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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알에이치코리아/2014.6.23. sanbaram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며,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 30년 가까이 쓴 아홉 권의 시집에서 좋아하는 시 예닐곱 편씩을 골라 다섯 개의 주제로 묶은 것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서문에서 말한다. 모두 분신 같은 시들이라 고르기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자연과 사랑을 그리고, 삶을 노래하는 시를 통해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조용히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편들이라 생각된다. 도종환 시인은 청주에서 태어났다. 그동안 <접시꽃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등의 시집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등 여러 권의 산문집을 냈으며, 신동엽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백석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의 개정판 서문에서 “시를 쓰는 일이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기를 바랍니다. 시를 통해 내 인생을 진지하게 통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시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이미 내 오랜 운명입니다.(p.5)”라고 말한다. ‘시는 말 없는 그림이요, 그름을 말 없는 시’라고 말한다면서 송필용 화백의 그림과 함께 시선집을 내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는데, 독자들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에 실린 시와 그림을 통해 좀 더 감각적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중 몇 편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단풍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著)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p.14
*황홀하게 빛나는 가을 단풍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현실을 사랑하라는 시인의 마음이 담긴 시라 생각된다.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p.18
*소리 없이 왔다가 지나가는 바람처럼, 인생의 그리움이나 아픔도 왔다 가도록 그냥 두라는 인생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킨 것이 아닌가 한다.
꽃잎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알지 못할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 아득하여 p.21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꽃잎도 외롭게 피었다 지듯, 사람 이란 존재도 미지에서 와 미지로 흘러가듯 외로운 존재이니 견뎌내는 것 또한 인생의 몫이라 하는 것이다.
여백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p.24
*언덕 위에 선 나무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하늘이라는 여백 때문이듯이, 우리의 삶 또한 여백을 가질 때 여유가 생기고 행복한 인생이 되리라는 것이다.
처음 가는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p.26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없지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이기에 두려움도 어려움도 생긴다. 이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p.112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사랑 역시 흔들리며 더욱 공고해 지는 것이며,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사랑 역시 어려움을 극복해야 행복한 인생을 피울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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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8.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한, 꽤 오래 전 암으로 시한부를 사는 아내를 위해 지은 시 「접시꽃 당신」이 인기를 끌면서 저자인 도종환 시인을 알게 되었고, 시집도 구매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시는 이덕화, 이보희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쏙 뽑아냈다. 나도 친구들하고 극장에 가서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 이후 계속 시를 발표했었고, 어디서든 시를 쓸 수 있다는 말에 몇 년 전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당선되어 일하다가, 현재는 문체부 장관으로 재임중이시다. 정치를 하면서 선한 인상의 얼굴들이 칙칙하게 변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초심을 잃어서인지, 원래 그쪽 물이 안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부디 얼굴빛이 변하고 마음빛이 변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따라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 시집은 정치를 시작하시기 전에 나온 시집이고, 이 이후에도 계속 꾸준히 시집을 내셔서 다양한 문학상도 수상을 하시며, 시인의 본분을 지키고 계신 분이기에 일단 믿음이 간다. 이 시집은 시화선집으로 정갈한 시들과 송필용 화백의 멋진 그림이 어우러져 시의 느낌이 더 생생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도종환 시인께서 30여년 간 펴낸 시집 9권 중에서 특별히 아끼는 시 61편을 선별했고 거기에 "물의 화가"라고 불리는 송필용 화백의 그림이 어우러졌으니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더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22p.
절망 같은 벽을 다 덮고 올라 결국 그 벽을 넘는 <담쟁이>는 우리 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절망스러운 벽이 어디 담쟁이에게만 이겠는가. 사회 부조리와 각종 불평등을 어디다 호소하려고 해도 사방이 벽 같아서 가슴만 앓는 힘없는 서민들이 함께 손을 잡고 그 절망을 다 덮고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 마치 촛불을 함께 들었던 모습으로 연상이 된다. 담쟁이는 우리들에게 힘을 합쳐서 절망을 넘으라고 오래전부터 가르쳐주고 있었던 것인가.
여백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24p.
