명한 대장장이는, 위대한 보석 실마릴-요정들이 사악한 모르고스를 쫓아 중간계로 건너와 이른바 '보석전쟁'을 벌이게 된 원인이기도 한-을 이마에 달고 '최후의 전쟁'에서 흑룡 안칼라곤을 죽인 요정 '뱃사람' 에아렌딜과,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의 선조이자 사우론에 대항해 싸우다 전사한 아르노르의 왕 엘렌딜이 지니고 있던 보석 '엘렌딜의 별'을 연상케 한다.


3. 이야기는 꿈꾸는 자의 것

역자가 이야기했듯이, 톨킨은 스스로 창조해 낸 이야기 속에서 살았다. 그 속에서 살아가기를 꿈꾸지 않았던들, 어떻게 이런 소소한 세계를 마치 그 속에서 살았던 것처럼 쓸 수 있었을까. 더러는 활기 넘치고 기운차게, 더러는 쓸쓸한 애상감에 가득차 지어내는 노래들은, 풍부한 언어는 곧 하나의 세계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작가들이 톨킨의 세계를 모방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흉내내는 것은 그 외양일 뿐 어떤 통찰이나 본질이 결여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언어일 것이다. 하나하나의 리듬과 울림을 온전히 만들어내고 그것을 세계로 바꾼 이는 톨킨 정도가 아니었을까.

때로는 니글이 되어 창조물을 완성할 시간에 쫓겨 조바심내기도 하고, '큰 우튼의 대장장이'에 나오는 욕심많은 요리사처럼 환상을 거부하고 오로지 현실적인 이익과 질투에 가득찬 이들에 대한 모멸감을 드러내는 요정왕 같이 되기도 하며, 단순하지만 재기발랄한 햄의 농부 가일스가 되어 이상한 세계를 모험한다...

환상은 물론 현실에 대한 도피이지만, 동시에 현실에 대한 거리두기이기도 하다. 지금을 꿈이 없는 시대라고들 부른다. 잠시 현실이 무척 팍팍하게 느껴질 때 누군가의 꿈을 훔쳐봄으로써 자신의 꿈을 다시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 읽다가 지루하다고 좀 졸아도 상관없다. 운이 좋으면 톰 봄바딜을 만나 중간계를 여행할지 또 모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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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7일 이글루 블로그 게시글.

 

j****h 2008.04.2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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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의 그 유명한 책인 <반지의 제왕>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읽은 적이 있다는 짧막한 기억만이 있을 뿐, 그 책을 끝까지 읽어내지는 못 했었다.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나왔을 때, 그때 역시도 애써 찾아서 본 적이 없기에, 사실 톨킨을 제대로 만난 추억은 전혀 가지고 있지 못 하다.  그러하기에 그의 이름이 눈에 띄였을 때, 이번만큼은 그를 만나보자는 결연한 의지의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내용보기

