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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조금씩 나를 바꾸고 결국엔 인생을 바꾸는 책, 책, 책!
"[탐독]조금씩 나를 바꾸고 결국엔 인생을 바꾸는 책, 책, 책!" 내용보기
책의 제목부터 끌렸다. 탐이란 글자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 혹은 바라서는 안되는 것을 감히 욕심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탐욕, 탐식... 너무 과해서 모자람만 못한 느낌을 주는 허영의 단어들 같은.그러나 탐색, 탐험...으로 들어가면 무언가 모르는 낯선 세계, 새로운 분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바로 탐독이 그렇다. 책을 탐하고, 읽는 것을 탐하고, 책 속의 무궁무진한 진리를 탐
"[탐독]조금씩 나를 바꾸고 결국엔 인생을 바꾸는 책, 책, 책!" 내용보기

책의 제목부터 끌렸다. 탐이란 글자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 혹은 바라서는 안되는 것을 감히 욕심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탐욕, 탐식... 너무 과해서 모자람만 못한 느낌을 주는 허영의 단어들 같은.그러나 탐색, 탐험...으로 들어가면 무언가 모르는 낯선 세계, 새로운 분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바로 탐독이 그렇다. 책을 탐하고, 읽는 것을 탐하고, 책 속의 무궁무진한 진리를 탐하고. 활자중독을 자처하는 저자 어수웅기자는 늘 좋은 문장을 쓰고자 노력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또한 그 마음에 100% 공감하니, 아마도 그것은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한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이들, 혹은 정상을 느껴보고 내려온 대가들의 책에 대한 생각과 삶에 대한 열정, 그건 결국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었다.

 

 

1. 김영하 - RT장교를 탈퇴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닮아간 보헤미안같은 소설가이다. 연대어학당 한국어교사 4년, 각종 문학상 수상, 한예종교수 4년, 라디오 책관련 프로그램 진행자 등등의 안정된 것들을 다 그만두고 뉴욕행을 택했다. 그의 답이 걸작이다. "할 때는 재미있었는데, 오래는 못하겠더라."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 덕에 초등학교 때 6번 이사, 6번 전학을 다닌 전력을 얘기했는데, 삶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운명은 물음표 속에 갇혀 버리고, 작가는 그 물음표를 문장으로 바꾸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오늘도 소설을 쓴다." 과연 소설가다.

 

2. 조너선 프랜즌 - 카프카의 <심판>을 추천한 프랜즌은 오프라 북클럽에 그의 책이 두 권이나 선정된 유명인사다. <심판>을 읽으며 수면밑에는 내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프랜즌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이 어떻게 인간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냐며 소설가의 임무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작가의 적이라며 20년째 애용하고 있는 귀마개와 소음제거기 헤드폰을 프랜즌이 보여주자 저자는 21세기 작가가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냐고 물었단다. 소탈한 작가와 재치넘치는 저자의 대화에 웃음이 났다.

 

3. 정유정 - 켄 키지의<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추천한 정유정은 이 책을 읽고 "때로는 살인이 구원일 수도 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간호사 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9년 등 14년간의 직장경력이 있는 정유정도 전업작가의 길을 걸으며 6년간 각종 응모에서 낙방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글을 쓴 이유를 묻자, "글을 쓰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인간 같아요. 마누라로서, 엄마로서, 역할이 있지만 나는 소설가 정유정의 삶이 가장 중요해요." 라고 답한다. 매번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는 스케줄 노트만 평균 십여권이라니 작품밀도의 치밀함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4. 김중혁 -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군대에서 아홉 번쯤 읽었다는 김중혁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랐다고 한다. 처음엔 연애소설, 두번째는 철학소설, 세번째는 소설작법에 대한 소설...

"내가 삶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바꾸니까 삶이 바뀐다."라는 진리를 터득했다는 김중혁은 무명작가 시절 7개월간 아주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 오전에는 소설 쓰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저녁에는 5~10km를 달리고... 그러면서 그 7개월간 장편소설을 완성했다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보다 남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스타일의 글을 쓰는 게 아닐까?"하고 늘 회의를 한다는 김중혁. 책 한 권으로 삶이 바뀌진 않지만, 한 권 읽고 나면 마음의 위치가 0.5cm정도 살짝 옮겨지는 것 같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5. 움베르토 에코 -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스물넷에 읽고 사랑에 빠졌단다. 별명이 '세상의 모든 지식'인 에코는 모든 말이 대가답게 다가왔다. "나는 철학자고 찰학자는 당연히 진실에 관심이 있는 법이지. 거짓이나 위조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면 뭐가 진실인지 알고 시작해야해. 진실을 모른다면 거짓말은 할 수 가 없는거지." "이 우주에는 행동과 행동 사이, 사물과 사물사이에 많은 빈틈이 있고, 그 틈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 인생은 비어있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다. 비어 있는 시간을 활용해서 우리는 사유할 수 있다. 지혜는 스스로 얻는 것이다." 하나 같이 명언만 남긴 에코.. 올 2월에 타계하신 에코의 신작을 다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6. 김대우 -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500번 이상 읽었을 거라는 영화감독 김대우. 난파된 배에서 살아나서 홀로 표류하고 섬에 정착해서 이것저것 남의 물건까지 다 쓰고 활용하는 것을 '합법적 절도'라고 표현하며 여기에 모공이 열리는 쾌락이 있다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웃음이 났다. 영화 <대부>는 100번 가량 시청했다고 하며 결국 다 홀로 즐거워하며 반복해서 쓰고 읽는 이야기라고 평한다. 책을 한 권 더 말하는데 <전환시대의 논리>는 삶의 태도를 바꾼 책이라고 한다. "세상은 선악이 있는 게 아니고 입장이 있는 거구나. 모든 논리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해 창안한 거구나." 라고 깨달으며 분노보다는 다시는 안 속을거야라고 결심했다고. 책을 안읽은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데, 사회와 조직, 심하게 말하면 민족에게까지도 그렇다고 영화감독 김대우는 말한다.

