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ストロボ :: 眞保 裕一 요새는 사진기 하나 없는 사람도, 찍을 줄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기억에는 아직도 집에 카메라 하나가 그리 귀하고 자동 카메라가 부의 상징이었으며 학교 소풍이나 수학 여행때 카메라를 가져온 아이의 위상이 남다르고 그 파인더에 못끼는 아이들은 놀이공원이나 여행지에 늘 기거해 있는 찍사 아저씨들에게 의탁해 겨우 몇장의 인화물만 얻어냈을 따름인데, 이제는 그런 광경을 찾는 일이 진귀한 것이 되버렸다. 필름 한롤 사기도 아깝다고 36장을 72장으로 늘여 찍는 하프 카메라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리 오래지 않은 일 같은데 몇만장까지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하프 기종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버리고 말았다. 카메라의 변천만 봐도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진화해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빠른 속도에 염증을 느낀 탓일까, 한 5-6년전부터 복고 카메라에 대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얼핏 봐선 정말 장난감과도 같은 로모나 홀가 등의 러시아제 카메라를 시작으로 주로 6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인기를 끌었던 SLR 카메라들이 장롱에서 먼지를 털고 나와 중고 시장에서 서서히 몸값을 올려갔다. 사실 이 붐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 되었는데, 비단 사진계뿐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적으로 복고 지향이 유행을 끌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나 광고등에 구형 카메라가 등장하며 누구보다도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현상은 일인 미디어, 즉 블로그나 미니홈피 시스템에 탄력 받아 현재까지도 좀처럼 식지 않는 열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올드 카메라의 재등장은 변함없는 기능의 우수성에 의해 선택 되어졌다기보다 채색을 위한 파렛트 같은 도구로서 택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감이 너무 뚜렷한 디지털 카메라의 솔직함에 당황해 보이고 싶지 않은 건 가리고 보이고 싶은 것만 뿌옇게 미화하는 올드 카메라의 어정쩡함이 마음을 안심케 했달까. 같은 장소, 같은 사물을 찍어도 카메라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너무 초라해 보이는 사진이 올드 카메라를 거치면 기묘한 몽환감이 담긴 사진으로 탈바꿈 하게 되는거다. 그렇게 찍힌 [예쁜] 사진이 자기 만족은 물론 타인의 환호까지 이끌어 내었으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이고 싶은 것만 보이고자 하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 큰 매력이 없었으리라. 솔직히 털어놓자면 나 자신도 그러한 사진에 매료되어 한동안 그러한 사진기로 그러한 사진들을 수십수백장을 찍었다. 그러다 예의 위화감을 못견디는 성격탓에 한동안 손을 놓고 말았다. 그럴듯하게 찍은 [예쁜] 사진이 내버려둔 미니홈피에서 여전히 "스크랩" 되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정녕 내 자신이 담긴 사진이냐고 묻는다면 차마 대답하기도 부끄러울 것 같았다. 어떤 사진들에 대해선 [이런 사진을 찍으시는 걸 보니 평소에도 예쁘게 하고 사실 것 같아요] 라는 반응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보이는 것이 진실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에 앞서 스스로의 가식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을 남기고 기록하고자 하는 사진이 사실은 거짓의 역사라니. 타인과 교감하고자 하는 사진이 오히려 그 거리를 벌리고 있다니. "보이고 싶은 것만" "예쁘게" 해서 보여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내가 진짜 나일 수 있을까. 내 자신의 사진에 냉랭해져서인지 인터넷에 숱하게 올라오는 사진들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 하나같이 자기미화, 타인흉내, 진실외면, 자존불안의 발버둥 같아서 지난 나를 비추는 것 같은 고통에 가슴만 답답해진다. 그러다 아주 가끔, 드물게 좋은 사진을 발견한다. 별 기교도 없고, 기종도 대단치 않거나 아예 예의 하는 자부심 넘치는 기종에 대한 메모도 없거니와 그리 예쁘지도, 색감이 화려하지도, 근사한 출사지도 아닌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사진인데도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을 체험할 때가 있다. 그게 일상이어서 그렇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너무 일상스럽게 담아서 그렇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을 진심으로 담아내서 그렇다. 사진 찍는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서 그렇다. 꼭 우수한 사진기가 필요할까. 꼭 근사한 출사지를 찾아가야만 할까. 꼭 누구에게 보이고 칭송받고 인정 받아야만 할까. 전문가를 목표로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저 취미의 일환이라면 그렇게까지 연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보잘 것 없는 똑딱이라도 자신이 소중히 하는 것을, 자신이 감동 받은 것을, 자신이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찍으면 그만이 아닐까. 결국, 파인더 너머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진정한 [자아] 가 아니던가. 언제나 그렇지만, 책에 대한 감상문보다는 개인 사설이 더 길어졌다. 