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어떤 소설도 이보다 더 소설같지는 않았다. 허나 이 책은 엄밀히 따지면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에세이나 마찬가지다. 주인공도 작가 자신이며, 내용 자체도 작가 자신의 "노노무라" 라는 자취집에서의 경험담을 이야기 한 실화인 것이다. 난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일본소설들이 그렇듯 예쁘장한 겉표지를 보고 당연히 그저 픽션이겠거니 했는데, 프롤로그를 읽으니 뭔가 이상한 것이 아닌가. 나는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작가 소개 먼저 읽는 습관이 있는데, 시작부터 주인공 이름이 '어라? 작가 이름이잖아? 설마...?' 했는데, 설마가 역시나였다. 이 책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다카노 히데유키"는 일본 와세다 대학 학생이자 그 대학 탐험부의 부원이다. 마음 내킬때마다 달랑 배낭 하나 메고 오지로 훌쩍 떠났다가 석달도 좋고 1년도 좋고,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또 훌쩍 그렇게 돌아온다. 그럼 이 책이 오지에서의 여행과 관련된 책인가? 아니다. 『와세다 1.5평 청춘기』 는 작가가 와세다 대학 앞에 있는 자취집 "노노무라" 에서 보낸 11년간의 생활을 담고 있는 책이다. 스물 두살 부터 서른 세 살까지 살았으니, 제목 그대로 '청춘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노노무라'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가 않다. 자취방에서 올드보이 찍는 게 취미이자, 삶의 낙인 다카노는 물론 다카노와 같은 탐험부 후배이자 환각효과를 내는 식물(?)을 찾아다니는 괴짜 이시카와. 10년이 넘도록 고시공부를 하고 있으며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남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오지랖이 태평양이신 겐조씨. 바퀴벌레 소리가 시끄럽다, 잘 때 뒤척이는 소리까지 시끄럽다고 항의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살고 계신 수전노 마쓰무라씨. 노노무라에 뒤늦게 합류한 탐험부 후배들인 나리타와 나카에. 마지막으로 노노무라의 주인이자, 주변에서 가장 싼 방값을 자랑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10년 넘게 방값 올릴 생각을 안하시는 마음씨가 대서양이신 주인아줌마까지. 번거롭게 일일이 다 소개한 까닭은 그냥 넘어가기엔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너무나 개성이 넘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내 여태껏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이렇게 반해보긴 처음이다. 아니, 반한 정도가 아니라 열광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일단 다카노의 생활방식이나, 생각하는 것이 나와 너무나 비슷하다. '어쩜, 혹시 우리 전생에 쌍둥이가 아니었을까?'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내가 다카노처럼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아니니 오해마시길. 11년을 1.5평짜리 방 한 칸에서 백수로 살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낀 적 없는 다카노. 함께 지내던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취직하고 결혼하고 하나 둘 떠나가는 것을 보고도 부러워하거나 조급해하기는 커녕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낀다. 본인이 이토록 당당하고, 행복하니 남들도 손가락질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다카노의 이런 무심한 듯한, 혹은 둔한 듯한 한결같음은 일에 치이고, 사회에 치인 친구나 후배들에게 그들의 잃어버린, 아름답고 찬란했던 '청춘' 그 자체로 인식되며 그를 자주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나 역시 읽으면서 한 순간도 다카노가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심하기는 커녕,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멋진 사람이 있을까' 감탄하기에도 바쁜 시간이었다. 겉보기에는 멋진 구석이 하나도 없는 볼품없는 사람같지만, 겉모습은 껍데기일 뿐, 그의 영혼은 내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멋지고 아름다워 보인다. 이것은 사람의 외면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내면의 아름다움을 옳게 볼 줄 아는 그에게 배운 것이다. 책을 다 읽을 무렵엔 거의 이 사람을 사랑할 뻔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마지막에 운명의 반쪽을 만나 행복해하는 다카노를 보며 나는 아쉽지만 기꺼이 축복하며 그를 보내주었다.
