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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백현락류의 글을 생각한 건 큰 오산이었다. 익살스러운 표지와 중간중간 수록된 색색의 사진에서는 가벼운 냄새가 풍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머리말부터 충격적이었다. 머리말이 특별히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머러스하게 쓰여졌지만 쓴웃음을 짓게 하는 에피소드일 따름으로 앞으로 이 책이 대략 어떤 분위기로 전개될 것인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충격은 책이 아니라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하지만 PD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듣고 싶어하던 종류의 대답이 아니었나 보다. 내가 ''나는 떡볶이, 사랑해요!''라고 외쳐주었으면 만족했을 텐데. 카메라를 향해 귀엽게 생긋 웃으며 말이다.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웃는 외국인의 저런 한마디에 만족하는 사람은 ''PD 아저씨'' 뿐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은연중에 외국인이 한국을 마냥 사랑한다는 냄새를 팍팍 풍기며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흐뭇해지고, 어떤 종류의 자부심이랄까, 으쓱해지는 것을 느낀 적이 나에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달콤한 사탕발림을 듣고 잠시 흐뭇해진다고 해서 발전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나는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술 많이 마셔요, 빨리빨리 많이 해요 같은 피상적인 단점을 넘어서 우리가 뜨끔하도록 정곡을 찌르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저 사람은 외국인인데 우리나라에 대해 우리보다 더 아는 게 있겠어? 객관적인 시선에서 나온 따끔한 소리를 들어도 나는 일단 자기를 돌아보기보다 화부터 나는 것이다. 지가 뭔데. 나는 내가 바라는 외국인의 이미지만을 보길 원했고, 대중 매체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그러한 욕구에 충실하도록 몇몇 한국 매니아(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을 양산했던, 그리고 양산하는 건지도 모른다.
본론에서도 지은이 버거슨은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을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미국식의 농담이 진담보다 천연덕스러워서 때때로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농담들 틈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웃음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서양인들이 제멋대로 써놓은 한국에 대한 황당한 책들을 소개하는데, 한국인은 본래 백인이라고 주장하거나 한국에 악어가 서식한다는 둥 그야말로 엉터리 내용으로 가득하다. 우습기도 했지만 당시 서양인들이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 또는 한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으며 왜 그런 시선으로 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것도 상당히 독특한 방법으로 말이다. 안 그래도 이상한 내용을 더욱 어처구니없게 보이도록 설명하는 지은이 덕분에 나는 몇 번이나 자지러졌다.
지은이는 2부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찍은 많은 외국인들의 사진과 인터뷰를 실어놓았다. 그는 여기서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같은 질문을 던지고 외국인들이 저마다 대답한 것을 그대로 적어놓은 짤막한 인터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들은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이다. 한국 체류 기간도 하루에서부터 근 40년까지 다양한데, 이 다양함만큼 질문에 대해 다른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을 잠깐 세워놓고 한 문답이니 질문도 대답도 간결하고 가볍다. 하지만 구석구석에서 보이는 단편적인 사실은 한국에 대해 외국인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덤덤하게 전해주었다. 개중에는 한국을 잘 아는 사람도, 기초적인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으나 모두 호의도 적개심도 아닌 중립적인 감정으로 그들이 느끼는 바를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것은 술, 특히 소주와 한국 남자가 싫다는 얘기가 특히 많이 거론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무슨 사정으로 한국의 거리를 걷고 있는지를 아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다. 나는 종종 주위를 서성이거나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외국인을 볼 때면 저 사람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서 뭘 하는 건가를 궁금해하곤 했던 것이다.