하지만 다시 쓴다해도 같은 글을 쓸 것 같다. 사진에 대한 추억과 고민과 반성과 애착 하나하나가 이 책의 내용, 글귀와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진을 찍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그런대로 빠짐없이 들어있는 것 같으니 꼭 사진 기술서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봄이 좋을 듯 하다. 사실 이 소설은 작년에 다른 출판사에서 원제 그대로(※스트로보) 나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 출판사를 갈아타며 제목까지 번안하여 내놓은 것을 보면 작금의 카메라붐 덕택이 아닌가 싶다. 역자가 용어 해석에 고심했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글쎄, 요즘 같아선 웬만한 카메라 용어들이 상식처럼 되지 않았을까? 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카메라 보급율에 비해 카메라 학습이 못따라주는 풍토인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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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한순간의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걸 이 작품을 읽으며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같은 사진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지 않는가. 그 사진을 찍었을 때의 상황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갈 때면 그 날의 공기와 냄새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새롭게 다가왔던 사실은 사진에는 카메라로 찍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을 취재하는 보도사진기자라면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확실히 더 잘 드러나리라. 요즘은 누구나 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는 시대이지만 역시 프로의 사진은 다를 것이다. 순간을 포착하는 순간 찍는 사람의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하면 사진작가의 세계도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다. 앞으로는 단순히 기술이나 구도 뿐 아니라 사진에 담긴 감성을 가슴으로 느껴보고자 노력해봐야겠다.
셔터를 대충 누르지 마라. 그 한순간을 놓쳐선 안 된다. 몰두할 만큼 보람 있는 일 아닌가? p.215
심포 유이치의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는 사진작가의 추억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흥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제5장부터 시작한다는 색다른 구성이다. 50세가 된 지금부터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22세까지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진작가로서 어떤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를 각 장에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기타카와는 어느 정도 성공한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초심을 잃은 상태라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의뢰한 영정사진은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다.-제5장 영정(50세)- 어시스턴트였던 미인 사진가의 집념을 이해하고-제4장 암실(42세)- 스승의 모습에 자신을 비춰보며-제3장 스트로보(37세)- 사진작가로서 인정받게 해준 운명적인 만남들을 기억한다.-제2장 한순간(31세)- 그리고 미처 꿈을 펼치지 못한 친구의 마음이 담긴 사진을 보며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진을 찍겠다고 다짐한다. -제1장 졸업사진(22세)-
처음에는 그저 문학작품을 읽듯이 주인공 기타카와가 안내하는 추억을 뒤따라가고 있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건 일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다싶더라니 역시 저자의 의도가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일상의 수수께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기에, 안타깝다거나 서글픈 이야기들도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는 건 후회와 실패의 반복“이라는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대사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길에는 곳곳에 장애물이 버티고 있게 마련이지만 하나씩 넘으며 나아가야하지 않겠는가. 고단한 삶 속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으라는 다독임을 받은 느낌이다. 이 여운이 가시기전에 이번에는 제1장부터 되짚어나가며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심포 유이치眞保裕一의 작품은 일본어 원서로 책을 읽는 엄마의 책장에서 자주 보던 터라 궁금하던 작가였다. 소재가 중복되는 일이 없고 취재와 자료를 모으는데 정성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더니 사진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를 거친 듯 작품에 등장하는 사진들이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원제인 ‘스트로보ストロボ’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과거에 업무상 포토그래퍼와 일을 하던 때가 자주 있던 편이라 스트로보나 노출계, 반사판, 카메라 셔터 소리, 분주히 움직이는 스튜디오의 분위기 등등 그리운 추억이 함께 떠올라서 더 감상이 깊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최종후보에 올랐던 나오키상을 왜 놓쳤을까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제123회 나오키상 수상작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GO] 였다. 