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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내심이 없는 편이라... 같은 글을 2번 읽지 않는다. 그리고 나름 속독가라 책을 곱씹어 가며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한번 빌려 읽은 것이 부족해 결국 구매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심오한 성찰이나 외워야할 글귀가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랑 이야기이다.
나는 이시다 이라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그는 I.W.G.P.등으로 이미 심리, 추리물 등으로 일본에서 제일 바쁘며,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간결하고, 쉬우며, 그럼에도 폐부를 찌르는 표현들이 난무한다. 이 글은 거의 유일한 연애소설 모음집이다. 연애 소설인데도 슬쩍슬쩍 날카로운 육체적 장면을 끼워넣고, 살짝살짝 위험한 관계들도 끼워넣는다. 콜걸, 인터넷에서의 만남, 여름동안 육체적인 사랑만 하는 관계, 거짓 애인 등 주변에 있을 법 하지만 결코 아름답게만은 그려내기 어려운 사랑이야기를... 아주 천천히 부릅럽게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다. 그가 그리고 있는 도쿄가 너무 예뻐서 지금 당장이라도 도쿄에 가면 그런 하늘색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든다. 정말 지금, 도쿄를 살아가는 그인지라 도쿄의 일상이, 도쿄의 하늘이, 도쿄의 브런치가 하나하나 눈에 보이듯이 그려진다. 이렇게 아름답게 도쿄를 그려내는 작가가 이케부쿠로의 불량아를 그렸다는 것이 연결이 안되기도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필력을 보다보면 이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다.
그의 문체는 하루키처럼 교훈을 주다가도, 무라카미 류처럼 통통 튀기도 하며,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면이 있다. 나는 앞으로도 이 작가가 그려내는 도쿄가 너무 궁금하다. 그가 그려내는 도쿄는 회색이 아니라 비 그친 하늘의 깨끗한 파란색이기에 보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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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혹은 내일 모레면 내 품에 안길 책이었다. 그럼에도 서점 속 그 무수히 많은 책들에서 이 책을 꺼내든 것은 책 속 표지에 빨려들 것 같아서, 이시다 이라의 끌림을 거부할 수 없어서 였다. 내게 안길 책이니 하나만 읽어야지란 생각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약간은 불편한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친구와의 약속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 남았으니 그동안 요 책 맛만 보고 다른 책 사냥을 해야지 했다.
책을 읽으며 난 서점에 있지 않았다.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나는 청아한 바람이 불어오며 약간은 로맨틱해 보이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달콤하면서도 진한 커피맛이 감도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둔 어느 이름 모를, 그곳에 가면 사랑을 만난다는 전설이 있는 노천 카페에 앉아 있는 나를 봤다.
나는 여지껏 살면서 책만큼 훌륭한 마법사를 본 적이 없다. 책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들기도 했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사랑을 하고 싶게끔 만들기도 했으며 사랑을 추억하게 만들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마법사가 어딨겠는가. 한 권의 책 속에 한 가지 이야기만으로도 마법에 빠지는데 책 속에 열 가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떠한 마법이 펼쳐질지 상상이 가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시다 이라, 사랑의 마법사이며 전령사이다. 어찌 사랑하지 않고 베길 수 있겠는가. 이시다 이라가 전하는 사랑의 마법약은 10개의 별사탕. 서점에서 한 개의 별사탕을 맛본 후에난 참을 수 없었다. 별사탕을 먹어 본 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 하나만으로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는 없다. 나 역시 책 장은 넘어가고 알록달록 다른 색깔의 다른 맛의 그리고 다른 마법의 별사탕을 입에 넣고 깨물어서가 아니라 살살 녹이기기 시작한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달콤하게 마법이 지속되길 기대하며.
이시다 이라의 <1파운드의 슬픔>이 30대의 사랑을 그린 것이라면 <슬로 굿바이>는 20대의 풋풋한 사랑을 그렸다. 20대의 사랑이 이리도 귀여웠구나, 이리도 간절하고 이리도 마음을 울리는 것이었구나란 생각을 해 본다. 내 20대의 사랑은 어땠을까? 10개의 사랑은 나의 사랑만이 아니라 나의 이별을 추억하게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역시 20대나 30대나 소중하고 간절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 없어지리라 여겼던 설렘, 애달픔은 그 보다 더 깊어졌고 세련된 사랑을 할 것 같았지만 전보다 더 서툴렀다.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사랑, 사랑만큼 아무리 발음해도 낡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단어가 또 있을까? 10개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면 질릴 수도 있겠다고 싶은데도 이리도 가슴은 설레이고 달콤하며 이시다 이라의 바람대로 나는 살짝 취기가 돌기까지 한다. 마치 사랑에 취해버린 소녀처럼. 마치 사랑을 처음하는 것처럼 사랑이 하고 싶어지려 한다.
