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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은하철도999를 보며 자랐다. 그때는 그저 재미있는 만화였다. 지난 번에는 EBS에서 몇 십년 만에 재방송을 해주기도 하던데 어릴 때 보던 만화와 다시 아이와 보는 만화는 그 느낌이 달랐다. 그런 것처럼 아이들의 시각은 어른들과 다르다. 하지만 때로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럽기도 하다. 은하철도 999의 기적은 앞의 머리말을 읽지 않고서 읽어나가면 어린이의 시각으로 본 재미있는 동화가 된다. 하지만 앞의 머리말을 읽으면 지은이가 만나 봤을 어린이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그 느낌이 다르다. 발달장애가 있는 문석이. 장애라 함은 보통 일반 아이들하고는 뭔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문석이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고 다른 아이들보다 말썽도 많이 피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시각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문석이는 책 속의 문석이처럼 어른들보다도 더 어른스럽고,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 친구들은 "나는 문석이야."라고 말하면 별 문제없이 알아듣는다. 그러나 가끔 어른들을 만나면, 어른들은 "어디사니?, 몇 살이니?, 엄마는 어디 계시니? 아빠는 무얼 하시니?"하고 꼬치꼬치 묻는다. 아이들이 보는 관점과 어른들이 보는 관점은 다르다. 어른들은 아이가 친구를 사귈 때, 그 친구의 배경이 궁금하다. 엄마는? 아빠는? 어디사는 지? 하는 것들을 물어보고 아이의 친구를 골라준다. 아이들은 그저 서로가 재미있으면 된다. 요즘은 아이들이 좋지 않은 쪽으로 더 어른스러워져서 어른보다 더 배경을 따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은 아이스러운 게 좋아보인다.
문석이가 아파서 숙제를 못해 갈 것입니다. 그리고 바빠서 전화 못 드립니다. 우리 엄마 노수진 언제 어디선가 본 듯한 유머이기도 하지만 책 속의 문석이라면 능히 이런 말을 할만도 하다. 실제 장애를 안고 있는 문석이라면 이런 말도 하지 못했겠지. 어쨌든 아이의 아이다우면서도 어른스럽게 보이려는 행동과 생각들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살짝 웃음을 준다. 책상 밑에서 선생님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문석이는 선생님의 눈썹 색이 짝작이라는 걸 안다. 그런 걸 보면서도 어쩌면 선생님이 좋은 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선생님이 글쓴이의 예전 모습일지도 모른다. 삼단변신의 선생님.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신하는 선생님이 어쩌면 아이들에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아이들도 어른들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508호 할머니 병실에는 꽃이 많았다. 그 할머니가 나중에 "메텔"임이 밝혀진다. 그 할머니가 메텔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통하는 말이 될 듯도 하다. 간호사 누나가 퇴원해서 가셨다고 거짓말을 한다. 문석이는 그렇구나 하면서 받아들이는 "척"을 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특히나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는 어른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다른 쪽에서 장애가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돈을 받고 돌아서는 승환이 형을 보니 팔에는 "착하게 살자"라는 도장이 꾹 찍혀 있었다. 오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는데 형의 팔에 있던 도장을 떠올리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참 잘했어요 도장 받기도 문석이한테는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그래서 도장 받은 것이 참 기쁘다. 그 도장을 받고 나니 지하철에서 만난 네모 할머니 아들 승환이 형의 팔뚝에 있던 도장이 생각난다. "차카게 살자"가 아닌게 그나마 다행일까? 어찌되었든 문석이는 초코바를 주는 네모 할머니가 좋다. 그리고 곰보인 얼굴을 의식하지 않고 네모할머리를 좋아해 준 유일한 사람, 어린이이기도 하다. 어른들과 달리 겉모습이 아닌 다른 것을 볼 줄 아는 문석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우를 데리고 엄마 생일 선물을 사러 갔다가 늦게 와서 엄마한테 혼난 날 문석이는 엄마한테 혼나고 무작정 나가서 지하철에서 잠이 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메텔을 만난다. 그렇구나 메텔도 늙는구나. 메텔은... 만화에서 보던 젊은 아가씨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만난 메텔은 영원한 생명이란 없다고 말해준다. 만화에서 이미 나왔다면서... 대신에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지우의 소원, 엄마의 소원은 참으로 소박하고 단순하다. 아빠와 같이 한 소풍... 그리고 다시 돌아온 현실...문석이는 깨닫는다. 메텔이 있을리가 없지! 내가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마치 "지구를 지켜라"영화의 결말과 같이 새로운 반전이 기다린다. 메텔이 차장과 함께 구름 사이로 은하철도999를 타고 사라진다. 어쩌면 문석이가 생각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거기에서 약간은 슬픈 대사가 나온다. 차장이 메텔에게 묻는다. 참 이번 탑승객 명단에 문석이 아버님도 있는데 저희랑 같이 여행을 떠나시는 건가요?
글쓴이는 선생님이었고 선생님을 하면서 만난 이 책의 주인공 문석이는 실제 발달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다. 이 책에서 문석이 동생으로 나오는 지우는 실제 소뇌증을 앓고 있는 아이다. 아빠의 오랜 투병 생활이 힘들만도 한데 언제나 씩씩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던 한 아이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지금 그 아이와 문석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지우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단다. 여기에 운동장에서 갑자기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임수혁 선수가 떠오른다. 그 선수처럼 문석이 아빠는 축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어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은하철도999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기적을 꿈에서 만나고 이제는 현실을 알아버린 문석이가 씩씩하게 잘 커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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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나면 잊고 있었던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메텔의 작고 슬픈 눈초리,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잊혀진 야구선수 임수혁의 모습이 함께 가슴을 후비고 온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왜소하고 후줄근한 어린 남매의 모습이 못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아직도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기억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다. 동화를 읽고 눈물 흘릴 줄 아는 어른들과 이 책을 읽고 싶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 더이상 영원한 생명을 주는 안드로메다 행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한 소년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기적은 오지 않으리라고 알면서도 기적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더 가슴 아픈 이야기다. 그래서 작가는 환타지적이고 밝게 결말을 맺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4학년 짜리 우리 조카는 오히려 그 결말에 많이 울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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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던 어릴적 추억과
내 머릿속에 재미난 생각을
다시금 불어넣어준 책...
작가의 소중한 실제경험에서 비롯된
인물들의 캐릭터와 상황설정이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한다
나도, 조카도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