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우라 시온은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과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잔뜩 기대를 품고 읽었다. 전작들에 비해 진지함이 쏙, 빠졌지만 처녀작답게(내가 알기론) 신선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유쾌했다.
정치인 아빠, 자로 잰 듯한 계모, 배다른 자유로운 고딩 동생, 호모 친구, 무엇보다 압권은 70대 노인과 진정! 사귀는 여주인공 캐릭터다. 처음엔 거부감이 일었는데, 그들의 눈물겨운 이별 앞에선 나도 그들의 사랑에 살짝 마음이 기울었다.
줄거리는 그런 그녀의 취업 고군분투기라고 하기엔 참으로 한가롭게 취업을 준비해 나가지만, 초조함과 긴장감이 아닌, 슬렁슬렁한 취업기라는 점에서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읽을 만했다.
미우라 시온의 작품이 점점 뱃심이 두둑해지는 것 같아 좋다. |
미우라 시온 지음 ㅣ 권남희 옮김
이번에 출간되는 <바나나로 못질 할 만큼 외로워> 번역을 권남희 선생님께 의뢰하면서 안면을 튼 편집자가 선생님께서 최근에 번역하신 책이라며 주셨다고 좋아하며 받아온 책이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이다.
뭐, 늘 그렇듯이 그 편잡자책중에 구미땡기는건 무조건 나부터 빌려줘를 염치없게 외치고 어제 저녁에 퇴근할때 들고나섰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반, 집에돌아와서 조금, 오늘 아침에 나머지를 후딱 다 읽어버렸다. 그래. 묘하다~! 일을 미뤄둘만큼, 내 유일한 낙인 아침 지하철에서의 단잠을 이길만큼 이책은 나의 흥미를 끌었다. 근데 더 신기한건 사람미어터지게 많은 금요일밤 찜질방에서 4시간만에 다 읽어버린 "미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저자라는 거다.
이 저자. 너무 평범한 이야기를 아주 평범한 문체로, 그러나 한시도 눈을뗄수 없게하는 힘을 가겼다.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사건이나 로멘스처럼 가슴절절한 사랑이 있는것도 아니고 특별한 문체를 가지지도 않았다. 조금은 지루할만큼 평범한 이야기를 묘하게 잘도 썼다. 근데 솔직히~ 다다심부름집이 좀더 재밋긴 하네 ^^
가나코. 국회의원의 아버지와 새엄마, 이복동생, 그리고 일흔이 다되가는 늙은 영감 남자친구. ㅎㅎㅎ 그 남자친구 재미나다. 가나코 다리가 예뻐서 그다리에 집착하는 귀여운 영감 ^^ 중국으로 떠날땐.좀. 울쩍하면서도 멋지단 생각이 들더라. 아! 그가 중국으로떠날때 공원에서 지켜봐주던 동네 할머니. 이런 부분까지 신경쓰는 저자가 더 마음에 든다.
동생 다비토, 친구 니키와 스나코, 시노부와 하사시 모두 살짝 힘을뺀듯한 인물들 나름 자신의 일에 열심히지만 세상의 입장에서, 또는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나태한 그들. 풍족한 세대에 태어나 노력을 모르는 우리세대의 자화상이라는 평을 보고. '아..그래서 이이야기가 이렇게나 공감이 갔구나'하다가도 '나는 치열하게 해서 그속에 어떻게든 들어갔는데 이아이들은 그 마지막 자존심으로 자기 생각을 굽히지않았던거다.'라는 생각에 미치자. 흥.부럽군.이란 생각도 들더라.
마지막 "脚"(다리 각)만 쓰인 족자 ㅎㅎㅎ 멋져요 영감님^^
좀 아쉬운건. 무책임한 아버지로 표현되었지만 좀더 들어가보면 해학을 가졌을꺼같은 아버지와 스나코의 "노군" 그리고 나키와 선생님의 러브, 정보군의 이야기가 더 궁굼하다는거~~! 하긴 이 모두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간 책이 언제 어떻게 끝을 낼지 아무도 모르게 되겟지만.
가나코의 고군분투 취업기를 보면서 혼자 몇십군데의 면접을 보러다니며 맛보았던 패배감이 떠올랐다. 허나. 나도 이미 직업을 가진 기득권자로 몇년을 살아서인지 가나코의 그 처절함과 몇년전 나의 처절함이 잘떠오르지않았다. 음~ 나도 사회인 다됐구만.
