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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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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내게 그녀는 [무조건]이다.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빌려보는 것도, 서점에 머물러 읽는 것도 싫다.값을 지불하고 손에 꼭 쥐고 돌아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읽는다.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다가 덮고 곱씹기를 반복하며.한 번 마음을 뺏기면 쉽게 놓지 못하는 나는,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문체를 기다리고 기대한다.'홀리 가든'  ホ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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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내게 그녀는 [무조건]이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
빌려보는 것도, 서점에 머물러 읽는 것도 싫다.
값을 지불하고 손에 꼭 쥐고 돌아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읽는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다가 덮고 곱씹기를 반복하며.
한 번 마음을 뺏기면 쉽게 놓지 못하는 나는,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문체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홀리 가든'  ホリ-·ガ-デン

표지도, 제목도, 어색한 타이포도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 '김난주'의 결합만으로도 무조건- 이니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의 아쉬움과 떨떠름함을 한 번에 날려준 작품.
이유는 시간에 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2005년작,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건 2006년.
1994년 작, <홀리가든>은 이제서야 번역돼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도 변해간다.
그녀뿐이랴.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예전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던 일도 시간과 함께 무덤덤해진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 사랑, 사람, 그리고 관계의 문제.
이들을 그려내는 문체는 시간과 함께 담담해진다.
하지만, 못된 독자는 그녀에게 담담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13년 전 작품인 <홀리가든>,
전혀 담담하지 않은 그녀가 오롯이 드러나 읽는 내내 가슴이 조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웨하스 의자>가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는 주인공들,
그 때문에 3배쯤 깊이 몰입해 흥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이후로 오랜만이다 정말.
에쿠니 가오리만의 매력이 풍요롭게 녹아있다.
미묘하고 섬세한 사랑의 감정들을 마음에 콕콕 박히게 묘사하는 매력.

YES마니아 : 로얄 h******k 2007.10.14.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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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의 모래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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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실망스럽다. 그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엔 너무 세밀한 도구와 장면들에 집중해버린 나머지 내용 이해하기 조차가 너무 힘들다. 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건지 마음에 와닿지를 않으니....   공감할 수 없는 고집과 근원을 알 수 없는 개성, 아집, 이런 것들이 내용 이해에 상당한 방해가 된다. 사실 말하자면, 이건 소설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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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실망스럽다. 그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엔 너무 세밀한 도구와 장면들에 집중해버린 나머지

내용 이해하기 조차가 너무 힘들다. 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건지

마음에 와닿지를 않으니....

 

공감할 수 없는 고집과 근원을 알 수 없는 개성,

아집, 이런 것들이 내용 이해에 상당한 방해가 된다.

사실 말하자면, 이건 소설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시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을 것같지가 않다....

배신감이 너무 크다고나 할까.

 

이정도는 아니었어도 조금씩 실망감을 주어가고 있던 차였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  

YES마니아 : 로얄 h*****y 2007.10.27. 신고 공감 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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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일상적인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일상적인" 내용보기
며칠 전, 네이버 독서카페 '책좋사'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이름을 대변하듯 정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원들 모두 가지각색의 취향과 기준으로 책과 작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독서철학을 가진 이들의 모임인 '책좋사'에 침투한지 어느덧 몇 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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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네이버 독서카페 '책좋사'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이름을 대변하듯 정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원들 모두 가지각색의 취향과 기준으로 책과 작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독서철학을 가진 이들의 모임인 '책좋사'에 침투한지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고, 내 독서의 성격도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본래 인문학도서나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등의 비문학도서에 집중되어 있던 독서경향이 문학이라는 깊이있는 우주의 세계를 만나 예전과는 다른 여행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한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을 읽은 것은 이러한 내 자신의 독서의 현재위치를 명확하게 입증한다. 마지막장을 덮은 후 생각했다. 내가 이런 소설까지 읽을 줄이야, 라고..

