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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나라들에 대해서 그래도 개론서 하나정도는 봐두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구입한 책인데,
태국에 대해 쉬운 언어로, 생생한 칼라사진까지 듬뿍듬뿍 곁들여서 설명해 주는 책이다. 푸미폰 국왕이 60년 넘게 통치하고 있는 나라, 온 나라가 불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라, 정치적 안정이 이루어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민족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나라,
그래서 국왕과 불교, 민족의 3요소가 지배하는 나라 태국. 태국 하면 코끼리 아니면 방콕이나 푸켓관광 정도만 떠올렸었는데, 태국이 어떤 나라인지 차근차근 일러준 책이다.
참고로 올해는 한-태국 수교 60주년이며 태국 국왕 푸미폰 왕은 뛰어난 작곡가로서 수준높은 곡들을 대거 작곡한 예술가라고 한다. 최신통계를 사용한 책은 아닌 듯하여 조금 아쉽지만... 칼라사진이 많아 전혀 지겹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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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한국의 스포츠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만한 하루였습니다. 오전에 열린 양키스 - 다저스 매치(인터리그 일정으로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경기)에서 홈 선발로 등장한 류현진이 만루 홈런 포함 총 7실점을 허용하는 부진을 보였는가 하면, 낮에 한국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 배구 선수권 대회 준결승에서 한 수 아래로 보았던 일본 대표팀에게 1-3으로 패배하는, 엄청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중계진도 15초 가까이 말을 못 잇고 현장 관중들도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듯 침통한 분위기던데, 더군다나 현재 시국이 또 이렇다 보니 그 여파가 몇 배는 더 커진 것 같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인생은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어떤 대처를 못 하고 당황하다 도태될 수 있습니다. 스포츠에서 피지컬이나 파워 같은 것이 우월하면 확실히 경기에 임할 때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이점이 있긴 합니다만, 머리를 쓰지 않고 무지하게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방식은 반드시 (적에 의해서) 그 파훼법이 발견되기 마련입니다. 조선 중기, 3류의 적이었던 여진족만 상대하며 그저 "우라 돌격(나중에 나온 말이긴 하나)"식으로 전투에 임하던 조선 군병은, 백 년 넘는 기간 동안 내전을 벌이며 온갖 잔꾀와 전법, 임기응변술을 갖추게 된 왜군에 밀려 임진왜란 당시 초전에 연전연패했습니다. 창피한 점은, 때때로 수적으로 우세했던 상황에서조차 요령과 지혜가 부족하여 홈그라운드에서 패주하고야 말았던 몇몇 전투에서의 안타까운(을 넘어 한심한) 양상이었습니다. 어제 배구 경기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키도 작고 경험도 힘도 부족한 상대에게 어쩜 이렇게 판판이 당할 수 있는지 참. 태국 사람들은 근성 강하기로 이름난 민족입니다. 서구의 제국주의가 사정 없이 몰아닥치던 19세기에도 용케 자존과 독립을 유지했으며, 동남아시아 일대가 본디 성정 사납고 끈덕진 종족만 모여 사는 고장인데도 끝끝내 지역 패권국 자리를 유지한 사실만 봐도 이 점이 확인됩니다. 태국 사람이라고 해도 생김새가 꽤나 다른데, 예를 들어 한국 배구 팬들이 "플룸짓"이라 알고 있는 Pleumjit Thinkaow 같은 이를 보면 그 외관이 완연한 동아시아인입니다. 180cm의 신장에 나이도 삼십대 중반인데 여전히 태국 대표팀에서 주전이고, 후배들을 잘 이끌며 요긴한 활약을 해 줍니다. 오늘 중국과 결승에서 맞붙는데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태국 사람들 중 이처럼 동아시아인의 특징을 두루 갖춘 이들은 대개 윈난성 일대에서 남하했으리라는 추정이지만 그 경위가 확실치는 않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윈난성 사람들은 독립된 문화, 역사를 일구고 살아 왔으나 5대 10국 초기부터 큰 동요를 겪었고, 송이 망한 후 몽골의 원이 남하했을 무렵부터 결정적으로 중화 제국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왜 저기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보면 제갈량이 맹획이를 칠종칠금했다는 고사가 있는데, 그게 베트남이 아니라 윈난성 일대를 가리킵니다. 그 정도로 기후와 풍토, 문화, 풍속이 중국과는 현저히 달랐다는 거죠. 한반도는 서세동점의 격변기에 현명하지 못한 외교 스탠스를 잡은 탓에 후진 제국주의 열강에 불과했던 일본에게 국권을 뺏기고 국민들이 무수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카이로 선언에도 "... 한국인들의 노예 상태에 주목한다..."라는 문구가 있었을 정도지요. 반면 19세기 태국은 영국, 프랑스 등등 훨씬 강성한 세력이, 그 풍요한 자원과 광활한 국토(일본 전체에다 북한을 합친 것과 맞먹습니다), 많은 인구 등을 탐내 치열한 각축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지켰기에, 이후 벌어진 2차 대전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을 뿐 아니라 인접국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던 20세기 후반(베트남 등은 공산 내전, 버마[현 미얀마]는 군사 독재)에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양 진영이 국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 중인데 이 점은 한국과 닮은 면이 있습니다. 그나마 국민들이 자국 역사와 전통에 자긍심이 강한 편이라 극한 상황은 아슬아슬하게 면하는 듯한데, 뭐 지켜 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