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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표지를 보고 살포시 미소가 새어나왔다. 푸른 들판에 귀여운 똥 친구들이 와글와글 웃고 있고, 그 중심에서 손을 길게 뻗고 있는 소년은 신발이 짝짝이인채로 손에 쥔 무언가를 매우 기쁜 듯이 들어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또 인자해보이는 할아버지와 주인공인 소년의 동생으로 보이는 꼬마의 바가지머리도 귀여워서 한동안 표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림만 보아도 소설이 주는 이미지가 참 정감있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소년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찬찬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별똥별을 타고 외계인이 올지도 모른다는 엄마 아빠의 거짓말에 속아 함안의 고인돌 산골 마을로 이사 온 윤기는 스마트폰도 잘 되지 않고, 아토피에 걸린 동생 때문에 온통 채소에 건강식만 먹어야 하는 일상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친구들도 촌뜨기같고 벌레나 다슬기를 잡으며 노는 것 또한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윤기는 산골 아이들 속에서 마치 자신이 서울에서 온 외계인처럼 느껴진다. <풀빛 외계인>은 이렇듯 산골 생활에 어울리지 못하는 도시 아이의 윤기를 통해 부모님과의 갈등, 동생과의 다툼, 스스로 친구들로부터 외따가 되어 생활하는 아이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겪는 일상과 고민을 보여준다. 나 역시 유년 시절에 교실에 누나를 찾으러 온 남동생이 귀찮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지 않는 부모님께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들만 어울려 지내는 경향이 있었기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 이십여년 전의 나도 그러했는데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그래서 앞으로 윤기가 어떤 일들을 마주하고, 또 성장하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보았다. 어느 날 옆집의 보소 할아버지네 집에 운석이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윤기는 운석이 꽤 비싼 값에 팔릴 수도 있다는 어른들의 말을 듣게 된다. 운석을 주워 돈이 많이 생기면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게 되고, 자신도 운석을 찾아헤매는데 때마침 자신이 그 운석의 주인이라며 윤기 앞에 진짜 외계인이 나타난다. 외계인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실제로 외계인을 만난다면?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두 낯선 존재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외계생명체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상상을 하듯 그들의 만남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윤기와 KPN31은 서로에게 낯선 존재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상대방에 대해 알아감은 물론, 이땅을 밟고 살아가던 내가 잊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존재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KPN31 외계인이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전에 윤기에게 우주선을 타고 땅속 탐험을 제안하는 부분이었다. 아, 작가는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우주와 바다 탐험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겠지만 땅속 세상은 그저 캄캄할 뿐, 그곳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윤기가 땅속을 탐험하며 겪는 경험들은 나에게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흙들이 꼼지락거리고, 무지갯빛 돌들이 아련하게 뿜어내는 아름다운 빛깔과 까만 흙 속에서 빨간 등대가 되고 있는 당근들. 흙에서 영양분을 빨아 먹으면서 춤을 추는 채소들, 꼼지락꼼지락 잔가지를 흔들며 열심히 일하는 나무뿌리의 모습들까지. 지구와 땅속에서 힘찬 생명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모든 것들에 감탄하게 되는 윤기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그곳에 있는 듯한 환상에 젖었다.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우리 아이도 자라서 편식을 해 속을 썪이거나, 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을 때 꼭 잊지 말고 이 <풀빛 외계인>을 추천해줘야겠다. 작가의 말에서 '지구의 참된 가치를 돌아보며 마음속에 외계인을 품으세요' 라는 말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낯설고 두렵지만 공감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보듬어주었던 윤기와 KPN31처럼 어떤 유형의 존재로써 외계인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이 세상 혹은 그 상상너머의 세계를 아름답게 품고, 나아가 '꿈과 희망의 존재로써의 외계인'을 항상 마주하길...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나의 아이가 그런 외계인을 마음 속에 간직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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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아동문학선 <풀빛 외계인> 권타오 글 / 윤지영 그림 / 한림출판사 초등3-4학년 이상 권장
너무 위트있고 센스있는 문장들로 권타오 작가님만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 <풀빛 외계인>입니다. 권타오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게 되었는데요. 이 동화를 읽기전 작가의 이력이 눈길을 끌더라구요. 전혀 다른 직업의 일을 하다가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대요. 하지만 그 뒤에도 꾸준한 수상이 작가님의 진가를 얘기해 주는 듯 하더라구요. 2011년 한 해 동안 삼성.한국일보가 주최한 WISH 다문화 장편 동화, 소천문학상 신인상, 한국안데르센상 동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던 <풀빛 외계인>. 처음부터 흡입력이 대단해서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어요. 문장 하나 하나가 너무 재미나서 만화책 읽는 것도 아닌데 절로 웃음이 빵 빵 터지더라구요. <풀빛 외계인>의 대충 줄거리의 시작은 이러해요. 아토피로 고생하는 동생 민기 때문에 귀농을 결심하게 된 윤기네 가족. 윤기는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오기 싫었지만 엄마 아빠의 달콤한 말에 속아서 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오게 된다. 하지만 윤기는 늘 불만이다. 스마트폰도 안되고 피시방도 없는 이 곳은 참 무료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동남아 오지보다도 못하다는 윤기의 말은 사실이다. 시골로 이사를 온 윤기네 마을은 동네 주민이 7명 밖에 되지 않을 만큼이나 시골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운석으로 여겨지는 커다란 돌덩이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그리고는 외계인 친구 KPN31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윤기의 무료했던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본문에서 만나는 권타오 작가님만의 표현법은 참 재미나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본문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아 옮겨보았다. 민기만 생각하면 내 눈썹은 자동으로 열 시 십 분에 맞춰진다. 서울에서는 아빠가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줬다. 차는 여기로 이사 오면서 경운기로 변했다. 사탕 하나 빨다 보면 도착하던 학교가 히말라야 등반으로 바뀌었다. 이웃집 보소 할아버지는 어린애가 무슨 한숨이냐고 하지만 모르시는 말씀이다. 어린이도 살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런 산속 마을에서는... 나는 심술보가 탱탱 부풀어 올라서 오이를 발로 차 버렸다. 오늘도 하늘에는 별들이 몽땅 출석을 했다. -본문 중 -
언제나 얄밉게만 여겨지던 동생 민기가 외계인 KPN31을 만난 후로 윤기는 어느새 긍정적인 아이로 바뀌었는데 아마도 <풀빛 외계인> 스토리에서 가장 큰 변화이지 않을까 싶다. 늘 부정적이고 시골생활에 불만이 넘쳐나고 친구들, 가족들에게도 뚱했던 윤기가 외계인 친구를 도와주며 함께 겪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점차 내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늘 민기가 옆에 와도 뿌리치거나 먼저 내달려 저만치 가던 녀석이 이제는 동생을 어부바도 해주는 모습이 살짝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억지로 툴툴 거리며 다니던 학굣길도 이제는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졌다는 윤기 이야기를 많은 아이들이 <풀빛 외계인>으로 만나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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