  톨킨의 그 유명한 책인 <반지의 제왕>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읽은 적이 있다는 짧막한 기억만이 있을 뿐, 그 책을 끝까지 읽어내지는 못 했었다.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나왔을 때, 그때 역시도 애써 찾아서 본 적이 없기에, 사실 톨킨을 제대로 만난 추억은 전혀 가지고 있지 못 하다.  그러하기에 그의 이름이 눈에 띄였을 때, 이번만큼은 그를 만나보자는 결연한 의지의 눈빛이 번쩍하고 빛났던 것이 사실이고, 그 힘의 이유가 되어주었던 것은 책이 작고 얇다는 것에 있었다.  이정도라면 톨킨을 이번에는 제대로 만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조용히 엄습해오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햄의 농부 가일스], [톰 봄바딜의 모험], [니글의 이파리], [큰 우튼의 대장장이]라는 제목으로 네 편이 실려 있다.  [톰 봄바딜의 모험]은 톰의 모험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니글의 이파리]는 화가 니글이 완성하지 못한 이파리 그림을 환상 속에서 완성해내는 이야기이며, [큰 우튼의 대장장이]는 요정의 별이 숨겨져 있던 케이크 조각을 모르고 삼켰던 대장장이 아들이 집에 돌아와 요정의 별을 발견하게 되고, 그 별은 그 아이의 이마 속에 박힌 채 대장장이 어른으로 자란 그가 요정의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이 네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햄의 농부 가일스]이다.  여기에는 환상문학의 주요 등장인물인 용이 나오고, 기사도 나오는데, 나도 가일스처럼 용을 마음대로 부려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부러움이 물씬 생겨났다.  뜻하지 않게 마을의 영웅이 된 가일스는 그 이유로 용까지 물리쳐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까지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용을 상대로 기사도 아닌 일개 농부일 뿐인 그가 싸워야 한다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자꾸만 일은 농부 가일스를 영웅 아닌 영웅의 상황으로 이끌어간다.  여하튼 그는 거인도 물리치고, 용도 물리치는 영웅이 되니 말이다.  읽는 내내 용과 싸우는[물론 결정적인 것은 무기때문이지만, 실은 태반 말싸움에서 승부를 보고야 마는데] 그에게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무지랭이인 농부 가일스가 애꿎게 왕에게 이용당하거나, 용에게 이용당하고만 마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어찌나 걱정스럽던지 말이다.  하지만 가일스는 절대 무지랭이가 아니었음이, 독자를 끌어 모을 수 밖에 없는 묘미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가 용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가 가일스에게 용을 절대 꿈쩍 못 하게 만드는 엄청나게 무서운 꼬리물어뜯개 칼이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지만, 정말이지 독자의 화를 돋구게 만드는 탐욕스러운 왕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도 있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일스 자신의 재치와 용기였음을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등불이 되어준다. 

 

  이번에는 톨킨의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어낸 후에 덮을 수 있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다시 제대로 도전해 볼 수 있는 힘을 마련한 시간이 되어준 이번의 책읽기는 [햄의 농부 가일스]때문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m******i 2009.02.19. 신고 공감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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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English will set you free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English will set you free" 내용보기
톨킨이 쓴 4개의 짧은 환상소설이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햄의 농부 가일스> 시골의 한 농부가 우연히 거인을 물리치고, 왕으로부터 용을 잡는 전설의 검을 하사받고, 그 검으로 용을 물리치고, 용으로부터 얻은 보물을 빼앗으려는 왕을 용을 이용해 물리치고, 결국 자신의 왕국을 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톰 보바딜의 모험> 호빗 마을의 톰 보발디가 겪은 모험담입니다만,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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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이 쓴 4개의 짧은 환상소설이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햄의 농부 가일스> 시골의 한 농부가 우연히 거인을 물리치고, 왕으로부터 용을 잡는 전설의 검을 하사받고, 그 검으로 용을 물리치고, 용으로부터 얻은 보물을 빼앗으려는 왕을 용을 이용해 물리치고, 결국 자신의 왕국을 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톰 보바딜의 모험> 호빗 마을의 톰 보발디가 겪은 모험담입니다만, 하나의 완결된 모험담이 아니라, 톰이 살면서 만난 사람들 겪은 이야기들을 서사시로 적은 것입니다. 


<니글의 이파리> 모두가 쓸데없는 시간낭비짓거리라고 비웃는 니글의 그림 하나, 그리고 그 그림을 태우고 남은 이파리 하나의 그림. 그 그림으로 니글은 세상에 기억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큰 우튼의 대장장이> 요정의 왕이 왕국으로 부터 도망쳐서, 인간 마을의 빵굽는 장인이 되어 살다가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톨킨인데!! 라는 생각에 고민해봤습니다. 


특히나, 서사시로 된 두번째 이야기는 거의 책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없고 읽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원서로 읽었다면 달랐을까요?


이 소설의 원서를 보지는 못하고, 대신 "반지의 제왕"을 비교해봤습니다. 


번역자의 번역 스타일을 보니, 정말이지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놓는 스타일이더군요. 


기술서라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소설이라면 이래서는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앤 k 롤링 (뭐 원래 애들용 소설이기는 하지만)이나, 조지 RR 마틴 (세븐 킹덤의 기사나 피버드림입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초기 번역판은 아닙니다), 수잔 콜린스의 작품 처럼만 번역되도 훨씬 읽기 좋고 편할 것 같습니다만, 이런 번역 스타일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듭니다. 


영어를 공부하도록 만드려는 출판사의 배려일까요?

l*****6 2014.10.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