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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All roads lead to Rome.)"
역사가 영웅을 만드는 것인가? 영웅이 역사를 만드는 것인가? 언제나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는 논쟁거리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위의 문장이 말해주듯 로마는 인류의 역사를 B.C.와 A.D.로 가르는 전후로 존재했던 세계사의 가장 큰 핵이다.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 만들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영웅을 탄생시켰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로마제국도 이러한 역사적 불문율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당시 로마제국을 이끌었던 위인들의 이름은 수없이 많다. 마키아벨리즘의 선봉자인 시오노 나나미가 심히 두꺼운 15권의 책으로도 소화하기 버거웠던 로마제국의 역사는 역사학자 및 역사를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흥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국 케이블 방송사 HBO에서 제작한 TV시리즈 『로마』 시즌 I, II편을 전부 시청했다. I편이 12편, II편이 10편이니 각 편당 어림잡아 1시간씩, 총 22시간의 기나긴 시청을 하루 반만에 해치웠다. 로마제국의 위대한 영웅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했다. 이번 추석연휴가 내게 준 기쁨이라면 기쁨이지만 반면에 계획했던 모든 독서스케쥴이 물거품되었다는 점만은 분명 잃은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로마의 역사는 매우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10부작 TV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제작한 HBO가 로마의 역사를 블록버스터급 대작 시리즈물로 만들었다는 점이 이번 『로마』의 전편을 시청할 수 있는 엔진이 되었다. 게다가 평소 로마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윤활유가 되어 시간의 속도를 잊은채 22시간의 황홀한 로마의 역사 속으로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즌 I은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 말미에서부터 그의 죽음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시즌 II는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부터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한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절대권력자가 되기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갈리아 전쟁에서 안토니우스 사령관 휘하의 백인대장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그의 부하 타이투스 플로가 주인공격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들의 사적인 의리와 동지애의 맥락이 갈리아 원정에서 악티움 해전 이후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세계사의 맥락에 침투되어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된다.
매우 섬세한 고대 로마시내의 재현과 로마인의 생활상 표현, 지나치리만큼 잔인하고 선정적인 사실적 영상, 인물들의 뛰어난 내면상 묘사와 이름값 있는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훌륭한 연기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더불어 과연 TV드라마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거대한 스케일의 영상은 미국 영상산업의 자본력과 시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풀로의 우정과 의리가 드라마의 시작에서부터 마지막까지를 단단하고 무게감있게 채우고 있다. 로마제국 13군단의 군인으로서, 동네 폭력조직의 동지로서, 그리고 다른 주인을 섬기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았고 끝까지 의리를 보존했다. 숱한 전쟁과 불안한 정치의 당시 로마사의 외적 배경과 더불어 사랑과 가족, 사업 등의 자신들의 내적 배경에서도 그들은 서로간에 그 어떤 계산과 음모가 존재치 않는 진정한 <친구>였다. 두 사나이의 의리의 힘은 당시 로마 역사의 최후 승자인 옥타비아누스의 존재감 못지 않게 드라마 내에서 강력하고 단단한 또다른 존재감으로 비춰진다.
영웅들의 비교는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또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를 곧잘 비교한다. 물론 경쟁관계였던 사이를 비교하는 것이 비교의 원리에 있어 적합한 것일게다. 하지만 보다 넓은 시점에서, 더 나아가 승리자적인 관점에서 비교한다면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를 비교하는 것이 한 단계 높은 수준이리라.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와 함께 1차 삼두정치를 펴고 정적 폼페이우스를 무찌르며 혼란에 빠진 로마 공화정을 파괴하면서 귀족보다는 평민의 삶에 관심과 관대함을 보였던 카이사르.. 카이사르 사후 안토니우스와 함께 브루투스&카시우스 연합군을 전멸시키고 경쟁자 안토니우스를 죽이면서 결국 로마 제일의 권력자가 된 최후의 승자 옥타비아누스.. 누가 더 뛰어난 인물일까? 생각만해도 솔깃한 주제리라.
나는 개인적으로 옥타비아누스를 좋아한다. 카이사르의 후계자는 결코 안토니우스가 아니었다. 카이사르의 유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옥타비아누스를 양자로 삼았고 모든 재산과 권위를 그에게 건넸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뜻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가문과 위기에 처한 로마 공화정, 그리고 고통받는 로마시민의 삶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정확한 인식과 빠른 판단,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이성은 그가 모든 경쟁자를 제거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그만의 능력이었다.
지도자는 모든 것을 알거나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많이 알고 많이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불가결한 요건은 아니다. 자신이 부족한 것이 있다면 참모와 동료를 통해 공급받으면 될 것이고 정작 자기 자신은 훌륭한 참모들을 길들이는 <기술> 하나면 족하다.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였다. 그리하여 군사와 내정은 아그리파에게, 외교와 문화는 마이케나스에게 위임하였다. 자신의 사람일 때, 믿음을 주어야 할 때 그것이 질투와 경쟁의 심리가 아닌 보존과 상찬으로 정리될 때 고차원적인 리더쉽이 탄생하여 빛을 발하는 법이다. 옥타비아누스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유능한 리더였다.
