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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발랄한 소설이라고 소개받고 읽었는데 나는 이렇게 읽지 못했다. 어느 지점부터 생기발랄하다는 것인지 내내 기다리며 읽다가 끝을 보았다. 먹먹했고 마음 무거웠다.
아버지, 나이 드신 아버지, 아내인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내고 혼자 남으셔서 오래 사시는 아버지, 혼자 지내시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 가끔 정신을 못 차려서 사고도 치고 폐도 끼치는 아버지, 이런 아버지를 보살펴야 한다는 의무감과 편안하게 모실 수 없는 처지에서 갈등하는 딸과 아들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이고 장차 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긴 기대 수명을 갖게 된 우리 세대. 어떻게 늙어가야 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사회적인 답을 마련하지 못한 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개개인의 선택으로 고통을 받는다. 늙음과 질병과 죽음과 존엄성을 두고 어떤 장치를 만들어야 할까.
나는 내내 우울한 마음으로 읽었다. 어느 한 쪽도 편하게 넘길 수가 없었다. 기술로서는 첨단의 시대라는데 오래 살아도 슬프고 그렇다고 빨리 떠나도 슬픈 세상. 내가 나 자신을 몸으로 또 정신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거기까지가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경계일 텐데. 나는 자꾸만 다가오는 시간이 두려워진다.
노인 빈곤의 시대라는 말, 애달프다. 노인 고독사라는 말도 서글프다. 나이를 떠나 살고 죽는 모든 과정이 고달프게만 느껴진다. 삶을 이렇게 맞이하라고 우리에게 생명이 주어진 것은 아닐 텐데. 한낱 100년일지, 무려 100년일지, 잠깐 살다 가는 듯도 하고 오래 머무는 듯도 하다.
이 소설을 누구에게 권할 수 있겠는지 이마저도 막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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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미혼인 딸, 거침없이 무례한 아버지, 대책 없이 친절한 동거남의 한집 살이를 그린 <아버지와 이토씨>. 딸, 아버지, 동거남이라는 캐릭터만으로도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분위기는 지레짐작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저 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족 드라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코믹한 면이 숨겨져 있어 재미있게 읽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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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자와 히나코 작가는 원래 희곡 작가라고 합니다. 대사와 대사 사이를 자신의 언어로 채우고 싶다는 욕심으로 탄생한 첫 장편소설이 바로 <아버지와 이토씨>입니다. 극작가 출신답게 스토리 흐름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상상되더라고요. 눈앞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를 보는 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만족스러웠어요. 일본인 특유의 행동은 사실 좀 오글거려서 일본소설은 제 취향 아니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영미, 유럽 소설을 더 선호하지만. 가족 간에도 90도 인사를 하는 엄청 예의 바른 그런 모습... 일본소설 마니아라면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들만의 문화인데도 불구하고 제 눈에는 너무 작위적으로 보이기만 해서 오히려 스토리 몰입에 방해되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와 이토씨>에서는 그런 모습조차 스토리 진행에 딱 맞아떨어져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변변한 직장 없이 학교 급식 조리 보조원 시간제로 일하는 동거남 이토씨와 옹고집 아버지의 첫 대면 장면은 코믹 그 자체였어요. 학교에서 일한다고 하니 "교사인가!" 하며 순간 눈을 반짝이거나, 급식 아저씨라는 것에 허탈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영화로 보면 크큭대며 한참 웃겠다 싶더라고요. 아, 이 소설은 영화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노다메 칸타빌레>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에노 주리가 딸 역할로 나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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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나이에 스무 살이나 차이 나는 남자와 동거하는 딸, 아내와 사별 후 아들 집에서 살다가 가출(?)하고 무작정 딸 집으로 들이닥친 아버지. 딸 입장에서는 성가시기만 한 아버지와 딱히 끈끈한 관계는 아닙니다. 아버지로부터 혼난 기억만 남아있을 뿐.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가족입니다. 아버지는 그저 편협하고 거만하면서 소심한 사람인 데다 체면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세상을 두려워하는, 한 마디로 그릇이 작아 보이는 아버지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억지로 집에 모시고 지내다 보니 서로 눈치 보며 어색하기만 합니다. 