강력한 상대를 만났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국내에도 더 많이 알려졌으면 싶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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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사진에 관심을 좀 가져본 사람이라면 사진작가의 삶을 자세히 꿈꿨을 겁니다. 새로운 도시를 간다던가, 자연이 펼쳐진 아프리카로 떠난다던가, 전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식을 전하는 종군기자를 떠올린다던가. 그러나 현실은 사진으로 밥 벌어 먹기 위해 모델들의 가식적인 모습을 찍을 수 밖에 없고, 내가 원하는 피사체가 아니라 누군가 정해주는 것만을 찍을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자신의 재능의 유무는 상관없이 그 길로 나갈 자신이 들지 않는, 험한 길인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은 '스트로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던 심포 유이치 책을 재출간한 사진 작가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포토그래퍼'라는 단어를 요즘은 많이 쓰지만, 왠지 50대 의 주인공에게는 '사진작가'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겐 심포 유이치의 책으론 처음 읽는 것인데 약력을 보니 꽤나 화려하네요. 에도가와 란포 상으로 대뷔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야마모토 슈고로 상, 일본 추리작가협회 상을 수상했고 이 책으로 나오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만 나오키상과 인연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다 읽고 그의 약력을 보니 충분히 공감이 가고 되려 나오키상을 못받은 것이 이상할 정도 였습니다. 123회 나오키상은 가네시로 카즈키의 'Go'와 국내미출간 작품인 후나토 요이치의 '무지개 골짜기의 5월'이 공동수상했는데 후자는 읽어보질 못해서 모르겠는데 'Go' 에 비하면 이 작품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Go'가 수상한 것은 시대의 교포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면 때문이겠지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배치를 거꾸로 해놨습니다. 5장 부터 시작하고 시간의 순서도 역순입니다. 50세, 42세, 37세, 31세, 22세 순입니다. 살짝 추리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흔히 20대의 정열로부터 시작해서 테크닉이 늘고 대신 새로움은 없어지는 50대로 차근히 진행되는 성장 소설같은 패턴을 갖거나 혹은 아예 타임슬립 하듯이 회상하는 것처럼 현재와 과거를 넘나는 시간적 패턴을 갖는 소설이 많은 편일 겁니다. 이 소설은 역순으로 배열함으로써 단순히 역순 배치가 아니라 신기하게도 50세에서 이 사진 작가의 열정을 볼 수가 있습니다. 첫장부터 세번째 장까지만 이 소설이 있었다면 단순히 성공한 사진작가의 부인 속썩이는 내용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번의 부인 이외의 여자들이 이야기에 등장하면서 너무 당연한듯 쓰여지는 것에 놀랐고, 사진계나 기자계의 현실인가 하면서 괜히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했지만, 그런 씁쓸한 내용이 전부인 것만 같았습니다. 정작 불륜에 대한 문제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고 사진을 위해 애인이 떠나는 걸 참고 부인을 모른척한다는 패턴이 질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럴 땐 과감히 별을 확 빼버리며 평가를 하는 편인데 그런 기분 나쁜, 개인적 취향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이 소설에 별을 다섯 개 매긴 것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광고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있고 심지어 새로운 것을 찍을 줄 모르는 나이 든 사진 작가가 되어 가고 있어도 그는 피사체를 찍기 위해 달리는 사람이고 싶다는 점입니다. 안주해도 될 위치이고, 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50세의 이야기에서 비를 맞으며 뜁니다. 수많은 렌즈와 카메라들을 둘러매 힘이 들어 한 카메라만을 챙기면서 '사진작가'이고 싶은 주인공. 영정 사진을 찍어주면서 옛 동료의 사랑을 떠올리며 회상하고 부인을 그렇게 속 썩이면서 다른 사람을 만났어도, 그 부인과 헤어진다면 함께 해 온 자신의 세월을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의 처음에 놓여있는 에피소드 지만 책을 다 읽고 그 부분을 읽으면 이 주인공 기타카와가 얼마나 부인을 사랑하는지는 느끼게 됩니다. 마치 그 느낌이 너무 새로울 정도입니다. 그에게 사진은 단순히 찍는 행위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인에게 영정 사진을 맡긴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42세는 예전에 만났던 하루미의 죽음을 통해 전개 됩니다. 