이 책에 담긴 사랑이야기가 모두 달콤하리라고 여긴다면 당신은 사랑의 씁쓸함을 잊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은 책에는 씁쓸함은 감돌지 않는다. 씁쓸함보다는 쟈스민 차를 먹고 난 뒤에 꽃맛이 남아있다고 할까? 사랑이 주는 여운, 그것이 씁쓸함이 아니라 향긋함이 될 수도 있음을 책을 통해 깨닫는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을 제대로 하려면 그 전의 사랑과 제대로 이별해야 함을.
그런 적이 있었다.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이별을 하며 감정을 무디게 하기 위해 울지 않았던 적도 있고 사랑하지 말아야지라고 주문을 외우며 사람을 사귄 적도 있었다.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고 다음 사랑을 힘들게 하고 나를 힘들게 했다. 책은 그런 나를 떠올리게 했다. 책 속 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이별여행은 하고 싶지 않지만 (이별 여행을 한다면 사랑하는 이를 웃으며 보내줄 수 없을 것 같다, 눈물로 보내주기는 싫기에.) 내 마음 속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랑에게 인사를 건내야 할 때가 왔음을 알려 주었다. 슬로 굿바이, 지난 사랑에 조금 늦게 인사를 하는 나지만 나,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이 나면서도 두근 거리는 행복하면서도 설레이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덮고 기다리는 친구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내 손에는 친구에게 선물할 <슬로 굿바이> 가 들려있다. '친구야, 행복한 사랑을 하렴. 하늘에 녹아드는 구름처럼 달콤하고 귀여운 사랑을 하렴.' 내 메시지에 사랑 중인 친구는 함박 웃음과 함께 조금은 쑥쓰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밥을 사줬다. 고마워!
이 가을, 우리 모두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강력추천 해 보는 책! 사랑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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スロ-グッドバイ:: 石田 衣良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문득 곁에서 잠든 남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함께 잔다' 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것이야말로 더 바랄 게 없는 행복이 아닐까 하고 10년전의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새삼 감사해하곤 한다. 10년전의 나에게는 지금의 안락한 생활이 반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조금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외로움에 지치고 지쳐 바라고 또 바라긴 했어도 과연 가질 수 있을지 감히 확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보답없는 짝사랑과 외사랑에 마음이 너덜너덜 찢겨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인데 이것이 과연 말끔하게 복구될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세상에 분명 나하나쯤은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거라 주문처럼 또 외우고 외워도 어느 순간에는 이조차도 자기 기만이 아닐까, 어쩌면 나만 그에 해당되지 않는 건 아닐까 불안해 했었다.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는 때론 극단적인 이기가 되기도 하고 때론 극단적인 자기 자학이 되기도 했다. 좋아하니까, 라는 이유만으로 내 방식만을 강요하다가도 상대가 나를 좋아해만 준다면 모든 노선을 다 바꿀 수 있다며 비굴해지기도 했다. 그러한 과유불급으로 관계가 틀어지면 스스로를 추스리고 마음을 조율하려 하기보다 선천적으로 나는 미움받는 타입이 아닌가 하며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을 반복하기만 했다. 장님 마냥 자신을 바로 볼 수 없어 타인에게 해답을 얻고자 일방적인 한탄만을 읊조리다가 그 민폐스런 행동이 또 미움받는 행위가 되겠구나 하며 화들짝 새된 가슴으로 움츠러 들었다. 미움받기 싫어서, 거절당하기 싫어서, 평가받기 싫어서, 상처받기 싫어서 '소심' 한 성격이라며 짐짓 에두르며 상대에게 친절한 모습만 보이려 했지만 그 와중에도 나처럼, 나처럼 한없이 외로운 존재를 만나 오로지 서로만이 좋아하게 되었음 좋겠다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애정결핍' 은 얼마나 사람을 이기적으로, 또한 가련하게 만드는가. 사랑과 관심에 갈증하면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볼 수 없게되어 자신만을 사랑해줄 사람,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 밖에는 볼 수 없게된다. 누구나 누군가 먼저 손내밀어주길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선뜻 먼저 손내미기를 주저하고 있으니 결국은 모두가 주변에 서성이기만 하며 끝없이 외로워질 따름이다. 대체로 좋아하게 되는 상대란 자기 자신이 투영되어 있는 존재이기 마련인데, 자기연민이 조금도 투사되지 않는 상대가 내미는 손은 차마 받아줄 수 없어 자신이 겪은 상처를 그에게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아니, 어떻게 적절히 '좋아할'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이 이렇게나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냐! 