인물 너머로 배경이 비치게 해서 그 사람의 가시성=사회에서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를 나타낸 사진들은 무척 흥미로웠다. 나중에 비판조로 쓰여진 다른 이의 감상을 읽다가 이런 기법이 다른 예술가에 의해 이미 사용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몰랐고 이 책에서 처음 봤으니까 어쨌든 인상깊었다. 인물을 그처럼 흐릿하게 나타내거나 아예 안 보이게 편집하는 것은 그에게 쏟아지는 무자비한 사회적 폭력, 또는 그가 느끼는 두려움과 소외감을 가장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편집된 사진 한 장은 부연 설명 없이도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4부는 지은이의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쓴 글을 모아놓았다. 없었으면 더 깔끔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읽기에 나쁘진 않았다. 아나키즘에 대해선 사전적 의미밖엔 아는 게 없는 나는 한국의 아나키즘과 아나키스트를 열정적으로 파헤치는 글이 읽기 버거웠지만, 아나키스트가 정확히 뭔지부터 차근차근 알아간다고 생각하고 펼치니 꽤 읽을 만했다. 테크노 음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조금 고역이었다. 나는 아는 게 너무 없다. :(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말이다.
북한에 관한 글은 글쓴이가 느낀 당혹감과 생경함을 나도 같이 느껴가며 즐겁게 읽었다. 북한은 우리와 한민족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도덕 교과서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이상한 점이 많은 나라다. 여태까지 강력하게 지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와 독재 시스템 아래서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해 보니 ''발칙한 한국학'' 이란 제목은 내용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듯싶다. 별로 발칙하지도 않고 한국학이라고 부를 만큼 거창한 내용도 아니다. 1부에서 4부까지 나눠놓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잡다한 견지를 잡다한 방식으로 늘어놓은 무질서한 구성이다. 인터뷰와 사진이 많은 것은 그런 인상을 더해서, 꼭 이 책을 그가 발행한다는 잡지 ''버그''처럼 보이게 만든다(실제로 그의 ''버그''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러나 최소한 이 책은 한국 좋아요를 혀 짧은 발음으로 외치는, 웃는 서양인 얼굴이 표지에 박힌 에세이집보단 훨씬 낫다. [인상깊은구절] 사실 많은 사진이 보여주듯, 또는 안 보여주듯, 이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또는 반쯤 보이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마찬가지이다. 속담에도 있듯, 보는 것은 믿는 것이고, 보지 않는 것은 가장 중한 범죄일 것이다. |
| 버거슨이라는 친구..매우 재밌는 사람 같다. 한마디로 문화 히피를 자처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우리 역사를 깊이있게 연구했는지 모르겠다. 서양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개화 이후)를 상세히 정리해 놓고서는 한국의 거리와 문화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있다. 우리도 미처 깨닫지 못한 측면을 짚어주는 이 친구의 시각이 대단하다. 그런데 제목을 왜 발칙한 한국학이라고 정했는지 모르겠다. 발칙하다고 느낄만한 대목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출판사의 상술이 아닐까 싶다. 뭐 그래도 이 책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강력추천하고 싶다. |
| 솔직히 이 책 그렇게 쉬운책은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나 현학적인 문체와 살아가면서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무거운 논의들로 읽는이를 가끔 숨막히게 한다. 그리고 책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뷰의 글씨는 정말 작아서 눈이 아프다!! 그런데 왜 이 책에 대해서 얘기하냐고? [발칙한 한국학]은 외국인(스콧 버거슨)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자신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떠나 한국을 소개한 오래된 책들을 비롯해서(모두 다 이상한 얘기들로 구성된) 한국에서 살고 있는 화교들, 필리핀인들, 이슬람교인, 제일교포 DJ 등과의 인터뷰, 그리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 친구들과의 이메일 토론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국을 바라본다. 아마 이 책의 미덕이라면 한국인의 시선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나의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것과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과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전자는 우리가 지금껏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이럴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하지만 고맙게도 스콧은 이 일을 해주었다. 