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제3의 생명, 우발성, 귀납 등의 개념으로 공자와 '논어'에 대해 내린 새로운 해석
"제3의 생명, 우발성, 귀납 등의 개념으로 공자와 '논어'에 대해 내린 새로운 해석" 내용보기
귀납과 연역, 상달(上達)과 하학(下學), 애니미즘과 샤머니즘, 공자와 맹자... 이 대립 개념들 가운데 모든 전자(前者)는 통하고 모든 후자(後者) 역시 통한다. 이것이 저자 오구라 기조의 논지이다. ‘새로 읽는 논어’ 이야기이다. ‘새로 읽는 논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애니미즘은 고대 원시인이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던 사유체계를 의미하지만 저자는 같은 돌이라
"제3의 생명, 우발성, 귀납 등의 개념으로 공자와 '논어'에 대해 내린 새로운 해석" 내용보기

 

귀납과 연역, 상달(上達)과 하학(下學), 애니미즘과 샤머니즘, 공자와 맹자... 이 대립 개념들 가운데 모든 전자(前者)는 통하고 모든 후자(後者) 역시 통한다. 이것이 저자 오구라 기조의 논지이다. ‘새로 읽는 논어’ 이야기이다. ‘새로 읽는 논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애니미즘은 고대 원시인이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던 사유체계를 의미하지만 저자는 같은 돌이라도 신(神)인 돌과 그렇지 않은 돌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이런 저런 것들을 다 알아보는 것을 의미하는 귀납적이라는 말로 애니미즘을 이야기한다.


반면 샤머니즘은 초월적 존재인 샤먼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낸다. 육체적 생명, 생물학적 생명 등을 의미하는 제1의 생명, 비물질적 생명, 종교적 생명 등을 의미하는 제2의 생명을 표본으로 저자가 만들어낸 개념이 제3의 생명이다. 간주관적 생명, 우발적 생명, <애니미즘> 등이다. 저자는 <애니미즘>을 애니미즘과 구별하기 위해 소울리즘(soulism)이란 역어(譯語)를 선보인다. 범령론과 달리 삼라만상에 영(靈: spirit)이 스며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혼과 혼 사이에 문득 드러난다는 의미의 세계관이다.


범령론이 제2의 생명이라면 소울리즘은 제3의 생명이다. 오구라 기조가 말하는 ‘애니미즘’은 모든 사물에는 영혼과 같은 영적이고 생명적인 것이 두루 깃들어 있다는 일반적인 의미와 달리 soulism의 의미를 갖는다. 즉 삼라만상이 모두 신은 아님을 주장하는 사상이고, 신 또는 생명과 그 밖의 것들을 구별하는 사유 체계이다.(오구라 기조는 애니미즘을 일반적인 의미로, ‘애니미즘’을 자신만의 고유 의미로 나눈다.) 모두 신이라는 생각은 연역적인 일반론, 하달(下達)되는 체계 같은 것이다.


‘애니미즘’은 이 우주에 하나의 영적인 것이 가득차 흘러넘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는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의 넋(soul)이 드러났다 사라지는 곳이라는 생각이다.(178 페이지) 저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를 군자는 제너럴리스트를 의미한다는 해석을 버리고 군자는 특정한 일에서만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중요한 일이든 하찮은 일이든 구별 없이 모든 일에서 인(仁)이라는 ‘사이의 생명’을 빛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가지 노부유키의 ‘유교란 무엇인가’를 언급한다. 이 책에서 가지는 공자를 무축(巫祝)이라 정의했다. 저자는 공자는 무축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애니미즘은 모든 것에 공통되는 존재(매질)가 필요한 세계관이다. 저자에 의하면 공자는 유가(儒家) 하나로 취급할 수 없을 만큼 사상의 스펙트럼이 넓다. 공자는 중핵(中核) 외의 사소한 것들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공자에게는 범령론(汎靈論)적 사고가 없다. 공자의 사상은 ‘애니미즘’이다. 인(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을 고정된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인은 제3의 생명이라는 의미이다. 제1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면 개, 말 등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논어’가 말하는 군자는 ‘애니미즘’적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 말한다. ‘애니미즘’은 집단을 구성하는 공동주관에 따라 그때그때 그 사상(事象)이 생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세계관이다.(일반적인 정의, 고정불변의 정의와 다른 것이다.) 군자는 ‘사이의 생명’ = ‘제3의 생명’을 빛낼 수 있는 사람이다.


‘논어’는 그런 점을 말하는 책이다. 군자가 ‘애니미즘’적 인간이라면 소인은 (부도덕한 인간이 아니라) 샤머니즘적인 인간이다. 군자는 지배층, 소인은 피지배층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다. 공자는 자기의 범주에서 소인이라 멸시한 부류의 인간들이 현실사회에서 군자보다 훨씬 강한 실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소인은 연역적이다. 소인은 재빠르게 손에 넣은 어딘가에 있는 진리나 가치를 공동체에 가져와 위에서 수직적으로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는 자이다.


