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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이 이런 말을 한다. 공약을 지키지 않으니 투표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사실 공약은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시행착오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자기가 뱉은 약속을 나 몰라라하고 지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지탄 받을 일인 건 맞다. 투표권은 국민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공약을 지키지 않아서 투표하지 않는다, 같은 정의는 성립해서는 안 되는 게 맞지 않나.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영 개운하지 않다. 투표권은 성인 남녀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강요가 아닌 자율 선택 의지이다. 선택이 필연이 되면 좋을 텐데 마지못해, 떠밀려서 하는 기분을 감출 수 없고 씁쓸함이 남는다면 돌아보아야 하지 않겠나. 왜 우리는 매번, 유쾌하게 투표할 수 없는지를 말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선거(투표) 이야기로 포문을 여는 건 이 빨간책의 70% 정도는 정치, 정부에 대한 쓴소리 일색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대한 비판일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정치 주제가 이렇게 상당 폐이지에 할애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물론 비중이 그렇다는 것이지 정치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현 시대의 이야기가 책 속에는 있다. 김선우 시인의 글은 장편 소설 『물의 연인들』 한 권을 읽은 게 전부다. 소설을 읽었음에도 나는 그녀를 시인이라고 부르련다. 시인이자 소설가, 산문가, 여러 형식의 글에 맞는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그냥 그녀는 시인이다. 시로 등단해서가 아니라, 소설가와 시인의 경계를 나누던 그녀의 말에 백번 공감하기 때문이다. 시는 가난하고 남루한 밑바닥에서 자기 아픔을 노래하며 비로소 시인 자신으로 승화한다. 그래서 김선우는 시인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걸맞은 여인이다. 아직 그녀의 시를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빨간책을 읽으면서 꼭 그녀의 시를 찾아 읽어야겠다는 약속을 한다.
시인, 비루한 사회에서 명랑을 외치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신조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그중에서도 갑과 을(갑질 논란, 갑질 횡포), 금수저, 흙수저(수저 계급론), 열정페이, 노오력, 루저 같은 자본이라는 지렛대 위에 계급 혹은 외모, 삶의 지수 같은 경계를 두고 무리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범람하는 시대다. 단어들의 실체는 지극히 현실을 대변한다. 불편한 마음은 계급을 넘어 개인에게로 맞춤하며 차마 입에 담기 싫은 신조어(녀녀녀로 대변되는)들을 끊임없이 배출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평등을 부르짖는 이데올로기의 민낯은 처참하다. 더럽고 추악하고 파괴적이다. 신조어들을 통해 보여지듯이 개인의 존엄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개인의 존엄은 땅에 곤두박질친 채 거대 권력 집단의 횡포로 있는 자, 가진 자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부상당한 천사이다. 날개가 꺾여 잠시 날아오르지 못할 뿐 곧 도약하게 될, 도약해야 할 부상당한 천사.
경제제일주의는 이제 이 나라의 종교다. 기득권자들의 도깨비방망이는 언제나 '경제 살리기'이고, 실제로 '살려놓은'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다수의 국민은 '경제 살리기'에 목을 맨다. 이상하지 않은가. 절대빈곤을 겪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이토록 '경제'에 목매게 된 것일까. 행복의 가치를 향한 공동체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돈을 향한 탐욕은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부자 되세요!'가 그 어떤 가치보다 앞서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후진'이라기보다 '저질'이라 말해야 할 이 모든 사회 분위기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딱 맞아떨어진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 사회 수준에 맞는 대통령이 나온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우리를 '먹고살게' 해주었다고 믿는 과거의 대통령 딸이 지금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놈의 경제'에 대한 국민의 강박관념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 아닐까.-24쪽(그놈의 경제 타령)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 뒤에는 그것을 만드는 노동하는 손이 있고, 다시 그 뒤에는 그것에 원료를 내어주는 자연이 있다. 이 모든 연결의 인연들이 알방적 착취 관계가 아니라 '서로 잘 기대어 있을 때' 세상은 유지되어간다. 세상에 정의가 필요해지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의는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잘 존재하기' 위한 관계성을 돌보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고통받는 노동이 있는 한 행복하기만 한 소비는 없다. 노동이 즐거워지고 생기발랄해져야 우리 모두 행복하다. 세상의 건설은 아름다움과 선함에 무지한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노동과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유쾌해지라, 노동이여! 노래하라, 기타 줄이여!-249쪽(유쾌해지라, 노동이여! 노래하라, 기타 줄이여!)