 

  굉장히 일상적이다. 두 여인의 연애담을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소소한 일상 안에서 뛰어나게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그런 것들로만 구성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고백은 13년 전에 출간된 『홀리 가든』의 존재감을 정갈하게 정의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함께 나누며 성장한 가호와 시즈에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여인의 한 남자에 대한 각각의 사랑은 과거와 현재라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 구속되어 있다는 상이함이 있으나, 현재적 시간대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박수받을 수 없는 어두운 사랑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갖는다. 가호의 사랑은 5년 전 헤어진 스쿠이라는 존재에 철저히 구속되어 있을 만큼 과거적이다. 이에 비해 시즈에의 사랑은 비록 멀리 떨어져있지만 매일같이 보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현재적인 사랑에 묶여있다. 하지만 가호의 사랑이 이미 종결된 5년 전의 실연의 그리움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시즈에의 사랑이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과의 불륜이라는 면에서 위험한 사랑이라는 동질성을 갖는다.

 

  이러한 두 친구의 사랑의 동질성은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의 끈을 형성한다. 아주 작은 것을 서로 공유할 만큼 친한 사이지만, 어떨 때는 부러움을 느끼고, 질투심을 갖기도 하며, 미묘한 긴장과 견제의 심리가 은근하게 발동된다. 하지만 이러한 미묘한 긴장감은 두 여인의 웅숭깊은 우정의 특질을 역설적으로 수식하는 장치에 불과할 뿐, 종국에는 서로의 믿음의 승리로 귀결된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방향을 보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라는 멋진 말이 있다. 사랑을 그저 마주보는 차원에 국한시키는 연인들이 많다. 사랑이 한 인간에 구속된 개념이 아니라 우주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절대적 선한 가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만 마주보는 것은 둘 이외의 다른 객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수많은 환경의 어려움 가운데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나아가는 사랑은 사랑의 주체인 둘 이외에도 다른 우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들 자신이 그 우주 안에 오롯이 속해있음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안정적이고, 크고, 깊이 있는 사랑이 가능하며, 많은 사랑의 주체들이 후자의 사랑의 정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가호의 사랑은 지극히 과거에 얽매여있어 자신의 현재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며, 시즈에의 사랑은 서로 마주보기만 하는 불륜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며 인내하는 가호에 대한 나카노의 사랑의 방향이 인상적이다. 가호의 과거를 알면서도, 더욱이 이뤄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한방향을 추구하는 나카노의 친절하고 소박한 사랑이 왠지 굵고 깊게 느껴진다.

 

  소외된 사랑의 예를 두 친구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섬세한 필치로 그려넣은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 가든』은 분명 내게 익숙하지 않은 소설이다.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은 충분히 흥분되는 법. 보다 다양한 독서의 세계를 위한 내 자신의 넓이를 넓힐 것인가, 아님 내 머리와 가슴이 원하는 독서만을 찾을 것인가, 에 대한 외로운 토론의 물결은 당분간 내 머리속에서 일렁일 것 같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YES마니아 : 로얄 g*****o 2007.10.30. 신고 공감 5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관계를 말하는 아름답고 냉정한 문장들
"관계를 말하는 아름답고 냉정한 문장들"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의 팬은 아니다. 모든 작품을 읽지도 않았다. 원래 책은 '제목'을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울 준비는 되어 있다>와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를 읽었을 뿐이다.  어떤 책이 재미있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감상을 표현하는 데에는 읽는 사람마다 각자의 기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이야기가 재미있거나, 문장이 좋거나. 에쿠니 가오리
"관계를 말하는 아름답고 냉정한 문장들"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의 팬은 아니다. 모든 작품을 읽지도 않았다. 원래 책은 '제목'을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울 준비는 되어 있다>와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를 읽었을 뿐이다. 