자신을 이용 했다고 생각한 제자는 자신을 버리고 또 다른 남자를 버리고 그들을 이용해서 더 넓은 세계로 갔다는 사실이 불쾌했는데 사실 그는 그것을 불쾌해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그 열망이 부러움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자신이 마지막 필름들을 현상 해서 책으로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부인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도 그는 그것이 사랑이나 애정의 문제가 아닌 도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이상한 동료 의식도 있습니다. 그리고 37세에는 모델과의 사진을 찍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옛 스승이 등장합니다. 그의 그런 행동은 구차하거나 불쌍한 것이 아닌, 기타카와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그토록 싫어했던 스승의 모습을 자신이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42세 때의 이야기를 보면 별로 달라 진 것 같지 않지요. 31세때의 이야기는 독립을 하기 전의 모습입니다. 대형 출판사를 다니면서 이대로 안주하여 기사에 맞는 사진만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독립을 할 기반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기타카와 역시 그러했고 어떻게 찍느냐에 관해서 고심하던 때입니다. 이 때는 결혼 전으로 회사에서 만났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녀가 자신을 생각해서 그토록 냉정하게 사진을 제대로 찍는 것을 밀어붙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뒷 이야기가 참 씁쓸했습니다. 이 때 부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둘은 결혼에 이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진을 찍게 되었냐는 그녀의 질문에 마치 회상처럼 마지막 22살의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1969년의 이야기인데 학생운동이 강하던 시절인 것 같습니다. 기타카와는 빨리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로 실무를 익혔는데 친구 구즈하라는 학생 운동 사진을 찍다가 어느 샌가 그 중심에 서게되고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결국 죽고 맙니다. 그가 남긴 카메라를 받아들고 이상해서 수소문을 하다보니 그의 죽음을 접합니다. 그래서 왜 그가 죽었는지 알아보러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구즈하라에게 사진이란 정말 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그는 살아온 발자취를 담고 싶어했고,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에 좀 더 강한 발자취를 찍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그것을 써 줄 친구에게 카메라를 보냈습니다. 기타카와에게 이 마지막 일화가 없었다면 그는 그저 평범한 사진작가 의 이미지로 기억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구즈하라란 친구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간혹 타성에 젖은 사진 작가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그의 사진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인에게 자신의 영정 사진을 맡긴다던 이야기도 이 부분을 읽고나니 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게 사진이란 자신의 인생을 담아온 모든 것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시절도 있었고, 큰 세계를 찍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도 있었고, 부인을 힘들게 했던 시절도, 부끄러운 짓을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비로소 자신의 삶으로 모든 것이 모아지기에 그런 사진에 더 애정을 갖고 20대와 다른 열정을 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인해서 사진이 너무 친숙해져 있고 예전 필름 카메라 시절만큼 비용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낭비되는 사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순간의 장면이 모여서 한 사람의 추억을 이루는 것은 그 때와 다른 것이 없겠지요. 단지 사진을 담으려는 행위로 추억을 정리하는 것보다 좀 더 가슴에 담아두는 순간을 기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제 : 스트로보) Sutorobo 2000 랜덤하우스코리아(주) 초판 1쇄 발행 2007년 9월 27일 권일영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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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사진에 관한 얘기지만 결코 어렵지 않고 사진이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취미란에 책 읽기와 사진을 적는 내게 이 책은 무심히 지나쳐버릴 수 없는 제목으로 눈에 띄었다. '아직 필름이 남아있을 때' '아직'이라는 말에서 가능성을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만약'이라는 말에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듯...
이 책에는 다섯개의 에피소드가 현재에서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사진이라는 공통점으로 영정, 암실, 스트로보, 한순간 그리고 졸업사진으로 이어진다. 그 중 '영정'과 '암실'은 사진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소망이라고 생각한다. 누구가의 마지막을 사진으로 남겨준다는 것과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열정. 정말 멋지지 않은가?
