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겉장에 쓰여있는 글들이 아주 긴 책이다. 겉장의 글 가운데 어떤 것이 진짜 제목인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길다. 그대로 옮겨본다. 청동거울문고 작은거인②/현대소설 현장 읽기/마당발,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그 제목 아래 또 원고지 2쪽 가까이 될 듯한 설명이 따옴표로 묶여 있다)/(이 책을 엮는데 참여한 사람들의 여덟 이름이 있다)/(출판사 이름)청동거울. 하여튼 그렇다. 이 책의 성격을 드러내고 설명하기 위하여 그리도 상세히 적어놓은 것 같다. 그러면 책을 내는 사람들이 - 즉, 그 책을 엮은 사람이나 그 책을 기획, 제작한 사람들이 어째서 그렇게 자세한 설명을 겉장에 가능한 많이 실어야 한다고 믿었을까? 이런 자문 속에 다음 장들을 넘겨보았다. 구구한 다음 장들에 대한 느낌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차례를 쭉 훑어보니, 아하! 그들(이 책을 내기까지 관여한 사람들)의 고심이 한눈에 차올랐다. 많은 독서 생활을 하지 못한 탓에 이런 종류의 책이 흔한지 아닌지는 잘은 모르지만, 문학이라는 분류에 속하는 주제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분명한 성격의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본격 문학작품은 물론 아니고, 평론서나, 이론이나 해설서도 아니고... 이 책은 소설가 김원일의 작품, '마당깊은 집'에 대한 탐험기라고나 할까, 마당깊은 집이라는 소설에 대한 순례기라고나 해야 할까...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에서,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미지의 세계를 휘돌아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 마술 양탄자, 또는 우리가 올라타고 있는 것이 의자라면, 마술 의자를 타고 '마당깊은 집'이라는 소설의 휘황한 세계로 우리를 맘껏 여행시켜준다. '마당깊은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을 내딛기까지에 대한 경과보고부터, 작품의 연혁, 작가 연보, 작품에 관련된 작가 에세이, 그 발걸음을 같이 내딛는 사람들의 방담, 실제 모델이 된 집의 현장답사, 작중 인물의 작중 행적,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각자 느낀 기록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문학이라함은 지고의 것이었다. 시를 지어 과거를 보았고, 그런 등용문이 곧 자신과 집안이 일어설 수 있는 모든 영광의 실현이었다. 문학 연구는, 작품론과 작가론에 심각히 천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보편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학이란 결국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탐구요, 계발이다 라는 것이 문학에 대한 현대적 인식이라면, 작품과 작가와 독자가 서로 문학적 삶을 교감할 때, 비로소 문학의 구체적인 육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이런 각도에서 이 책은 본의 아니게 일상적인 삶에서 점점 떨어져나가 승천하던 문학이라는 예술문화를 다시 우리 삶의 바로 옆으로 잡아내리는 작업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삶의 투영이 바로 문학이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