하루는 아버지를 미행해 보기도 하는데요, 특별한 일 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에게는 돌아가야 할 '장소'는 있지만 '집'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장소마저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죠. 아버지는 종일을 그렇게라도 돌아다니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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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아버지의 소원한 관계는 동거남 이토씨의 담담한 대처가 빛을 발휘하네요. 이런 해결사,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기분은 일단 제쳐 두고, 냉동고에라도 넣어 둬. 그러지 않으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놓치고 말아."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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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이토씨> 책을 읽다 머릿속에 콕 박힌 단어가 있는데, '기간 한정'이란 단어입니다. 우리 인생에 이 기간 한정인 것이 사실 얼마나 많은지... 부모는 존재 그 자체가 스트레스인 무거운 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왜 모든 걸 한쪽에 맞추려고만 하는지, 어느 쪽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제각각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용하면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는 걸까 고민하는 딸의 모습이 남 일 같지만은 않네요. 자기 취향의 소스는 따로 갖춰도, 먹는 건 함께면 된 거죠. 하지만 우리는 소스 하나도 한쪽 취향에 맞추게 강요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아버지와 이토씨>는 전형적인 일본 가족 드라마 소설입니다. 아버지와 이토씨 캐릭터가 수더분하면서도 내면이 강해요. 우리나라 배우 중에서도 명품 조연하면 딱 생각나는 그 분들 이미지라고나 할까. 코믹과 감동이 드러나는 건 좋았는데, 아버지와 이토씨 각자의 소소한 비밀은 시원하게 밝혀주질 않아서 그 부분은 살짝 아쉬웠어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이런 소재의 소설, 이상적인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요즘 읽기 딱 좋은 타이밍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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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읽은책중 가독성넘버원. 내 눈물샘을 팡 터뜨려버린 주범. 날 여러모로 뜨겁게 자극했던 책이 아닐까싶다 얼마전에본 마에다아츠코 주연의 단편드라마 가을과겨울의 타마코 역시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였던걸로봐선 어쩐지 이런 주제엔 참 약하지싶다 문득, 세상 모든 아버지와 자식들의 관계가 비슷한 모양새일지도 모른다란 생각이들었다 나카자와 히나코의 "아버지와 이토씨" 는 미적지근한 가족간의 관계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도 그보다더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카테고리란 관계의 핵심을 짚어내고있는것같다 재미와 감동 두가지를 다 잡은 소설 34살딸 아야의 시선으로 본 아버지는 거침없고 무례하면서도 돌려말하는법없이 감정그대로를 표현하는 74세의 돌직구 노인이다 그리고 아야와 동거중인 20살 연상인 남자친구인 이토씨는 사람을 상대할줄알며 천연덕스럽고 유순하지만 변화구를 줄줄아는 돌싱남 아저씨 이 세사람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동거를 시작하게되면서 생겨난 일들을 담고있는 이야기 역시나 내 첫감상은 "신선한데?" 로 시작한다. 줄거리부터가 시선을 제대로 빼앗기에 충분했던 사람은 자신의 삶에 녹아들다보면 어느순간 가족을 놓거나 잊은채 살아가게된다 아야가 그랬고 아야의 오빠가 그랬다. 오랜만에 온 오빠의 연락을 낯설어하며 아버지가 죽은걸지도 모른다는 대목에서그랬고 다소 무서운 상상이런 생각이들면서도 어쩐지 이해가 되기도했던 부분. 엄마의 죽음 이후로 단절된 가족은 무미건조해질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사이에서 열결고리가 되어준 이토씨의 등장으로 그의 존재감은 이소설의 별미 어떠한 사건으로 움츠러든 아버지를 찾아온 두명의 제자를통해 딸 아야는 '훌륭한 선생님' '자랑스러운 아버지'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아버지' 를 보게된다. 예전 매일 쬐던 빛, 너무 눈부셔 나도 모르게 등을 돌리고 싶어질 만큼 강한빛이, 맹장지문의 좁은 틈으로 확실하게 쏟아져 나오고있다.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던빛이. 아야가 표현한 바로 이부분. 내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음을 느낄수있었다 잔잔해보이는 수면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돌팔매질을 당한기분이었다 부모 자식간의 입밖으론 표현하지못하는 따뜻한사랑을 느낄수있었고 가족이란 울타리속에 존재하고있음을 잊지말아야한다는걸 알수있었다 너무 재밌어서 이틀만에 다 읽어버린 책. 