우리는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고 살지만 실제로 완벽한 삶을 살기는 어렵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은 실로 자연스러우며 아름답다. 나뭇잎이 너무 많이 붙어서 오로지 초록만 보이는 것보다 나뭇잎 사이로 푸른 하늘과 반짝이는 햇살이 보일 때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럽다. 사람 또한 너무 완벽해서 빈틈이 없는 사람보다는 조금은 빈틈이 있고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 더 인간적으로 보이고 정이가는 것을 보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된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젠 곳곳에 보이는 나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아름다운 여백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
개울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 없는 돌멩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 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소읍의 변두리를 흐린 낯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있음의 의미조차 잊은 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는 줄로 안다 쏘가리나 피라미를 키우는 산골짝 물인지 안다 그러나 가슴속 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 한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 닿아있다는 걸 살아 움직이며 쉼 없이 흐른다면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깨어 흐른다면 --- 59p.
이 시에 무슨 다른 부연설명이 필요할까. 에전 시골에서 개울을 본 적이 있지만 그냥 졸졸 흐르는 소리만 예쁘다 생각했지, 개울이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라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노래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싶어 바다로 간다"라고 부르던 게 생각이 난다. 개울과 냇물이 작은 물줄기라는 의미에서 비슷해 보이는데, 어쨌든 자신의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일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여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개울은 바다로 갈 것이고, 우리도 현재의 상황에 최선을 다하여 살며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깨어 흐른다면" 꿈꾸고 있는 바다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쓸쓸한 세상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 64p.
젊은 날에 부인이 먼 곳으로 떠난 시인이기에 산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고, 사람들의 모습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이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온 "세상이 쓸쓸하"기만 하고 "허전하고 허전하"기만 한 시인의 마음이 와닿는 느낌이다.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시인은 결국 불면의 밤에 펜을 들고 "글 한 줄을" 쓸 수 밖에 없다. 시인에겐 기쁨이 가득해도, 슬픔이 가득해도, 쓸쓸함이 가득해도 결국 "글 한 줄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결론, 그것은 시인의 천형이 아닐까.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리는 풍경 또한 시인의 눈과 손을 스치면 아름다운 시 한 편으로 승화되어 독자의 곁으로 온다.
연필 깎기
연필을 깎는다 고요 속에서 사각사각 아침 시간이 깎여나간다 미미한 향나무 냄새 이 냄새로 시의 첫 줄을 쓰고자 헀다 삼십 년을 연필로 시를 썼다 그러나 지나온 내 생애 향나무 냄새 나 는 날 많지 않았다 아침에 한 다짐을 오후까지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문을 나설 때 단정하게 가다듬은 지조의 옷도 돌아 올 땐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연필을 깎는다 끝이 닳아 뭉툭해진 신념의 심을 천천히 아주 천 천히 깎는다 지키지 못할 말들을 많이 했다 중언부언한 슬품 실 제보다 더 포장된 외로움 엄살이 많았다
연필을 깎는다 정직하지 못하였다는 걸 안다 내가 내 삶을 신뢰 하지 못하면서 내 마음을 믿어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바람이 그 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모순어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시각 얇게 깎여져나간 시선의 껍질들을 바라보며 연필을 깎는다
기도가 되지 않는 날은 연필을 깎는다 가지런한 몇 개의 연필 앞에서 아주 고요해진 한순간을 만나고자 연필 깎는 소리만이 가득 찬 공간 안에서 제 뼈를 깎는 소리와 같이 있고자 --- 102p.
어린 시절 삭삭 소리를 내며 연필이 깎아주던 엄마가 기억난다. 학교에 가면 어떤 친구는 예쁘게 깎인 연필이 가지런한 필통이 보이기도 하고, 뭉툭하거나 거칠게 깎여있는 연필 한 두 자루만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어느 순간 나도 연필을 깎아 보기도 했는데, 연필깎기라는 기계가 나오면서 대부분 똑같이 깎인 연필을 갖게 되면서 연필을 깎는다는 것은 관심밖으로 멀어졌다.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듯이, "뭉툭해진 신념"을 깎아내듯이, 과장된 엄살들을 깎아내듯이 연필을 깎는다. 연필심을 뾰족하게 갈던 소리, 삭삭나던 그 소리가 연필의 "뼈를 깎는 소리"지만 마치 마음의 가식을 깎아내는 소리처럼 여기는 시인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아직 초등학생인 작은딸이 연필을 사용하기에 늘 연필깎기로 깎아줬었는데, 오늘은 칼로 한 번 깎으며 시인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112p.