 

7. 은희경 -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추천한 작가 은희경은 책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을 때 꼭 꺼내서 읽는다는 이 책은 상당히 건조하고 지독한 책이다. 인류의 가장 혁명적인 성취는 글과 책이며, 낯선 생각을 발견하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을 깨우고 쓰고 싶게 만든다고 말한다. 요즘 뇌과학이 유행이지만, 그것은 이미 도스토예프스키가 문학으로 모두 이뤄낸 업적이며, 어쩌면 과학자보다 소설가가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평하는 은희경. 그녀의 다음 소설은 아고타 크리스토프보다 더 건조하고 지독한 책이 나올 지 궁금하다.

 

8. 송호근 -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추천한 사회학자 송호근. 조선최초의 국비유학생 유길준의 유물을 하버드 유학생시절 박물관에서 만났다. 성리학의 울타리를 넘어 미지의 근대세계에 한 발자국 들여놓은, 서툴기는 해도 두 세계의 접목을 향한 과감한 시도을 했던 유길준. 송호근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안제사를 폐하면서 갈등을 갖고, 사회학과 문학사이에서 갈등을 갖고, 결국 사회학으로 길을 정했다. 평생의 고민거리이자 어깨위에 얹힌 묵직한 짐임을 말하는 송호근. 눈부신 두 세계의 접점을 이미 만난 게 아닐까. 

 

9. 안은미 - 박용구의 <어깨동무라야 살아 남는다>를 추천한 무용가 안은미는 88 올림픽 때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를 제안한 무용가 박용구의 제자이다. 안은미는 책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경험을 해 주는 매체이며 소통의 기호라고 생각한다. 욕망은 커져가고 나이가 들수록 게을러지고 남탓을 하고, "아, 이게 공부하라는 신호구나 ."라고 생각한다고. 인간의 꿈은 남이 말릴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더욱더 공부하고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안은미의 꿈에 대한 생각은 "타인과 함께 꾸거나 어깨동무하지 않으면 자신만의 개굼으로 끝나고 만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모든 게 아이디어가 되더라." 고 했다. 그래서 안은미는 중앙무대가 아닌, 주인공이 아닌, 할머니와 할아버지, 10대 청소년, 중년의 아저씨들과 함께 뛰고 놀며, 그들의 마음 속에 감춰진 춤의 본능을 이끌어내며 살고 있다.

 

10. 문성희 - 소로의 <월든>을 추천한 요리연구가 문성희. 부산요리학원 강사시절, 요리를 배우러 오는 유한마담들과 선원수첩과 생계를 위해 요리를 배우러 오는 남자들을 보며 많은 회의를 했다. 결국 다 내려놓고 사람들과 담을 쌓고 3년 가까이 흙집에서 살며 소로의 월든을 삶으로 실천했다. 모든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다가 '고립'이 아닌 '공존'이 살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은 '평화가 깃든 밥상'을 운영중이며,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연의 밥상을 받고 맛있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보람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직접 하라는 문성희. 두려움을 실패의 거울로 삼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라고 ,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그게 모여서 결국 내일이 된다고,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자기 밖에 없다는 말에서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진다.

 

 

하나같이 멋진 분들이지만 다들 탄탄대로가 아닌 어려움을 겪고 이겨내고 깨달음을 얻은 분들이시기에 더 멋있고 더 정이 간다. 정말 본받고 싶고 따라하고 싶고, 이 분들이 읽은 책들은 모조리 독파하고 싶다. 다행히 읽은 책이 더 많다. 언급된 책들 중에 4권을 읽지 않았기에 카트에 담아놓는다. 21세기에 무슨 고리타분하게 종이책이냐며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전자책으로도, 인터넷으로도 정보는 무수히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고르고 직접 만지며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쁨, 종이의 냄새, 한 자 한 자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땀과 노력... 이것을 느낄 줄 안다면 절대 비교불가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 안에 담긴 진리를 향한 의지와 사랑, 그것은 곧 인류를 향한 사랑이고 세계를 향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 책 자체를 사랑하고, 책에서 삶의 진리를 탐구하고, 책과 삶이 하나가 되는 것, 이것은 탐욕, 탐식은 버릴 수 있어도, 탐독만은 절대 버릴 수 없는 나만의 이유이다. 

 

 

  

 

※ 이 리뷰는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민음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c*****p 2016.05.22. 신고 공감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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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어수웅/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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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탐독>>(민음사, 2016)         그 어떤 압박감도 없는 어수웅의 <<탐독>>, 딱 내 취향이다. 심플하고 세련된 표지디자인이며, 지하철 안에서 읽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중량이며, 손에 들어도 괜찮고 가방에 넣어도 좋을 판형이며, 각 장마다 글과 사진을 맛있게 버무려 놓은 본문 편집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책표지도 온라인 서점에서 본 이미지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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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탐독>>(민음사, 2016)

 

 

 

 

그 어떤 압박감도 없는 어수웅의 <<탐독>>, 딱 내 취향이다. 심플하고 세련된 표지디자인이며, 지하철 안에서 읽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중량이며, 손에 들어도 괜찮고 가방에 넣어도 좋을 판형이며, 각 장마다 글과 사진을 맛있게 버무려 놓은 본문 편집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책표지도 온라인 서점에서 본 이미지보다 실물이 훨씬 더 고급스럽고 예쁘다. 요모조모 퍽 사랑스러운 책이다.