일어나는순간 새벽부터 책장을 펼치게 만들었던 마성의 책 "아버지와 이토씨" 우에노주리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된다는데 기대된다 대형스크린으로 꼭 봐야지 찜꽁! :) 책추천, 아버지와 이토씨 재미와 감동을 사로잡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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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는 서른 중반에 서점에서 알바를 한다. 우연히 만난 이토는 학교 급식소에서 알바를 하는 50대 중반이다. 둘은 동거를 한다. 서로 근무하는 시간이 달라 저녁이 되어 만난다. 어느 날 아야 오빠로부터 몇 년 만에 연락이 온다.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느냐고. 이토와 동거생활을 몰라 한 부탁이라 사정을 이야기하고 거절한다. 집에 들어오니 이미 짐을 싸 아버지는 오빠집에서 나왔다. 불편하게 이야와 아버지, 이토가 함께 거주하게 된다. 아야와 이토가 무려 20살이나 차이나는 점에 불편해하고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받아들인다. 이토와 함께 있는 것은 부담이라 오전에 나가고 저녁 늦게 아빠는 들어온다. 오빠네 아이들이 중학교 들어가는 것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무엇이나 의심쩍어 아야는 월차를 내고 아빠 뒤를 쫓는다. 아빠는 아침에 나와 이곳저것을 걷다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읽고 저녁에 초등학교 근처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선생이었던 아빠였다. 아빠는 갈 곳이 없었다. 어느 곳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고 반겨주지도 않는다. 갈 곳이 없으니 하루종일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우고 초등학교 선생때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빠는 의기로운 행동을 했지만 다들 불편해한다. 어릴 때 살던 집으로 휙 말도 없이 떠나버린다. 쫓아간 아야와 오빠는 그 날 밤 비가 오며 집에 불탈 때 아빠 손이 화상에 입는다. 그 이후 아빠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지내다가 초등학교 제자가 찾아온 이후 활력을 되 찾는다. 다시 밖에 나가 활동을 하다 요양원에 들어가겠다는 결단을 한다. 아야는 늘 고민한다. 계속 아빠를 모시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과연 아빠가 돌아가시면 자신은 눈물을 보일 것인지도 자신이 없다. 아빠는 무뚝뚝하게 감정표현을 못한다.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기댈 곳이라고는 오빠와 아야뿐이 없었지만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다. 오빠 아내가 처음부터 모시겠다고 했지만 늘 어려워했다. 아빠는 아빠대로 그로 인해 힘들었고. 이토는 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셋이 전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식구일 경우에 더더욱 힘들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차라리 지인이 더 쉽지 식구끼리는 더욱 계면쩍고 어렵다. 그나마 시간이 지나며 아야는 점점 잊고 있던 아빠와의 추억이며 감정이 되 살아나며 자신을 사랑했던 아빠의 마음을 깨닫는다. 아마도 아빠가 돌아가셔도 울지 않을 것 같다고 한 아야지만 이제는 울게 되지 않을까. 어색한 아야, 아빠, 이토의 거주를 위해 함께 야외활동을 기획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마지막에 이토가 물건 구입할 것이 있다며 '나사와 전구'를 판매하는 곳에서 드디어 빛난다. 이토와 아빠가 서로 의견일치를 보며 함께 공유할 대상이 생긴다. 아야 입장에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나사의 세계와 각종 도구에 이토와 아빠는 서로 들떠 이야기를 한다. 이를 계기로 이토와 아빠는 친해지게 되는데 아야나 오빠보다 오히려 이토가 더 아빠를 이해하는 느낌마저 든다. 엉뚱하게 시골 집에 갔을 때 아야와 오빠에게는 묻지도 않고선 이토에게는 여기서 함께 거주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까지 한다. 이토가 이곳에 흥미를 보인다는 이유때문에. 소설 중간에 이런 표현을 이토가 자주 한다. '도망가지 않으니까' 맞다 늦더라도 도망가지 않는다. 하지 않더라도 도망가지 않는다. 나중에 하면 늦다는 표현은 맞지만 조금 시간이 들더라도 어디 도망가지 않으니 여유를 갖고 상대방과 관계개선을 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나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꼰대가 된다. 꼰대가 된다는 것은 타인과 관계가 멀어진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갈수록 더욱더 백세인생이라는 시대에 혼자는 외롭다. 고립되어 혼자 살기보다는 자신이 변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쪽을 택해야한다. 이런 점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심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구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젊은 사람에게 기피대상이 되는 인생이 과연 성공한 인생일까. 내가 어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은 맞지만 아쉬운 것은 아마도 청년들보다는 노인이다. 아니면 돈 많은 노인이 되면 그나마 따르고 이야기할 사람은 생길것이다. 그 돈이란 것이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아버지와 이토씨>는 어떻게보면 현재 일본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다. 