"한 장 더."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필름을 감았다. 어느새 마지막 컷이었다. 그래-. 언젠간 내게도 인생의 필름을 되감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아직 먼 훗날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과거의 앨범을 뒤지며 후회 때문에 안타까워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진을 남기고 싶다. - 제1장 졸업사진 22세
부꾸럽지 않은 사진을 남기고 싶듯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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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늦가을 즈음인가, 지인에게 초보자가 쉽게 다룰 수 있으면서도 성능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카메라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여 디지털 카메라 한 대를 장만하였다. 이유는 외할머니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기 위해서였다.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된 후부터 외할머니의 모습을 찍는 일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웃고 찡그리고 하품하는, 순간순간 변하는 모습,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놓칠 새라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외할머니는 내게 그와 같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단 1년만 느끼게 해 주시고 떠나셨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한동안 디지털 카메라를 놓고 지냈다. 찍을 대상이 사라졌으니 자연스럽게 찍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 버린 것. 그 후 시간이 흘러 미니홈피에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잠시 나와 주위 사람들을 찍기도 했었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사진에서 느꼈던 -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 그러나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도 따뜻했다는 것 - 감정을 다른 사진에서는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대상을 찍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올 초가을에 코스모스와 잠자리를 찍은 사진을 보며 나는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음을 느꼈다. 주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어쩌면 누군가의 사진을 찍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의 주인공 기타카와 고지의 직업은 사진가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쉰 살이 된 현재의 기타카와로 부터 시작하여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형식으로 마지막에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스물두 살 젊은 청년의 기타카와를 만날 수 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지만 각 장의 시점은 현재이다. 각 장마다 사진을 통해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사실과 감정들을 알아가게 되는 이야기로서 과거는 단지 잊혀진 감정의 찌꺼기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기타카와가 느끼는 사진의 의미는 20대와 30대 그리고 50대 모두 다르게 표현된다. 열정만 앞서서 중요한 것은 빠트린 적도 있었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보여주는 사진의 의미는 한결같다. 사진은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만 찍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찍는 사람의 의식과 마음가짐까지 드러난다. p209 지금까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판단해 버리는 실수를 한 적은 없는지 그리고 그 판단을 정정할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 옹졸함을 보인 적은 없는지 과거를 거슬러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더구나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러면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 큰 흔들림 없는 잔잔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진이라는 매개체의 선택도 탁월하다고 보여 진다. 소설 속에서 기타카와가 셔터를 누를 때마다 번쩍하며 밝은 빛을 내는 느낌에 빠지게 만든다. 소설 전체가 한 권의 사진집처럼 느껴진다.
나는 훗날 지금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보다 더 좋은 카메라를 소유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요즘 부쩍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싸고 성능 좋은 카메라를 갖게 되더라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그것을 대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내게 처음이라는 의미와 함께 더 큰 의미, 지울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카메라로 찍었던 모든 대상과 그의 결과물인 사진 또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것이 내 과거를 말해주고 있으며 또한 현재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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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내게는 추억을 의미한다. 게다가, 제목에 '아직'이란 말이 들어있다. 갈색의 표지를 보는 순간, 뭔가 추억에 관한 내용일거라 생각했다. 아마도 이 가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읽게 되는구나 싶었다. 원제는 '스트로보'라고 한다. 사진찍을때 강렬한 플래쉬를 의미한다는데 책의 내용은 순간적인 강렬함보다는 오래오래 가슴 한 켠을 뻐근하게 만드는 강렬함을 지녔다. 책의 구성도 5장부터 시작해서 1장으로 마무리가 된다. 현재 50세부터 22세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의미다. 주인공 기타가와는 성공한 사진작가이다. 현재 그는 50세이다. 그리고, 전직 교사였던 부인과의 사이에 자식이 없는 결혼한 남자이다. 어느날, 그는 자기보다 2살 많은 여자환자의 영정사진을 그 딸에게서 부탁받는다. 특별히, 20대에 그에게서 사진을 찍혔던 모델이었다는 이유로. 