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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장을 보러 갔다가 술 판매대 앞에서 발을 멈췄다. 나란히 줄지어 선 술병들이 예전의 그 술병들이 아니다. 이래서 사람은 알고 나면 달라지나 보다. 책에서 본 이름을 판매대에서 만나는 새로움이라니, 내 체력만 된다면 책에서 본 기억이 나는 술들만 좍 사 와서 한 잔씩 먹어 보았으면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내가 책을 보고 난 뒤에 책 자체보다 책 속의 어떤 것이 마음에 들어 그것을 오늘처럼 찾아 본 적이 있었나 싶어서. 그리고 나니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이 소개해 놓은 술을 찾아 마시는 사람을 원할까, 자신의 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주는 것을 원할까 그것도 궁금해졌다. 주당이라면 마땅히 맛있는 술을 찾아 전국을 아니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니고 싶을 텐데, 그러자면 이 책이 주당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터인데, 술을 권하는 게 좋은가, 책을 권하는 게 좋은가. 적어도 나는 책보다 술이 먼저 떠올랐으니 이 책의 작가가 만족해할지 어떨지. 읽기 전에는 좀 모자라는 기대를 했다. 우리 술에 대해 그저그런 소개를 해 주는 것일 테지, 술에 대한 글 자료를 모아 두는 것도 쓸 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본 책이었는데 나의 어리석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행기라고 해도 이처럼 알찬 내용으로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여행을 하면서 그 전문성에 대한 탐구 과정과 온갖 자료와 작가의 사색까지 담았으니, 읽는 사람으로서는 부러울 밖에. 나도 술을 좀 배우고 그러면 이런 비슷한 여행을 할 수 있으려나. 책을 읽다가 이처럼 술 먹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좋은 책이었다. 당장 내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으나-아직 중학생이니 수준에 못 미친다고 해야겠지-술을 마실 줄 알게 되는 나이가 되면 읽으라고 권해 주고 싶다. 혹시라도 엄마와 아빠와는 달리 술을 좋아하는 어른이 된다면 저절로 읽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고향이 문경인데 호산춘 한번 먹어 본 기억이 없는 것도 억울하다. 지난 추석 때 충주에 다녀오는 길에 술 박물관 옆을 지나간 것도 아쉬울 따름이다. 그냥 들어가 보았으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모르니, 말 그대로 술에 무식했으니 눈 앞에 있어도 놓칠 수밖에. 경주에 가서 주령구도 하나 구해서 갖고 싶다. 문경 새재 넘으면서 휴게소에서 마셨던 지극히 평범한 동동주조차 뭔가 남다른 비법이 있지 않았을까 괜히 아까워진다. 나도 전국 곳곳에서 입맛만 다시는 술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탐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책을 읽고 술에 취한다더니 내가 지금 취했나 보다. 그래, 오늘 이 책, 잘 마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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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는 동생이 가져온 '민속주'큰병 하나를 집안 식구들 모두 나누어 마셨다. '앉은뱅이 술'이라며 어렵게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찹쌀과 누룩냄새가 은은하게 감돌고 끝맛이 달콤하며 어느 정도 알코올 도수도 있었으나,다음날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아버지는 연신 즐거워하시며 드셨고, 모처럼 떠들석하게 명절냄새나는 추석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술한통이 연결해주고 있었다.
허시명씨의 술에 관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역시 전작인 [비주,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를 재미있게 읽었고 소장하고 있는터라, 이번 책도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전작처럼 저자는 술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다닌다. 전작이 술을 테마로 (이강주, 산뻐지술, 백화주, 과하주, 잎새곡주, 무술주, 매실주, 짚가리술, 죽력고, 호산춘, 무비강장주등)술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각 지방의 대표술을 테마로 (전국 팔도, 심지어 울릉도, 흑산도, 제주를 망라) 술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작의 내용과도 크게 겹치지 않고 술담을 맛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흥에 취하듯, 그 지방의 술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역사속 인물과 배경을 따라 덤으로 알게되어 술의 그 진한 맛을 더할 수 있었다.안동의 고삼주를 통해 왕건이 견훤을 물리친 배경삼아 안중의 고사를 들을 수 있고, 문경의 호산춘은 황희가문의 전통주로, 흑산도에서는 정약전의 사둔서당을, 제주에서 추사유배지를 통해 술과 문화와 역사가 함께 했음을 말해준다.