『와세다 1.5평 청춘기』 을 읽는 동안 느꼈던 기분좋은 두근거림을 떠올리면 아직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모처럼 완전하게 감정이입해서 읽었다. 내년이면 내 나이 서른이다. 어쩌면 이제 나 역시 다카노처럼 청춘이라는 녀석에게 안녕을 고해야 할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아름답게 청춘에, 그의 청춘을 담은 노노무라에 작별을 고한 그처럼 나 역시 내 청춘에 멋지게 안녕을 고할 방법을 오늘부터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 다카노가 부럽다. 손에 잡히지 않는 백일몽같은 '청춘'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보존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내려지는 축복은 아니니 말이다. 언젠가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노노무라에 가 보고 싶다. "안녕, 노노무라.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그 모습 그대로 거기 있어주길 바래. 내가 그 곳에 갈 때까지." |
|
나 원래 일본소설 그렇게 많이 읽지 않는다. 유행하지 않을 때는 제법 읽었으나, 유행하고부터는 그냥 거부감이 생겨서 좀체 손이 가지 않더라. 그러다 소문에 등 떠밀려 본 게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이었고, 특히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를 무진장 재미있게 본 뒤로는 '오쿠다 히데오스러운 책'들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먼 옛날 무라카미 하루키스러운 소설들에 빠져 지냈던 것처럼.
거두절미하고, 『와세다 1.5평 청춘기』는 그런 와중에 만난 제대로 된 '대어'였다. 이거, 보통 물건 아니다. 엄청 재밌다. 엄청 웃기다. 엄청 엽기적인데 또 휴머니즘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끝에는 가슴 찡한, 심장 제대로 두근거리게 하는 감동도 한바가지 가득이다. 특히 주인공 다카노에게 완전히 반해 버렸다. 다카노는 콩고로 괴수를 찾으러 가고, 태국을 제집 안방문처럼 드나들며, 미얀마 반정부 은신처에서 외국인 최초로 장기 기거하기도 하는 등 십대 시절을 말없는 모범생으로 보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남자다. 적게 벌고 적게 쓴다,는 그의 신조도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1.5평밖에 안 되는 방에 얼마든지 손님을 드나들게 하는 그의 넉넉함과 뜨거운 휴머니즘도 존경스럽다.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 작가와 주인공을 거의 100% 일치시킬 수 있느니만큼 '작품 보고 반했다가 작가 보고 실망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아아, 나도 좀 일찍 태어났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게는 완벽한 이상형인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40대라지요? ㅠㅠ)
다카노 말고도 주변 인물들 모두 개성이 뚜렷한 괴짜들이다. 비누가 아까워 목욕도 빨래도 맹물로 해치워버리는 수전노나, 20년 넘게 고시에 도전하는 아베 씨나,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마음으로 자취생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후덕한 주인 아줌마나, 매일같이 엄마에게 난폭하게(?) 덤비지만 부엌 칼질 솜씨 하나만큼은 예술인 무명 록커 아들이나, 다카노를 닮은 그의 많은 '탐험부 후배들'이나...처음엔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엉뚱하다가도, 순식간에 그들의 희노애락에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모두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들이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그들이 절친한 친구나 가족처럼 느껴져서(정말이다!), 책장을 덮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오해할까봐 밝히건데 '오쿠다 히데오스러운'이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오쿠다 히데오를 따라하거나 그를 닮은 소설은 아니다. 오쿠다 히데오만큼의 재미(아니 그 이상?)가 있다는 야그다. 심심한 밤, 텔레비전도 지겹고 온라인게임도 물리는 밤, 뭔가 재미있는 게 땡기는 밤에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읽어라. 아마 연쇄적으로 터지는 웃음에 끝까지 책장을 덮지 못할 것이다. 그나저나, 나도 조선나팔꽃 씨앗 시식 좀 해보고 싶다. 설마 대머리 원숭이가 되는 건 아니겠지?
|
|
추억 할 것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던 친구의 자취방에서의 여름이 생각났었다. 약간의 지하방이었음에도 빗소리의 정겨움과 방안에서 주인몰래 부르스타를 켜고 감자를 튀겨 먹던일 눅눅한 곰팡이 냄새를 맡아 가며 밤새도록 수다를 떨며 아침 새 소리에 잠이 들었었던 기억난다 그리고 어느날엔 텔레비전을 빌려와(그땐 비디오가게서 티비도 빌려주었었다) 새벽에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서 가슴 졸렸던 기억도 난다 잊고 있던 그 추억이 와세다를 읽으며 어제일 처럼 생각나고 보니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저자의 청춘을 함께 했던 와세다 대학의 공동주택의 1.5평에서의 다양한 추억거리를 이야기 해 주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자전적 추억의 일기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화려한 글 솜씨도 없고, 오히려 투박 한 듯한 느낌 마저 들지만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젊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해 볼 수 있었던 곳 노노무라에서의 청춘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추억담을 정말 재미있게 유쾌하게 수다처럼 늘어 놓았다. 다소의 과장도 억지스러움도 영웅적인 느낌도 든게 사실이지만 대학에 진학해도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젋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 곳 노노무라에서 엽기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생활 했던 저자의 청춘은 얼마나 낭만적이고 열정적이었는지 한 없이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삶에 진지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의 생활은 필요이상 벌지 말고 필요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는 생활의 철학도 알게 되고..1.5평 방에서 2평으로 옮긴 직후엔 방이 넓어지면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되는지도 알게 되는...