 

나는 어떤 책이든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탐색전을 펼친다. 가장 먼저 책의 제목을 읽고, 책표지를 앞뒤로 살핀다. 그 다음 오른손으론 책등을 받치고 왼손의 엄지는 책의 뒤표지를 향하고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은 책의 앞표지에 대고 책을 뒤에서 앞으로 빠르게 넘겨본다. 이 역할은 왼손 검지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머리말(서문)과 목차를 눈여겨 읽는다. 어지간해선 저자에 관한 프로필은 읽지 않는다. 그것은 본문의 내용을 만나기도 전에 쓸데없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도중에 갑자기 저자가 궁금해지는 대목이 나오면 그때 쭉쭉 읽어본다. 대신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는 저자와 관련된 정보를 마음껏 살핀다.

 

이 책은 꽤 흥미진진한 에세이다. 밍밍하고 어정쩡해서 어설픈 소설보다 스토리나 플롯이 한결 더 디테일하다.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예술가와 학자들의 삶과 책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인지 요소요소마다 소설 기법이 가미되어 가독성을 높인다. 그렇다. 한참을 정신없이 읽다보면 소설 같다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픽션이 아닌 이야기를 픽션처럼 풀어놓았으니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모두 열 명의 인물이 등장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생한 현장감이다. 그것은 가까이는 서울에서부터 멀리는 미국과 프랑스까지 저자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인터뷰한 내용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능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달과 6펜스>>는 탈주의 서사다. 스트릭랜드는 가정에서 도망가지만, 김영하의 탈주는 군대에서 비롯된다.” (본문 p.1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아홉 번 읽었을 때, 책은 그때마다 다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연애소설, 두 번째 읽으니까 철학소설, 세 번째 볼 때는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본문 p.77)

 

“방 안에 문을 열면 또 하나의 방이 나오고 그 방에 들어가 문을 열면 또 하나의 방이 있는 양파 껍질 같은 구조, 중학생 김대우는 그 양파 껍질 안에 기어들어 가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또 읽었다. 그곳은 혼자만의 쾌락을 위한 독서의 온상지였다.” (본문 p.111)

 

“안은미가 <<어깨동무라야 살아남는다>>를 내 앤생의 책으로 꼽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가 쉰이 넘어서 자신이 주인공인 공연보다 남들이 주인공인 공연을 만드는 데 힘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문 p.184)

 

“문성희의 시선으로 볼 때 <<월든>>의 삶을 실천하는 데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급자족의 삶, 여기에는 어찌보면 지극한 이기주의가 포함되어 있다.” (본문 p.106)

 

이처럼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역동적으로 다가온 인물은 김영하, 김중혁, 김대우, 안은미, 문성희의 책 이야기였다. 이들의 삶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타고난 기질과 개성으로 넘친다. ‘역시 예술가야!’ 하는 말이 입술을 절로 밀고 나오게 한다.  

 

“내 나이 스물넷에 보르헤스를 처음 읽었어요. <<픽션들>>은 처음에 이탈리아에서 단 500부만 찍었지. 그 출판사의 대표를 알고 지냈는데, 내게 한 권을 주더라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지. 이후 언제나 내 사랑은 보르헤스였어요.” (본문 p.91)

 

“어리석고도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도, 송호근은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차분한 음성으로 그는 자신만의 답을 내놓았다. 조선 최초의 미국 유학생 유길준의 <<서유견문>>이 바로 그 책이었다.” (본문 p.149)

 

남다른 독서량을 자랑한 움베르트 에코와 송호근의 삶과 책 이야기는 그야말로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었다. 나도 다음 생에서는 그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움베르트 에코와의 인터뷰에서 저자가 한국에 한 번 방문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건네자, 그는 무척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건강과 나이를 염려한다. 문득 지난 2월에 세상을 떠난 그의 기사가 떠오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아파트의 맨 꼭대기 19층. 수직으로 내리꽂는 오후 1시의 햇볕을 맞으며 그는 "펜트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그의 신장은 171센티미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인디언 추장 브롬든이 포개졌다.“ (본문 p.52)

 

“그 책을 읽고 난 뒤 가족이 새삼 다시 보였어요. 마치 깜깜했던 집에 불이 한꺼번에 켜지는 것 같았죠.전에는 몰랐던, 내 가족들의 욕망과 무의식과 내면, 그전까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볼 수 있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입니다.” (본문 p.38)

 

“그 절에서 쓴 책이 은희경의 출세작이 된 <<새의 선물>>이었고, 그 <<새의 선물>>을 쓰기 위해 들고 갔던 책이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본문 p.133) 

 

한편 정유정, 조너선 프렌즌, 은희경은 기회가 된다면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다. 그들의 문학세계는 내가 문학에 던지는 모든 물음표의 원천이며 다른 듯 다른 듯 하면서도 깊이 파고들면 절묘한 닮은꼴을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유익하고 즐겁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상큼발랄한 독서시간이었다. 더 많은 지혜와 더 많은 인터뷰 내용이 궁금한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청소년 이상 독자라면 누가 읽어도 충분히 이해하고, 충분히  흥미롭고, 충분히 훌륭하고, 충분히 위대한 독서를 했다고 자부할 것이다. 

 

 

 

 

-by.2016..05.21(토), 심은유의 마술연필

 

* 이 리뷰는 민음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m****0 2016.05.21.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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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탐독하는 책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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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부제를 보자마자 손이 간 책이다.   무엇이 한 인간을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가? 소설가 김영하에게 그런 책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와 자신의 공통분모를 찾음으로써 동질감 내지는 인생을 예견한 책이라고나 할까? 평생을 아끼고 아끼며 닳도록 읽은 책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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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부제를 보자마자 손이 간 책이다.

 

무엇이 한 인간을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가?

