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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후기 소나타에 익숙한 청자라면 좋고 싫음을 넘어서, 굴드의 이 연주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충분히 알 것이다. 정말이지 이 음반보다 더 독특하고 혼란스러운 후기 소나타집은 들어본일이 없는 것 같다.
곡이 시작되자 마자, 굴드는 그 특유의 허밍과 함께 건반을 질주하기 시작하는데, 이건 거의 속도에 대한 강박이 느껴질 정도다. 굴드의 연주를 2배로 하면 굴다가 된다는 농담의 주인공인 굴다도, 후기 소나타를 이런 식으로 연주하지는 않았다.
첫 악장들은 좀비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며 빠르고 위태한 템포로 지속되고, 느린 악장은 마치 걸음이 늦된 아이를 엄마가 재촉하듯 나아간다. 아마 청자들은 아이의 불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굴드는 천편일율적인 느린 악장들의 비감을 떨쳐내고 싶었던 것일까? 느린악장들의 깊이를 중요시하는 정통 연주의 극단에 이 연주가 서있다. 굴드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는 기가 막혔다. 굴드의 감수성은 우리와 어딘가 다른데가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그러나 한 번 듣고 떨쳐버릴 수 있는 연주는 아니다. 매번 굴드의 정신세게를 파헤쳐보고 싶은 욕구가 든다.
나는 아직도 이 음악이 좋은지 싫은지를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다른 소나타들을 듣가가 가끔 이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고 있다. 언젠가는 이해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