또한, 전작에는 '무술주' 이야기[개고기(네다리만 씀)와 찹쌀로 빚은 술로 퇴계선생님이 탐독했던 '활인심방'에 나옴 p81~90], 전봉준장군과 인연이 있는 '죽력고'이야기[푸른 대를 숯불위에 얹어 뽑아낸 즙을 섞어서 곤 소주 p139~140]가 흥미로웠는데,이번 책에는 제주의 조껩데기술, 오메기술과 이를 증류한 고소리술, 특히 달걀 참기름이 들어간 오합주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책에는 이종기씨가 운영하는 '술박물관'관한 이야기와 강릉 단오때의 신주빚기행사가 나오는데, 언제 한번 다녀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술은 크게 청주(약주), 탁주(막걸리), 소주로 나누어지는데, 금복주의 운해,안동소주와 무주의 머루주,여주의 화요를 통해 이제는 세계시장을 겨냥하여 우리 술의 도약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문을 닫는 누룩공장과 소규모 양조장들, 비법이라며 숨기고 교류하지 않는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며, 반면에 서로 한곳에서 밀집하여 정보와 비법을 공유하고 시스템의 과학화를 이루고 있는 일본의 술문화에 관한 저자의 언급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소장가치 충분하다.. 이번 기회에 전작 [비주,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의 내용을 간략 정리해본다.
전주 이강주 : 뱃물과 생강즙이 들어간다고 하여 명칭얻음,울금,계피,꿀 포함.
울금 덕분에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
모주 : 약재(흑설탕,밤,생강등)를 넣고 3시간정도 끓임.
알코올은 섭씨78도면 증발하기 때문에 모주에는 알코올 성분이 없다.
산버찌술: 야셍 벚나무를 타고 올라가 산버지를 따다 만든 술,
백화주 : 우리 술의 절창. 전북 김제의 학성마을. 김수연 옹.기호학파
백가지 약재가 들어간 백초주, 60세가 넘으면 술을 빚지 않는 것이 관행.
천하 3대 명주- 백화주,송화대력주,불로주(36~7)
과하주 : 전주 술박물관. 무더운 여름을 넘겼던 지헤로운 술, 비방이 총집결
잎새곡주 : 과거보기 전날에 마시는 머리 맑아지는 술
- 앵두잎,배잎,솔잎,인진쑥잎
무술주 : 개고기(네다리만 씀)와 찹쌀로 빚은 술, 퇴계가 탐독했던 '활인심방'
황죽 매실주 : 경북 울진 주천대 - 임유후,고산서원. 대통을 넣음
짚가리술 : 일제의 탄압, 불법 밀주,법성포
죽력고 : 푸른 대를 숯불우에 얹어 뽑아낸 즙을 섞어서 곤 소주.
죽력은 대기름, 고는 증류한 고급술, 전봉준장군과 인연, 태인
호산춘 : 여산- 호산지방에서 빚어지는 술, 천호산 .산림경제에 나옴
무비강장주 : 기력이 좋아지는 술.
동의보감에서 소개된 단주방(술 끊는 방법) (p199)
주신 : 디오니소스(그리스), 바쿠스(로마), 조라가망(한국), 마츠오(일본)
향음주례(p182)을 통해 옛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술을 배우고 권했다.