귀납적이라는 말은 이런저런 시행착오들을 되풀이하며 도를 향해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시행착오들을 되풀이한다는 말이 핵심이다. 저자는 공자야말로 중국 고대에 자유에 관해 가장 래디컬하게 사색한 사람이라 말한다. 무엇이 생명으로 드러나는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우연성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무엇이 생명인지 미리 대답할 수 없는 것은 공동주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체와 객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에 공통되는 매질(媒質)이 없다는 것이 공자의 철학이고 제3의 생명의 핵심이다.


공자의 세계관에는 (제2의 생명의 매질인) 기(氣)가 없다. 공자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오감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에 생기는 지각상(知覺像)을 ‘생명’이 드러나는 자리로 보았다. 유가의 역사에서 범령론적 세계관을 제기한 사람은 맹자이고 완성한 것은 주자학,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양명학이다. 공자의 맥락에서 도(道)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많은 생명이 빛나는 때와 자리에서 저절로 생겨난다. 도라는 추상적인 것이 선험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도를 만드는 것이다.


공자는 연역적인 방식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공리(公理)를 논증 없이 들고나온 뒤 그로부터 무리하게 정리(定理)나 결론을 이끌어냄으로써 상대의 반론을 원천봉쇄하는 방식은 맹자가 가장 잘 구사했다. ‘논어’에는 ‘애니미즘’ = Soulism적 지혜가 넘친다. 공자는 예(藝), 서(書)와 함께 시(詩)를 중시했다. 시의 말을 통해 ‘생명’이 드러나고 시를 통해 보면 사물이 다르게 보인다. 즉 ‘애니미즘’ = Soulism적으로(생명적으로) 보인다는 의미이다. ‘애니미즘’ = Soulism적 인간에게 배움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공자는 배우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균형을 이룰 때 사이의 생명이 빛난다고 가르쳤다.


저자가 보기에 공자 사후 한대(漢代)까지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애니미즘’ = 소울리즘에서 범령론으로 이동한 것이다. 우주가 기(氣)라는 영적 물질에 의해 생겨났다고 보는 기적 세계관은 범령론의 하나이다. 맹자는 유가이지만 도가의 범령론적 세계관을 끌어들였다. 주자학에서 존숭(尊崇)된 공자는 ‘논어’에서 그려진 공자와 전혀 다른, 맹자적 세계관으로 재해석된 공자였다. “세계 역사상 공자 만큼 오해되어온 인물도 드물다. 그리고 동시에 ‘논어’ 만큼 오독되어온 책도 드물다.”(242 페이지)


저자는 과장해서 말하자면 공자에 대한 오해, ‘논어’에 대한 오독에서 해방되려면 인류 정신사를 다시 쓰는 일로 이어지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애니미즘, 범령론, 일신교 등 같은 유형의 인식형태를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가 보여주는 귀여운 몸짓, 더운 날 오후에 문득 느끼는 바람의 시원함, 꽃 한 송이가 서 있는 모습의 순진함.. 이것들은 일본문화에서는 훌륭한 ‘생명’이다.”(249 페이지) 벤야민의 아우라도 제3의 생명이다. 저자는 한 번도 베르그손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사상을 베르그손의 철학으로 분석하고 싶다.


가령 베르그송은 생명이란 부분들이 조립되어 하나의 기능을 가지는 어떤 전체로 합쳐지는 식으로가 아니라 어떤 잠재성이 실현되면서 다양한 구체성이 형성되는 과정 - 우발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정 - 으로 생각한다는 글(이정우 지음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 365, 366 페이지)을 보라. 베르그손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지난한 일이기에 베르그손의 철학으로 ‘논어’, 나아가 공자를 분석하는 일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밑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m******1 2016.07.28. 신고 공감 4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고전
"고전" 내용보기
좋은 책은 왜 좋은 책인지 알고 보아야 그 맛을 알 수 있겠다. 논어만큼 동양에서 많이 읽히는 책도 없을 텐데, 그야말로 동양고전중 고전인 이 책을 보기 위해서 입문서에 해당하는 이 책을 읽어 보는것이 어떨까? 오구라 기조의 논어 일기,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할지라도, 꼭 필요한 주제들은 잘 다루었다 할 수 있겠다. 교유서가 에서 계속 좋은 책들을 다시 펴내고 있다. 인문학을
"고전" 내용보기

좋은 책은 왜 좋은 책인지 알고 보아야 그 맛을 알 수 있겠다. 논어만큼 동양에서 많이 읽히는 책도 없을 텐데, 그야말로 동양고전중 고전인 이 책을 보기 위해서 입문서에 해당하는 이 책을 읽어 보는것이 어떨까? 오구라 기조의 논어 일기,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할지라도, 꼭 필요한 주제들은 잘 다루었다 할 수 있겠다. 교유서가 에서 계속 좋은 책들을 다시 펴내고 있다. 인문학을 좋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YES마니아 : 골드 c***b 2016.05.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