소설가 김영하에게 그런 책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와 자신의 공통분모를 찾음으로써 동질감 내지는 인생을 예견한 책이라고나 할까? 평생을 아끼고 아끼며 닳도록 읽은 책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것과는 다른 답이었지만 그래도 운명의 평행이론 같은 책이라니 흥미롭다. 인생의 물음표들을 이해하기 위해 문장을 쓰고 소설을 계속 쓴다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평생 궁금증을 가슴에 품고 그것을 풀어가려 애쓰는 게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소설가 정유정의 책은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그 근본적인 목적을 찾을 수 없었을 때 만난 책이라고 했다. 거친 표현이지만 '때로는 살인이 구원일 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은 책이다. 소설이 줄 수 있는 충격과 감정의 힘에 대해 매료된 것이다. '작가의 임무는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움베르트 에코의 운명의 책은 스물네살에 만난 보르헤스의 <픽션들>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썼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에코의 궁극적 질문 '진실은 무엇인가?'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그의 작품세계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영화감독 김대우의 책은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다. 중학생때 만난 그 책은 무려 500번 가까이 읽었다고 한다. 반복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그에게 이 책은 쾌락과 휴식을 주었고 문득 디포 역시 쓰면서 자신만의 쾌락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에게 재미있지 않은 작품이 남에게 재미를 주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나 영화감독이나 혹은 다른 분야에서 만들어내고 싶은 것들이 혹은 그 일을 하는 목적이 궁극적으로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설가들과 기타 분야의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여러가지 일화들을 현재의 일을 하게 된 계기와 운명적인 책과의 만남 등등을 포함하여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내 인생의 책이라면 어떤 것을 꼽아야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b*****7 2016.06.21.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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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어수웅/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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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탐독>>(민음사, 2016)     이 책은 어지간한 로맨스 소설보다 더 은밀하고 흥미진진한 에세이다. 스토리나 플롯이 미완의 소설보다 더 치밀하고 디테일해서 퍽 짜릿한 작품이다. 나는 어떤 책이든 본문을 완독하기 전에 저자의 프로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독서에 방해될 것을 염려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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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탐독>>(민음사, 2016)

 

 

이 책은 어지간한 로맨스 소설보다 더 은밀하고 흥미진진한 에세이다. 스토리나 플롯이 미완의 소설보다 더 치밀하고 디테일해서 퍽 짜릿한 작품이다. 나는 어떤 책이든 본문을 완독하기 전에 저자의 프로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독서에 방해될 것을 염려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누구인지, 도대체 어떤 능력으로 이렇게 사람의 애간장을 살살 녹이는지, 꼭 알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때는 주저 없이 책의 앞날개로 눈을 돌린다. 그렇다. 딱 그럴 때 저자의 프로필을 탐구하듯 한 줄 한 줄 짚어가면서 읽어본다. 그러면 곧 저자의 소개 글 하나하나가 본문의 이야기와 스르르 포개진다. 순간 나는 그들의 감정이입을 틈타서 책 속으로 쑥 들어간다. 이건 나의 오래된 독서습관이다.

 

  

어수웅의 <<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름 외엔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도중에 그와 수없이 만났다. 정말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어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해서 현재 “조선일보 문화부” 책 팀장을 맡고 있다는 저자 어수웅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열 명의 예술가와 학자들보다 더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탐독>>에는 소설가인 김영하 · 조너선 프랜즌 · 정유정 · 김중혁 · 움베르토 에코 · 은희경을 비롯하여 영화감독 김대우, 사회학자 송호근 무용가 안은미, 요리 연구가 문성희 등 모두 열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책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전자매체에 밀려 종이책의 인기가 시들해진 요즘에도 그들은 하나같이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그들보다 더 대단한 것은 바로 저자이다. 그는 열 명의 인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한다. 그 인터뷰 내용을 책에 실어서 현장감이 넘친다. 아주 생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근교를 기점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과 프랑스까지 가서 조너선 프랜즌이나 움베르토 에코를 만나고 담아온 이야기들이니, 그 숨결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생생한 현장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저자의 구미 당기는 글 솜씨까지 싹싹 버무려져서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 인터넷은, 포털은, SNS는 우리의 직접 경험을 제한하고 통제합니다. 인터넷이 백과사전이고 학교인 당신의 손자와 손녀들에게, 인터넷 시대에 대처하는 자세를 가르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오..” (본문 p.101)

 

 

이는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종이책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역시 아직은 전자책보다는 활자화된 책이 더 좋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종이책에 대한 발전을 기원한다. 세상이 제아무리 급변해도 책을 사랑하는 진실한 마음과 소신 그리고 굳건한 의지와 신념만 있다면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여기에 다 싣지 못한 이야기는 책으로 직접 만나 보길 권한다. 가독성이 참 좋은 책이다.

 

-by. 2016.5.24(화), 심은유의 문학수첩

m****0 2016.05.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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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읽고 쓰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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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라서, 누군가 권해준 소설이라서, 언론의 호평에 관심이 생겨서 읽는다. 읽는다는 건 듣는다는 것이고 듣는다는 건 집중한다는 것이고 집중한다는 건 그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책은 많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말하는 책, 책을 읽고 쓰는 데 중점을 두는 책, 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책, 책과 삶을 말하는 책. 어수웅의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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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라서, 누군가 권해준 소설이라서, 언론의 호평에 관심이 생겨서 읽는다. 읽는다는 건 듣는다는 것이고 듣는다는 건 집중한다는 것이고 집중한다는 건 그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책은 많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말하는 책, 책을 읽고 쓰는 데 중점을 두는 책, 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책, 책과 삶을 말하는 책. 어수웅의 『탐독』은 어떤 책일까. 인생 최고의 책에 대한 이야기, 책의 힘을 말하는 책, 책을 통해 변화하는 삶에 대한 책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잘 알려진 책이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그 책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기억에 남은 책이, 여러 번 읽은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 권하는 책이 모두 좋은 책은 아니다. 특정 부분이 재미있어 기억이 남을 수도 있고 필요에 의해 여러 번 읽어야 할 책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자꾸 생각이 나는 책, 책 속의 인물이 현실의 누군가와 겹쳐 보여서 힘든 책, 읽을 때마다 다른 목소리를 듣는 책이라면 진정 인생의 책이라 꼬집어 말할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책이 나에게도 같은 의미로 다가올 수는 없지만 그 책에 대한 이야기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특별한 책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어수웅이 만난 열 명의 예술가는 저마다의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어떻게 그 책을 읽었는지, 책을 읽을 당시 자신의 상황, 책을 읽은 후 달라진 내면에 대해서 말이다. 한 권의 책과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놀라운 경험을 나눠주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책들은 내게 새로운 책이 된다. 그 책을 읽든 읽지 않았든. 아쉽게도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았다. 더 안타까운 건 읽어야 할 책으로 오래전부터 책장에 안착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읽어야 할 일만 남은 것.