하고 투정하다가 종내에는 자포자기 하듯 차라리 고독에 길들여지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를 하고만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모든 것에 절망해야만 비로소 "반전" 이 찾아오는가 보다. 항상 좋다가 더 좋아지는 것을 어찌 [반전] 이라 할 수 있으랴. 잃어야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고, 울어야 웃음의 기쁨을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말그대로의 반전이 아닐까. 아무렇게나 사랑하고 아무렇게나 다쳐왔던 것도 마지막 행복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그러니까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반전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10년전의 나에게, 세상의 상처투성이 애정결핍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 진정성을 전달해줄 수가 있을까. 마음껏 아파하고 마음껏 외로워하렴, 너는 반드시 행복해질거야. 그 아픔을 다 잊게 하고, 낫게 하고, 채워주고 보상해줄 "너만의 사람" 이 반드시 나타날거야. 지금은 단지 슬픔의 순서일뿐이야, 하고. 너무나 당연한 것을, 어떻게 하면 흔들리지 않게끔 믿게 해줄 수 있을까. 여기에 그 [희망] 의 이야기들이 있다. 한없이 상처받고, 한없이 외로운 군상들의, 결코 하늘의 선택 받은 것도 아닌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의 저마다의 사랑 이야기가. 누군가의 앞에서 펑펑 울고 싶어도 차마 그럴 수 없는 '나' 에게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울지않아), 거울을 보는 것이 고통일 정도로 결코 예쁘지 않은 '나' 에게 반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You look good to me), 기대심이 메말라 무심하기 짝이 없다는 말을 들을 법한 '나'에게도 어울릴만한 사람이(※ 거짓 애인), 만신창이가 되어 더이상 순수하지 않을 '나' 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소중히 해주는 사람이(※ 진주컵), 나밖에 몰라 내 일이 우선인 '나' 를 끝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 꿈의 파수꾼), 더이상 '나'에겐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을거야 하고 체념했을 때 찾아오는 사람이(※ 낭만 holiday) 반드시, 꼭 반드시 있다고 믿게 해주는 사랑의 바이블이랄까. 두번 다시 없을 것 같은 격렬한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정말로 더이상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야. 그것이 빠져 나간만큼 더 많은 공간이 네 안에 확보된거잖아. (※ 15분) 좋아함의 마음을 다 써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사랑할지 모르겠다고? 걱정마, 그것은 결코 줄지않는 샘이거든.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퍼낼 수 있어. (※ Heartless) 한두번 헤어져보면 좀 어때. 눈물을 흘린 만큼 강해지고, 또 말랑말랑 부드러워지기 마련인걸. 귀 기울여봐,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더 많은, 더 완전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네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거야. (※ 슬로 굿바이)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기다리렴. 너에게도 반전은 찾아올거야. 너는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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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의 매력을 마음껏 분출시키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책 읽기에 빠지기 전, 책을 멀리 하던 시절 난 단편만 읽었다. 금새 질려 버리는 성격때문에 단편은 금방 읽히고 질리지도 않아서였다. 이제는 진정한 단편의 맛을 알겠다. 작가 이시다이라가 말하듯 한편 한편 잠들기전에 조금씩 읽는 그 맛을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총 10편의 단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다른 모습들과 과정들을 보여준다.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사랑. 혹은 애인인 척 하다가 빠져드는 사랑. 꼭 꼭 숨기고 있다가 말해버리는 사랑.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사랑. 인터넷 상의 인연. 익숙해진 사랑. 일로 관계된 사랑. 그리고 이별.
나도 어느덧 나이를 20대의 딱 중간에 멈춰서 있다. 사랑 그것을 논하기에 딱 알맞은 나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지금쯤이 사랑에 대해 가장 말을 많이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주위의 친구들을 보아도 혹은 내 상황을 보더라도.......