가나코와 스나코, 나키를 보면서. 나는 그들을 닮은, 그들이 닮은 내 대학친구들이 보고싶어졌다.
|
|
'마호로 역~'과 '바람이 ~' 이후 세번째로 만나는 미우라 시온의 작품... 늦게 소개되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아직 많은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시온의 작품에는 분명히 만화적인 상상력이 존재한다... 데뷔작인 이 작품에는 특히 더... 아예 만화를 좋아하면 이름을 대면 알만한 일본 출판사를 지망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니... 그런 상상력 덕분에 이 책은 아주 가볍다... 사실 지금 한국의 상황과도 연결되는 청년 취업이라는 문제를 담고 있으면서고 이렇게 자유롭고 가벼울 수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편하게 읽기는 아주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 |
![]() 미우라시온의 '격투하는자에게동그라미를'이란 작품은 작가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출판 편집자가 되려고 했지만, 단 한군데서도 합격통지를 받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취업 활동기를 소설로 발표해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가나코는 바로 미우라 시온 자신의 모습.
열대우림의 석탑 안에서 공주가 지상을 내려다본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남자들이 저마다 코끼리를 한 마리씩 데리고 와 대기하고 있다. 유모가 공주에게 아뢴다. "공주님이 마음에 드시는 코끼리를 고르면, 그 코끼리의 주인이 공부님의 낭군님이 되시옵니다. 코끼리를 데리고 온 주인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답니다. 이 맞선은 우리의 신성한 의식입니다. 자신을 과장되게 꾸민 게 발각되면 그 벌로 거세를 당하게 되지요. 부디 신중하게 고르십시오."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의 프롤로그로 시작되는 작품. 마치 이 소설의 내용이 현대판 공주의 러브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순정만화의 도입부 같다. 그러나 사실은 취업전선에 서 있는 여대생의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이 백화점과 출판사 등 여러 회사를 돌며 시험과 면접을 치르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코믹한 문체로 그려낸다. 소재는 심각한데, 백수가 되지 않으려는 여대생의 치열한 분투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는 게으르고 제멋대로인데다 현실 감각이라곤 조금도 없는 캐릭터다. 한 마디로, 몸은 다 자랐지만 마음은 어린애인 키덜트다.
작가 자신이 여러 출판사들을 다니며 필기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며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데뷔작. 역자인 권남희 씨의 말을 읽으면서 참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읽을 책이 없으면 라면을 끓이다가도 불을 끄고 책을 사러 나갈 만큼 어릴 때부터 광적으로 책을 좋아했다는 미우라시온. 라면을 끓이다가 불을 끄고 나갈 정도 라는 말이 어떤 표현보다도 마음에 확 와닿는다.;
처음으로 사회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 긴장감,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가족 구성원과 잘 버무려지지 않아 파생되는 외로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슬픔 등 크고 작은 삶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주인공은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하거나 온힘을 다해발버둥치지 않는다. 언제나 상상 속으로 도피하거나, 짐짓 눈을 돌려버리고 만다. 그뿐이다. 황당한 질문이나 빈정대는 멘트를 날려대는, 면접이니 뭐니 하는 것들과는 관계없이 이미 당락을 정해놓은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면접관들의 모습이나, 그 면접을 마치고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는 주인공 가나코의 모습은 너무나 리얼하게 현실의 모습을 잡아내고 있었다.
또 주인공인 가나코의 모습은 '박터지게' 뭔가를 해본 적도 없고, 승부에 목을 맨 적도 없는 그녀는 치열한 세상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볍게 표현되며 아주 쉽고 간단하게 독자들의 경험과 어우러지는 인상을 전해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소설의 극적인 요소들은 캐릭터의 내면이 약해 미처 폭발하지 못한 불발탄으로 남은 느낌이 들게도 만든다. 그러나 미우라 시온이 그려내려고 했던 버블 세대의 무기력한 초상은 거의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일본에서 버블 세대라는게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를 몰라 저 말을 이해하기 어렵긴 하지만, 아무튼 그걸 모르면서도 이야기 속의 상황들을 꽤나 실감나게 받아들인건 아무래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봐야 할 그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소설 전반에 나온 것들중 가나코의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난 말이야, 텔레비전이나 담배는 없어도 전혀 상관없어. 하지만 책이나 만화가 없는 생활이란 상상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현실적인 문제로 매일 돈을 벌면서 살아야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행복할 거 같아. 조금은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말일 수도 있지만, 잘못된 생각은 아니니까. 아니,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거.. 그 마음이 소중한 거 아닐까..^^ |
|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는 모른다. 책은 스스로 집어들어 어느정도 내용을 확인한 것이 아니면 안 사는 편인데 이건 어쩌다 저 북커버에 꼬여서 적당히 소개글 보고 골랐던 책이랄까. 헌데 그렇게 고른것치고 실망스럽진 않다. 재미있다.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가볍게도 무겁게도 읽히겠다 싶지만 전체적 느낌은 꽤나 밝다. 끈적거리지 않고, 질척대지 않는 발랄함? 기묘한 센스의 종이 커버를 벗겨낸 뒤 볼 수 있는 하늘색 커버가 이 책의 본질에 더 가깝달까. 다만 양장이라는 것이 첫인상 감점 요인(웃음)
적당히 개성적인 주인공에게 호감은 가지만, 거기다 나와 비슷한 점이 여기저기 보임에도 옮긴이의 말처럼 '어, 내 얘기잖아?'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단순히 내가 졸업반+취업반 세대가 아닌 까닭만은 아닌것 같은데.(말이 참 꼬이네;) 처음부터 가볍고 밝다고 밝혔지만 이 책 속에는 깊이깊이 파고들어 삽질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그건 별 것도 아닌 고민거리를 다루어서라기보다는 화자의 말투나 태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자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들을 좀 집어내 봤다. 이러니 서술하는 태도도 '애절'하거나 '절실'하지 않다. 글이 참 가볍게 읽힌다. 하지만 이 주인공, 덜렁덜렁 외칠 땐 외치고 가까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심히 뭔가를 할 줄도 안다. 그 밖에도 소소한 장점들이 있다. 때문에 취업에 연속 실패를 하고 '매일매일 여름방학' 같은 날들이 이어질것만 같아도 괜찮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다만, 백수의 왕 사자가 되더라도 이런저런 보험(!?)이 확실한 것이 얄밉지만. 어쩌면 그것 때문에 '어, 내 얘기잖아?'라는 필이 안 오는 건가? (웃음)
별첨.