향후 한국에서도 곧 벌어질 일이다. 난 굳이 이야기하면 이토씨에게 보다 가까운 나이로 두 세대를 잘 연결하며 유연한 사고와 삶을 살아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꼰대가 되지 말도록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려놓도록.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277789160 스마일, 스미레! - 웃자 http://blog.naver.com/ljb1202/220141978478 미 비포 유 - 이야기의 힘 http://blog.naver.com/ljb1202/22000420566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유쾌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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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참 일본스럽다. 옆으로 빗어 넘기고 착 붙인 머리에 가느다란 눈, 수염까지 전형적인 일본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74세의 아버지,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54세의 동거남인 이토 씨, 띠지에 있는 여자는 34세의 주인공 아야. 일본 소설에서 흔하게 나오는 유부남과의 사랑은 아니지만, 돌싱에다 20살이나 차이 나는 남자와 동거하는 것은 역시 일본스러운 설정이다.
나이는 많지만 손끝이 섬세한 남자 이토 씨는 텃밭을 꾸미는 것,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요리하는 것을 잘한다. 듣는 사람도 저절로 잠이 올 정도로 건강한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지기를 잘하고, 곤란한 상황일 때 구조선을 잘 보내며, 중요한 때 자리를 피해주기도 잘한다. 끈기 있는 초식 동물 같은 남자. 이에 비해 아버지는 육식 동물 같은 남자다. 자신의 주장이 확실하고, 자신과 맞지 않으면 사사건건 불만을 표하며 가족들을 불편하게 하는 남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근무해서인지 가부장적인 느낌이 강한 사람이다.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 집에서 살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아들 집을 떠나 딸의 집에 쳐들어온다. 아야는 '오빠와는 삼 년 정도 만나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에 만난 것은 엄마의 일주기 때였을 것이다.'(9쪽)라는 말처럼 오빠와 소원하게 지냈고, 아버지와는 '죽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그다지 동요는 없다.'(10쪽)라는 말처럼 더 소원하다. 간간이 드는 에피소드처럼 아버지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에 상처받은 일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서른네 살의 나이에 갑자기 아버지를 모시게 되다니, 멘붕이 올 만하다. 그것도 남자와 동거하는 방 2개짜리 아파트에,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다짜고짜 들어왔으니 말이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다시 보지 않아도 되는 타인과 다르게 가족은 더 힘들다. 가깝다는 이유로 쉽게 상처를 주고, 대가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잊고 있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뿐 아니라 다른 가족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이들은 다시 가족이 된다. 아니, 처음으로 진정한 가족이 된다. 더 늦기 전에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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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을 떨쳐내기 위해 애용하는 방법 하나. 휴대전화의 페이스북 앱을 열고 무심하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가까운 사람의 소식도 좋지만 기업이나 매체에서 올리는 소식이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워 잠이 쉽게 깬다. 오늘 아침의 잠 몰이꾼은 광고 영상 하나였다. 구독하고 있는 페이지는 아니라 광고 게시물로 접한 그 영상은, 아버지와 딸을 아버지의 시선에서 그린다. 밥상 앞에서 버럭 화를 내고 자리를 뜨는 딸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상 속에서, 아버지는 늘 변함없이 딸 생각만 하지만 딸의 손과 시선 끝엔 휴대전화뿐이다. 사실 영상은 성장한 딸이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된 후 아버지에게 새 휴대전화를 무려 반값에! 사서 선물한다는 결말. 그러나 영상의 감성 포인트는 딸들의 콧등을 시큰하게 할 순정파 아버지의 푸근함이다. 제멋대로인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따뜻함을 주는 아버지라니. 옛날엔 흔치 않았을 아버지상이 광고의 이미지로 쓰이기도 한다니 새삼스럽긴 하다. 내 아버지만 그런 줄 알았더니. (...) 아, 아버지들이 고생이 많으시겠다. 여하튼 어떤 타입의 아버지든 그분을 서운하게 하지 않았을 자식이 어디 흔할까. 철없는 마음에 아버지를 1초라도 귀찮게 여긴 적이 있다면 눈물샘을 자극받기 딱인 광고다. 우에노 주리 주연으로 영화화되는 소설, <아버지와 이토씨>도 그렇다. 20년 연상의, 자그마치 쉰넷인 아재 이토 씨와 동거 중인 서른넷의 아야. 