이 책은 굳이 생기지도 않을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풋풋하고도 아련한 이야기 들이다. 그리고 한번씩은 해봄직한 사랑의 과정들이 적혀있다. 누구는 가랑비에 옷 젖듯 사랑을 시작하고 누구는 서서히 익숙해 지고 누구는 결국 결단을 내리고 마는....... 그런 일련의 모습들을 작가는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참신한 여러 소재들을 사용해서 말이다. 아주 잘 버무려 놓은 맛깔나는 비빔밥이 생각이 났다. 여러 채소들과 고추장으로 맛을 낸. 상큼하면서도 맛깔나는. 그런 책이였다.
사실 나도 읽으면서 소실 적 생각이 나서 약간은 센티멘탈 해지기도 하였으며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기도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을 경험하지 않을까?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든지 말이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흥미로움과 재미를. 사랑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찡함과 추억을 꺼내보는 작은 미소가 머금어 지리라 생각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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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에 우연히 내 방 책장에 꽂힌 이후로, '언젠가 읽겠지'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몇 번쯤 꺼내서 조금씩 읽어보긴 했었는데 이번에 다른 어떤 책보다 갑자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미뤘던 게 무색할 만큼 빠르게 읽어나갔다. 이미 이전에 이시다 이라가 썼던 다른 책들을 읽어봐서 작가에 대한 믿음은 있는 상태로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뭐랄까. 내가 그에게서 느낀 건 있어보이는 듯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 일부러 딱히 진지함을 유지하려고도 안하고, 곳곳에 왠지 모를 쿨함과 위트가 느껴지는 기분.
슬로 굿바이는 이시다 이라의 첫 단편집인 동시에 연애작품집이다. 그런데 다른 단편집들 치고 많은 수인 10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울지 않아, 15분, You look good to me, 거짓 애인, 진주 컵, 꿈의 파수꾼, 낭만 Holiday, Heartless, 선線의 빛, 슬로 굿바이) 친절함이 느껴지는 작가 후기도 같이.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받은 인상은 '밝다'라는 것. 분명 이야기의 전개로 보아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해도 될 것들도 은근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별의 과정 중에 있어도, 만나면서 갈등이 생겨도, 이별을 했어도 슬프지 않다. 그 추억을 곱씹으면서 미소지을 수 있는 마무리를 한다거나, 그동안의 갈등이 괜한 거였다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걸 꼽자면 꿈의 파수꾼. 시나리오 작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 그와 달리 자신의 꿈보다 그녀가 중요했던 남자. 꿈을 향한 그녀의 재능이 조금씩 빛날 때 남자의 심리가 좋다. 축하를 해주고 싶지만 사랑하는 그녀가 훨훨 날아가버릴까 막연히 축하해줄 수 없는 뒤틀린 마음. 소설 주인공만이 느끼는 특수한 감정이 아니라 보편적인 커플들이라면 누구나가 느껴볼 만한 것들이라는 생각에 끄덕이면서 볼 수 있다. 꿈의 파수꾼은 읽을 때 더 좋았던 작품이었다면, 슬로 굿바이는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 여운이 남아서 더 좋은 작품이다. 2년 동안 만났던 남녀의 마지막 이별 데이트. 같이 소바를 먹고, 길을 걷고, 펌프스를 구경하고-. 마지막 이별 의식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진행된다. 그런 처절하지 않고, 질척대지 않는 그저 담담한 두 사람의 모습이 오히려 진하다.
덧) 이 책이 나에게 오기 전에 이 책을 골랐을 때, 사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슬로 굿바이'가 아닌 '솔로 굿바이'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중에 책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당황하긴 했었는데, 연애집이라서 사랑도, 이별도 전부 들어가 있으니 내가 원하던 류의 이야기였음은 다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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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와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로 내게 기억되는 이시다 이라의 세 번 째 책을 만났다. 원제가 책에도 적힌 것처럼 <slowly, I'm falling in love>인 것 같다. 천천히 사랑에 빠지다. 정도로 직역할 수 있는 문장인 듯하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실 <슬로 굿바이>라는 글만 헤어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른 글들은 사랑에서 멀어지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총 10편의 글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을 <렌트>에서도 그랬지만 <슬로 굿바이>를 읽는 것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다. 다양한 상황들과 설정들이 10편의 이야기들 사이에서 피어난다.