잠깐 내 얘기를 하자면 영국에 있을 때, 당연하게도 나는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비록 1년이지만 그들 세상에서 잠시 살았었다. 여행이 아닌 이상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필요해진다. 1년동안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영국사회를 한국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였고 한국 사회를 영국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였다. 시선의 이동.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상의 실체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내가 생활했던 한국사회와 잠시 살고 있는 영국 사회와의 만남이었다. 다른 사회와 다른 사회의 만남에 대해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머리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한다고 생각한다. [발칙한 한국학]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
| '발칙한'이라는 단어가 시선을 붙잡고, 무심코 훑어본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관심을 끌게 하는 책이다. 표지 제일 위쪽의 '문화건달'이라는 표현에 흥미를 느끼며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장부터 온통 '이상하다'의 연속.. 지금껏 특별한 이유도,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이렇게 이상하다는 얘기를 연발하는 내용은 처음이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정말 특이하네'라는 그 느낌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해준 매력이 되었다. 우선, 독특한 소재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새롭게 다가오고, 다양한 형식도 지루함을 모르게 해준다. 특히 그가 지적한 내용에는 상당히 뜨끔한 점들이 많다. 우리에겐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지만 한번쯤은 다시 짚어보고 돌이켜 봐야 할 내용들이 넘친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의 문화에 관한 예찬보다 한마디의 지적이 더 빠른 자극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무심코 했던 나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수긍, 정말 그래 하는 공감... 하나의 짧은 문장에서도 많은 감정이 스치게 하는 글이다. 이외에도 한국에 대한 진기한 책들, 인터뷰, 문화탐방, 한국에 온 가장 유명한 외국인 예수,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온라인 대화 등 많은 이야기들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문화비평가와 문화건달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그 기준이 되는 잣대가 주류와 비주류,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격식 갖춘 보고서와 삐딱한 시각의 비판이라면 나는 후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 같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문화를 접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자유로운 생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어쩌면 '세계적인 문화건달 되기'가 아닐까. |
| 발칙한 한국학.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지만 책이 도착하기 전만 해도 이렇게 발칙할 줄 몰랐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 책을 쓴 스콧 버거슨은 우리 나라를 알기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우리 나라를 '이상하게' (그는 이 이상하다는 데 선택 기준을 두었다) 다룬 책을 찾아 리뷰를 쓰려고 수백 권 이상 뒤졌다고 한다. 미국 버클리대 도서관까지. 이 책들은 내가 봐도 정말 이상하다. 아니 어이가 없다. 한국인을 백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긴 여행 가이드를 쓰기도 하고. 이러한 책을 읽은 외국인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 거 아닌가.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읽은 건 '한국에 온 가장 유명한 외국인, 예수'이다. 이건 가상 시나리오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예수가 우리 나라에 왔다는 설정하에 성경 4대 복음을 그럴싸하게 패러디했다. 게다가 이 문화건달(자칭인가?) 외국인은 우리 나라에 있는 외국 마을을 샅샅이 뒤져서 탐방을 했다. 특히 대학로에 사는 필리핀인들을 인터뷰한 것은(저자는 이곳을 리틀 마닐라라고 칭한다. 나도 대학로에 필리핀인들이 그렇게 많이 사는 줄 몰랐다)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잘 사냐 하는 정도에 따라 인터뷰한 사람 사진을 합성했는데(정말 못사는 사람은 아예 얼굴을 없앴다), 아이디어가 기발하기도 하지만 유색 인종에 대한 우리 나라의 편견을 지적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내겐 외국인 친구가 없어서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끔 궁금했다.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고, 이제 곧 월드컵도 개최하지 않는가? 이 책은 한 외국인 친구가 아주 자유롭게 발칙하게 재미있게 그리고 가끔 뒤통수도 치면서 내게 들려주는 긴 수다 같았다. 한 번 읽어볼 만하다. |