그녀에겐 올해로 일흔넷인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는 몇 해 전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이를 둘 둔 오빠 내외가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오빠 기요시는 물론, 아버지와도 거의 연락하지 않는 아야에게 오빠의 갑작스러운 전화가 걸려 오고 오빠와의 떨떠름한 만남 후,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가 와 있다. 아버지와 아야, 그리고 이토 씨의 동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빠의 연락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가 하고 덤덤하게 추측했을 만큼 아야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다. 말만 열면 차갑게 툭 뱉는 말뿐인, 자존심 세고 고지식한 아버지는 아야에게 늘 싫은 존재. 게다가 이토 씨와 사는 집에 아버지라니, 아야로선 괴로움 그 자체다. 하지만 역시 연륜 있는, 어딘가 미스터리 한 이토 씨가 아버지와 아야의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아야 혼자라면 하지 못 했을 일, 아니 아야와 기요시만이었다면 절대 해결할 수 없었을 문제를 이토 씨는 자연스럽게 해낸다. 이토 씨의 도움으로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아야는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야가 마음을 열어나갈 때마다, 내 머릿속 아야 아버지의 작아진 어깨가 조금씩 넓게 펴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능청스럽고 긍정적인 사람이어도 엄청난 연장자로서 지니는 책임감 때문에 아야에게 힘든 내색 한 번 하기 어려웠을 이토 씨, 그리고 아야를 여러 모로 도와주는 따뜻한 직장 동료 간마니와 씨도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안정돼 보였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프리터족이 일본에선 흔하다고 한다. 아야 역시 서점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소설 속 아야는 불확실한 현실에 특별히 불만을 내비치진 않지만 아버지를 향한 닫힌 마음에 그런 생계수단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줬을 것 같다. 당장 다음 계약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를 두고 바쁘게 살다 보면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대상에게 관심 갖기란 쉽지 않으니까. 비단 일본의 프리터족 얘기만은 아닐 거다. 한 번쯤 천천히 둘러봐도 좋을 것들은 세상에 아주 많지만, 그 많은 대상 중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건 언제나 내가 돌아보길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아닐까. 이토 씨의 입버릇처럼, 가족도 영원히 도망가지 않는다면 좋겠다. "○○은 도망가지 않는다." 이토 씨의 입버릇이다. 분명 도망가지 않는 것은 세상에 많다. 하지만 그렇게 느긋한 자세를 취하는 동안, 혹은 보지 않는 척하는 사이에 존재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 많지 않을까. 결국 놓쳐 버리고 만 것이. 이토 씨에게는. (16쪽) 똑 닮은 할아버지들은, 그러나 왠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 오래도록 살아온 작은 집에서 쫓겨난 개처럼 무료한 듯했다. 조금 전 자유 공간에서 본 여자들이 모두 반들반들 빛나고 생기가 넘치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여자들은 이곳에 오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할아버지들은 '강요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 (136쪽) 여름에 만났을 때 리리코가 했던 "뭘 하는 것도 귀찮아서."라는 말이 이런 것인가. 우리 집에는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다. 아이는 돌보지 않으면 불만을 터뜨리지만 식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198쪽) "아야도 말이야, 슬슬 변화구 던지는 걸 배우지 않으면 안 돼. 직구는 먹혀들어 가면 강하지만, 상대가 받아쳤을 때의 데미지도 커." (26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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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일본소설책은 저랑 잘 맞아서 다 재미있게 읽게 되는데요 이책 역시 책소개글을 보고서는 읽고싶다~~~ 라는 생각과 함께 어떤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왔더랬죠.. 다 읽고 난 지금은 아하!~~ 읽기를 잘 했구나~~ 그리고 부모님께 잘 해야겠구나,,,삶이 참으로 허망하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으로 쓸쓸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4세 나, 54세 돌싱남 이토 씨, 74세 까칠남 아버지..일촉즉발 세 사람의 동기일지 속으로 가 볼까요? 신주쿠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선로를 따라 나 있는 동네의 방2칸짜리의 집에서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이토(54세)씨와 살고 있는 아야씨( 아야, 34세 )는 서점에서 주 5일 아르바이트를, 그리고 이토씨는 초등학교에서 '금식 아저씨' 일을 하면서 평범하지 않은듯 평범하게 그렇게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의 소박한 삶에 74세의 조금은 까칠한 아야씨의 아버지가 끼어들면서 일촉즉발 세 사람의 동기일지 가 시작됩니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교직에 몸담은 아버지는 엄마(아내)가 죽고 퇴직후엔 오빠네와 함께 살았었는데 새언니 리리코의 노이로제 조짐이 보인다며 오빠가 찾아와 '아버지를 네 집으로 어떻게 안 될까?' 