<관용>이라는 것은 멋진 것이다. 관용은 사람과의 관계를 훨씬 높은 단계로 올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훌륭한 지도자는 <공의>와 <관용>을 균형감각 있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친구이자 일급참모인 아그리파가 자신의 누이이자 안토니우스의 아내인 옥타비아와 부적절한 관계였음을 알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옥타비아누스는 그를 용서한다. 자신이 받은 정신적, 정치적 충격과 아그리파의 능력과 충성심을 분리하여 판단하는 높은 안목을 가졌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결국 아그리파는 내면에 끓어오르는 옥타비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차단하고 옥타비아누스에 평생 충성하여 팍스 로마나를 건설하는 위대한 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여자>들의 존재가 무섭다. 22편을 시청하는 내내 "세상을 이끄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이끄는 것은 여자다"라는 위대한 명문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여자의 고결한 인품과 뛰어난 내조가 남자를 얼마나 안정감있게 하며 훌륭한 위인으로 다듬는지를, 거꾸로 여자의 악한 질투와 한맺힘이 종국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이 드라마는 생동감있고 처절하게 그리고 있다. 카이사르에게 버림받은 정부 세빌리아의 복수심이 만들어낸 촌극, 풀로를 사랑했던 가이아의 질투가 이뤄낸 풀로의 영원한 여인인 에이레네의 독살과 그 대가, 다혈질 보레누스가 아내 나오베를 통해 얻은 안정감과 자신감, 그리고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아 로마역사를 뒤흔들었던 클레오파트라에 이르기까지 여자라는 존재감이 무겁게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얻은 깨우침 하나! <나쁜 여자>는 대부분 별볼일 없는 남자를 만들지만, <좋은 여자>는 반드시 멋있는 남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인생의 진리임을 다시한번 숙고한다.
다시 정치얘기로 회귀해보자. 옥타비아누스는 사실상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나 다름 없는 존재다. 비록 공화정의 외적인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내면적 권력시스템은 1인 독재체제나 마찬가지인 제정 로마였다. 소위 <원수정>이라는 형태로 대변되는 옥타비아누스의 통치행태는 과연 올바른 것이었을까? 공화정을 붕괴하고 제정으로, 더욱이 후대에는 완벽한 황제정으로 만든 장본인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마다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대해진 로마제국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보다 강력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에 대한 사유이다. 공화정 로마가 과연 수없는 속국을 거느린 제국 로마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었을까? 원로원이라는 300명의 의사결정단체가 소위 <민주적으로> 한다는 명분을 갖고 로마와 속국의 통치, 그리고 로마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었을까?
<팍스 로마나>로 대변되는 로마제국의 번영과 안정은 전적으로 제정 로마의 산물이다. 옥타비아누스를 위시하여 그를 이은 5현제의 등장은 국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형통과 평화를 안겨다주었다. 하지만 거꾸로 로마제국이 가장 암울하고 불행했던 때도 제정 로마의 시대이다. 좋은 지도자는 좋은 국가를 만들지만 나쁜 지도자는 나쁜 국가를 만들 수 밖에 없는 리더쉽 절대불변의 진리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공화정 로마와 제정 로마, 다시말해서 <1인 최고권력자>가 존재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뜨거운 논쟁은 역시나 다른 질문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서두에서 언급한 문장말이다. "역사가 영웅을 만드는 것인가? 영웅이 역사를 만드는 것인가?"
거대 자본력과 시장력으로 만들어낸 2,000년 전의 로마제국 대서사시를 블로그 이웃들에게 추천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문장의 과거시제가 사실이었다면 우리가 로마사를 흠미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더욱이 여느 영화 못지 않은 스펙타클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Written by 다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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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티비에서 방영할 때는 그저 보다 말다 했었다. 로마의 역사라는 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완전히 무시하기엔 우리 실생활에 어느 정도 개입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은 드라마이다 보니... 재미를 먼저 따져야 한다. 재미있다. 한국 드라마와 다른 점은 전투 장면이나 섹스 장면들이 여과없이 보여진다는 것이다. 정말 잔인한 장면들은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연휴 3일 동안 연달아 보았는데... 다 보고 나니 내가 현실에 살고 있는지 로마시대에 살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내용에 몰입이 되었다.
시저와 폼페이우스.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역사책에서 볼 때는 아주 평면적으로만 이해되었고, 세계사 책에 등장할 때는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았다. 연대별로 이해되지 않아서 그저 외우기만 했었던 것 같은데 드라마 한번으로 완벽하게 와 닿았다. 인물의 성격까지 제대로 해석한거 같았다. 그 성격으로 인해 그런 정치를 하였었구나 하는 이해가 바로 되었다.
무엇보다도 여자들에 대한 비중이 높아서 좋았던 것 같다. 역사책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그러나 통치자들을 통치하고 실제로 로마를 다스렸던 여자들...
한꺼번에 구입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금액인 것은 사실이나. 그만한 가치가 있고, 소장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