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판 1쇄 찍은날 2002년 1월 15일
그의 이야긴 즉, 땅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고의 구조, 삶의 방식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건축 재료는 소나무와 화강석과 흙이다. 소나무는 원래 곧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긴 직선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굵은 놈을 무척 많이 깎고 다듬어야 한다. 즉, 비싸다는 말이다. 또한 주추난 기단, 담장 등에 쓰일 돌은 화강석이 이 땅에 널려 있으나 화강석은 입자가 굵고 상당히 강한 돌이기 때문에 유럽의 대리석처럼 섬세한 마름질이나 조각이 힘들다. 생긴 그대로 갖다 쓸 경우 모양이 좀 그렇지 제 역할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강원도에서 많이 자라는 소나무 금강송은 길고 곧게 자라는 편이라 절, 궁을 지을 때 많이 사용됐다.>
우리의 전통 건축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이런 수법(조망 가능한 창)을 적용하여 외관을 희생시키면서까지도 '내다보기' 좋은 장면은 잘 놓치지 않는다.(또한 주변 자연과의 조화도 중심함)
지금까지 확인된 우리나라 최고의 건물은 봉정사 극락전으로 12세기경에 지었다고 한다. 봉정사 극락전은 접면 3칸, 측면 4칸의 맞배지붕(박공)의 집이다. 목조 결구의 방식이 주심포식, 다포식, 익공식으로 뚜렷이 변화하고 있고 장식적 양상의 변화가 읽혀진다고는 하나 크게 봐서 약1,000여 년 동안의 양식의 변화가 그게 전부라고 한다는 것이, 신라의 건축과 조선의 건축의 차이가 고작 그것이 전부라면 우리 민족의 미적 안목이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탁월하다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식의 감상적인 해석은 제쳐 놓은다 하더라도 너무 허탈하리만치 싱겁지 않은가?
한국 건축은 주된 서양 건축 사관인 양식론에 꿰어 맞추어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는다. 한국 건축은 '시간의 흐름에 의한 양식이나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집이 들어설 장소 대한 건축적 해법'이라고 해야 설명이 된다.
서양 사람은 집을 보면서 집을 지었고 우리는 밖을, 자연을 보면서 집을 지었다.
우리는 '적당히'라는 말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적당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 별로 명예롭지 못한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적당'이라는 말의 참 뜻은 말 그대로 '알맞게, 꼭 맞추어서,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의 중용의 의미를 품은 말이다.
천주교는 이스라엘에서 발생하여 유럽에서 전성기를 맞고, 18세기 말 중국을 거쳐 우리 나라에 들어온다. 한국의 천주교는 세계 유례없이 우리나라 사람이 스스로 찾아서 받아들인 종교인데 그 과정 및 이후 이 땅에 정착하기까지 주로 프랑스의 천주교 수녀회들이 큰 역활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인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는 천주교 신자가 자신의 여주 북내면 중암리를 기증한 '아래 깊은 완장골' 땅에 수녀원을 짓는다.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토지문화관'을 설계하고, 감리따로, 시공따로 수행되어 집은 설계자의 의도와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런 실례를 다시 겪기 싫어, 나는 수녀님들을 설득했다. 그리하여 건축의 기획, 설계, 감리, 시공, 인테리어, 건축주를 대신한 감독으로서 건설 본부장의 역할 그리고 성미술 작가와의 작업 등 한 사람의 건축가가 건축의 거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여 일관성을 갖고 집을 지을 수 있는 이상적인 밑바탕이 형성된 것이다.
*표지도 제목도 내가 보고 싶은 요소는 없었다. 단지 건물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법사 지팡이로 나올법한 십자가와 주변 나무에 쏘옥 안기는 높지 않은 건물의 편안함과 원형 처리된 건물이 궁금했다. 책 제목에 수녀원 하고 씌여 있는데도 이 건물의 쓰임과 구조가 보고 싶었다. 건물 전체 외관 사진이 그야말로 한국적이었고 자연과 맞닿아 있었고 들어가는 출입로 길 또한 멋지게 어울렸다. 롱샹 성당 지붕 같은 원형 성당 지붕이 시선을 잡는다. 예쁘다. 사진에 찍힌 여주의 하늘도 그렇고 건물도 그렇고 보초서는 망루를 연상케 하는 정자와 같은 십자가 건물도 그렇고 정말 예쁜 건물이다. 땅의 굴곡도 살아있고 건물도 살아있고, 마당과 길의 차이를 화계로(계단식 화단) 처리한 부분도 맘에 든다. 수녀원 경단에 오르는 계단 사진을 보면 문디자이 십자가이다. 임근배 건축가의 작품이 멋진걸까 문정식 사진가의 사진이 멋진걸까. 너무 예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