조지훈(주도18등급으로 분류, p212)
9급-불주(술못마심),8급-외주(술을 겁냄),7급-민주(취하는것을 민망해함)
6급-은주(돈이 아까워 혼자마심),5급-상주(잇속이 있을때만 술을 냄)
4급-색주(성생활을 위해 마심),3급-수주(잠이 안와 마심),
2급-반주(밥맛을 돋우려고 마심),1급-학주(술의 진경을 배우는)
1단-애주(술의 취미를 맛보는),2단-기주(술의 진미에 반한)
3단-탐주(술의 진경을 체득),4단-폭주(주도를 수련),5단-장주(주도삼매),
6단-석주(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7단-낙주(술과 더붕어 유유자적)
8단-관주(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수없는),9단-폐주(술로 세상을 떠난)
조지훈은 학주의 소졸이나, 20년 정진에 몸은 관주의 경지에 있다고 함
조지훈이 직접 빚었던 술-삼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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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술, 그 세번째...
술을 주인으로 삼아 자리를 마련해 본 적이 있는가?
술로 이야기하는 문화
이 책이 주요 소재가 술이긴 하지만
전국에 수백여가지의 가양주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세번째 책 이 책에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술이 소개되어 있다.
읽는 즐거움에 기대감을 더하며 직접 찍은 사진도 많고 관심이 있던 분야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쉽게 읽었지만 책을 아직 다 읽은 것 같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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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기 전엔 물인 것이 가슴으로 들어가면 불이 되어 활활 타는 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술 꽤나 마시는 줄 알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술은 못하지만 그 분위기는 끔찍이 좋아하는 걸 안다. 거나하게 마실 줄 알든 못하든 술이 떡이 되지 않게 'ㄷ'을 떼어 덕이 되도록 마셔준다면야 고것 참! 매력적인 물질이다. ‘술이 없는 곳에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술은 마음을 솔직하게 운반해 주는 수레이고, 사람과 사람을 가까이 붙여주는 팔짱이다. 봄이 칵테일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거품 하이얀 맥주가 제격이다. 가을이 혀끝 알알한 동동주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속을 훗훗하게 데워 줄 쐬주가 제격이다. 가을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더 사무치고 마음도, 가슴도 녹록하게 해줄 동동주 한 사발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이런 때 읽은 허시명 님의 <주당천리>는 마시지 않고도 기분 좋게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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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술을 찾아 낯선 길도 마다 않고 다녔다는 술 품평가 허시명 선생님. 술에 관련한 세 번째 책 <주당천리>를 내며 술 석 잔을 마신 것 같다고,,,,,, 첫 잔은 얼떨결에 마시고 둘째 잔은 눈 지그시 감고 한껏 음미하며 마시고 셋째 잔은 대자연에 몸을 맡긴 채 마셨다고. 허시명 님의 술에 관한 세 번째 책 <주당천리>를 읽으며 ‘술 석 잔’의 의미가 얼마나 깊은지 감탄, 감탄했다. 담백한 문장에, 우리 것에 대한 곡진한 숨결과 장인정신이 놀라웠다. 흔쾌히 지갑을 수술하여 사고도 아깝지 않은 책. 더 많은 사람들이 <주당천리>를 봤으면 싶어 손나팔을 불어서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한 달에 못 사도 책 일곱 권 정도는 사는 내게 책을 사고 술잔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주당천리에 술잔이라!’ 작가는 “술잔을 보고 취한 적이 있는가?” 하고 묻는다. 술맛도 보기 전에 술잔에 취한 적이 있다며, 2005년 서울국제주류 박람회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야 고분에 잠들어 있던 토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방울잔. 쥐어보니 방아쇠처럼 손가락 마디에 착 감기고 흔들면 탈랑탈랑 소리가 나는 재밌는 잔. 정말 저 위의 잔을 흔들면 딸랑이 소리가 맑게 나서 자꾸 흔들게 된다. ![]()