<울지 않아>는 친구의 여인과 만나서 위로를 하다가 시작되는 사랑을 보여주고 <15분>은 세토와 유미의 여름날 치열해보이던 가벼운 만남과 섹스의 사랑을 보여준다. <you look good to me>는 미운 오리새끼와 오스카의 점진적 사랑을 보여준다.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미운오리새끼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시키는 사랑을 보여준다. <거짓 애인>은 친구들의 소개로 만난 사람들이 귀찮아서 거짓으로 애인인척 하다가 친구들이 헤어지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연인의 관계로 발전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진주컵>은 직업여성과의 사라을 이야기한다. <꿈의 파수꾼>은 결혼 프러포즈를 한 시로가 요코의 응답을 기다리는 상황에서의 떠나보내려는 마음과 약속을 지키려는 사랑을 보여준다ㅏ.<낭만 holiday>에서는 미즈키와 유키의 메일을 통한 사건을 통해 사귀게 되는 사랑의 시작을 보여준다.<heartless>에서는 섹스리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heartless가 없다고 믿는 상황에서 사랑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선의 빛>은 야마구치와 사스키의 사랑을 보여준다. 일로 마나서 발전되는 사랑이다.<슬로 굿바이>는 후미히로와 와카코의 헤어짐을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편린들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사랑을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해야하나? 사랑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김훈을 소개하는 카피처럼 벼락같이 사람에게 사랑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믿지 않는 내게는 다양성만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진 책이지만 사랑의 목마름을 기다리고 있다면 이시다 이라의 일련의 연애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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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라 이라. 이 일본작가를 주목하게 된것은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라는 추리소설을 읽고서였다.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사람 글쓰는 재능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 '슬로 굿바이'는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그런데 이 짧은 이야기들의 내공, 장난아니다. 하지만 그런 야한듯하면서도 적나라한것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리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은것은 그 속에 흐르는 '진정성'과 '따뜻함' 때문이었다. 참으로 따뜻한 사랑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외적으로 표현되어지는 것들보다 그 내면의 마음이 편하게 전해져서 우리와는 낯선 나라의 사랑이야기라도 해도 재미있고 기분 좋게 읽을수있었다. 역시 사랑이란건 나라가 달라도 보편적인 어떤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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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과 슬리브리스 꽃무늬 원피스의 소녀는 여름을 상징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연한 빛의 구름은 가을이 다가옴을 알린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여름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희망의 날개를 달아준다.
<슬로 굿바이>(황매,2007)의 겉표지는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과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뒷모습. '슬로 굿바이'라는 눈에 띄는 노란색의 캘리그래피. 책을 자세히 보니 '이시다 이라'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작년에도 읽었고, 올해 초에도 읽었고, 불과 몇달전에도, 지난달에도 읽었던 책들 속에 있던 익숙한 이름 '이시다 이라'. 이번엔 어떤 이야기일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단편으로 10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작가의 전작 <1파운드의 슬픔>(황매,2006)을 떠오르게 했다. 1파운드의 슬픔이 30대의 사랑이야기라면, <슬로 굿바이>는 20대의 사랑을 말한다. 이별의 아픔과 새로운 만남의 설레임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화두인 '사랑'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며, 때론 설레임을 안겨주고, 때론 슬픔을 선물한다.
일본 배경의 사랑이야기는 한국의 젊은 남녀와의 사랑과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10편의 소설 속 연인들은 청춘 남녀의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쉽게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들이다. 또한 이시다 이라의 이야기는 언제나 희망적이다. 분명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책 속 곳곳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이야기할때는 물론, 이별을 말할때도 작가는 희망을 불어넣는다.
전작 <아름다운 아이>,<4teen>에서는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이야기하며, 모두가 아름답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렌트>에선 호스트 일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LAST>에선 살면서 무엇인가에 의해 마지막 상황에 처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 했다. 역시나 이 소설 속에도 호스트란 직업의 당당함과 마지막 상황에 맞는 무기력을 희망과 함께 논했다. 또한, <잠들지 않는 진주>에선 40대, <1파운드의 슬픔>에선 30대, 그리고 <슬로 굿바이>에선 20대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누구나 사랑할 수 있고, 기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20대 사랑은 30대와 40대와는 어떻게 다른지. 현재 사랑에 아파하거나 기뻐하는 중이라면. 현재 더위를 잊고,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슬로 굿바이>와 함께 사랑의 계절 가을을 만끽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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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를 얼핏 보면 여름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본다면 가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것을 눈치 챌수 있을 것이다. 우선 바람이 느껴진다. 여인의 머리카락에도 여인이 붙잡고 있는 주황색의 천 위에도, 그리고 넓고 넓은 하늘의 공간에도. 또한 여인의 원피스 형태는 여름을 연상시키지만, 꽃무늬는 길가에 피어있는 가을 꽃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므로 겉표지의 분위기는 늦여름보다 초가을 분위기가 난다고 말하고 싶다. 책 속의 이야기들도 가을에 만나고 싶다고 억지를 부리고 싶은 것이다.
