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클래식과 팝에서 기인한 아름다운 서정
"클래식과 팝에서 기인한 아름다운 서정" 내용보기
마뉴 카체(Manu Katche)는 드러머입니다. 관중들의 관심이라는 것은 주로 보컬이나 기타리스트 또는 관악기 주자들처럼 앞줄에서 멜로디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집중되니까, 뒤에서 묵묵하게 연주하는 드러머들이 주목받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악기에 비해 유명한 연주자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하지만 다음의 리스트를 살펴보시면 왜 제가 마뉴 카체라는 프랑스 드러머를
"클래식과 팝에서 기인한 아름다운 서정" 내용보기


마뉴 카체(Manu Katche)는 드러머입니다. 관중들의 관심이라는 것은 주로 보컬이나 기타리스트 또는 관악기 주자들처럼 앞줄에서 멜로디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집중되니까, 뒤에서 묵묵하게 연주하는 드러머들이 주목받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악기에 비해 유명한 연주자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하지만 다음의 리스트를 살펴보시면 왜 제가 마뉴 카체라는 프랑스 드러머를 여러분에게 소개 시켜드리고 싶어 하는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피터 가브리엘, 스팅, 조니 미첼, 글로리아 에스테판, 조니 할리데이, 심플 마인즈, 제프 벡, 알 디 메올라, 티어스 포 피어스, 다이어 스트레이츠, 얀 가바렉, 조 사트리아니, 토리 아모스, 비지스, 트레이시 채프만, 밥 제임스, 집시 킹즈, 데이비드 랜즈. 등등(!)


장르를 불문하고 무척이나 유명한 아티스트 또는 팀들의 이름입니다. 그러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네? 너무 뻔한 질문이라서 재미가 없다구요? 흑흑. 제가 그렇죠 뭐. 그래도 정답을 말씀드리자면 오늘의 주인공 마뉴 카체가 세션으로 드럼을 연주해 주었던, 아니 연주해 주고 있는 연주자들입니다. 정말 많죠. 그런데 위 연주자들을 보니, 팝 쪽 경향의 연주자들이 많네요. 네. 그렇습니다. 마뉴 카체는 재즈보다는 팝 연주자로서의 경험을 더 많이 쌓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스팅의 드러머로만 알려져 있을 정도니까요. 그는 항상 세션 드러머로만 활동했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1992년 프랑스 BMG에서 발매한 <It's about time>을 자신의 이름으로 냈다는 정도죠. 이 음반은 펑크 록의 느낌이 강하게 가미된 퓨전 재즈 음반으로, 제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흥겹기는 하지만 별로 정은 가지 않네요.



 

점차 유명하게 된 마뉴 카체는 2000년대 초 만프레드 아이허의 눈에 띄어 ECM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사실 만프레드 아이허가 팝 드러머를 영입했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만프레드가 마뉴 카체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았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마뉴 카체의 ECM 데뷔 음반 <Neighborhood>는 2004년에 발매되었는데, 토마츠 스탄코(트럼펫)와 그의 밴드에 얀 가바렉(색소폰)까지 살짝 얹어 준 것으로 보아, ECM 측에서도 상당히 배려를 해 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반 재킷까지 멋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형편없이 성의없는 음반 커버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음반을 처음 듣고는, 머리를 강타 당한 것 같았으니까요. 깜짝 놀랐죠. 너무 아름다웠어요. 피아니스트나 트럼피터가 아닌 드러머의 음반이라는 것에 저는 한번 더 놀랐고, 이 아름다운 곡 모두를 마뉴 카체라는 ‘드러머’가 작곡했다는 사실에 또 다시 놀랐죠.


그리고 2007년 마뉴 카체는 <Playground>라는 음반을 발표합니다. <Neighborhood>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음반에서는 얀 가바렉 대신 트리그베 자임(Trygve Seim)이 색소폰을 맡았고, 토마츠 스탄코 대신 마티아스 에이크(Mathias Eick)가 트럼펫을 맡았습니다. 피아노와 베이스는 전작에도 참여했던 마르신 바실레프스키(Marcin Wasilewski)와 슬라보미르 쿠르키에비츠(Slawomir Kurkiewicz). 여기에 ECM에서 몇 장의 음반을 발표했던 독특한 전기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톤(David Torn)이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글은 앞으로 쓸 기회가 있겠지만, 참으로 멋진 톤을 갖고 있는 기타리스트입니다.)


ECM의 최근 음반답게 녹음까지도 너무 훌륭한 <Playground>는,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저에게 또 한번의 큰 감동을 전해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이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마뉴 카체의 작품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마뉴 카체는 ECM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팝 음악계를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위에 언급했던 리스트의 연주자들과 즐겁게, 그리고 활발하게 연주를 병행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궁금해서 마뉴 카체라는 사람에 대해서 살짝 뒷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마뉴 카체(Manu Katche). 드러머. 1958년 프랑스 상 모르 데 포제 출생. 일곱 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움. 15살 때 파리 국립 음악원(Conservatorie Nationale de Paris)에 입학하여 콘서트/세션 드러머로 전향하며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배움. 1980년대 중반부터 여러 유명 연주자들의 순회공연이나 녹음 작업에 참여하며 급격히 성장.


역시, 그 아름다운 선율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었군요. 그는 클래식 피아노로 기초를 닦은 후에 세션 드러머가 되었고, 그래서 그의 가슴 속에는 드럼 비트뿐 아니라, 항상 아름다운 선율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CM 음반과 다른 팝 음반의 서로 다른 성격을 생각건대, 그는 어쩌면 생계를 위해서는 팝 음악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은 ECM에서 내놓는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연마한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의 조각들이, 그리고 수없이 많은 팝 음악을 연주하면서 축적했던 아름다운 프레이즈들이, 응축되고 또 응축되다가 아주 진한 원액의 형태로 터져 나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편안한 아름다움은 팝의 덕목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어떤 곡을 들려 드릴까 잠깐 고민했습니다만, 아무래도 <Playground>에서 ‘Song for her'가 좋을 것 같습니다. 마뉴 카체도 이 곡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는지, 서로 다른 편곡으로 두 번 녹음해 놓았네요. 문제는 네이버 뮤직샘에 마뉴 카체라는 연주자는 이름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유튜브에서 찾아 링크합니다. 두 버전을 찾았는데, 2008년 독일 공연이 화질이나 음질 모두 좋더군요.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자는 토마츠 스탄코와 페테르 베트레(Petter Wettre). 피아노와 베이스는 음반 녹음 때와 같습니다. 재즈의 성격상 원곡과는 좀 다르지만 이 버전도 아름답기는 여전하네요.그런데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면 이상하게 항상 조동진의 '제비꽃'이 생각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연주가 끝나고 마뉴 카체가 눈물을 훔치는 걸 꼭 보셔야 합니다.





(이 글은 제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것을 옮긴 것입니다.)
 

w*****3 2009.12.1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