희망이라도 없으면 사는 것은 지옥 그 자체다. 그래서 그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약한 희망이나마 잡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며 우리를 독려한다. 명랑, 또 명랑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글 도처에 날 선 시선이 가득하다. 곳곳에 아픔과 상실, 결핍으로 숨죽이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글이 날카로운 건 필연적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정치색을 드러내길 서슴지 않는 시인, 잘못된 것들에는 일침을 가해야 하는 성정이 글 곳곳에 보인다. 읽는 내가 간혹 걱정한다. 이래도 될까, 자유민주주의 시대는 이미 허울뿐이지 않나. 과거로 역행한 듯이 검열과 압제의 시대를 살고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현시대에, 출판물이라는 매개로 그들을 직접 지칭해 '말'해도 될까 하는 걱정 말이다. 물론 누구나 해야 할 말이지만 제대로 하며 살지 못하는 실정에 그녀의 쓴소리가 무지막지하게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저주받은 정치계, 정부, 대통령, 노조,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살, 세월호 참사, 소외된 사람들 등 모두를 아우르며 진행되는 글은 2008~2015년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행되는 시점에 쓰인 글들이다. 그녀가 심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쓰인 글들이라서 더 애착이 가고 남다르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 문학, 종교를 넘나들며 마음을 정화하는 글도 가득하다. 몇 년 사이, 우리에게는 아픈 일이 너무 많지 않았나. 앞으로도 지난 몇 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정부는 여전히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꼬리 감추기에 급급할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답답함을 김선우 시인의 글로 일정 부분 해소한다. 반성도 한다. 그녀처럼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많은 사람이 있어 주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챙길 줄 알고 먼저 발 벗고 나서려는 올곧은 뚝심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 테니까. 그녀는 냉소를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무관심에서 비롯한 냉소가 폭주하는 사회야말로 인간미가 말살된 죽은 사회일 테니 말이다. 돌아본다. 나도 때로는 냉소주의로 일관하는 사회와 격리된 인간이 아니었는지. 올해 초에 읽은 문강형준의 『감각의 제국』도 그렇고 김선우 시인의 『부상당한 천사에게』도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책이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참 좋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음악처럼 문학 역시 삶을 위해 있다. 문학 자체에 무슨 절체절명의 가치가 있다는 듯한 문학주의적, 탐미적 경향에 나는 동의하지 못한다. 저마다의 개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한 번뿐인 삶을 사랑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문학은 존재한다.(…) 예술을 저 높은 천장 금고에 보관하며 '교양'으로 떠받들지 말고 기쁘거나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삶의 모든 순간에 친구처럼 불러내 수다 떨 듯 누리자. 예술은 숭배할 것이 아니라 삶에 힘이 되도록 사용하는 것이다. 고단한 일상일수록 더더욱!-116쪽(예술 사용법)
시인은 차마 못 한 말을 '문학'이라는 탈출구를 통해 뱉어낸다. 언어(말,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언어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는 건 신기한 일이다. 단어, 체제, 관습에 구속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글은 불편함과 시원함을 수반한다. 보여지는,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자기 검열에 구속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시원하게 갈겨주는 사람도 있어서 참말로 다행이다.
우리는 빨간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에게 이런 책이 많이 주어져야 한다. 때문에 시인, 소설가, 산문가, 작가들은 써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현실을, 아픔을, 고통을, 우리가 보지 못하면 그들이 써 주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글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회로부터 유리된, 부상당한 천사.
아무리 고통받고 처참함 속에 스러져 있을지언정 우리 안의 마지막 보루, 천사의 날갯짓은 숨죽인 고요 속에서 날갯짓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루한 세상일지언정 우리, 희망만은 버리지 말자.
*(그러고 보니 문강형준의 책도 김선우 시인의 책도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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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생각하며 읽었던 책 《부상당한 천사에게》를 읽는 동안 한편으로는 어둡고 막막한 현실을 재 확인하고, 한편으로는 어딘가에 있을 희망의 빛을 믿고 싶어졌다. 너무 좁은 땅덩어리에서 너무나 좁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시야를 조금만 더 넓히면 우리가 살피지 못한 이 땅에 그늘진 공간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국가와 국민이 반목하는 나라. 정말 정의가 미소 짓는 세상을 이 땅에서는 만나기 힘든 것일까.