거나하게 취하니 내가 세상의 주인- 술이라면 입술도 거치지 않고- 혼자 노래 부르고 혼자 마시기- 한 번 마시니 신령과 통하고- 책장을 넘기고 목차의 큰 제목만 봐도 마음 비우고 주당천릿길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코를 대면 술 향기가 날 것 같은 생생한 사진들, 술과 관련한 역사 속의 다양한 인물들, 더 반가운 것은 <주당천리>에 제주 성읍마을에서 좁쌀막걸리를 마시는 이종원 대장님의 후덕한 모습이 모델로 떴다는 것. 충주 탄금호에 있는 세계술문화박물관 ‘리쿼리움’에 갔던 모놀 분들의 사진이 있다는 것. ‘주당이 되고자 했던 것은 술배가 떠 있는 우리 문화의 한복판이 얼마나 깊은지 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만 음미해도 이 책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혼을 불살랐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주당천리>를 천천히 음미하듯 읽는 동안 술독을 맴돌던 내 유년시절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목침을 끌어다 놓고 까치발을 들어 술독 주둥이에 가운뎃손가락을 꽂아 술을 찍어먹던 일. 흥건히 술에 젖은 손가락을 빨면 쐐매하면서도 혀에 알알하게 돌던 그 술 맛. 잇따라 찍어먹으면 종아리의 힘이 빠지고 하늘이 기우뚱거려 기분 100점이었는데,,,,, 바람 찬 가을날을 핑계 삼아 방구들 뜨뜻한 호젓한 술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맑은 동동주만큼이나 진솔하고 향기로운 얘기를 빚으며 시간을 축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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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로 선정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받은 책이 생각보다 크고 두꺼운 바람에, 언제 다 읽나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자 술술 읽히는 게 역시 술 얘기라 그런가 싶다. 책에서도 나오듯 술은 음식 중에서도 가장 고급이며, 제사상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음식으로 신과 우리를 연결해 주는 존재 아닌가.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술은 즐기고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얼큰하게 취하면 되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폭탄주라는 무시무시한 술이며, 그 속에서 사람과 문화라는 술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술과 그것을 빚는 사람들을 정성 들여 찾아 다닌 저자의 노력 덕분에, 책 속에서나마 다양한 우리 술과 그 속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술과 사람들에 대한 글쓴이의 애정과 안타까움이 묻어 나는 것이, 마치 수더분한 아저씨와 마주 앉아 막걸리 한 잔을 나누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고산주, 청명주, 호산춘, 글쓴이는 우리의 청주가 일제 시대에 시작된 주세법과 일본인 주도의 양조기술 때문에 우리의 전통 청주가 그 이름을 일본술에 빼앗기고, 우리 청주는 약주라는 이름을 쓰는 모순과 60년대 경제개발과 민생고 해결이라는 이유로 쌀로 술 빚는 것을 금지하는 바람에 쌀로 술을 빚는 전통이 사라질 뻔한 – 아니 이미 많이 사라져 버렸지만- 과거와 우리 것을 없애버리고는 나중에 외국인에게 보이기 위해 부랴부랴 다시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코미디 같은 기억을, 전통술을 빚는 어른들의 마음과 기술이 없어질 지도 모르는 불안한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전통술을 빚는 어른들의 뒤를 이을 젊은 술도가들의 모습에서 우리 술의 미래에 희망을 가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소주, 청주, 탁주가 한 형제라는 사실과 밑술, 덧술 등 술과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생소하고 어려웠는데, 계속 읽다 보니 나름대로 이해가 가기도 했다. 특히 허영만의 식객에서 술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 보니 앞 부분에 청주를 만드는 과정이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고, 술 빚는 과정이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라는 것. 요령을 피우면 바로 술 맛에 나타난다고 할 정도로 과정 하나하나에 정직한 손길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책을 필두로 와인 열풍이 한창이다. 어느새 비즈니스의 필수 교양이자 앞서가는 트렌드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떼르와르니 보르도, 부르고뉴니 하면서 지식을 뽐내고, 거창하고 화려한 수사로 표현되는 ‘신의 물방울’ 속의 와인들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되었다고 한다. 차라리 가까운 무주로 가서 산머루로 만드는 샤또 무주의 와인을 맛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와인이 ‘신의 물방울’이라면, 우리 술은 손으로 직접 빚은 땀방울이라고 하고 싶다. 