청춘의 중심에서 취업이 아닌 자신의 본 모습에 충실하려 했고 하고자 하는 것에 용기와 최선을 다하며 경험했기 때문에 그는 1.5평이란 그곳에서 삶의 진지함과 겸손을 알게 되지는 않았을지...
자신의 청춘시절 추억이 어린 1.5평 공동주택 노노무라에서의 이야기는 그의 추억담을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에 얼마나 진지 해야 하는 가를 같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웃으면서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은 그래서 많이 배우고 간다는 그의 마지막 인사가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
이런류의 책들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고 심심풀이 삼아 주문했는데, 읽다보니 결코 가볍지 않은 무엇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작가의 인생이나 생활이 묻어나기 때문인것 같다.
'친구들보다 왠지 뒤처지는 채로' , '때론 여자친구보다 하숙방이 우선하는' 다카노의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느끼며 읽었다.
이 책이 많이 팔려야, 그가 이미 저작한 진기한 제목의 책들도 국내에 번역될것 같아 별 다섯개를 던진다. |
|
이 책은 저자 다카노가 와세다 대학 근처 노노무라의 한 공동주택에 들어가서 11년 동안 사는 이야기이다. 일본에는 대학에 탐험부라는 동아리가 있는 것 같다. 이 탐험부는 산, 바다, 오지, 밀림, 사막 등 말 그대로 지구를 탐험하는 동아리다. 그래서 자주 해외로 나가기도 하고 그만큼 괴짜들이 많다.
다카노는 와세다 대학에 다니지만 공부하기보다는 빈둥빈둥 노는 것 같다. 그러던 차에 동아리방에 들렀다가 후배로부터 1.5평짜리 방이 싸게 나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평소 독립을 하고 싶었던 다카노는 바로 그 집을 계약한다. 비록 낡은 공동주택이지만 건장한 호두나무가 있고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다카노는 기뻐한다.
1.5평이면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약 4.96제곱미터다. 한 변의 길이가 약 2.2미터인 정사각형이다. 다카노 말로는 누우면 방안의 거의 모든 것에 손이 닿는다고 한다. 이 작은 방이 있는 노노무라 공동주택에서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공동주택은 목조주택이고 1층에는 세 집, 2층에 다섯 집이 세들어 산다. 모두 1.5평 또는 2평짜리 방이다. 주인아주머니방이 있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엌과 화장실 등이 있다. 다카노의 방은 2층 맨끝에 있다. 주인아줌마는 다카노를 이웃들에게 소개시킨다. 이런 정감어린 모습은 정말 좋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우리는 정말 삭막하다. 가끔 이웃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면 혹시 옆집에 괴물이 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여튼 이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중에 개성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1층에 사는 수전노, 2층에 사는 겐조, 머리카락 뭉치를 모아서 걸어두는 사람, 맘씨좋은 주인아주머니. 다카노를 이곳에 소개시켜준 탐험부 후배도 1층에 산다. 둘은 죽이 잘 맞아서 서로 왔다갔다하면서 논다. 이 공동주택은 문을 걸어두지 않는다. 1.5평밖에 안 되는 방에 도둑이 들 염려가 없다는 생각때문이리라. 그래서 다카노의 방에는 1층 후배뿐만 아니라 탐험부원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한다.
그럼 다카노가 하는 일은 뭘까? 보아하니 학교도 잘 다니지 않는 것 같고 일년에 몇 달은 해외 오지탐험(주로 태국, 라오스 등)을 다니고 나머지 시간은 책방을 가거나 수영장을 가거나 산책을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다카노는 특정 직업이 없다는 것이다. 밤새도록 토론하거나 술을 마시다가 점심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책방을 가거나 수영장을 간다. 이런 다카노는 이 공동주택 사람들을 관찰한다. 1층에 사는 수전노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아끼는 하이레벨 수전노다. 언제나 행동이 민첩하다. 2층에 사는 겐조는 고시공부중이다. 겐조는 외국인과 젊은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이웃들이지만 다카노는 그러려니 하고 재밌게 산다.