이 책은 좀 더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맹목적인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살았단 생각이 들어서다. 제 앞가림 하기 바빠 사회가 앓고 있는 아픔, 타인의 아픔에 너무 무심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한쪽 눈을 질끈 감기 위해 그간 실용서만 주구장창 읽다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룬 책을 읽으니 뇌 신경망이 커지려고 그러는지 머리 한쪽이 뜨끈뜨끈해진다. 그간의 편협한 독서를 하면서 교양인인 척 살았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잠시라도 세상의 문제에 깨어있게 해준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내야 할 앞으로의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자기계발서를 주구장창 읽어대며 홀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꾸면서 스스로 교양인으로 치장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도 했다. 잘 되는 사람들은 안다. 홀로 독야청청해서 잘 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잘 되려면 더불어 잘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고통에 좀 더 눈을 뜨고 다함께 잘 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나도 잘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김선우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다. 세상을 보는 시선, 그리고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어 작가의 시집 두 권을 주문해 읽고 있다. 작가 이름만 봐도 잠자던 뇌가 깨어나는 효과를 한동안은 볼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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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기 위해 잘 사랑하고 싶은 거요
주말 밤마다 삐걱거리는 소음이 바로 저 신혼부부의 낡은 침대 소리라는 것을. 사랑 앞에 무량한 응원자인 나는 그날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 무렵 가진 게 책밖에 없던 나는 그 집 우편함에 시집 한 권을 꽂아주고 왔다.-가난한 연인들에게- 이제 막 시를 쓰기 시작한 젊은 시인, 그 시인의 윗집에 사는 연인, 신혼부부. 연일 삐그덕 소리가 나는 낡은 침대 소리. 어쩌면 역정을 낼 법도 하건만 사람의 사랑이란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든 혹은 몸으로 하는 것이든지 사랑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기에 가난한 연인들을 응원하는 시인은 시집을 우편함에 넣어주고 왔답니다. 선우님의 글은 이렇듯 시에서 때로는 소설에서 모든 것은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그 사랑은 몸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것.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것. 무엇보다 잘 살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되지요. 가난한 연인들을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고 덕분에 가볍게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용되는 시구.
그리고 신은 나 때문에 방해받지 말고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듯이 행하라
신마저도 사람의 몸으로 하는 "자연스러운" 사랑에 이처럼 관대한데 우리는 몸으로 하는 자연스러운 사랑을 너무도 숨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듯"하는 대목은 신이 장난꾸러기 같이 숨어서 살짝 엿보지 않을까 싶어 풋!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 우리 몸을 소중히 여기며 숨기지 않고 아끼는 마음. 그런 것들이 "부상당한 천사에게"서 제가 느낀 시인의 마음입니다. 시인의 산문 머리글에서도 "사랑이 넘쳐서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잘 살기 위해, 살기 위해 사랑하는 거라고"이야기 해 줍니다. 아마도 시인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대중가요에서 나오는 연인들의 사랑이나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했던 종교적인 사랑보다도 더 우리 삶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네요.
공감능력이 높을수록 좋은 삶에 가까워진다
시인의 사랑은 연인들의 사랑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번 산문에서 볼 수 있듯이 겁많은 소시민 같은 시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과의 공감능력이 뛰어난 시인이기도 하기에 옳지 않다 싶은 곳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들이 산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요.
"삶이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 만남과 이별의 연속 과정이다. 그러니 타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흔히 말하는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좋은 삶에 가까워진다. 문학은 타자의 마음에 관여하는 글쓰기다."- 시 읽을 시간이 없는 당신에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시집을 들고다니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혹 책을 들여다본다 해도 문학보다는 수험서일 경우가 많지요. 그런 세상에서 "사람들과 공감능력"이 있으려면 문학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좋은 삶"에 가까워지겠지요. 그런 것들이 쉽지 않은 세상이기에 뉴스에서는 연일 안 좋은 소식만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들이 안타깝게 좀 더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을 느낄 수 있는 문학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생명, 그것은 내 것이 아닌데, 남의 것인데, 어떻게 함부로 할 수 있죠?"라고 어떤 사람이 물었답니다. "아프니 잘 보인다. 이 몸도 실은 빌려 쓰는 것. 빌려 쓰는 것이니 잘 돌봐야 한다. 하물며 남의 것은 더더욱 존중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라고 시인은 말해줍니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실천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동네를 떠돌던 병든 개를 치료하고 같이 데리고 살며 나중에 그 개가 말을 해주던 이야기는 "캔들플라워"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자신의 월급을 다 털어서 넣어도 겨우 살릴 수 있는 개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 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생각의 반만 갖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 "공감능력"을 갖고 산다면 참 세상은 살기 좋아질텐데요.