| ‘한국에서 즐겁게 공짜 떡볶이 먹으며 텔레비전에 출연하지 않는 법’이라는 특이한 입담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자칭 타칭 문화건달 J. Scott Burgeson이라는 외국인에 의해 쓰여졌다. 이 책의 제목이 ‘발칙한 한국학’이라고 명명되어 있는데, 나는 이 책이 학(學)자를 부칠만한 책이라기보다 ‘이상한 나라, 한국 관찰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그의 특이한 방랑벽과 기묘한 생활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취중진담처럼 기묘하고 이상한 그의 글에는 우리에 대한 뼈아픈 진담이 숨어 있다. 문화건달 J. Scott Burgeson는 외국인이고 백인이다. 그에게 한국은 낯선 곳이고 이상한 나라이다. 그것은 그에게 당연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받아온 교육체계, 가치관, 세계관, 음식, 생활습관 등이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이상한 차이점을 느끼는 것에 어떠한 편견도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 이상함에 대해 절대 자유주의자라고 선언한다. 먼저, 그는 이상한 나라 한국에 대해 이상한 자료수집을 시작한다. 맥로드가 1879년 요코하마에서 발간한 <조선과 열 번째 유태인>, 빅토리아 시대의 처녀, 루이스 민이 조선에 와보지도 않고 무려 306쪽이나 쓴 <진기명기 조선>, 일본의 조작에 의해 유명인사가 쓴 <이토 히로부미 후작과의 조선 여행>, 1956년 러시아인이 쓴 <한국인은 백인이다>, 한국을 소재로 한 SF소설 <앵그리 영 스페이스맨> 등이다. 이 이상한 자료들에 대해 읽어보면, 조선에는 악어가 산다는 둥, 조선인은 이스라엘의 마지막 종족이라는 둥, 한국어와 고대 그리스어는 같았다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 난무한다. 이것은 모두 우리의 입장이 빠진 그들만의 대화라는데 문제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는 상대적이고 또 이상하다.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어느 한쪽의 시각만으로 다른 문화를 폄하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이상한 자료수집은 2001년 혜명교회의 달력에서 빛을 발한다. 백천이라고 하는 사람이 채색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달력은 문화건달 J. Scott Burgeson에게 예수가 1784년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한국을 다녀갔다는 기발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유교와 불교의 나라라는 관광 지식을 안고 왔다가 밤에 시뻘겋게 타오르는 십자가들의 갯수를 보며 기겁을 한다고 한다. 이미 한국은 동아시아의 최대의 기독교 국가로서 군림을 하고 있지만, J. Scott Burgeson에게는 치마저고리를 두르고 초가산간에 모여 예수의 설교를 듣는 장면과 한국인 성모마리아의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자료수집이 끝난 문화건달은 사랑하는 니콘F2를 들고 전국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난다. 한국의 이상함을 찾아 나선 그는 한국인을 만나지 않고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만나 그 기묘한 입담을 늘어 놓기 시작한다. 그는 부산의 텍사스 촌, 서울의 이태원, 대학로, 인천의 차이나타운과 이슬람 성직자, 재일동포 2세, 한국을 소재로 다큐멘타리를 찍는 감독, 레이건 양복을 맞춰 주었다는 어느 재단사 등을 만난다. 그의 부산함 움직임을 통해 여러 방면의 외국인들과의 인터뷰를 보면서 한국을 한국인의 시선으로 직시하는 것보다 타국인에 의해 투영된 모습이 마치 강력한 반사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질주의가 팽배해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 뒤에는 러시아 여자들의 눈물 겨운 매춘의 삶이 있고, 흑인과 불법체류하고 있는 유색 인종들에게 인간이하의 취급과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는 우리의 비이성적인 행위가 보이고, 철저한 혈족주의로 자신의 조국을 버리지 않고선 이 땅에 발붙이고 살지 못하는 한많은 인생이 보인다. 한마디로 우리는 배타적 이기주의로 외국인을 대하고 있으며, 온갖 매체로 조작된 세계화에 물들어 타국에 대한 상대성과 자국에 대한 정체성을 동시에 잃어가고 있다. 또한 그는 몇몇 사람들과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이상함을 풀어낸다. 우선, 그들의 눈에 한국인들은 항상 바쁘다. 너무 바빠서 타인을 배려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알고 보면, 시간을 지키지 않고, 스케줄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더욱 이상한 것은 협력해야 상하의 관계가 협력구도가 아닌 상위계급이 하위계급을 부리고, 하위계급은 상위계급에게 맹종하는 노예관계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된다. 이렇듯 쫓기는 한국인들에게 시간은 돈이며,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일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황금주의에 젖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계획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아 늘 모방을 한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문화를 중요시 해왔다. 