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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흐려져 간다.
"기억이 흐려져 간다." 내용보기
류시화 시인의 글이라면 그것이 시집이든, 수필이든, 아니면 번역서인지를 불문하고 가급적 찾아 읽는 편이다. 신간이 간행되어서, 혹은 예전에 나온 책이지만 제목이 주는 의미가 간단치 않은 느낌이 들어서.. 이처럼 이유야 가지가지이지만 분명한 것은 책이 간행된 순서와 관계없이 눈에 띄면 읽고 있다. 이 책 역시 어느 날 그렇게 다가왔고 습관적으로 구매하여 가지고 있다가, 이
"기억이 흐려져 간다." 내용보기

류시화 시인의 글이라면 그것이 시집이든, 수필이든, 아니면 번역서인지를 불문하고 가급적 찾아 읽는 편이다. 신간이 간행되어서, 혹은 예전에 나온 책이지만 제목이 주는 의미가 간단치 않은 느낌이 들어서.. 이처럼 이유야 가지가지이지만 분명한 것은 책이 간행된 순서와 관계없이 눈에 띄면 읽고 있다. 이 책 역시 어느 날 그렇게 다가왔고 습관적으로 구매하여 가지고 있다가, 이 봄이 가기전에 시집 한 권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1997년에 간행된 시집을 지금에야 만나다니 시인의 책을 찾아 읽는다는 말이 조금은 멋쩍지만 이제라도 읽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 <소금전문 -

 

시인은 소금이 바다의 상처이고 아픔이고 눈물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나 역시 처음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덧난 상처로 가슴이 시리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문득 소금이란 낱말이 떠올랐다. 아마 가슴이 시릴 때, 우리들이 흔히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 같다는 말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상처는 아픔이고, 아픔은 당연히 눈물을 수반하지만 그 상처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든 음식에 소금이 들어가듯 아픔은 단지 젊은 날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오늘의 자신이 있는 것이 그 눈물이, 아픔이,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간이 흘러 그렇게 되었다고 믿는다.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 이제 과거의 기억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이 무심해진다. 하지만 불현듯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시들 해지면 무엇이 빠졌는지 생각해보고 비로소 상처를, 아픔을, 눈물을 기억해 내지만 그것이 바다의 것이라는 것을 알기까진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소금이란 시를 읽으면서 눈을 떼지 못했던 것은 아마 내 젊은 날이 생각났기 때문일 게다. 나 또한 그것이 바다의 상처이고 아픔이고 눈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시집을 읽고서 이문재 시인이 쓴 해설을 보니 이 시집은 소금의 시집이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의 첫번째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가 소금인형의 시집이라면 이 시집은 소금인형이 소금으로 환생한 것이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금이란 시를 읽으면서 멈칫했던지라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고, 또 시인의 첫번째 시집을 들춰서 소금인형이란 시를 찾아본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바다로 내려간/소금인형처럼/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당신의 피 속으로/뛰어든/나는/소금인형처럼/흔적도 없이/녹아 버렸네/(소금인형, 전문) 왜 소금이 상처이고, 아픔이고, 눈물이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지를 알 것도 같다. 소금이 바다속으로 내려간 것처럼 나는 당신의 피속으로 뛰어들어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헌데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내는 것처럼, 오늘의 당신의 삶 또한 그러할까? 만약, 그렇다면 그 피 속에 뛰어들어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 것이 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을까? 기억이 흐려져 간다고 해도 바다의 상처가, 아픔이, 눈물이 아직도 당신의 피속에서 흐르고 있다는 것을..

 

 

 

 

하늘이 맑기만 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과 신록이 대조를 이룬다. 다시 한번 시인의 시를 큰소리로 읽어본다. 그리고 또 다른 시에 눈길이 머문다.

 

말해 봐

이 모든 것들 위로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마지막 연)

k*****1 2019.05.23. 신고 공감 15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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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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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혼자서는 완전할 수 없고 타인과 함께 타인의 사랑이 있어야만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걸 이 시를 통해서 많이 느꼈습니다 읽을수록 한 문장에 담긴 표현력에 감탄하면 곱씹게 됩니다 차가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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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혼자서는 완전할 수 없고 타인과 함께 타인의 사랑이 있어야만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걸 이 시를 통해서 많이 느꼈습니다 읽을수록 한 문장에 담긴 표현력에 감탄하면 곱씹게 됩니다 차가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s*******3 2026.01.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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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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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 출판사에서 출판된 류시화 시인님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도서 리뷰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죠.. 명작은 사람들이 기억속에 오래 남고 두고두고 회자 되곤 하는데 이 책속의 시들이 딱 그런거 같아요. 오래된 싯 구절인데도 가슴 찡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읽고 또 읽고 소리내어 낭독도 해보게 만드는.. 오랫만에 소녀적 감성으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내용보기

무소의 뿔 출판사에서 출판된 류시화 시인님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도서 리뷰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죠..

명작은 사람들이 기억속에 오래 남고 두고두고 회자 되곤 하는데

이 책속의 시들이 딱 그런거 같아요.

오래된 싯 구절인데도 가슴 찡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읽고 또 읽고 소리내어 낭독도 해보게 만드는..

오랫만에 소녀적 감성으로 돌아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류시화 시인님께 참 감사드립니다.

s*****3 2021.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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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억
"옛 기억" 내용보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1998)이라는 책이 책장에 꽂혀 있다 살짝 먼지 쌓인 바래진 시집은 쳐다보기만 해도 감성적이게 되고 뭔가 예전 기억들이 화면처럼 스쳐간다 세월이 느껴진다나는 류시화라는 이름이 본명인줄 알았다아주 멋진 필명이다 나중에 이 책을 다시 볼 땐 지금도 어렴풋이 희미해지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겠지 이게 시의 기능인 것 같다 기억의 저장.
"옛 기억" 내용보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1998)이라는 책이 책장에 꽂혀 있다 살짝 먼지 쌓인 바래진 시집은 쳐다보기만 해도 감성적이게 되고 뭔가 예전 기억들이 화면처럼 스쳐간다 세월이 느껴진다
나는 류시화라는 이름이 본명인줄 알았다
아주 멋진 필명이다
나중에 이 책을 다시 볼 땐 지금도 어렴풋이 희미해지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겠지
이게 시의 기능인 것 같다
기억의 저장.


t******8 2018.07.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