시는 가장 아름다운 동반자
예전 어느 "작가와의 만남"에서 만난 시인은 이제 소설을 쓰고 있지만 소설가 보다는 시인으로 불리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인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아서 일까요? 시인의 글을 읽다보면, 시인의 소설은 시처럼 운율이 느껴집니다. 산문에서도 시인의 운율은, 또박또박 낭독하던 그 목소리처럼 문장 사이사이에 흘러갑니다.
시에 대해서 시인은 "사랑의 능력과 고유한 행복의 감각을 고양하는 데 예술, 특히 문학, 특히 시는 가장 아름다운 동반자다. 일상의 모든 곳, 모든 시간에서 고유한 빗방울 소리를 창조할 수 있는 온몸의 유희."라고 말해줍니다. 쉼표 하나라도 여러 번 생각하면서 넣는다는 시인의 말처럼 글 하나하나가 또박또박 와 닿는 느낌이면서 어렵기도 하고 때로는 쉽게 와 닿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시"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때로 시를 읽는 독자들은 시가 어렵습니다. 시라는 것이 많은 것을 담고 있고 또 그것을 때로는 줄이기도 하기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요. 미술관에서 유명한 미술품을 보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답을 찾는 관람객과도 같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정답을 찾아 해매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지요. 아마도 객관식 시험에 익숙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시인은 시의 이해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해줍니다.
시는 궁극적으로 그것을 읽는 독자에게서 완성되는 것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정답이 없다. 행간의 상상력이 보여주는 낯선 세상을 "그냥"여행하면 되는 거다. 시집은 그 낯선 언어 때문에 감각과 영혼의 상태를 청춘으로 유지해준다. 시 언어의 낯섦을 불편해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면 일상의 많은 순간이 새롭게 태어난다. 여행자의 가방에 시집이 어울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독자에겐 다행히도 시집 한 권은 여전히 커피 한두잔 값이다. - 시집 사용법-
커피 한두잔 값의 시에서 우리 삶이 좀 더 풍족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인의 "부상당한 천사에게"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인이 써 왔던 시와 소설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시인이 옳다고 믿었던 행동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글에는 이 시대의 많은 삶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과 기본적인 삶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마지막 시구가 참 좋습니다.
나는 당신이었고 당신이고 당신일테니 당신, 더는 아프지 말아라. 부상당한 천사여, 나의 자연이여. -영원히 내 것인 것은 없다-
내가 당신이었던 것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아프지 않고 소중히 생각하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인이 시를 낭독하던 그 소리처럼 세상 모든 사람의 삶들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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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과연 제대로 된 시대에서 제대로 살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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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천사에게'라는 제목과 빨간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한 눈에 내 시선을 자극하고, 이 책 속에 담겨있는 글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졌다. 게다가 김선우 작가의 글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부상당한 천사에게』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지나온 발자취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의 저자는 김선우.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산문 작가이다.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 및 소설, 시해설서를 발간했고, 현대문학상과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은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김선우의 빨강'과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은 것이다.
내게 산문 쓰기란 소박하게는 폴 발레리의 말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에 연결되는 자기 점검의 일기에 가깝다. (9쪽)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사는 대로 생각하며 지냈던 듯 부끄러워진다. 자기 점검의 일기조차 쓰지 않고 일상에 휩쓸려 지낸 시간을 떠올린다. '자기 점검의 일기'라는 단어가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불합리한 현실에서 분노조차 잊고, 애써 외면하던 나를 깨워주고 우리의 현실을 짚어준다.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일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에 동참한다.
박제당한 민주주의의 퀭한 유리 눈, 당연한 일을 위해 너무 많은 수고가 필요한 사회, 스마트폰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순간 스마트한 건 내가 아니라 폰일 뿐이다, 꽃이 저토록 부조리해질 수도 있구나!,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 저자가 구사하는 언어에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분노하기도 하고, 어이없이 피식 웃기도 한다. 독자를 대신하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긁어주는데, 다양한 삶의 소리와 관점을 지켜본다.