어떤 책이 재미있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감상을 표현하는 데에는 읽는 사람마다 각자의 기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이야기가 재미있거나, 문장이 좋거나. 에쿠니 가오리는 후자다. 이야기 자체에는 크게 주목할 만한 곳이 없지만, 좋은 문장이 많다. 좋은 문장이라는 것도 사실 주관적이겠지만 아무튼 나는 공감할 수 있거나, 이 흐름에 이 위치에 이만한 문장은 없다 싶은, 그러니까 적재적소에 있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좋다. 예를 들면 <울 준비는 되어 있다>에서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배는 저주했다.' 같은 부분을 좋아한다. '다카시' 대신 다른 어떤 이름을 넣어도 이 문장의 '나'가 바로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 자체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지금도 재밌었다거나 좋았다는 느낌은 없지만, 저 문장만큼은 좋았다.

아무튼 <홀리 가든>에도 사랑스러운 문장이 많았다.

'나카노는 세 살짜리 가호와 서너 살짜리 자신이 이렇게 서 있는 기분이었다. 가호와 있을 때면 때로 그런 기분이 든다. 시간의 고리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다'라든가,

'자신이 불행할 때 상대도 불행하면 기운이 나는 것은 왜일까. 상대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자신의 행복보다 훨씬 더 많이 바라는데.'  같은.

그리고 이 소설만큼은 이야기도 좋았다. 연애 얘기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친구 그것도 아주 오래된 친구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 가호와 시즈에가 티격태격하는 부분이나 서로를 잘 아는 양 걱정하는 부분을 읽을 때면 나와 내 오랜 친구를 떠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초반에는 약간 지루해서 읽다 졸기도 했는데(덕분에 두 번 읽어야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 읽을 때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여서(특히 마지막 장에서의 그 반전(?)이란- 실연으로 새로운 연애도 하지 못하고 '소유'를 두려워할 만큼 마음을 닫은 가호의 태도가 조금은 아리송했는데, 마지막 장에서 그 의문이 모두 해결됐다) 더 집중해 읽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제대로 읽는다면 여운이 남을 책이다.

a*******j 2007.10.17.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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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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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택이 그럭저럭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철이다. 내가 자랑스럽기도. 그런데 이거 늪에 빠졌다. 두 권의 책이 나를 실망시킨다.   첫 번째가 지금 리뷰를 쓰려는 ‘홀리 가든’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라면 사족을 못 썼는데 이번 소설은 거리감이 있었다.   내가 변한 건가, 에쿠니 가오리가 변한 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었나 봤는데 다들 좋다고 하는 것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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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택이 그럭저럭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철이다. 내가 자랑스럽기도. 그런데 이거 늪에 빠졌다. 두 권의 책이 나를 실망시킨다.

 

첫 번째가 지금 리뷰를 쓰려는 ‘홀리 가든’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라면 사족을 못 썼는데 이번 소설은 거리감이 있었다.

 

내가 변한 건가, 에쿠니 가오리가 변한 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었나 봤는데 다들 좋다고 하는 것 보니까 내가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홀리 가든’이 ‘반짝반짝 빛나는’과 ‘웨하스 의자’에 비해서 지루했다. ‘마미야 형제’도 좀 그랬는데 이번 소설은 실망감이 컸다. 느릿느릿한 이야기, 좀 뻔한 것 같은 이야기. 슈크림빵을 계속 먹는 그런 느낌. 윽.

 

‘당신의 주말~’의 문체와 정반대에 있는 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뭐 어쩔 수 없겠지만, ‘홀리 가든’은 유감이다.

b****n 2007.10.17.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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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시간'을 함께 한 친구가 있나요?
"'여분의 시간'을 함께 한 친구가 있나요?" 내용보기
책이 출간된지 벌써 12년이 지난 책.내 방 책장에 언제부터 이 책이 꽂혀 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2019년 새해가 밝았고, 거의 2달이 지나가는데,올 한해 정해놓은 다달의 목표치에도 근접하지 못하고, 하고 있는 일들과 내가 정한 방향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들로 머릿속이 뒤죽박죽 이었다.괴롭고 짜증이 났다.그런 가운데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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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된지 벌써 12년이 지난 책.