외국에서는 아파트의 문화가 성공리에 정착되는 한국을 보며 전통적으로 마을을 이루며 산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인은 집안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이기주의에 빠져 있고, 밖에서는 회사와 시간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맹종 문화에 시달리는 모순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인터뷰에 참가했던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한국 남성들의 ‘술 권하는 문화’에 대해 치를 떨고 있다. 강압적인 저자세와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술 권하는 문화’는 이미 여러 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고 있는데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 가운데 하나이다. 배타적이고, 획일적이며,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 이런 우리 사회에는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최고의 대우를 받는 백인과, 최저질의 대우를 받고 있는 러시아 여성들과 조선족, 그리고 흑인, 그 외 힘없고 가난한 나라에서 따뜻한 삶을 꿈꾸며 온 사람들이 있다. J. Scott Burgeson의 친구들은 한국 사회가 타국인들과 더불어 살기에는 미흡하다고 적는다. 또한 분단이라는 상황, 특히 폐쇄적인 코미디 국가, 북한에 대한 처리, 자국 내의 암담한 정치적 현실, 권력지향적 사회적 풍토 등이 한국인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으로 한국 사회에 있는 많은 서구인들이 한국을 왜곡하고 자만심에 들떠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임을 밝힌다.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인과 외국 문물에 대해 자국의 시선과 우월성 조작을 위해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차이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길 원한다. |
| 이 책의 저자를 만난, 아니 본 적이 있다. 지난 겨울 인사동 길가에서. 사과궤짝에 걸터앉아 "이 잡지는 한국에 대해 내가 만들었습니다..." 식의 푯말을 앞에 두고 잡지를 팔았던 것 같다. 아니 그냥 잡지를 벌여놓고 다른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던 것 같다. <발칙한 한국학>은 이 잡지를 텍스트로 했다고 한다. 물론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었을 거다. 미국인이 어떻게 '발칙한'이란 말의 깊은 뜻(?)을 알 것인가. 그때는 그냥 '별 사람이 다 있군' 하며 지나쳤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냥 지나쳐버릴 게 못된다. 저자는 천성적으로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 같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일 이유가 없다. 외국인이 쓴 한국에 대한 이상한 책들에 대한 리뷰를 보면, 그가 그냥 우리 나라를 스쳐지나가는 '외국인'에 불과하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해서도 해박하고 곳곳에 고전 오리엔탈리스트에 대한 비꼼성 발언이 담겨져 있다. 세계화가 곧 서양화가 아님을 은연중에 꼬집고 있다. 내 관심을 크게 끈 것은 '리틀 마닐라, 대학로' 꼭지였다. 저자는 "한국에는 기본적으로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즉 부자고 비싼 차를 가졌다면 잘 '보이는' 사람이고, 빈털터리에 뚜벅이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대학로에서 많은 필리핀 사람들을 만나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한국에 정의가 얼마나 있는가? 2. 한국은 다문화 사회인가? 3. 당신의 삶의 질은 얼마인가? 그걸 퍼센트로 표시해 평균을 내어 그 평균치만큼 사진에 나오는 얼굴들의 가시성(선명도)를 나타냈다.(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저도 설명하면서 좀 힘드네요.) 어쨌든 참 기발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면서 씁쓸해졌다. 이 나라에서 나의 가시성은 얼마나 될까, 나는 얼마나 보이는 사람일까,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등등. 중간중간 발칙한 발언과 유치한 발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번 읽어볼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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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를 쓴 멋들어진 신사복 차림의 한 남자가 한국을 찍고 있다. 저자 소개에는 이 책을 쓴 사람이 문화건달로서 살아온 족적이 쓰여 있다. 표지에는 계란 후라이 두 개를 안대 삼아 붙인 하회탈이 두 손으로 깜찍한 척 턱을 받치고 있다. 저자 스콧 버거슨은 책머리에서부터 다짜고짜 한국은 이상하고 희한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는데, 이상하고 기묘하고 낯설게 느끼는 것이 뭐가 잘못됐느냐고 묻는 것이다.