 

 이제 책이 아닌 그들의 말에 집중해보려 한다.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이라는 주제의 인터뷰는 신선한 주제는 아니다. 열 명의 인터뷰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다른 책에서 다룬 적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끌리는 이유는 책과 인간에 대한 그들의 믿음과 애정 때문이다. 기억하고 싶은 건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을 읽고 가족이 다시 보였다는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과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우리의 대작가 움베르트 에코의 말이다. 알파고와 대결하며 살아남기 위해 고분분투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 할까. 조너선 프랜즌의 진짜 사람들이라는 말에 거대한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비교하고 회의하라는 에코의 말은 인터넷 세대에게 필요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이 어떻게 인간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겠어요? 소설가의 임무가 더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진짜 사람들을 찾아내야 하니까요.” (46쪽, 조너선 프랜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정보를 여과하고 걸러 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 분별력을 가르쳐야 해요.” (101쪽, 움베르트 에코)

 

 그뿐인가. 김영하, 정유정, 김중혁, 은희경은 어디서 만나든 반갑고 유쾌하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과 그들을 지탱해주는 한 권의 책과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 특히 하나의 소설이 탄생하는 집필실의 소개는 놀라웠다. 직접 그린 지도가 가득한 스케치북, 거기에 세밀화와 확대도, 주인공의 동선과 사건의 동선을 미리 그린다는 것이다. 다른 소설가 역시 몇 권의 집필 노트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고 고친 후에 내게 온 소설이라니, 새삼 그 소설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책을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 이렇게는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도, 생각을 조금씩 바뀌게 해 줘요. 한꺼번에 바뀌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136쪽, 은희경)

 

 은희경의 말처럼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인생이 통째로 바뀔 수는 없다. 더불어 세상의 모든 책이 인생의 책이 될 수도 없다. 어떤 책은 쉼을 위한 책이고 어떤 책은 위로를 전하는 책이고 어떤 책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책이고 어떤 책은 여전히 읽지 않은 책이 된다. 읽지 않은 책이 읽은 책이 되기도 하고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은 책이 될 수도 있고 언젠가 당신에게 주고 싶은 책이 되기도 한다. 책이라는 미지의 세계, 읽어야만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책은 정말 대단하고 신비로운 존재다. 한 권의 책이 인도하는 그곳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당신의 삶은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r*********s 2016.06.10.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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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이라는 내 입장에서는 거창한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10인의 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들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도 있고, 내 인생을 바꾼다거나 0.5cm정도로 살짝 비껴가게 할 만큼의 책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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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이라는 내 입장에서는 거창한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10인의 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들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도 있고, 내 인생을 바꾼다거나 0.5cm정도로 살짝 비껴가게 할 만큼의 책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단지 책에 대한 이야기일뿐이었다면 그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그 인터뷰의 주제가 더구나 이라면 더 관심이 가지 않을수가 없다. 탐독은 인간에게 존엄을 선물하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들어주는책에 대한, 그 중에서도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이라는 주제로 작가, 사회학자, 무용가, 영화감독, 음식연구가에 이르기까지 10명과의 인터뷰를 한 권으로 엮어낸 책이다.

사실 이 책에 그리 큰 관심은 없었는데 목록에서 인터뷰이를 보고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 알고 싶기도 했고, 그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책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유명한 작가들이 많았기에 반 이상의 인터뷰이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고 단순히 작가로서만 알고 있었던 그 이면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해서 더 좋았다. 그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에 대한 이해는 좀 더 깊어진듯한 느낌이 들어 이 책을 읽은 후 기분이 좋아졌다.

 

내게 있어서 책은 김중혁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나의 삶을 변화시키거나 삶의 궤도를 변화시켜버린다기보다는 지금의 위치에서 0.5cm정도는 슬그머니 옮겨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움베르토 에코의 종이책의 불멸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의 내용이다. 종이책과 킨들을 루브르 박물관의 2층 난간에서 집어 던졌을 때 종이책은 조금 구겨졌을 뿐이지만 전자책리더 킨들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겉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실제로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이야기는 정말 의미심장했다.

그리 어렵지 않게 10명의 유명인들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가볍게 책을 쓱쓱 읽어나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간에게 존엄을 주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들어주는책에 대해 나 역시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그 시작은 멍때리고 앉아있다가 문득, 이 수많은 책들 중에 딱 한권을 끄집어 내어 읽어야만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해보게 되면서이다. 그 고민이 깊어지면 내 삶의 모습을 변화시킨 책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제 나의 책 이야기를 해볼수도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r***2 2016.06.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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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담은 책 '탐독'...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많이 보여 관심이 간 책으로 그들이 말하는 인생의 책은 어떤 책일까? 호기심을 갖고 읽게 된 책이다. 책에 나온 작가 김영하, 은희경, 정유정, 움베르토 에코, 김중혁, 조너선 프랜즌은 알고 있었다. 사회학자 송호근, 무용가 안은미씨는 이름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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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담은 책 '탐독'...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많이 보여 관심이 간 책으로 그들이 말하는 인생의 책은 어떤 책일까? 호기심을 갖고 읽게 된 책이다.