하는 부탁을 듣게 되는데요. 나이많은 남친과 살고 있고 방2칸짜리의 좁은 집의 여건상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냉정하게 거절하지만 그날밤 집으로 돌아와보니 이미 아버지가 떡하니 짐과 함께 아야의 집에 들어와계시지요, 이렇게 34세 나, 54세 돌싱남 이토 씨, 74세 까칠남 아버지 는 좁은 공간속에서 묘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읽었을대 까칠한 아버지와 또 그 아버지를 닮아 까칠한 딸 아야, 거기다 각각 20살의 나이차이가 있는 54세의 이토씨의 재미있는 트러블이나 에피소드들을 펼쳐질줄 알았는데요,,, 책을 읽을수록 저를 궁금하게 만드는 몇가지 의문점이 들더라구요,, 새언니 리리코와 아버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는 매일매일 하루종일 밖에서 무엇을 하시는 걸까? 아버지가 들고 온 수수께끼의 상자, 골판자 상자 속에는 무엇일 들어 있길래 아야도 이토 씨도 못 만지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속에 이야기는 과거의 아야 가족의 추억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아야씨와 이토 시가 사귀게 된 사건 이야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기도 하네요 그러다가 아버지를 미행하기로 한 아야씨의 이야기부터 제가 궁금하던 것들이 조금씩 풀여가기 시작을 합니다 그러면서 마구 연민이 샘솟고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찡하게 나오게 만드네요,, 새언니와의 문제나 아버지가 밖으로 도는 이유, 골판지 상자의 비밀까지요,, 그리고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이토씨~~~ 그러니깐 20살의 나이차이에도 아야씨가 당신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이 책이 2016년 '우에노 주리' 주연 영화로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군요 무뚝뚝하게 툴툴 내뱉는 말투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씨도 떠오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아버지의 모습도 떠오르고,,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네요 젊었을때는 모두 한 인기했었고 가정과 자식들을 위해서 아낌없는 사랑과 희생을 했건만 늙는다는 것은 , 늙었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하고 허망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마구 내 부모님이 안쓰러워지는,,,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그렇다고 우울하고 슬픈 그런 이야기는 아니구요,, 잔잔한 여라가지 에피소드들이 감동도 주고 잔잔한 웃음도 주고 책장을 술술 잘 넘어가게 만들면서 어느새 마지막에 가서는 나도 아야가 되어버리네요,,,,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바래요,, 그래도 아버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버지에게는 '집'이 없으니까. 물론 돌아가야 할 '장소'는 있다. 이곳에 있으면서 나는 겨우 오전 중에 편의점 순회부터 이어진 아버지 행동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 돌아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아버지의 그 기분을 느꼈다. 밤이 깊어져 간다. 활짝 열어 놓은 창으로 식기가 맞닿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아직도 앉아 있다. 아버지를 보고 있는 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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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아야. 그녀의 남자친구인 스무 살 연상의 돌싱남 이토 씨. 그리고 이토 씨보다 스무 살 많은 아야의 아버지. 이 세 사람의 좌충우돌 동거기를 담은 나카자와 히나코의 장편소설. 방 두 칸짜리 좁은 집. 더구나 난 스무 살 연상의 돌싱남 이토 씨와 동거 중이다. 고집불통 아버지도 이 상황에선 당연히 한발 물러날 거라 생각했건만, 이게 웬일. 무슨 꿍꿍인지 아버지는 "오늘부터 이 집에서 살겠다"며 동거를 선언한다. 언제나처럼 삐걱대는 아버지와 딸. 그리고 둘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는 이토 씨. 그렇게 엇나가기만 하던 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맞물려 갈 때쯤 감춰온 아버지의 비밀이 드러나며 다시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 재미있는 인물설정이라고 생각되었다. 정확하게 20살 터울로 주인공인 아야,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 이토, 그리고 아야의 아버지가 한 집에서 동거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누가 들어도 "으엉?!" 