버거슨은 동양을 기괴하고 이국적이고 야만적이며 나름대로 아름다운 구석도 있다고 생각했던 고전적 오리엔탈리스트보다 동양과, 서양, 나라와 나라, 민족과 민족 사이에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없다면서 차이를 없애버리고, 동양인들의 언로를 애초에 원천봉쇄해버리는 신오리엔탈리스트들을 더 가증스러워하는 것 같다.
저자는 책이 이어지는 내내 한국의 이상한 점을 비아냥거리고 비판하는 듯하지만, 이런 것 좀 고치시지요, 하면서 설교조로 훈계를 늘어놓지는 않는다. 한국이 이상한 것은 한편으로는 그저 낯설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한국뿐 아니라 자신이 자란 곳을 포함하여 모든 곳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콧 버거슨은 그 '이상함'에 경도되어 세계의 이곳저곳을 떠돈 자신의 이력을 고백한다. 이상하다는 선언은 곧바로 편견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와는 정반대다.
버거슨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1인 잡지 〈버그〉를 팔 때 있었던 일화를 들려준다. 한 점잖은 미국인이 '버그(bug)'라는 제호가 한국인이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버거슨을 질책했다는 것이다. 그 미국인은 제목만으로 오버센스를 한데다가 벌레를 먹는 풍습은 야만적이고 나쁘다는 생각을 이미 머리에 두고, 잡지의 제작자에게 한국인을 모욕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 흰소리하지 마시오, 하는 듯이 저자는 제목대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발칙하게 이끌어간다. 도서관과 고서적상을 뒤지며 수백 권의 한국학 책을 찾아다닌 노력도 가상하고, 그중에 영예의 우승자로 뽑힌 다섯 권의 '이상함'을 들여다보는 것도 실소와 함께 재미를 준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책에서 가장 압권으로 재미있는 부분은 1장의 '한국에 온 가장 유명한 외국인, 예수'이다. 식당에 붙어 있는 교회 달력을 뜯어다가 예수가 한반도에 와서 겪은 일을 그야말로 발칙한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주 난데없이 속아 넘어 가버렸다.
너무 오래되어 고즈넉해져버린 인천 차이나타운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이 책에서 다루는 한국인들과 외국인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라고 할 만한 양재사 유에스 김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이상함에 있어서는 못지 않은 대한민국의 반쪽 북한 이야기도 북한을 두 번 다녀온 저자 친구의 소개로 나와 있다. 이 모든 얘기가 시종일관 시시덕거리듯 개구지고 정신없이 이어져서 읽는 동안 한바탕 넋을 빼놓는다. 그리고 내내 궁시렁대는 것도 다 미운 정이 깊고, 애정과 관심이 있으니까겠지라고 수긍하게 된다.