필요 이상 벌지 말고 필요 이상 쓰지 말자.
직업도 없고 1.5평짜리 목조건물에 사는 다카노는 이런 멋진 모토을 가지고 산다. 간단명료한 문장이지만 얼마나 멋진가! 필요 이상 벌지 말자이므로 다카노는 돈을 벌기는 번다. 해외 오지 탐험을 하고 돌아와서 에세이나 여행기를 써서 출판하거나 번역하는 프리렌서 작가이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사마센을 연주한다거나 수영장에 간다거나 방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논다. 이런 멋진 인생이라니! 현대인은 너무 돈버는 것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카노처럼 필요한 만큼만 벌고 나머지 시간을 즐기는 것이 정답니다. 다카노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현대 자본주의를 싫어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은 소비를 하여 환경이 오염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토론끝에 다카노와 그의 친구는 밥을 먹는 것도 소비이고 외출하는 것도 소비라고 생각하여 며칠동안 방에서 나가지도 않고 배고프면 잠을 자는 기행을 하기도 한다. 조선 나팔꽃을 먹고 15시간동안 취하고 그 후유증으로 동공이 커져서 이 세상에 이렇게 찬란한 색들이 있음에 감동하기도 한다. 유명한 화가들은 동공이 크다고 한다. TV에 출연하기도 한다. 이 공동주택은 TV 보급률이 낮다. 그래서 옆방에 이사온 후배방에 TV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카노가 좋아하는 프로레슬링을 보기위해 후배들을 세뇌시킨다. 여기서 다카노는 다음을 깨닫는다.
분위기 잘 타는 어리버리 인간보다 영리하고 이성적인 인간이 더 세뇌당하기 쉽다. TV는 보급률이 너무 높으면 사람 사이의 살가운 교류를 빼앗을 우려가 있지만, 보급률이 딱 43퍼센트 정도 되면 사람들 사이의 교류를 활성화는 순기능이 있다.
다카노는 22살부터 31살까지 이 공동주택에 살았다. 대략 88년부터 99년까지이다. 일본경제의 거품이 꺼지는 시기이다. 다카노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십대를 보낸 것이다. 다카노는 어찌보면 방황한 것처럼 보인다. 특정한 직업도 없이 빈둥빈둥 놀다가 해외 탐험을 가고 글을 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으면 다카노가 부러워진다. 그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획일성과 틀을 싫어한다. 모두 양복을 입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 결혼식에 가서 축하해주는 것 등등. 그래서 그는 회사에 취직할 생각을 못하고 자유롭게 지낸 것이다. 어찌보면 아웃사이더다. 이런 다카노의 아웃사이더의 시작은 바로 탐험부라고 생각한다. 탐험부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오지들을 갔다온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삶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다카노가 획일성과 틀을 거부하는 생각 밑바닥엔 탐험부 활동이 있었을 것이다. 획일성과 틀을 거부한다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일단 꽂히면 바로 실행한다. 사마센이라는 일본 전통 악기도 그래서 배운 것이다.
해외에 여러 달 있어도 이 공동주택이 생각난다. 심지어 이 방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기도 하면서 자신이 너무 이 노노무라 공동주택에 맞춰져 살았음을 깨닫는다. 다카노는 이 방이 너무 편안하고 안락한 나머지 이 방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이 방의 편안함이 그리워진 것이다. 그런 다카노에게 진짜 여자친구가 나타난다. 예전에는 어디를 가든 이 노노무라 공동주택이 그리워졌는데, 이제는 이 공동주택 대신에 그녀가 그리워진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다카노는 정들었던 이 공동주택을 떠난다. 꽂히면 바로 실행하는 다카노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마치 실제 이야기같다. 그만큼 저자 자신의 실제 인생을 이 책에 넣었다고 생각한다. 사는 집의 크기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다카노는 1.5평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 나중에 2평짜리 방으로 옮긴후에 2평짜리 방이 너무 넓어서 좋았다고 한다. 방이 커지면 그 방을 채우려고 이것저것 구입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소비가 늘고 신경쓸 게 많아진다. 그러면 정작 필요한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다시 한 번 다음 문장을 생각한다. '필요 이상 벌지 말고 필요 이상 쓰지 말자' 이 책에서 1.5평에서도 행복한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서 기쁘다.
