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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의 단편은 읽고 나면 깔끔하다. 보통 이 책에 수록된 단편은 대부분이 짧은 편이지만 그 짧은 속에 무라카미는 그 작은 지면을 빌어서 설정과,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확실하게 심어두고 있는 듯 하다. 늘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덜 익은 감을 먹은 듯한 떨떠르함이 없고, 그의 손 놀림에 유쾌하게 혹은 허무하게 빠져들어가니 그런 이유로 무라카미가 내겐 좋아하는 작가 명목에 당당히 자리 잡아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에세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그의 단편이나 장편은 다 읽은 것 같다. 특히 이 책은 그의 걸작선니, 이 책 한권으로 그의 장편까지도 읽은 느낌이 들 것이다. (무라카미의 장편은 단편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 좀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 책의 표지가 약간 촌스럽다는 점을 제외하면 책도 두껍고, 활자도 읽기에 편하게 쓰여졌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역시 구관이라서 그런가? 이정도 분량의 두꺼운 그의 단편집에서도 수록된 글이 많다. 많이 중복되어 있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는 그다지 긴장편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별다른 축소없이 이 책에 그대로 실려 있다는 점, 새로 나온 무라카미의 단편집이 아니라면 그의 단편집은 아주 굴직한 책으로 한권만 소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 세상에는 많은 헛간이 있고, 그것들은 모두 나에게 태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해변에 외로이 서 있는 헛간이나, 발 한가운데 있는 헛간들....아무튼, 여러 헛간 말입니다. 15분이면 깨끗하게 타죠. 마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아무도 슬퍼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라질 뿐이죠. 갑자기 말이죠 " "하지만 그것이 불필요한 것인지 어떤지는 당신이 판단하는 것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