책에 나온 작가 김영하, 은희경, 정유정, 움베르토 에코, 김중혁, 조너선 프랜즌은 알고 있었다. 사회학자 송호근, 무용가 안은미씨는 이름만 들었고 영화감독 김대우, 요리 연구가 문성희씨는 솔직히 탐독을 읽기 전에는 낯선 이름이다. 아는 이름은 반갑게 낯선 이름은 어떤 분일까? 어떤 책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해 얇은 두께와 분량에 비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새록새록 느끼게 해준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 작가는 서머스 몸의 '달과 6펜스'를 인생의 책이라고 말한다. 평범한 가장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탈주를 감행한 이야기는 김영하 작가 자신이 ROTC에 몸담았고 이런 결정은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뜻을 헤아린 행동이었지만 결국에는 평범한 삶이 아닌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DNA를 가졌음을 이야기 한다.


'자유'를 알게 된 작가 조너선 프랜즌... 그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을 갖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의 청을 거절할 정도의 배짱을 가진 작가다. 알고 보면 오프라의 청을 거절했다기 보다는 자신과 맞지 않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고 현재를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작가들과 같은 작품을 쓰려고 한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기꺼이 수용하고 살다가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낸 정유정 작가... 그녀의 신작이 얼마 전에 나와 관심이 가는데 저자의 데뷔작은 나를 비롯한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를 단숨에 빠져들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소설가로서의 삶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중에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다. 김중혁 작가는 뭐라도 되겠지란 다소 황당한 면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아홉 번이나 읽었으며 야한 묘사가 자신을 작가로 이끌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항상 읽을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은 늘 쉽지 않다. 엄청난 숫자의 책을 보유한 그의 책사랑과 남다른 신념이 담긴 책 이야기는 인상 깊다. 이외에도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지만 김대우 감독이 꼽은 로빈슨 크루소는 어릴 때 읽은 후 기억 밖에 없어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희경 작가는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힘을 책을 통해 얻었으며 그녀의 대표작 '새의 선물'의 소녀는 은희경의 분신이며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다. 사회학자 송호근씨는 서양의 여행기가 아닌 서양의 관한 견문록 '서유견문'을 인생을 바꾼 책으로 꼽았는데 솔직히 책의 이름도 낯설고 조선인 유학생 유길준의 책으로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요리 연구가 문성희씨는 불멸의 고전으로 불리는 숲속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간소하고 명상을 즐기는 생활을 담은 월든을 인생을 바꾼 책으로 꼽는다. 나도 월든을 읽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월든의 이야기에 솔직히 큰 감흥을 얻지는 못했다. 허나 많은 사람들이 월든을 좋은 책으로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느끼며 시간을 내어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열 명의 인사들의 인생을 바꾼 책은 알고 있는 책도 있지만 '서양견문'처럼 낯선 책도 있다. 간략하게 자신의 삶과 책에 대해 풀어 놓는 이야기는 그들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느낌을 준다. 한 권의 책이 가ㅣ진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좀 더 다양한 책 읽기와 책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인생에 어떤 책이 영향을 주었는지 돌아보며 앞으로 책을 더 가까이 할 생각이다.

 

"저는 문학이 누군가에게 굉장한 의미를 가져야 하고, 꼭 철학을 지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문학이 줄 수 있는 건 정서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 보지 못한 인생에 대한 감정을 주는 거죠. 왜, 마흔이 넘어가면 소설을 안 읽는다잖아요. 세상사에 신기한 일이 없어진다면서요. 나름대로 통달하는 거겠지. 하지만 작가는 살아 보지 못한 인생을 제시해 줄 수 있어요.  ..........."              -p67-

 

 

요즘은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가 연예인이다. TV이를 통해 보이는 연예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동경하지만 인기 연예인이 되는 길은 힘들다. 너무나 낮은 승부에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은미 무용가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q******5 2016.05.30.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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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 독서의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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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기자가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을 주제로 열 명의 예술가와 학자를 인터뷰했다. <탐독: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은 그 내용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20년간 문화부 기자로 지내며 주로 문학과 출판을 담당해 왔고, 고전 읽기의 쾌락을 다룬 <파워 클래식>을 출간하기도 했다. 유명인의 인생을 바꾼 책이 소개되고 자연스레 그들의 내밀한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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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기자가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을 주제로 열 명의 예술가와 학자를 인터뷰했다. <탐독: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은 그 내용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20년간 문화부 기자로 지내며 주로 문학과 출판을 담당해 왔고, 고전 읽기의 쾌락을 다룬 파워 클래식을 출간하기도 했다. 


유명인의 인생을 바꾼 책이 소개되고 자연스레 그들의 내밀한 삶이 드러나기에 이 책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리즈와 칼럼을 연재해온 저자의 필력도 한몫한다. 인터뷰는 어수웅 기자의 시선으로 재구성, 재해석되어 우리 시대 지성인의 책과 삶을 진중히 소개한다. 

작가와 학자라면 수천 수만 권의 책을 접했을텐데 그 중 '운명을 바꾼 책'은 무엇일까. 김영하는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처럼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탈주했다고 한다. 정유정은 1980년 광주에서 밤을 새워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읽고는 엉엉 울었다. 조너선 프랜즌은 카프카의<심판>을 읽고 숨은 눈이 뜨이는 경험을 했고, 김중혁은 군대에서 보초를 서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9번 읽었다. 사회학자 송호근은 120년 전에 씌여진 <서유견문>을 통해 '한국이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답을 찾으려 했다. 