프랑스와 일본인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발전시켜 온 자신들의 술을 세계의 술로 만든 것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에 못지 않은, 아니 훨씬 더 좋은 우리 술의 전통을 살리고 그 속에 숨겨진 맛과 정취를 담아 우리만의 스토리들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 술도 곧 우리 안에서, 세계 속에서 제 위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주말은 맘 통하는 친구와 기분 좋게 우리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 (리뷰어 클럽 선정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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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학교는 막걸리로 유명한 곳이었다. 신입생 환영회때 사발식을 한 것도 막걸리였고, 개강, 종강 때에도 으레 막걸리가 등장했으며, 학교 앞에는 큰 민속촌, 작은 민속촌이라고 해서 막걸리만 파는 술집도 있었다. 그때가 이미 20년이 가까워지는 과거이고, 내가 학교를 다니던 중에 벌써 막걸리집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후에 모교를 방문했을 때 보니 번쩍거리는 학교 건물들 안에까지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었고, 풍물패 후배들의 뒤풀이에도 칵테일 소주와 맥주가 주를 이루는 판국이었다. 내가 술을 알게 된 20년 동안에도 엄청나게 많은 판도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변화는 우리 고유의 술이 무너지고 세계화의 봇물을 따라 맥주와 양주가 밀려든 것이었다. 하긴 지금까지 마신 막걸리는 항상 시큼한 쉰내를 풍겼고 맛도 쉰 듯했고 옷에 묻으면 표시가 잘 나고 마신 다음날에는 숙취가 있었으니, 학생과 직장인들의 마음을 끌기에는 많이 부족했고, 그렇기 때문에 도태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허시명의 주당천리’의 저자 허시명님은 자칭 ‘주당정책실장’으로, 이번 책은 2001년부터 펴낸 우리 술에 대한 책들에서 세번째 책이라고 했다. 표지 속날개를 보면 와인잔에 담긴 술 향기를 음미하는 저자의 모습이 보인다. 노르스름하니 고운 빛깔은 잘 발효된 증류주가 아닐까 싶다. 와인잔보다는 화요방울잔을 들거나, 막사발에 막걸리를 들고 있는 것이 더 어울릴 법도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에 연연하는 내 생각일 뿐 세계화를 지향하는 고급 술의 이미지에는 와인잔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 다룬 술은 크게 발효주,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 막걸리로 나눌 수 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경제적인 이유로 제도적으로 우리술이 탄압을 받았던 터라 일본에 비해 현재 우리술의 현황은 참 단조롭고 미미하다. 저자가 발로 뛰어다니며 방방곡곡 찾아다닌 우리 나라의 술도가들은 큰 곳은 큰 곳대로, 작은 곳은 작은 곳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희석식 소주라는 대세에 따라 큰 술도가는 다른 술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작은 술도가는 명함을 내밀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앞으로는 증류식 소주와 발효주 등 다양하고 특색있는 술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고, 화요나 머루와인, 맑은내일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술들에 기대를 걸어본다. 저자의 사진은 술을 빚는 향기까지 전해오는 것처럼 생생하다. 구수한 고두밥의 냄새와 들큰한 누룩 냄새, 부글부글 끓는 발효주의 소리, 증류할 때의 알싸한 알코올 냄새, 지초의 선명한 붉은색은 눈과 귀와 코가 즐거울 듯했다. 그러나 수입 밀가루와 일본 누룩을 사용하는 술이 어찌 우리 술일 수 있겠는가 걱정하는 목소리에서, 하루 빨리 우리 고유의 술을 위한 연구와 투자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묻어나왔다. 술은 그냥 술이 아니라 신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음식의 가장 위에 자리잡으면서 거대한 문화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술을 마시고 빨리 취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칵테일처럼 향과 색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음주 문화도 보급이 되어야 하겠다. 저자를 따라 전국과 일본까지 방문하면서 술에 대한 공부를 참 많이 했다. 새삼스레 술을 한잔 마시고 싶어지는 밤이다. 할머니가 연탄불에 데워 주시던 설탕 탄 막걸리가 참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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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천리>는 책장을 넘기면서 잇따라 느낄 수 있는 풍성함과 넉넉함으로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허심탄회한 술자리 분위기를 사랑하여 당연하다.) 