내 방 책장에 언제부터 이 책이 꽂혀 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2019년 새해가 밝았고, 거의 2달이 지나가는데,

올 한해 정해놓은 다달의 목표치에도 근접하지 못하고, 

하고 있는 일들과 내가 정한 방향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들로 머릿속이 뒤죽박죽 이었다.

괴롭고 짜증이 났다.

그런 가운데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잘 됐다' 싶은 생각이 솟더니 나도 모르게 책장에서 그녀의 책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내고 생각난 김에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기로 작정한다.

머리를 한 번 흔들어보고는 '난 몰라'소리를 혼자 재잘거리며 찾아보니 일본작가의 책을 모아 놓은 책장칸에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반짝반짝빛나는' '홀리가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보인다.

모두 다 신간이 나왔을 때 샀지만 읽지 못하고 모셔둔 책님들이다.

시간을 쪼개가며 일주일 간 하루키의 책을 제외한 3권을 모두 읽었다.


"홀리 가든"은 에쿠나 가오리작가님이 쓰고 김난주님이 번역한 책이다.

가호와 시즈에. 

두 명의 오랜 친구가 추억을 넘나들며 누구도 그닥 관심을 갖지 않았을 소재들을 테마마다 소개하며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파스텔화를 보는 듯한 따뜻한 문체.

시어를 모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문구들.

시공간을 넘어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내 친구와 나의 이야기들이 평범한 소재들 하나 하나에 녹아 에쿠니 가오리만의 독특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장마다 에쿠니 가오리를 읽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p. 32

가호는 주말에도 출근을 하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한 후로 낮에는 좀체로 사람을 만날 수 없는데, 그래도 꼭 낮에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그점에 대해서 가호와 시즈에는 의견 일치를 보았고, 낮의 기억을 많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어른이 되면 낮은 보통 일하는 시간이다.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는 무수한 밤을 함께 보내며 친해진다.



p. 122

"내가 왜 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줄 알아?"

"글쎄."

그렇게 대답하고 자신의 손을 보자 한낮의 신칸센이 되살아난다.

싸늘한 은색 창틀, 멀어져 가는 세리자와의 동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어른이란 걸 잊어버려서 그래."


p. 126

회사에 가는 사람들이 끝없이 언덕길을 내려온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슬롯머신의 은구슬 같다. 여느때 같으면 가호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인 은구슬. 오늘 아침은 자유로운 신분인데, 마치 무슨 벌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 주사위 놀이를 하다가 '쉬어가기'에 걸린 것처럼 .


책을 읽는 내내 나는 30년동안 만나오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가호와 시즈에처럼. 

지난 과거의 장소에 가면 나눌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오고,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아무때나 만나도 쭈뼛댐이 없이 만날 수 있는 그런 친구.

낯섬이라는 단어가 좀체 붙지 않는 그런 친구가 내게도 있다는 것에 안도와 동시에 행복감을 느꼈다.


아픈 사랑을 잊지 못하는 가호의 마음도,

깊이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마음놓고 할 수 없는 시즈에의 마음도,

가호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한 나가노도.

그 모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내 마음도. 

모두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글이었다.


p. 107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정말 안심일 텐데."


진한 홍차 한 잔을 가호에게 부탁한 뒤 시즈에, 가호와 함께 햇살이 드는 작은 정원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수다를 떨어보고 싶은 그런 날이다.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그리고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크기를 알 수 없는 행복이다.


#홀리가든 
#에쿠니가오리 
#yes24blog_책으로지은집
#소담출판사

s***8 2019.02.17.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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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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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출판사   홀리 가든의 지은이는 일본의 국민작가로 알려진 에쿠니 가오리이고,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냉정과 열정 사이 - Rosso>와  <반짝반짝 빛나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나의 작은새>,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잡동사니> <소란한 보통날> <한낮인데 어두운 방>등이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내가 소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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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출판사

 

홀리 가든의 지은이는 일본의 국민작가로 알려진 에쿠니 가오리이고,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냉정과 열정 사이 - Rosso>와  <반짝반짝 빛나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나의 작은새>,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잡동사니> <소란한 보통날> <한낮인데 어두운 방>등이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하느님의 보트>, <잡동사니>, <한낮인데 어두운 방>이 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평소에 시간이 없어 미처 읽지 못한 책을 편안하게 읽어보고 싶다.