도시의 문화적 숨결이나 생태적 미감 같은 건 둘째 치고 서울이 정말 끔찍한 건, 도시 전체의 공기 속에 떠돌고 있는 관습적인 자기 착취의 피폐함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개인을 물신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그 바닥에서 개인들이 대면해야 하는 가장 불편한 진실은 자신을 착취하는 자신의 얼굴인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 자유롭게 스스로를 착취하라고 각자의 손에 물신이 쥐여준 유리 채찍. 자기가 자기를 착취하는 것을 심지어 '자발적'인 것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68쪽)
짤막한 글들의 모음이지만,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한 것도 아니다. 조금씩 읽어나가되 대충 넘길 수 없는 책이었다. 올해는 저자가 전업 작가로 산 지 꼭 2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이 산문집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우울이 극심한 시절을 견디며 만든 책이라 각별하다고. 시절을 담은 책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마음을 담아낸 책이다. 좀더 견뎌내자. 견뎌내보자.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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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라는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강연회에서였다. 청자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그 강연에서 ‘사랑’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던 중 강신주 박사는 그녀의 시 ‘내 몸에 잠든 이 누구신가’를 낭송 했고, 그 시의 뜨거움에 강연은 더욱 불타올랐으니... 그 열기를 오래오래 간직하고자 강의가 끝나고 서점에 들러 김선우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보이는 대로 사서 돌아와 읽었다.
이번 산문집 ‘부상당한 천사에게’는 지금까지의 모든 글 중에 가장 뜨겁다. 아마도 집필시기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라 세상의 열기가 시인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나와서일 것이다. ‘헬조선’인, 세상이 지옥일 시절을 통과하며 시인은 고통과 분노를 이야기 했을까. 그녀 안에는 여전히 명랑한 노래를 부르는 천사가 있어, 지옥 같은 현실을 이야기할 때도 시인은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다.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의 가장 고수이며, 그녀 역시 근원적인 관심사라고 이야기했던 오웰의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 이 글쓰기의 최고의 경지라면 이 책을 통해 김선우 시인은 무거운 이야기를, 더 나아가 무거운 세상을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가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열반송의 한 구절을 전해주며 시인은 말한다.
목숨 얻어 잠시 왔다 가는 여행자로서의 삶을 직시하면 뜻밖에도 경쾌한 생명의 역동을 만나게 되지. 모험해라. 바람을 타고 가는 자유자재한 구름처럼,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을 즐기렴. 우리는 모두 맨몸으로 왔다가 맨몸으로 간단다. 가벼우니 좋구나. 두려워할 게 없구나. ‘살아있음’의 충만감과 경계 없는 변화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라. 자유하라. 자유하라! p. 334.
아마도 천사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나 싶다. 이 책의 미덕은 쓰는 사람이 뜨겁게 썼기 때문에 읽는 이 역시 밤을 새 뜨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앞으로 읽어야 할, 보아야 할, 들어야 할 길고 긴 선물 같은 리스트를 남긴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잘 추천하지도, 선물하지도 않는 편인데,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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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문집이 이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한 저자의 비판이 군데군데 들어있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사회의 부조리, 병폐를 끄집에 내는 것은 언제나 불편한 생각을 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그간 보통은 불편함을 야기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려하지 않고 사는 우리는 어쩌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에 지배되고 있는 살아지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이 통하는 세상, 인간에 대한 연민을 넘어선 사랑 그 절대적인 가치를 추종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라 여겨집니다. 사람대 사람간의 가치의 공감을 통한 나의 작은 행동의 발로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주저함과 머뭇거림이 있을 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시작이야 말로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임은 분명할 것입니다. 이 책이 치료제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부상당한 천사를 어서 빨리 치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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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먹먹해짐을 느낍니다. 요즘의 시대는 삶의 현장이 더욱 살벌하고 살기도 더욱 퍽퍽해져서인지 사실 주변의 아픔이나 시대의 고통을 알지만 잠시만 같이 공감하고 내 가족의 삶을 위해 다시금 중간자나 방관자의 입장이 되는것 같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보고 참 많이 울고 진도항에도 갔다왔지만 이제는 또다시 우리의 삶을 살며 4월이 되거나 간혹 고등학생 무리를 보면 그때의 생각이 납니다. 이렇듯 우리들은 또 다시 우리아이들의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열심히 생활하는 게 맞는데 대신 사회동참이나 그런 사회의 아픔을 결코 무시하거나 잊고살지는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선우 작가님도 이 책에서 아픔보다는 희망을 그리고 서로의 사랑과 행복을 더 강조했듯이 우리 모두 아픔을 꿋꿋하게 잘 이겨내며 열심히 살아간다면 지금보다는 더 밝고 모든 국민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가 펼쳐지지 않을 까 싶습니다. 하지만 결코 개인이기주의나 가족이기주의로 인해 사회 문제나 사회의 아픔에 귀와 눈과 입을 가리는 방관자가 아닌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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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천사에게: 김선우 산문집
부상당한 천사에게 이책은 산문진으로 알려져 있고 김선우 작가님의 책이면서 부상당한 천사 제목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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