하게 되지 않을까. ( 약간 나라의 문화차이가 있듯 우리나라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지만-_-; 뭐 비교적 우리나라보다는 동거의 개념이 더 열려있는 일본이라면 가능할법도 한...? ) 근데 재밌자고 읽기 시작했던 소설은 중반을 지나서 서서히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아버지를 모시기 싫어하는 남매의 모습이 썩 달갑게 보이지 않았을뿐더러(물론 어쩔 수 없는 각자의 개인사정이 있다한들) "40년을 너희를 위해 희생했다-" 라고 소리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짠하기까지 했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버텨온 책임감과 중압감같은, 그 한마디로 힘들었을 아버지의 모습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40년이라는 세월은 심지어 주인공인 아야의 나이보다 더 길지 않은가. 참 슬펐다. 그리고 소설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발견 ! " 아야는 중농, 아버지는 우스터, 한 집에 두 개의 다른 소스가 놓여있어도 좋지 않을까. 어느 쪽이 어느 쪽에 맞추는게 아니라,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정해버리지 말고. 제각각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용하면, 그걸로. " -208p 소스에 비유하긴 했지만 묘하게 와닿는, 그리고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구절인거 같아서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토씨가 종종하는 " ㅇㅇ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보면 정말 아야의 생각처럼 그런식으로 무언가를 하나 둘씩 놓쳐버리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이토씨의 차분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느낌이 참 좋았다. 보통 선호하는 배우자상? 같은 느낌 ㅋㅋ 여튼 우에노 주리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 개봉한다고 하니 영화가 개봉하면 보고싶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살려낼지 궁금하다. 독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그리고 감동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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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는 책을 읽었다. 나는 책을 고르는 데도 살짝 낯가림이 있어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은 잘 안읽는 편이다. 에세이나 다른 비문학은 그렇지않은데 유난히, 소설책이 그렇다. 이 책은 책소개만 보고 구미가 당겨서 읽게 되었는데 처음 보는 작가임에도 문장들이나 인물들의 대사가 흡입력이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가 무지 흥미롭게 읽었다. 스토리는 이렇다. 서른 넷의 아야는 스무 살 연상의 이토씨와 방 두칸짜리 작은 집에서 살고있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야와 학교 급식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토씨. 안정적인 직업도 미래의 거창한 계획도 없지만 두 사람은 하루하루를 평온하고 태평하게 보내며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있다. 그러던 어느 날 꼬장꼬장한 그녀의 아버지가 짐을 싸서 그들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딸보다 스무 살이나 많고 제대로 된 직장도 없는 이토씨가 탐탁치않은 아버지와 무슨 일이 생겨도 낙관적인 이토씨, 그리고 아버지와 이토씨의 사이에서 당황스러운 아야.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로인해 잔잔했던 그들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서로의 다름의 불편해하던 것도 잠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가며 그들은 서로에게 맞추어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그런대로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일 무렵, 그녀가 몰랐던 아버지의 비밀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또 다시 반전된다. 일본의 유명 여배우 우에노 주리 주연의 영화로 올해 제작되었다는 이 작품은 동거남과 아버지 그리고 딸이 등장하는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인물들의 대사가 생동감 넘치고 섬세하다는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세 사람의 개성이 작품 속에 확연히 드러나있어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보통의 가족간의 소설에서 다루는 사랑, 용서 등 어찌보면 상투적인 주제들을 살짝 빗나가는 작품이라는 점도 이 책을 더 사실적이고 이색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작가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지를 무겁지않게 이끌어나가고 그 안에서 틈틈이 일본 특유의 과하지 않은 위트를 깔아 독자가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까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던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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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부터 어떤 책을 판단한다는 것은 참 미안한 일이지만, 유독 (나를 향해) 강한 아우라를 뿜는 책들이 있다. 