내가 그제야 전통음악을 한다는 것은 일본인이 폴로크레를 연주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를 게 없었다. (148p)
|
| 이 책은 아주 사소한 인연으로부터 시작된다. 같은 탐험대 동료인 이시카와가 자신이 하숙하고 있는 '노노무라' 여관에서 하숙할 사람을 찾아 노노무라 여관에 들어가며 1.5평 청춘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처음에 1.5평이라고 할 때에는 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성인 남자 두세명이 쭈그려 잘 수 있는 정도? 그 쯤 도 안되게 예상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인물들이 등장한다. 겐조, 마쓰무라, 주인 아줌마, 이시카와, 나카에, 나리타 등등.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펄쳐진다. 이 에피소드들은 왕소금 마쓰무라씨의 햇쌀이 묵은 쌀로 바뀌는 사건부터 주인아줌마와 지적인 나카에의 탁구 시합까지 정말 다양하다. 그 중 내 기억에 가장 남았던 것은 주인공이 덩굴이 자신의 방을 뒤덮게 만드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는 정말 폭소밖에 터뜨릴 수 없었다. 우리 학교 근처에도 담쟁이 덩굴이 있다. 그것은 지금 무서운 속도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만약 벽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우리 학교보다도 높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차, 이야기가 삼천포로 흘러가 버렸다. 그 장면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간단하게 청년의 자유 정도로 생각하겠다. 그런데, 조금은 주인공이 안타깝거나 혹은 아쉬웠던 점이 있다. 사랑하는 여인 한 명 때문에 정들었던 '노노무라'를 떠나간 것이다. 나는 계속 노노무라에서 살며 그가 청춘기를 이어가기를 한편으로는 바랐는데. 이제 슬슬 명대사로 넘어갈 시간이 된 것 같다. 나는 원래 명대사같은 것은 자주 쓰지 않지만 이 명대사는 정말 기억에 남기 때문에 써 보겠다. 명대사, 명대사라. 나는 이 문장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이 자신을 부러워하는 것은 계속 놀이터에서 노는 꼬마를 부러워 하는 것과 같다고.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던 동료들도 차츰 떠나가자 그에게 외로움이 찾아온 것이다. 아니, 혹은 소외감. 아, 그래.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서 훌륭하게 자란 코찔찔이의 모습을 볼 때의 기분? 그 정도. 하지만, 나는 주인공이 부럽다.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사는 이 주인공이 부럽다. 이미 지나간 청춘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
[프롤로그] 와세다 대학 정문에서 도보로 5분, 골목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호두나무가 있고, 그 옆에 2층짜리 낡은 목조건물이 있다. 나는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이 쓰러져 가는 자취집 “노노무라”에서 살았다. 95년도 첫 직장에 다니면서 시작된 나의 괴롭고 힘든 출퇴근 전쟁은 시작되었다. 은평구에 위치한 그 회사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하루에 퇴근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을 마을버스와 전철에서 보내야했다. 그나마 마을버스는 미어터지지 않았지만 전철에서 내리는 나의 모습은 김밥이 옆구리 터져 쏟아져 나오는 시들시들해진 시금치 같은 몰골이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일이 늦어도 막차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고, 그냥 불편하게 사무실 위에서 잠을 자야했다. 이런 날들이 너무 잦다보니 그만두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다행이 회사 선배가 자기와 같이 지내지 않게냐고 해서 같이 지내게 되어 덜 피곤하게 보낼 수 있었다. 자취라는 것이 힘든 점도 있지만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단지 들어가는 데 보증금으로 500만원을 내야했지만 말이다. 그 집은 사실 회사 사장님 집이었다. 비록 소설 속 주인공인 다카노氏(씨)가 11년 동안 자취생활을 한 것에 비하면 새 발에 피에 해당하는 1년 반 정도 되는 기간의 짧은 자취생활이었지만 말이다. 1년 반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여러 에피소드가 있듯이 다카노氏(씨)에게도 여러 사람과 지내야 하는 공동주택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는 더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자취 생활을 엿보면서 나의 오래된 그 시절을 되살려볼 수 있었다. [전화, 받지, 말란, 말입니다!] - [내 방 함부로 열지 말란 말이에요!] “자네 방에 혹시 내 안경 없나?” 어이가 없었다. “왜 겐조 씨 안경이 제 방에 있어요?” “아니, 아까 저녁에 전화 받으러 왔다가 두고 나왔나 해서…….” 순간 기가 턱 막혔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없습니다.” 일갈한 뒤 방문을 꼭 닫았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 선배 2명과 같이 자취생활을 했다. 같이 자취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었다. 우선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버리지 못한 나의 잠버릇 하나가 있다. 그것은 잠결에 옷을 하나 둘 벗는 버릇. 나쁜 버릇은 아니겠지만 외관상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그 두 명이 먼저 퇴근하기 전에 들어와서 먼저 자고 있을 때였다. 그 날은 너무 피곤해서 먼저 잠이 들었었나 보다. 일어나 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잠이 들어 있었고 같이 출근하려고 선배를 깨웠는데 선배가 하는 말이 충격이었다. “야~ 너 다 벗고 자더라. 그거 여직원(자취하던 연립주택 옆 동에 살던)이 다 봤어” 라고 하는데 정말인지 아직도 모를 일이다. 