우리의 전통인데, 표지와 책 중간중간 내용의 마음이 크다. 꼭 들추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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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이로 앉아 혼자 마시자니 달이 찾아와 그림자까지 셋이 됐다. 달도 그림자도 이 봄밤 즐기리 내가 노래하면 달도 하늘을 서성거리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춘다 이리 함께 놀다가 취하면 서로 헤어진다. 담담한 우리의 우정 다음에는 은하 저쪽에서 만날까? -이백 "월하독작" 평소 술자리는 좋아하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인 나는 얼마전 알게 된 이백의 권주가 (勸 酒歌)때문에 ‘술’에 부쩍 관심이 생겼었다. 그런 관심 때문이었을까 마침 관련 책이 출간되어 리뷰어를 모집하고 있던 ‘허시명의 주당천리’에 냉큼 신청하여 손안에 쥐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술’은 곡물로 가공한 음식중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음식,차,술중에 가격이 가 장 비싼 것 또한 ‘술’이다. 음식은 술을 위해 존재하고 그릇은 음식을 위해 있고, 그 뒤에 분위기가 있고 가장 상위 개념 이 술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도한 표현이 되는 것인가. 이 책은 ‘술’에 대하여 허시명씨가 세번째로 펴낸 책인데, 이 편에서는 전국을 돌며 조사한 순 우리술의 제작과정, 특징, 역사와 유래는 물론 얽힌 에피소드까지를 사진과 함께 담아 보는 재 미, 읽는 재미를 두루 선사해 주고 있다. 술집을 운영하는 주모로 고려 창업에 결정적인 수훈을 가져다준 안중이 빚은 고삼주, 황희 정 승의 집안에 전해오는 명주 문경 호산춘과 황희 정승이 술취한 아들을 경계하는 야담, 술자리 에서 가지고 노는 노리개 주령구(주사위)로 주사위 면에 나오는 내용대로 행동해야 하는 신라 인들의 술자리 벌칙은 물론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등 역사 인물과 얽힌 술이야기와 문화는 책장이 술술 넘어갈만큼 재미있는 대목이다. 똑같은 쌀을 가지고 술을 빚지만 일본의 양조업은 조직화되고 과학화되어 청주를 세계에서 가 장 만들기 까다로운 술로 각인시켜 일본 청주는 세계명주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같은 청주라는 이름을 우리도 사용하면서 청주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한국의 전통 청주는 주세 법에서 약주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현실은 참 씁쓸한 얘기였다. 이 책은 다양한 우리 술에 대하여 나열하고 있지만 단순히 술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하나 의 술이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까지 자본이나 광고의 힘이 절대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문화 의 힘 없이는 제대로 자리 잡힐 수없다. 저자는 주당을 찾아가고 스스로 주당이 되고자 했던 것은 술에 대한 우리의 문화가 어디까지 와있고 얼만큼 깊은지를 재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하여 최고의 술은 최고의 문화를 꽃피울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계의 모든 음 식이 공존하는 만큼 우리의 식문화도 그 안에 들어갈 기회는 많을 것 같다. 우리 음식이 나가 면 우리 술도 나가게 되고 우리의 그릇, 우리의 문화까지 세계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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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심수신(正心修身) 장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하며 聽而不聞하며 食而不知其味니라 심부재언이면 시이불견하며 청이불문하며 식이부지기미니라 마음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지난 주에 술로 인해 큰 홍역을 치르고 나니 술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늘상 밥 때면 밥과 술 생각이 동시에 들곤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퇴근길에 시야를 방해하던 술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술 생각이 나지 않으니 저녁에 일을 할 때 생각이 일을 방해하지 않아 좋고, 퇴근길에 술 생각이 나지 않으니 몸이 가볍습니다. 사실 술을 좀 줄이긴 줄여야 합니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이 정도 마셨으면 됐습니다. 