내게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은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이 책은 좋아야만 한다"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확 끌리는 그런 책들이 있는데, 『아버지와 이토 씨』는 분명 그 정도의 아우라는 아니었다. 그냥 '좋은' 느낌으로 다가와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따뜻한 시간을 보낼 것 같은 그런 예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예상이 빗나갔다. 딱 일본의 감성 소설 느낌인 이 책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며칠, 또 일주일이 지날 정도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가족'이라는 소재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 '감성 소설'의 조건과 분위기, 그 모든 것들에서 이 소설은 아주 약간, 한 발짝 정도 물러나 있다. 웃겨지나 싶다가도 진지하고, 독특하다 싶다가도 정말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남자친구와 동거하는 집에 아버지가 무작정 짐을 싸고 들어온다는 설정은 기가 막힌데, 그 뒤에 오는 상황들은 현대의 가족 문제와 아주 닮아있기도 하다. 아버지와 딸의 미묘한 감정, 갈 곳 없이 떠도는 노인들, 가정을 이루는 복잡한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누가 먼저, 그리고 누가 더 잘못했냐"는 물음이 불필요한 가족 간의 문제가 현실에서도 쉽사리 풀리지 않는 것처럼, 소설 속에서도 아버지의 비밀을 시원하게 터뜨리지 않은 채 그저 결과로만 가족들의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만약 다른 '가족 소설'이나 '감성 소설'이라면, 비밀을 터놓고, 이해하고, 시원하게 화해! 이런 순서였겠지만, 이 소설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점이 재미있다.) 아버지가 어딘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딸인 '아야'는 상반된 감정에 고민한다. 언제나 무례하고 티격태격했던 아버지가 맘에 들지 않지만, 그의 존재와 가족이라는 이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그들의 관계와 아버지의 진심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딸 '아야'의 동거남 '이토 씨'다. 시종일관 담담하고 여유로운데, 무례한 아버지에게 따끔한 말을 던질 줄 아는 대담함도 가진 독특한 캐릭터다. 아버지를 향한 딸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답은 정해주지 않은 채 오로지 정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조언가이기도 하다. "도망가지 않으니까-"라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입버릇은, 어떤 부정적 미래에도 불구하고 딸이 아빠의 손을 잡게 하여주는 짠한 대사가 되기도 한다. 제목의 한 자리를 꿰찰 만큼의 공이다. 이 책의 작가인 '나카자와 히나코'는 원래 희곡을 전문으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사에 힘이 있고, 장면 장면에 강력한 한 방이 있다. 아버지의 고향 집, 번개에 터져버리는 박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비교적 조용한 소설 속에서 번쩍, 하고 빛난다. 내가 이 소설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영화로도 나온다 하니 또 한 번 이 감동을 즐길 수 있음에 설레는 마음이다.
상대 좀 해 주라는 마음과, 다시 어디든 나가 버리라는 마음. 상반되는 두 감정이 내 안에 있다. 어느 쪽의 감정이 보다 강하게 말로 스미어 나올까. 91쪽, "이래저래 우울하던 때에 아이가 세 살 정도 됐을까,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 '이것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고. '육아가 힘든 시기는 대개 오 년 정도로, 그건 긴 인생 중 겨우 오 년이잖아.'하고. 한창 힘들 때에는 잘 모르기 쉽지만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야. 대부분의 것은. 그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꽤 편해졌어. 그 뒤부터는 '기간 한정, 기간 한정'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어." 설마 간마니와 씨의 입에서도 '기간 한정'이 튀어나올 줄은. 어쩌면 정말로 마법의 주문인 걸까. 136쪽, 똑 닮은 할아버지들은, 그러나 왠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 오래도록 살아온 작은 집에서 쫓겨난 개처럼 무료한 듯했다. 조금 전 자유 공간에서 본 여자들이 모두 반들반들 빛나고 생기가 넘치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여자들은 이곳에 오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할아버지들은 '강요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 208쪽, "……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말이야, 의미란 게, 세상 모든 일이, 그 한가운데에서는 좀처럼 안 보이잖아? 그 당시에는 '왜 이런 짓을.'하면서 어리석다고 생각하거나 귀찮게 여기기도 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로소 '아-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수긍이 간다고 할까, 납득하게 되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