표제작인 "흔들리며 피는 꽃"은 우리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 평탄한 삶을 원하지만 이런저런 세파에 시달리며 사는 게 인생이고, 가만히 있고 싶지만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피어나는게 꽃이다. 그러고보면 아무리 조용히 살고 싶어도 일단 세상에 나온 이상 사람이든 꽃이든 나무든 조용히 살 수는 없나보다. 자연에 순응하며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않고, 내리는 비도 고스란히 맞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꽃과 나무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갈 때, 아름다운 삶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경건하고 평화롭게 하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쓸쓸하고도 담담한 시들이 줄을 이었는데, 그 중에서 몇 편을 골라보았다. 시가 인생을 보여주고, 아픔을 공감해 주고, 외로움을 달래주고, 자연의 순리를 깨우쳐준다. 시를 읽으며 시를 음미하며 시 속에 잠겨보는 그윽하고 조용하게 낮아지는 시간. 이 시간이 정말 좋다.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흔들리며 살아가는 삶이기에 우리는 늘 바로 서고자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힘들 때 이 시집을 읽으면, 어쩌면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가슴이 찡하기도 할 것이다. 잔잔한 시와 맑은 그림들의 향연이 펼쳐진 시집이기에 이런저런 사연으로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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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진 바람 사이로 시들이 문득문득 찾아온다. 그바람, 그 느낌을 나도 시로쓰고 싶지만, 한줄도 기어이 못쓰고 마는 언어의 한계. 그래서 참 시인들의 시를 읽고, 위로를 받으며 시어들을 배워본다. 아, 나는 언제쯤 시 한줄..내 느낌 팍 살려 쓸 수 있을까?
가을 햇살 부서지는 창가에서 이 한권... 외로움이 가득한 시집을 소개해본다.
많은 사람이 읽고, 외로운 꽃잎 시에 흠뻑 젖었을 것이다. 시는 꽃을 주제로 한 듯 하지만, 그 여운은 가을 같은 쓸쓸함이 많이 묻어난다. 그리고 시 한편에 시를 그린듯한 그림 한편씩..읽고 보고 느끼는 즐거움을 몇배로 누리는듯하다. 꽃을 노래하는 시 하나 하나가 가을의 쓸쓸함을 담아서 가슴을 휙 훓고 지나간다.
나 그토록 그리웠다.네가...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꽃잎..이라는 시의 구절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 한구절에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오롯이 잠재해 있는지, 시인의 삶보다는 이 시를 읽는 내 살아온 많은 시간들의 외로움이 벌컥 가슴을 들이 받는다. 그리곤 지나온 설움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깊은가을을 노래한 시에는 가을햇살이 가득하다.
"깊은 가을, 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 내려가다 바위 속으로 스미는 가을 햇살을 따라가며 그대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
외로움도, 충만함도, 쓸쓸함도, 다 묻어 줄 불타는 단풍들 사이로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있다. 한편한편마다 가슴 저리게 하는 슬픔과 즐거움이 공존한다. 세상의 온갖 쓸쓸함이 꽃과 햇살과 외로움 사이로 떨어진다.
이 가을 시집 하나 들고, 먼 기차여행 이면 족하지 않은가? !! 아, 그리고 뉴에이지 음악들... Andante, Andre Gagnon,Chris Spheeri,s Ralf Bach, 특히 Giovanni Marradi -Bells Of San Sebastian (가을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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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과 함께 하는 이가 있다. 바로 도종환 시인이다. 나에게 이 분은 한 평생 계속 될 세월의 굴레와 풍경 속에서도 녹슬지 않는 사색의 눈과 아름다움을 지니게 해 준 분이기도 한데 이 분을 알게된건 초등학교 때였다. 그때 그 분은 <담쟁이>였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을 수천 개의 잎을 이끌고 나아가는 진초록빛 담쟁이였다. 벽에 붙은 담쟁이로 처음 만났던 시인을 두 번째로 뵈었을 때는 낙엽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날에서였다. 그때 그는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아름답게 불타고 있는 <단풍나무>로 내 앞에 서 계셨다. 그리고 그를 진정으로 뵈었을 때는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어떤 마을>에서 였다. 그때 그분은 담쟁이도, 단풍나무도 아닌 시인 도종환으로 푸근하게 걸어 들어왔다.