이 책 <홀리 가든>에 대한 나만의 평점은 ☆☆☆☆☆(별5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특징으로 이 책도 367쪽 정도 된다. 두껍고 양이 많지 않지만, 충분히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개인적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감성적이여서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 '홀리 가든' 역시 홍차처럼 향기로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륜이라는 자극적일 수도 있는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내서 역시 에쿠니 가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꿉친구로 만났다가 30대를 넘어서까지 오랜 시간을 절친한 친구로서 우정을 유지해가는 두 여성, 안경점에 일하는 가호와 고등학교의 미술 선생님인 시즈에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하여 평화롭고도 아슬아슬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두 사람 다 아직은 결혼 전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가호는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하고 고양이를 키우면서 마음을 달랜다. 가호는 혼자서 밥 먹는 것을 싫어해서 친구인 시즈에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어하지만, 막상 시즈에는 애인과 모든 일상을 함께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두 친구 사이에 미묘한 틈새가 벌어지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이라는 '반짝반짝 빛나는' 도 읽어보고 싶다.
2013.7.8.(월) 이지우(중3)



YES마니아 : 골드 i***2 2013.07.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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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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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별점을 매기고 싶지 않다. 책을 읽던 음악을 듣던 영화를 보던 별점을 매기는 것은 너무 너무 너무 어렵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모두들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 잔잔한 물결같은, 발자국이 하나도 찍혀있지 않은 설원같은 그런 분위기이다. 너무 잔잔해서 지루할 듯도 한데 지루하지도 않고,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 같다. 홀리가든에서는 가호가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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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별점을 매기고 싶지 않다.

책을 읽던 음악을 듣던 영화를 보던

별점을 매기는 것은 너무 너무 너무 어렵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모두들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

잔잔한 물결같은,

발자국이 하나도 찍혀있지 않은 설원같은

그런 분위기이다.

너무 잔잔해서 지루할 듯도 한데

지루하지도 않고,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 같다.

홀리가든에서는 가호가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쇼코가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아오이가

그 외의 책에서도 모든 여자 주인공들이

전부 에쿠니 가오리일 것 같다.

그녀의 일상을 소소하게 써놓은 것만 같다.

 

너무 잔잔해서 

책을 읽고 있는 나는 한없이 슬퍼진다. 

 

w**********5 2010.01.13.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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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만의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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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가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특징이 있다. 연애소설이면서 일반적인 연애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난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가 좋다. 남자인 내가 이런 연애소설을 쓰는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상식밖의 연애를 쓴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 상식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에쿠니 가오리만의 연애소설" 내용보기

 

홀리가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특징이 있다. 연애소설이면서 일반적인 연애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난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가 좋다. 남자인 내가 이런 연애소설을 쓰는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상식밖의 연애를 쓴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 상식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온다. 다가오면서 어느덧 그녀의 글에는 주인공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내 주변인의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홀리가든 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바로 가호와 시즈에다. 가호는 5년전의 애인을 잃고 아직도 그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헤어나오려는 노력도 안하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현실에 적응이 되었다. 그의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현실을...

시즈에는 먼 곳에 사는 유부남과 연애를 한다. 그와 연애를 하고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녀들의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연애는 우리에게 거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불륜이지만 불륜같지 않다.