그 여직원에게 대놓고 물어보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선배들이 놀리는 것은 귀담아 듣지 않기로 했으니까. “내 방 함부로 열지 말란 말이에요!” 라고 얘기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혹시 문을 열었는데 제가 옷 벗고 자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조용히 문은 닫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기억속에서 지우시길 바랍니다.] [내 쓰레빠 돌리도!] - [순간 접착제로 붙여서 1년을 더 신은 신발] “왜 맘대로 내 물건을 버리는 거욧!” 성을 낸 것은 수전노. 거기에 맞서는 아줌마 왈, “아니, 그 쓰레빠가 너무 더럽고 또 다 떨어져서……. 아니 그렇게 화를 낼 게 뭐 있수? 내가 하나 사줬으면 됐잖우.” “나는 새 쓰레빠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이 무슨 낭비요? 아깝잖습니까!” 듣자하니 아줌마가 오늘내일하는 수전노의 슬리퍼를 보다 못해 내다버리고 새 슬리퍼를 사준 모양이다. 수전노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2년 전 친구회사에서 아르바이트 작업을 할 때 사 둔 만 원짜리 운동화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나도 참으로 억척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 성인(누가 한 말인지 사실은 모름)의 말씀을 무시하고 하나를 샀다. 그게 한 달도 안 되어서 앞코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앞코가 벌어지다보니 계단오르내릴 때 불편했다. 그래서 친구회사에서 순간접착제로 붙여서 신고 다니기 시작했다. 순간접착제가 쓸모가 있는 물건인줄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은 집에서만(쓰레기 버릴 때) 쓰고 있는 데 아직도 쓸 만하다.
[아직도 사용중인 만 원짜리 신발 - 순간접착제의 흔적이 보인다]
[신종 마약 도전기] -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 “아, 그거, 효과 없습니다.” “네?” “우리는 순간 찔끔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효과가 없다뇨, 무슨 말씀을……?” “환각 효과는 없다구요. 이건요, 일본에서 키운 거라 알칼로이드 성분이 없거든요.” 꽃집 주인은 완전히 속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고등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대학가는 것을 포기한 학기 초에 나는 본드에 심취해 있었다. 그 때 당시 본드나 그런 비슷한 것을 흡입하는 청소년들에 대해 뉴스에 자주 등장했을 때였다. 나도 호기심에 본드를 사다가 마셔보았다. 그리고 학교에도 가지고 다녔었다. 안경집에 숨겨서. 하지만 걸리려고 했는지 가져간 날 학교에서는 불시에 가방검사를 했고 걸리고 말았다. 물론 그 날 부모님도 학교에 호출하여 상담을 받고는 귀가조치 당하고 말았다. 귀가는 병원에 가는 것으로 선생님들은 알았겠지만 사실은 병원에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가 정신병원 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 때문이었다. 본드를 어떻게 마시는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환각 효과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왜 흡입을 했는지 후회만 남는다. 사실…. 아련한 추억으로도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일 뿐이다.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골목길에서 담배든 본드든 하는 것은 인생 살면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혼식은 싫댔잖아!] - [결혼식은 정말 참석하기 싫어!: 사람들이 어색해] 나를 초대한 신랑은 탐험부 직속 후배인 미야자키다. 신랑신부 양측이 후배이다보니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다. 가겠다고 했더니 것도 모자라 이번엔 축사를 해달란다. 나는 ‘만성 대인 울렁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축사를 했다. 그런데 식장은 썰렁함을 넘어 거의 얼어붙기 시작했다. 연설이 끝났는데도 분위기는 여전했다. 한술 더 떠 그날은 빌린 정장 바지에 얼룩까지 묻혔다. “이래서 결혼식이 싫다는 거야……” 나도 다카노처럼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그렇다고 안 갈수도 없는 자리에는 돈 봉투만 전달하고는 식당에도 안 들리고 내빼곤 했다. (대개의 경우 눈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심보를 가지고 식장에 가기 때문에 안 먹고 오는 것에 대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다카노氏(씨)처럼 심한 ‘만성 대인 울렁증’을 아니지만 조금은 약한 ‘만성 대인 울렁증’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기 말이다. [안녕, 노노무라] - [나는 언제 다카노氏(씨)처럼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을까?] “많이 배우고 갑니다.” 나는 노노무라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이제부터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청춘은 많이 보고 많이 배우는 시기가 맞는 것 같다. 지금 나는 늦을 것일까? 마음은 “늦은 것이 아니야!” 라고 자꾸 이야기해주지만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자꾸 좌절모드로 빠져드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글을 쓰는 일이기는 하지만 정말 내가 글을 쓰는 재능이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것도 불안하고 불안하다. 그냥 돈만 벌면서 살고 싶지가 않다.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인데 내가 남길 수 있는 것을 남기고 싶다. 나도 빠른 시일 내에 다카노氏(씨)처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보련다. |
|
<와세다 1.5평 청춘기>라... 제목처럼 와세다 대학 앞 낡은 자취집 '노노무라', 이 곳 1.5평의 자취방에서 저자가 방황하며 성장해 나간 청춘기를 담은 에세이다. (80%가 넉픽션이라고 한다.)