--- 나도 그래, 니키군.
|
|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 http://blog.yes24.com/document/7637878 를 재미있게 봤다. 이후로도 몇권 본 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만.. 아무래도 일본 작가하면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이사카 코타로까지 읽어야할 작가들도 너무 많고 미미 여사라던가 온다 리쿠쪽이 좀 더 내 취향이기도 하다. 아.. 진짜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는 정말 대단한 작품들이기도 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제 막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활동을 하고 있는 가나코 후지사키. 얼핏 생각없는 요즘 여자 아이같지만 정치인 가문인 후지사키가의 장녀이자 유일한 핏줄이다. 아빠는 데릴 사위이고 가나코를 낳다가 엄마가 죽었기 때문에 새엄마 또한 후지사키 가문과는 관계가 없다. 똑똑한 이복 동생과는 사이가 좋지만 아무래도 가문의 혈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 어려서부터 만화에 푹 빠져 산탓에 취업 활동 또한 고단샤나 집영사같은 출판사 쪽이고 마을에서 일흔을 훌쩍 넘긴 서예가 사이온지와 연애중이기도 하다. 설정 자체를 보면 지극히 일본적이고 주인공의 정서 또한 일반적인 사람들과 동떨어져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그 일에 집중하는 태도 만큼은 정녕 주인공 답기도 하다. 미우라 시온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소설에 투영된 사건들 또한 본인이 겪은 일과 관계가 깊다니 흠.. 그렇구나 싶지만 뭔가 깊은 울림은 별로 없었다. 주인공의 자신에게 솔직한 태도와 행동, 그것 하나만이 마음에 남는다. |
|
험난한 취업의 길 위에서...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이라는 휴머니즘 넘치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던 미우라 시온.그녀의 데뷔작이자 자신의 취업 경험을 토대로 썼다는 소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니를>에 대한 배경 설명을 듣고 이 소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일단 소설의 내용을 살펴보자~!! 주인공 여대생 가나코는 부러울 정도로 참 한가한 인물이다. 활발히 취업활동을 해야 할 때 임에도 만화책 보기로 소일하고, 게다가 그녀의 연인은 어쩌자는 건지 충분히 변태스러운 동네 할아버지다. ㅡ_ㅡ;; 절박함없이 회피와 도피로 일관하는 그녀의 하루하루는 정말 안타깝기까지 하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곤 하지만 특별한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료한 삶을 달래줄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이 대책없는 아가씨를 어찌하면 좋을까? 좌충우돌 취업도전기~!! 어떻게든 취업하지 않으면 자신의 뜻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자신에 적성에 맞을 것 같은 몇 곳의 취업문을 두드려본다. 이제 그녀에게도 절박함이 생겼다! 가나코의 취업 도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취업방식과는 상당히 다르고, 오히려 절박하게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구태의연한 취업방식과 준비된 구직자들과는 달리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면접관을 싸잡아 비판하는 대목에선 약간의 희열을 주기도 한다. 솔직히 온갖 권위로 무장한 채 얕보듯이 쓸데없는 질문이나 하는 면접관을 실컷 비웃어 주는 가나코가 고마울 정도였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치열하게 사는 방법을 모르고, 힘껏 노력해서 얻은 것에 대한 가치도 모르는 가나코가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쓸데없는 망상 속에서나마 희망해 보며 나 자신 또한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길 다짐해 본다. 취업의 길은 험난하지만 격투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