도종환 시인은 국민이 사랑하는 시인 중 한명일뿐더러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 많다보니 그의 시는 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하게 자리한다. 하지만 그는 시인 도종환이라는 이름 석자보다 그의 시 <담쟁이>나 <단풍나무>로 더 익숙하다. 그래서 일까. 나는 그의 시 세계를 담쟁이에서 단풍나무까지인 양 넘겨 짚고 살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그의 시집을 펼쳤다. 밥티처럼 따스한 별이 뜬 마을을 홀로 지나가는 나그네의 감성이 어찌 이리도 부드러울 수 있을까 싶어 자그마한 시샘의 선인장을 품에 안고 말이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단풍나무>로 시작해 단발머리 여중생의 나와 지금의 나를 하나로 포개며 가장 풋풋했던 과거의 언젠가부터 흐르고 있었다. 수년 전만해도 무심코 휙휙 넘겼던 문장들은 어느새 가슴에 와닿아 있었고 무미건조했던 문장은 이슬을 머금은 듯 촉촉했다. 꽃잎을 두꺼운 책장에 껴놓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 노오란 진액이 하얀 종이에 물들어 있듯, 세월에 눌린 시는 깨달음의 얼룩을 향긋하게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 속의 시들은 모두 하나의 그림처럼 걸려 있다. 문장으로 그려낸 풍경화. 나는 이 시집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글로 빚어낸 풍경화 같은 이 시 속에 사람은 없다. 단지 바람처럼 스쳐가는 그리움의 그대가 있을 뿐이고, 물결처럼 흘러가지만 손에 손을 맞잡은 우리가 푸르게 반짝일 뿐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 삶을 노래하는 도종환 시인의 시를 읽고 있노라니 이런 시들을 쓸 수만 있다면 내 이름 석 자가 아니라 기꺼이 담쟁이로 불려도 좋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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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좋아하는데, 읽은 지가 너무도 오래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던 탓인지, 찌든 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했었고, 그게 바로 시집이었다.
나도 젊은 축이긴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집을 잘 읽지 않는다. 잘 읽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선물로 뭘 갖고 싶느냐고 물었을 때 내가 시집을 선물해달랬더니 농담으로 받아들이다가 진심이었다는 걸 알고나서 의아해하던 것이 기억난다. 각박한 삶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촉촉하게 해줄 것이 있다면 시가 아닐까.
도종환 시인을 그 전에도 접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시인이 이야기하는 이 애절함이 너무도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나는 쓸쓸함이, 외로움이 이렇게 마음 깊숙이까지 스며들어와 행복함을 줄 수 있으리라고는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시집을 읽을 때면 아무도 없고 조용한 곳에서(대부분은 집이고, 더 자세하게는 내방이나 침대 위겠지만..) 조근조근, 마음에 오는 대로 소리내어 읽어보고는 한다. 좋은 시일수록 더 그러하다.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고, 소리내어 다시 읽으며 느낀다. 시를 좋아함에도 외우는 시는 없지만, 이렇게 시집을 소리내어 읽는 순간이 너무도 행복해진다.
특히 이 시화선집은 시화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욱 마음을 정갈하게 만든다. 글을 통해 마음에 오는 시와 함께 눈을 통해 마음에 오는 그림이 있어 너무나도 좋은 시집이다. 누군가에게 선물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한해의 마무리를 이렇게 좋은 시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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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중에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 처음 도종환님의 시를 만났던 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그 때는 솔직히 시에 대해 잘 몰랐을 때였고, 문장 하나하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을 때였지만 도종환님의 시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 난 학교에서 배웠던 시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웠고, 시가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구나싶은 마음에 진정으로 시가 주는 행복을 처음 맛보았다고 생각된다. 시집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고 싶었던 마음은 도종환님의 시를 만나고난 후부터의 일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집을 모으기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온 도종환 시인이 그동안 펴낸 아홉 권의 시집 중에서 아끼고 좋아하는 시 예닐곱편씩을 골라 송필용 화백의 그림과 함께 구성한 시선집. 생태적 자연에 대한 희망과 사랑의 울림을 담은 서정적인 시와 맑은 색감 속에 자연의 청명함을 그대로 담은 그림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시를 만들어내고 있다.