 

저자는 책과 문학의 유용(有用)을 입증하고 싶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활자 중독 수준으로 책을 읽었고, 책이 좋아 신문사 문화부 기자가 된 그에게 독서의 유용을 밝히는 일은 그의 존재 증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탐독>은 지성인의 삶에서 책이 '흔들리지 않는 중심'(p6) 이었음을 주지시키고, 독자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준다. 그의 바람대로 독서의 유용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누가 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인생을 바꿨어.'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다 읽고 나면 살짝 바뀐것 같은 것. 뭐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좋은 것 같아. 그게 문학인 것 같아." (김중혁, p86 )


"... 인터넷은 부자들을 도와요. 아까 말했듯이 나만 해도 정보의 검색이나 여러 차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 하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분별할 자산을 갖지 못한 지적인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쳐요. 이럴 때 인터넷은 위험이야. 자가 출판( self publishing)은 더욱 문제요." (움베르트 에코, pp97-98)


'자아, 심지어는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까지도 배제한 채로 쓰는게 창조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자의식을 가지고 쓰는게 작가다.' (은희경, p135)

그렇게 약간 '왼쪽'으로 넘어가려고 하던 고교생 김대우를 다시 회의주의자로 만든 게 <전환시대의 논리>였다. 입장을 정해 놓고 쓴 책들의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세상. 양쪽 다 믿을 건 없구나." (김대우, p118)


j********7 2017.10.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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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 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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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해서 책을 읽어 왔지만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인생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동안 읽어 왔던 책들 속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 의미를 찾고, 이해하고, 곱씹어 보곤 했다. 때론 감동에 온몸이 전율한 적도 있고, 눈시울이 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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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해서 책을 읽어 왔지만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인생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동안 읽어 왔던 책들 속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 의미를 찾고, 이해하고, 곱씹어 보곤 했다. 때론 감동에 온몸이 전율한 적도 있고,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책 속 주인공의 삶에 몰입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책들이 내 삶을 통째로 바꿨다거나, 어떤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곤 생각지 않는다. 책, 독서의 힘을 믿으면서도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나. 아마도 내 독서 방향의 문제겠지. 음식도 먹던 음식만 먹으면 영양불균형이 생기듯, 독서도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지금은 그냥 '독서습관'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속 어딘가 헛헛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분명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을 갖고 있을 것이다. 탐독 속 10인의 인터뷰이들처럼. 나 역시 책을 매개로 한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경험해 보고 싶고, 내 삶을 변화시킨 '내 인생 책'을 적어도 한 권 정도는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이런 가운데 만나게 된 '탐독'은 작게나마 그 방향을 제시해 준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했다. 물론 탐독 속 인터뷰이들이 선정한 '내 인생의 책'들은 다분히 '개인적인 선정'이다. 나하고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허나 그래도! 나보다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 길 끝에 나만의 길을 찾고, 나만의 인생 책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탐독'은 하나의 이정표이자, 길잡이, 참고서라 생각한다. 문화부 기자인 어수웅 작가님은 말한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은 지극히 낭만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있다는 것. 책상물림의 온전하지 못한 독서에서 벗어나, 활자의 울타리 밖에서 성취감을 확인하고 삶을 바꾼 사람들이. 그러한 '진짜 사람들'을 책을 통해 찾고 만나는 일.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 이 주제를 바탕으로 그가 인터뷰한 총 10인의 주옥같은 이야기가 '탐독' 속에 실려있다.

김영하의 탐독 <달과 6펜스> 탈주의 서사로 책 속 주인공의 삶과 작가의 삶의 궤적이 너무도 닮았기에 작가의 인생 책이 되었다는 것.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행위는 이해할 수 없으며, 존재는 오리무중이다. 운명은 물음표 속에 갇혀 버리고, 작가는 그 물음표를 문장으로 바꾸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오늘도 소설을 쓴다." 조너선 프랜즌의 탐독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 장편소설 <자유>와 <인생 수정> 단 두 권만으로 '위대한 미국 작가'의 반열에 오른 조너선 프랜즌. 그의 세계는 극단의 사실주의로 우리를 발가벗기지만 프란츠 카프카는 몽롱하게 일그러진 이미지로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얼핏 상반되어 보이지만 뒤틀린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눈을 존재의 맨 밑바닥까지 돌리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이야기. "나는 화가 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독자들은 내 글을 읽지 않았었고, 내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았어요. 1990년대 미국은 천박한 물질주의가 판을 치던 때였습니다. 새로 개발된 항우울제 따위가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식의 멍청한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어요. 저는 이 시점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김중혁의 탐독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니면 말고', '뭐라도 되겠지', 어딘지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느낌이 드는 작가 김중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아홉 번이나 읽었고 그때마다 다르게 다가왔다 한다. "책은 삶을 바꾸지 않지만, 대신 뭔가를 살짝 바꾼다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 큰 게 바뀌는 게 아니고, 한 권 읽고 나면 마음의 위치가 0.5센티미터 정도 살짝 옮겨지는 것 같다. 그 정도 바뀌는 게 좋은 것 아닐까?" 움베르토 에코의 탐독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들>, 은희경의 탐독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무용가 안은미의 탐독 <어깨동무라야 살아남는다>, 영화감독 김대우의 탐독 <로빈슨 크루소>, 사회학자 송호근의 탐독 <서유견문>, 요리 연구가 문성희의 탐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마지막 정유정의 탐독 켄 키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까지 총 10인의 탐독과 약간의 에피소드까지 곁들인 이야기들에 빠져들었다. 총 10인의 이야기들이 다 의미 있고, 재미있었지만 가장 마음이 끌렸던 건 작가 정유정이었다. 최근 <종의 기원>을 읽고 있기도 했고.

