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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구스타프 하스포드(Gustav Hasford)의 자전 소설 'The Short-Timers'를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의 87년작.
이 영화는 미 해병 훈련소 입대 전 청년들이 삭발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슬픈 듯 체념한 갖가지 표정, 그 안에서 교차할 만가지 감정들... 그 때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는 얄궂게도 조니 라이트의 'Hello Vietnam'. '띵가띵가' 흥겨운 컨트리 락앤롤 트랙으로 감독은 전쟁의 참혹함, 무의미를 미리 역설(逆說)한다.
그렇게 1cm에도 못미치는 단발을 한 채 그들은 해병 훈련소에 입대하였다. 영화는 여기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낸다.
큰 사건이 장면 전환으로 부랴부랴 마무리가 되고 조커는 이제 전쟁터에서 길게 자란 머리를 한 '보도병'으로 다시 스크린에 등장한다. 물론 미군들도 그들 나름대로 지쳐있고 떨고 있다. 그 와중에도 인터뷰를 하고 카메라를 돌리며 미군 참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보도 병사들의 노고는 그 뒤에서 그들을 찍고 있는 감독에 의해, 감독이 찍은 필름을 감상하는 관객들에 의해 마음껏 비웃어지고 있다.
어쨌든 절대 화력의 미군을 상대로 끝까지 버텨낸 호치민 휘하 베트남 병사들의 지독한 응집력, 집중력은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격 솜씨를 가진 소녀 스나이퍼의 명중률로 상징되었고 그 소녀 스나이퍼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미군들의 모습, 그리고 결국 철수하고 마는 무기력한 그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정당성은 사라져간다. 끝내 남은 것이란 싸운 것의 무모함, 싸운 뒤 살아남았다는 허탈한 뿌듯함,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흐른다... 우리에겐 '머나먼 정글' 삽입곡으로 더 유명한 롤링 스톤즈의 'Paint It Black'...
'풀 메탈 자켓'의 핵심, 주제는 전쟁에 대한 역설과 풍자다. 죽이기 위해 태어난 자(Born To Kill)가 평화(Peace)를 바라는 인간의 이중성을 지적한 조커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스탠리 큐브릭은 아마도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나라의 부강을 꿈꾸는 미국의, 도덕이 상실된 정치적 이중성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이 영화로 표현한 것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