내게 여름의 끝자락은 피하고 싶은 시기다. 햇볕의 뜨거움과 나른함이 공존하는 늦여름은 모든 것을 식어지게 한다. 특히나 늦여름의 한낮에 터미널에 가본 사람이라면 나의 마음을 눈치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도시의 터미널보다 조금은 후미진 지방의 터미널은 여행객들의 열정도 사그라진 무료함 그 자체가 온전히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표지의 계절을 억지로라도 가을이라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 모든 이야기가 늦여름에 느껴야 하는 것이라면 내게 와 닿는 감정의 양상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늦여름의 늘어짐, 무료함, 사그라듬이 느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제목을 신경쓰다 모든 단편이 이별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분명 수많은 이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슬로 굿바이'처럼 이별보다는 사랑의 시작, 설레임을 간직한 단편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단편의 순서야 상관 없겠지만 그 모든 아픔과 시작을 거쳐 설레임을 간직하다가 마지막의 단편에서 진짜 이별을 만났을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슬로 굿바이'가 처음이나 중간에 있었다면 어색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나, 다양한 설레임을 잔뜩 머금다 만난 이별은 잠시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설레임들과 천천히 이별을 하라는 건지, 설레임을 천천히 받아 들이라는건지 혼자만의 말장난으로 무언가를 끊고 맺으려 했었다. 그러나 사랑에 끊고 맺음이 가능할까. 사랑은 마음을 주는 것이기에 늘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들 투성인데. 그러나 그 모호함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랑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느껴진는 것들은 진실이었다.
때로는 그 느낌이 혼자만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지만 결국은 상대방과 거의 비슷한 마음이기에 설레임이라는 여운을 남겨 주었다. 이 책의 대부분의 단편들 느낌이 이러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사랑의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끝에 가서는 서로의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 기분좋게 만들었다. 사랑도 이별도 피할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사랑의 설레임만을 더 만나고 싶은 것은 나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별을 겪은 나의 피해의식 일지도.
그러나 책 속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잠시 자문해 보게 된다. 내가 사랑을 할때, 누군가를 좋아할때 오로지 나와 그 사람만 두고 보았는가를. 이들의 사랑의 내면 속에는 타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나의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비출지, 그 사람과의 미래는 어떠한지, 더 나아가 나는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까지 말이다. 이들에게는 최소한 누구 때문이라는 시선의 부담은 없었다. 철저히 둘만의 감정이 중요시 되고 있었기에 조심스레 그들의 내면을 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면 때문에 단편들 하나하나가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랑이 거창할 필요는 없으니 그러한 시각은 잠시 묻어 두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책 속의 배경이나 삶의 모습들에서 생경함을 느꼈던 것은 일본적이다라는 것을 보지 못함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일본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똑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책 속에 언급되는 묘사 속에는 세계의 다양함이 축약된 모습이었다. 주인공들이 밥을 먹는 세계 각국의 식당이나, 외국 음악과 언어에서 느껴지는 외래어들은 내가 과연 일본 소설을 읽는 것인지 잠시 헷갈리게 만들었다. 세계화 시대에 그 정도를 거슬려 한다고 면박을 준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들의 의식도 색깔을 잃어 버리지는 않을까 주제넘은 걱정까지 해본다. 어쩌면 책의 곳곳에 드러난 그들의 자유분방한 성문화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해도, 정체성을 잠시 잃게 되기에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전제가 되는 섹스는 점점 기대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하나의 과정으로 보여지는 그들의 섹스의 드러남은 여전히 껄끄러운가 보다. 오히려 지지부진한 것보다 쿨한면을 담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고리타분한 면이 내안에 잠재되어 있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사랑의 다양함을 보게 된 것 같아 잠시 내 감성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 든다. 사랑의 설렘이든, 안정감이든, 이별이든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한 끊임 없을 것이다. 그 끊임없음이 유독 가을에 더 진하게 다가오는 건,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나약해 지는 것은 아닐까. 대리만족이 아닌, 설레임을 가져보는 것. 올 가을에도 내겐 힘든 것일까? 잠시 그들의 설레임을 질투해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