1980년대 후반으로 기억하는데 접시꽃 당신을 처음 접했을때 그의 아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어린 내게도 전해져 오는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접시꽃 당신이 너무도 슬프고 애절해서 시를 읽다가 울어본 경험도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시집이나 도종환 선생님을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그 분의 시집을 구입했다. 예전에 갖고 있었던 시집들은 모두 온데간데 없고, 다시 차근차근 그 분의 책을 모두 모으고 있는 중에 알게 된 이 시집은 그동안 정서적으로 너무 황폐하게 살아왔던 내게 큰 약이 되어준듯 하다.
살면서 잠시 동안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잠시 머물 곳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흔들리며 피는 꽃,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바람이 오면, 단풍 드는 날, 꽃잎, 처음 가는 길, 담쟁이, 저녁 무렵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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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된 후 교과서에 실린 시인의 시에 딴지 거려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정치적 함의보다 시 자체의 아름다움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어서 계속 실릴 수 있게 되었지만 씁쓸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 한편으론 도종환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 게재될 정도로 시적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 책은 교과서에 실린 시들을 비롯하여 도종환 시인의 대표작을 총망라하고 있다. 시인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기념비적인 시선집이어서 소장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하겠다. 시에 어울리는 그림도 곁들였는데 송필용 화백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도종환 시인의 내면과 시가 지니고 있는 심상을 잘 살리고 있다. 여러 편을 두루 읽다 보니 하나 같이 빼어난 작품들이어서 몇 편만 가려서 추천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해인으로 가는 길]에 실렸던 시 몇 편에 더 각별하게 눈길이 간다고나 할까. 산경, 산벚나무 같은 작품들 말이다. 시인의 바뀐 세계관이 담겨있고 인생을 관조하는 원숙미도 배어 있어 그윽하게 읽을 수 있다. 또 노래가 된 시들도 흥얼거리며 읽어보았다. 흔들리며 피는 꽃 외에도 꽃씨를 거두며 등 그의 시에는 이미 아름다운 선율과 가락이 어려 있는 듯하다. 누구든 아름답고 깊은 시와 눈 시린 그림을 읽고 보면 흔들리던 마음결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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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마중 채비를 시집으로 갈음해본다.ㅎㅎ 내가 좋아하는 도종환 시인의 시집. 엄밀히 말하면 시화선집이다. 시와 함께 수록된 송필용 화백의 그림들도 너무나 멋지다. 시가 그림이고 그림이 시인듯한..그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둘 다 환상적인 듯^^ 붉은 매화와 노란 보름달이 어우러진 시집 표지 또한 정말 인상적이다. 이 시집은 도종환 시인이 아끼고 좋아하는 자신의 시들을 엮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유명하기도 한 그의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담쟁이, 흔들리며 피는 꽃, 처음 가는 길 등등. 그 중에서도 나는 '꽃잎 인연'이란 시 정말 좋아한다. 이 시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란 시를 떠올리게 하기도..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로 분한 나르시스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니 울지말라고 위로한다. 그리고 도종환 시인은 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때가 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일이라고 한다. 고독은 인간의 숙명이니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인간사에 방하착하라고 두 시인은 말하고 있다.
도종환 시인이 국회의원이 되면서 그의 시들이 교과서에서 삭제될뻔 했다. 현대판 분서갱유될 뻔..;;; 다음 세대들도 그의 아름답고 따뜻한 시들을 교과서에서 계속 볼 수 있게 돼 참 다행이다.^^ 단풍이 이쁘게 물들면 잎 하나 주워다가 시집에 곱게 담아야지. 가을이 빨리 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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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시인 도종환님이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시들에 그림에 넣어 시화선집을 냈다. 아끼는 시들을 걸러내어 다시 묶는 시인의 마음이 서문에 있다. 마음이 뭉클하다. 오래전 아내를 잃고 쓴 접시꽃 당신은 시인과 함께 나이들어간다. 살아가며 늙어가는 일이 슬프고 추해보일 때 하나 하나가 보석같은 낮은 목소리로 마음을 위로하는 시가 당신의 그대가 되고 당신의 위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