나로선 성장이 멈춘지 오래인지라 성장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작가가 된 계기가 아프리카 콩고 지역으로 괴물을 찾으러 가면서부터라고 하니 저자는 약력부터가 범상치 않다. 그는 와세다 대학 탐험부의 리더격으로 호기심이 많고,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이다.
그의 주변도 만만치가 않다.
그밖에도 노노무라를 거쳐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엉뚱하다. 여자친구가 없는 것은 방이 좁아서이기 때문이라고, 1.5평 짜리에 사는 이와 2평에 사는 이끼리 방을 바꾸어 내기를 하기도 하고 그 내기에 리그까지 형성되어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 모든 노노무라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중심에는 11년 동안 단 한푼도 방값을 올리지 않은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 주인 아주머니가 있다. 그녀의 따뜻한 인성은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상처를 다독여 준다.
노노무라에서 11년의 시간을 보낼 무렵, 저자는 그만 사랑에 빠지게되고, 이제 노노무라의 생활을 청산할 때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어느 날 '한 순간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내 세계가 잘디잘게 바스러져 있는느낌'이라고.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삶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그의 좌충우돌 20대를 지켜보니 불안하기도하고, 걱정스럽기도하고, 한편 부럽기도 했다. 그는 적어도 노년 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만큼은 여한이 없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작가 인터뷰를 보니, 책의 내용은 무척 유쾌하게 흐르지만, 당시에 그렇게 지내지 않으면 청춘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긴, 흔들리지 않는 청춘이 어디있겠는가. 누구나 움츠려들어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기는 있다. 저자가 와세다 1.5평방에서 마음 가는 대로 청춘기를 보낸 것같지만, 그는 탐험하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열정을 잃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을 때 서슴치 않고 변화를 받아들인 것도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청춘을 불살랐으며, 노노무라에서 얼마나 단단하게 성장하였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일은 ? 나의 목표지점이 어디냐 , 어디에 점을 찍을 것이냐, 그런 것일테지. 늘 이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아우 ~ |
|
와세다 1.5평 청춘기 - 다카노 히데유키
이라고. 한권에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별난 사람도 많이 만나고 별난 일도 많이 했으며 별난 행동을 많이 했다고. 젊음이 있으니 가능하지..싶어 히죽히죽 웃으며 책을 보았다.
책에 언급한 신종 마약에 대한 인체 실험, 하마단이라는 수영팀 조직. 샤미센이라는 일본 전통 악 기에 심취하기. 등등의 이야기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해주는 일화들이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이 사람은 여태 겪은 20대가 꽉차고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 20대는 뭐가 있었다. 젊음이란 말을 앞세우고 무모하다 생각할 정도의 일을 행한 적이 있나 생각해보는데 웬지 없는 거 같다. 사랑을 한 것이 있다면 있을가??