요즘 남들이 참 많이도 우리를 기웃거리고 우리에 대해서 본 바를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 남들도 이렇게 부지런히 한국에 대해서 생각해보려는 시점에 우리는 우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려고 하는지, 하나도 진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정곡을 찌르는 신랄함이 있는 이 책을 읽고 새삼 되새겨보게 되고, 다른 아웃사이드 컨트리 피플이 한국에 대해 또 무슨 말을 했는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소금이니, 대지니 하는 간단한 단어를 구사했을 뿐인데도,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한 말을 이내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림 오른편에 아이를 업은 여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마을 군수이다. 그는 예수가 전하려는 말에 호감을 품게 되어,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려고 연설 직후 잔치를 벌이라고 특명을 내린다. 그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우리를 방문한 저분은 우리의 음식이 자극적이고 땅바닥에 앉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듯하구나." 그리고 "저분이 드시는 고기의 간을 제대로 맞추고 깔고 앉을 방석을 준비하라. 저분이 우리를 보고 미천한 종족이라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라고 말했다. 잔치가 끝난 후에 예수는 대접받은 음식과 환대에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자신이 전한 말씀이 마을 사람들을 심오하게 감화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는 군수에게 감사의 뜻으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비록 너희가 대지의 소금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 해도, 나는 왕족의 친구가 된 기분이로다." 이에 군수는 허리 굽혀 절을 한 후 마을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땅바닥에 앉아 있느라 엉덩이가 아팠음에도 소금기(간을 맞춘 소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마음만은 왕 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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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책 이름은 제법 들었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책이다. 박노자인가 하는 교수가 한국학이랍시고 쓴 책처럼 괜히 이방인이 우리 나라에 딴지를 거는 책쯤으로 여겨서였다. 한국인들은 불친절하고 일만 죽도록 하고 늘 8282를 외치며 인내심 제로를 향해 치닫고 교통 지옥 등등. 이방인들의 친절한 입을 빌리지 않고서도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런 소리들을 다시 한 번 생돈 들여가며 듣고 싶은 맘은 전혀 없었다. 어쨌든 이런 비슷한 이유에서 이 책을 주저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미국이나 서양이 한국을 위시한 동양보다 더 정상적이고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흔한 "오리엔탈리스트"가 쓴 책은 아닌 듯 하다. 저자는 한 개인의 눈을 들어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이곳 한국과 이곳 사람들을 바라 보고 있다. 한 백인의 눈이 아닌. 저자인 스캇 버거슨은 96년 한국에 온 이래 여전히 체류중인 미국인이다. 혼자 쓰고, 만들고, 팔고 있는 <버그(Bug)>란 잡지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이란다. 철학은 "철학을 갖지 않는 것"이란 이 기묘한 남자는 , 여전히 광화문 입구 지하도에서 좌판을 깔고 쭈그리고 앉아 <버그>를 팔고 있단다.
이 책은 저자가 그간 발행해 얼마나 팔아치웠는지는 알 수 없는 그의 잡지들의 내용을 한 데 모은 것이라고 한다. 글 중간 중간 삐딱선을 타기도 하지만, 무턱대고 불평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욕만 해대봤자 뭐가 변하겠는가. "문화건달 스캇 버거슨이 특별히 시간 내서 뒤지고 다닌 한국의 자유지대"란 부제처럼 꽤나 열심히 뛴듯한 저자의 땀내음이 여전히 물씬 느껴지는 책이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한국에 대한 너무나 이상한 이야기들. 여기에선 지금껏 외국인에 의해 씌어졌던 한국에 관한 책들 중 저자가 선정한 최고의 이상한 책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이런 이상함이 이런 글들에 있기에 '책'이 아니라 '진'이라고 부른다. (Magazine의 준말) 말마따나 꽤나 이상한 내용 투성이지만 가끔씩은 몇 몇 글귀가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 특히 마지막에 소개된 이야기는 기독교 역사에 꽤나 큰 파동으로 다가올 재밌는 얘기였다.