대학 때 술에 맛을 들인 건, 술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술맛을 제대로 모릅니다. 대학 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서울에는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가친척도 하나 없었습니다. 부모를 떠나 홀로 되고 싶어 기어이 서울로 올라왔지만, 지독한 외로움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날은 벽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하늘 아래 나만 홀로 덩그러니 있다는 그런 느낌을 참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느낌이 싫어 매일같이 사람을 만났습니다. 단 하루도 집에 그냥 들어가지 않았으며 늘상 누군가와 밤 늦도록 얘기하다 들어갔습니다. 대개가 술자리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니 나중에는 사람이 좋은 건지 술이 좋은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목이 마르면 물 대신 시원한 맥주가 먼저 떠오르고, 용돈의 최우선 용처는 술값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무렵이면 밥 생각과 술 생각이 동시에 납니다. 밥을 먼저 먹으면 술 생각이 사라지고, 술을 먼저 마시면 밥 생각이 사라집니다. 저에게 밥이 그러하듯 술도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술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경험상 술이 사람을 가깝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긴장을 늦추고 경계를 허물어 속마음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듭니다. 반대로 술이 사람을 지극히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술은 사람 간의 경계도 허물지만 마땅히 가져야 할 자제력도 무너뜨립니다. 쉬이 뱉어 버린 말은 곧 칼이 되어 상대를 공격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는 대개 자제력이 바닥났을 때 벌어집니다. 젊은 날에 술을 좋아하다가 노년에 강경한 금주론자로 바뀐 실학자 이익의 마음도 이해할 만합니다. <성호사설>을 쓴 이익은 죽으면서도 자기 제사상에 술을 올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갔습니다만, 요지는, 술을 좀 줄여야겠다는 것입니다. 술을 끊는다는 말은 곧 관계를 끊는다는 말과도 같아 아직은 쉽게 실천하기 힘듭니다. 대신 마음을 다스려 술을 적게 마시고도 많이 마신 듯 술자리의 흥취를 돋울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 목 : 허시명의 주당천리 지은이 : 허시명 펴낸곳 : 예담 / 2007.9.14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4,000원) <허시명의 주당천리>를 쓴 허시명은 주당이 아닙니다. 그가 비록 술에 대한 책만 몇 권째 내고 있지만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합니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술을 좋아하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첫 책을 낼 때는 책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썼다가, 술을 찾아다닌 지 8년이 되니 이제 서문에 술을 조금 마실 줄 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기야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길 좋아하는 사람이 술에 대한 책을 쓸 수는 없을 겁니다. 술 마시고 시 한 자락 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말입니다.이 책에는 여러 지방의 술이 등장합니다. 경기도의 장수막걸리, 부자, 화요, 강원도의 단오 신주, 충북의 청명주, 문경의 호산춘, 상주 곡자, 영양 막걸리, 대구의 금복주, 경주법주와 화랑, 여산 호산춘, 무주 머루주, 전주 이강주, 보성 강하주, 흑산도 보리술, 진도 홍주, 진주 곡자, 경남 무학소주, 제주도 감귤주와 오합주 등.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주의 맥이 끊긴 사연, 박정희 시절 경주법주가 유일하게 전통주를 만들게 된 사연, 청주가 일본 술이 된 사연, 우리나라 소주 도수의 역사 등 술에 대한 상식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술 이야기보다는 술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술 향기보다는 사람 내음이 더 납니다. 묵묵히 술을 빚는 사람들과 술을 벗 삼아 산 옛사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어디도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신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술이 '덕(德)'이 되도록 마시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