정유정 작가님의 이력에 대해선 작품과 한때 간호사로 일했었다는 것 외엔 없었는데 <탐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유정 작가님의 <탐독>인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작품보다 정유정 작가님 삶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25살에 간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한다. 간호사 재직 시절, 자신이 몸담고 있던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참담한 시간들이었다고 작가 정유정은 고백했다. "이제부터는 네가 집안의 엄마다. 동생들을 부탁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었으며, 정유정 작가에게 엄마는 하나님이었다고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큰 위로를 받았다.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나 역시 엄마는 내게 하나님이었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정유정 작가님의 엄마보단 10년을 더 내 곁에 계셔 주셨구나. 작가님은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하나님 같은 엄마를 잃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에 난 또 눈물을 흘렸고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작가님이 있다는 것에 위로도 받았다. 14년이란 시간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고, 30대 중반부턴 소설을 쓰자고 결심했다 한다. 작가님 왈 "대책 없는 확신이 있었다."한다. 0아니면 100, 모 아니면 도, 자신은 타협없는 성격이란다. 아마 작가님의 이런 근성과 재능이 3무 작가라는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남편은 소방공무원이고, 3살 연하로 동생의 친구였단다. 그리고 늘 마음속으로 다짐해 왔던 그 대책 없는(?) 꿈을 딱 서른다섯에 선전포고했다. "이제는 신랑, 당신이 나를 먹여 살려라." 그러나 이후 6년 동안 문예지, 각종 공모전에서 줄줄이 낙방. 처음으로 슬럼프라는 것을 겪었다 한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세계청소년문학상에 당선되던 날 신랑과 함께 펑펑 우셨다는 작가님. "글을 쓰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인간 같아요. 마누라로서, 엄마로서 하는 역할이 있겠지만, 나는 '소설가 정유정'의 삶이 가장 중요해요. 그 자체로 '나'라고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거든요. 가족이 위기에 닥치면 당연히 제 역할을 해야겠지만, 일상을 살고 있을 때 저는 이기적입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만이 유일하게 존재감을 주는 걸 어떡하겠어요."  

 

 

작가님의 책상 위 작업노트를 공개했다. 직접 그린 지도들이 가득한 스케치북. 공간적 배경을 장악하기 위해 직접 그린다는, 수채색연필을 이용한 지도들이다. 스케줄 노트도 있다. 시간적 배경을 장악하기 위한 노트란다. 새 작품 하나에 들어가는 노트만 평균 십여 권. 엔터테인먼트로 훌륭하면서도, 동시에 기법 면에서도 웰메이드인 소설. 느슨하고 태만한 순문학보다 정교하고 재미있는 웰메이드 장르 소설을 잘 쓰는 게 꿈이라는 정유정 작가의 말씀.

<탐독>을 통해 10인의 ​'나를 바꾼 단 한 권의 책'을 만난 것, 그들 모두의 '영롱한 삶의 한 면을 공유'하게 된 즐거움까지. <탐독, 을 탐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 이제 다시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 <나를 바꾼 단 한 권의 책>을 찾기 위해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많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단 0.5cm만이라도 내 마음이, 내 삶이 변화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의미 있고 행복하단 걸 알았으니.

 

YES마니아 : 로얄 e*******4 2016.06.0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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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인생이 바뀐다'. 이 명제가 성립되기 위해선 오늘의 나를 만든 책을 알아야 한다. 기껏 책을 읽었기로서니 인생이 확 바뀌기나 할까? 여태껏 읽어왔던 책들은 다 무어란 말인가? 곱씹어보면 책이 닳을만큼 손에 익숙한 책은 몇 권이나 있을런지. 아무리 다독을 해도 뇌리에 박힌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다분히 개인적인 선정이다. <탐독>을 쓴 어수웅 씨가 만난 인터뷰이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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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인생이 바뀐다'. 이 명제가 성립되기 위해선 오늘의 나를 만든 책을 알아야 한다. 기껏 책을 읽었기로서니 인생이 확 바뀌기나 할까? 여태껏 읽어왔던 책들은 다 무어란 말인가? 곱씹어보면 책이 닳을만큼 손에 익숙한 책은 몇 권이나 있을런지. 아무리 다독을 해도 뇌리에 박힌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다분히 개인적인 선정이다. <탐독>을 쓴 어수웅 씨가 만난 인터뷰이는 소설가, 무용가, 사회학자, 영화감독, 요리 연구가들이다. 그들이 뽑은 책들도 대부분 자신의 길에 영향을 주었기에 오래 전 판본에 낡은 책이지만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탐독> 머릿말에는 독서 인구수에 대한 통계를 적어 놨다.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있지만, 책 읽는 사람들의 독서량은 늘고 있다'는 꾸준히 읽어 온 독서가에게만 해당되는 결과로 비춰져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과연 나도 책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어수웅 씨가 인터뷰를 한 10인들은 저마다 하나의 책을 선정하여 자신들의 이력을 가식없이 털어놓았다. 감출 이유도 없고 그렇게 인생이 흘러 온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 김영하, 은희경, 김중혁, 정유정, 조너선 프랜즌 작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 한 것도 흥미로운 데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들도 유쾌해서 빠져들 수 있었다. 이들처럼 유명한 사람이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을 보면 필독서처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근데 제대로 읽어본 책이 없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달의 6펜스>, <심판>처럼 난해한 책들을 독파할만큼의 지식을 갖춘 것도 아니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한 번 읽고 전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모했다. 2~3번 읽다보면 전에 발견하지 못한 걸 찾고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을텐데 우린 왜 성급할까?


<탐독>과 같은 책들은 독서에 도움이 된다. 편안하게 읽는 와중에도 어떤 유명인도 평탄한 인생길을 걸어오지도 않고 우여곡절과 드러나지 않은 고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뜨겁게 떠오르는 작가인 정유정 작가의 노트를 보고 하나의 소설을 쓰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독서의 힘은 느리지만 올바른 가치와 다양성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어준다. 온갖 편견과 아집으로 내가 아는 것이 진리로 믿고 있던 나를 일깨워주고 타인을 배제시키지 않게 끌어주는 데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탐독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직 우리에겐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이 많지만 발견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이제 책을 읽을 시간이다.

c******d 2016.06.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