2. 한국에 있는 외국 마을 표류기. 여기에선 부산의 텍사스촌/이태원/리틀 마닐라, 대학로/한국의 차이나 타운, 인천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꽤나 돌아다녔구나 싶다. 3. 내가 아는 재미있는 사람들. 이 장에선 저자가 네 명의 재미난 인물과 한국에 대해서, 또는 한국에서의 그들의 삶에 대해서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첫 편 "황금빛 코란을 든 사나이"의 무슬림인 룽시트 압둘 라시드 웨소호란 아저씨가 가장 재밌었다. 4. 내 친구들이 들려준 흔치 않은 이야기들. 정말 흔치 않은 이야기들. 북한 영화에 한국의 아나키스트(사실 여전히 우리나라에 아나키스트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었다.), 그리고 유명 D.J. 가 주도하는 테크노 클럽 얘기들. 언젠가 꼭 그 클럽 파티에 참옇고 만다. [인상깊은구절] 이 이상한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세계화의 영향력과 맞서 싸우려면, 되도록 우리를 세계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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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몹시 시선을 끌었다. 막상 사서 읽고 보니, 저자가 먼저 쓴 책 [맥시멈 코리아] 보담 못하다. 빌려서 읽었어도 좋았겠다 싶어지는..내용보다는 제목이 더 좋았던 책. 그렇다고 해서 형편없었다는 건 아니고..[맥시멈 코리아] 작가가 썼다기에, 제목도 좀 괘씸하고..해서 읽었더니..전작보다는 못하더라 하는 이야기. 지은이는 부러운 자유주의자이다. 그냥 머릿속으로만 그런것이 아니고..온몸으로 실천하며 산다. 정말... 부럽다. 그런 사람답게..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가진 좋은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때로는 수치스러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가진 남다른 것들에 대해서..그 모든 것들이 실은 좋고, 나쁘고, 수치스럽고, 촌스러운 게 아니라..좀 다른 우리 문화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그런 말을 우리와는 다른, 우리가 소위 우리보다 문화 선진국이라고 믿고, 조금 열등감도 느끼는 미국의 지식인에게서 듣는 그 느낌은 각별하다.
게다가 떠도는 여러 설(說)에 대해서도 정리해서 이야기해 준다. 외국인이 말한 한국에 대해서..어느정도 잘못 알려진 진실에 대해서. 우리모두 주지하다시피..유언비어란 더욱 더 진짜처럼 들리는 법이다. 편집은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 형식이다. 거리의 인터뷰나, 외국인 노동자에게의 설문조사와 외국인끼리의 대화를 옮긴 문장 등등이 실험적이고 파격적으로 보인다. 이런 책도 있구나..하고 흥미로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 민족성에 대해서나..우리 자신들에 대해서, 자조적으로 말하는 걸 싫어하는 내겐 작가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일치하는데가 있었다. 아무리 못난 것에도 장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도 없다면, 그것도 볼 수 없다면,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특히나 자의로 선택 가능한 사항이 아닌 것이라면 더욱 더..
아래 인상깊은 구절은 작가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것 같아서 골라 본 글이다. 나도 전적으로 그 생각에 동의하면서도...한편으로는 그가 우리보다..사회적 지표로 봤을 때..훨씬 더 가난하고, 나라 사정도 복잡하고, 백인이 아니었어도, 또 내로라 하는 명문대를 나온 것이 아니었어도 내가 그의 말에 귀기울여..책까지 사 봤겠는가..하는 그런 의심도 잠시 가져본다. 외국인의 입으로.."댁의 것이 좋은 것이여~"하는 말을 듣는 기분. 나쁘진 않으나..썩 좋지만도 않은, 묘한 기분으로 책을 덮게 된다. * 황당한 이야기들의 예시
-한국인은 백인이다, -한국인은 그리스인이다, -한국인은 원래 유태인이다.등등.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게 될 분들을 위해.. 작가의 메일 주소를 적는다. secretagentbug2 @ yahoo.com [인상깊은구절] 매우 "한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이상한 곳이다. 그리고 아무리 이론화하고 부정해도 그 기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 점이 참 고맙다...(중략)... 나는 한국 사람들이 나랑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남자와 여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아무리 다르더라도 여성과 의사 소통하고, 여성을 이해하고, 여성과 함께 일하고, 여성을 사랑하고, 여자친구를 사귀는 데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들이 나와 그저 비슷했다면 그들과의 관계는 별로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중략)...나는 미국이나 서양이 한국보다 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도,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상할 따름이다. 어떤 인종이나 민족도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함에 관한 한 나는 절대 자유주의자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