저자는 그녀들의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어때서?”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것 또한 저자의 재주라면 재주일 것이다. 또 저자는 그녀들의 연애의 정당성에 태클을 걸지 않는다. 이미 글을 쓰는 동시에 그녀들의 연애를 인정한 것이다. 거기서 그녀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친근한 에피소드, 결코 이야기에 진행에 상관없는 에피소드들. 그의 소설은 이야기의 절정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평이하고 친근하고 아름다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가다. 그녀들의 사회적인 관계, 위태로운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왜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지.. 참 비상한 재주를 지닌 작가다.


언젠가는 자신의 삶을 꼭 껴안는 날이 오겠지요.

사람이란 사랑의 상처가 아무리 아프고 괴로워도, 또 그 때문에 무너진 삶의 나락이 아무리 깊고 어두워도 시간이 흐르면 분연히 딛고 일어서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r********i 2009.12.0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잘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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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내용에 집중이 잘 안되었습니다.화려하고, 강렬한 무언가에 적응이 되어버려선지..그녀가 말하는 일상의 소소함이란것.. 그렇기에 자극적이지도, 시선을 붙잡지도..감정의 클라이막스라던가,, 뭐 그런것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그렇지만.. 인생에서.. 정말 그렇게 흥분된 순간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해요.만약 가호가 이전 남자친구와의 사귀던 즈음을 혹은 헤어
"잘 봤네요.." 내용보기

솔직히 처음엔 내용에 집중이 잘 안되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무언가에 적응이 되어버려선지..
그녀가 말하는 일상의 소소함이란것.. 그렇기에 자극적이지도, 시선을 붙잡지도..
감정의 클라이막스라던가,, 뭐 그런것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인생에서.. 정말 그렇게 흥분된 순간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해요.
만약 가호가 이전 남자친구와의 사귀던 즈음을 혹은 헤어지던 즈음을 이야기 한다면
우리 인생에서도 몇번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듯.. 그것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분명 보다 더 강렬했겠죠. 그렇지만.. 삶이란건.. 그냥.. 그런 일상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느 순간엔 강한 기쁨을, 또 어떤 순간엔 강한 슬픔과 절망을 주는것 같아요.
그렇고 그런 과정들 말이죠. 감정의 과정과 습관이 주는 채워짐.
그렇게 일상적인 것들이 모이고 모여 나라는 사람의 개인사가 채워지는 것처럼요.


다 읽고나서.. 정말.. 순간순간.. 너무나 소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일상속에
바로 우리의 삶이 있구나.. 그런 느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뭐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말 극한의 소통이라는게 있을까요?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 해도..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또는 가족이라 해도..
어느 순간엔 소통할 수 없는 것들이, 혹은,, 소통하고 싶어도.. 여기까지는 안되겠다..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 이런 생각이 들어 알아서 접어버리는게 생길때가 있는 요즘..
그래서 왠지 외롭고,, 사람들이 보는 나란 사람은.. 정말 나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이 책을 보며.. 그럴 땐 이렇게 해결할 수 있겠다..! 가 아니라..
내가 느꼈던 그런 느낌과 감성을.. 이렇게 글로 표현해낸 소설이 있어서, 그런 작가가 있어서
많이 반가웠어요.

 

독자들은, 누군가의 앞에서는 태연한 얼굴을 하지만, 혼자가 되고 나면 온몸으로 슬퍼하고,
절망하고, 또 이겨내는 가호와 시즈에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하루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하는 사랑을 하는 네 사람. 그렇지만.. 평범이라는 것은 무얼까요?
때로.. 사람은.. 가장 최선의 것, 가장 좋은 것, 편한 것을 선택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나에게 이런 일이? 혹은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지.. 싶어도 그렇게 밀고갈때가
있게 마련인 것 같아요.. 처음엔 이 소설속 주인공들의 익숙하지 않은 사랑 모습에
뭔가.. 바보스럽단 생각도 들고 왜 저런 선택을 하는건데 싶었는데.. 삶이 우리가 생각하고, 흔히 보여지듯,,
즐겁기만 하고, 뭔가 안정적이기만 한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책장을 덮은 뒤에.. 많은 것들을 곱씹어보게 만드네요..


l****0 2007.11.0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