다카노도 결국 한낮의 마법에 걸렸다. 사랑에 빠졌단 말을 사용하기 보다 다카노 자신의 말로 표현 한 것도 다카노 답다는 생각이 든다. 한낮의 마법. 노노무라에서 벗어나서는 생활하지 않으려했던 고집스러움이 결국 한낮의 마법을 건 여인을 만나면서 그 여인이 있는 곳이 소중하고 있기 좋은 곳 이 되어 버린거다. 그렇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지. 다카노는 이 여인을 만나면서 30대를 충만 히 하고 있겠지 싶다. 그렇게 와세다 1.5평에서의 청춘은 과거속에 자리하게 되었지만 와세다 1.5 평 청춘기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냄으로써 그 곳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는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아졌다. |
|
이 책은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가 젊은 시절 묵었던 자취집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도무지 실존 인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특이하고 자기 세계가 강한 자취생들 모습이 마치 내가 잠시 머물렀던 신림동 고시촌을 옮겨다 놓은 듯했다. 그들은 사소한 것에 즐거워하고 분노한다. 노노무라 안 1.5평 방처럼 경험하는 일상은 좁디좁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군이 있고, 또 사건 사고가 이어진다. 그런 에피소드를 읽어내려가면서 때로는, 아니 주로 많이 웃었고 뭉클했다.
1997년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기술고시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지방에서 몰려와 사는 곳. 말 그대로 1.5평 방들이 옹기종기 모인 고시원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당시 내가 묶었던 고시원은 하루 세끼를 포함한 방값이 26만 원이었다. 그리고 화장실과 식당도 당연히 공동, 방 크기도 1평이나 1.5평. 여러 환경이 노노무라와 비슷한 공간이었다. 10수생을 보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한 고시원에 한두 명은 그런 장수생이 있었던 것이다. 월요일은 닭고기, 수요일은 돼지고기, 금요일은 소고기가 저녁 반찬으로 나왔고(그건 신림9동의 모든 고시원의 불문율 같은 거였다) 월, 수, 금은 반드시 고시원에 들어가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개중에는 삼겹살이 채 다 익기도 전에 집어 먹는 사람도 간혹 있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식사 후 담배를 피우거나 차를 한 잔 마시게 되면 그 사람을 모두 씹었다. 노노무라의 겐조를 보면서는 시험이 다가오자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게임방에서 3박4일 게임만 한 장수생 아저씨와 마치 군기 반장처럼 공공 목욕탕이나 화장실의 청결을 늘 문제 삼으며 잔소리를 늘어 놓은 아저씨가 생각이 났고, 나리타를 보면서는 간호사인 여친을 고시원 방에 데리고 들어와 밤새 민망한 소리를 들려 준 극악무도한(?), 그러나 잘생긴 고시생이 생각났다. 또 가장 웃겼던 수전노 마쓰무라를 닮은 사람도 생각났는데 엄청난 수전노였다. 보통 휴지 정도는 자기 돈으로 사는데 꼭 공동 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를 한 웅큼 뜯어가는가 하면, 새벽 6시에 주는 아침밥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먹는다든지(그게 의외로 힘들다. 그 사람은 아침잠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침밥까지 포함된 고시원비가 아까워서 그런 거다. 밥 먹고 다시 들어가 아침 10시까지 잤다.) 누가 뭔가 박스 안에 들고 내려가면 "버릴 거에요?" 하면서 그중 쓸만 한 것을 챙겨 가지곤 한 잊지 못할 수전노가 노노무라에도 있었던 거다. 등에 용문신을 한 정체 불명의 아저씨도 잊지 못할 그날의 주역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조악한 조직에 있다가 뭔가 일이 터져 도피중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고시원에 밥 지어 주는 아주머니도 노노무라의 주인장과 많이 닮았다. 인심이 아주 좋아서 남는 야채를 활용해 야식으로 샌드위치도 만들어 주시고, 아파서 밥을 굶은 사람이 있으면 꼭 따로 죽이라도 쑤어 주던 맘씨 착한 아주머니...
노노무라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 보면 그냥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공감이 많이 갔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규칙들, 냄새나 소음, 낡은 슬리퍼를 누군가 버린 일, 그날의 식단, 방을 1.5평에서 2평 짜리로 옮긴 일 등이 사실 노노무라나 고시원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것이 비슷한 경험을 한 나에게는 더욱 실감났다. 즉 노노무라에만 유별나게 특이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 아니 내 젊은날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감이 갔다고 할까...
주인공인 작가가 노노무라를 떠나게 될 때에는 몹시 서운했다. 제1회 사케노미 서점인 대상을 받은 소설이라는데 사케노미 서점인이란 말 그대로 술 마시는 서점인이란 것인가? 서점인이 주는 상이라니 일본은 여러 문학상이 있지만 참 별난 상도 다 있구나 싶었다. 어쨌든 상을 받을 만했으니까 받았겠지 싶다.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특히 나에게는 내 20대의 한 단면을 추억하게 해 주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