그녀의 영정사진을 찍으면서 그는 다시 그의 20대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의 죽음 후, 그 딸이 찾아낸 12장의 누드사진으로 그의 후배였던 한 남자의 부인인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부인에게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게 한다. 암실에서 현상작업을 하던 중, 몇년만에 니시나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뉴스에 산악등반대가 실종이라고, 그리고 그 등반대에 그녀도 속해있다고. 그는 젊은 시절 여자문제로 부인을 여러번 어렵게 했다. 그 여인이 자신을 갑자기 떠났다고 믿었는데, 그녀가 떠난 이유를 그는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찍은 사진을 현상하면서 알게된다. 구로베는 그의 스승이다. 그를 떠난 이유와 비슷한 생활(바람피는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던 중, 그 자신의 불륜 사진을 우편으로 받게 된다. 여자를 좋아하던 그의 스승이 더이상 여자 모델을 상대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이유가 구로베의 부인이 병에 들어서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낸 사람이 그의 스승이었음을 또한 알게 된다. 그가 낸 사진첩의 마지막 사진은 난치병에 시달리던 치즈루의 사진이다. 그 사진을 찍은 것은 그의 여자친구였던 미사코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그 사진때문에 떠났고, 나중에 그는 그녀가 그의 선배였던 모리구치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떠난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영국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 그의 대학시절, 학내사태로 어지러운 때에 구즈하라는 자신의 카메라를 그에게 남기고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의 죽음을 뒤쫓던 중, 그가 죽은 것이 학내 분규와 상관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사랑하던 여인과 돌아가고자 했던 그의 고향에서 그 답을 찾는다. 이 책은 뒤에서 부터 읽으면 어쩌면 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매 장마다 실제 사진을 그대로 묘사한 글이나, 그의 심리상태를 묘사한 글이 한장한장의 사진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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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피사체의 마음을 찍는 것이면서 동시에 찍는 사람의 마음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것들이 한 덩어리가 되었을 때, 한 장의 사진은 깊이와 무게를 함께 갖추게 된다 (p31)
내가 사진을 좋아해서인지 몰라도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일종의 필이 꽃혔다.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원제는 스트로보이다. 왜 수많은 사진 장비 중 스트로보를 제목으로 정했을까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스트로보의 강렬한 섬광처럼 그에게 각인된 사진들을 표현하고자 해서일지 모른다고 내 멋대로 생각했다.
이제 50세가 된 사진 작가 기타카와 고지의 인생이라는 앨범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것도 거꾸로 되집어 가는 형식으로 다섯가지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다. 즉 50세,42세,37세,31세,22세의 기타카와 고지와 그의 사진이라는 인생 속에 깊이 관여했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 다음 장을 읽지 않고서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사진은 피사체의 마음 뿐 아니라 찍는 사람의 마음까지 표현한다는 50세에 겨우 철이 든 기타카와의 생각을 읽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그랬다. 피사체을 찍기 전 피사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다고 했다. 내가 굳이 그 사진 안에 들어가 있지 않더라도 내가 살아온 길을 표현해 주는 게 바로 내가 찍은 사진들이다. 자기가 걸어 온 길이 모두 필름에 새겨져 두렵다고 한 마키의 말에도, 두렵기 때문에 멋지다고 한 구즈하라의 말에도 마음 속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소설의 내용도 좋지만 그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방식 또한 남달랐다. 작가의 현재부터 과거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결코 과거 속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기타카와가 이야기하고 경험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마치 독립된 각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묘하게 얽혀있어 다 읽고 나면 기타카와의 반생애가, 그가 펼친 사진 파일의 밀착인화처럼 저절로 머릿속에 각인되어버렸다. 작가의 말처럼 20대부터 순서대로 표현해서는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기타카와가 이야기하는 사진이란 무엇이고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물음은 아마 수많은 작가들이 해왔을터이지만 그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발견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과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거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심포유이치, 그렇게 많은 일본 작품들을 접해왔어도 그의 작품은 처음이다. 하긴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이 3개라니 무리도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나머지 작품들도 하나씩 접해보아야겠다는 작은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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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DSLR카메라를 구입하려고 준비중이라서 그런지,
사진에 관한 이 소설책에 눈길이 갔다. 50세에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의 구성또한 왠지 맘에들어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다섯 가지 에피소드들은 함께 읽으면 물론 연결되지만, 따로 하나씩 읽어도 충분한 이야기들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속에 짧은 다섯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새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모두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추리를 좋아해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가 더욱 흥미를 유발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들을 읽는 듯 읽어나갔지만, 결국엔 다섯장의 사진으로 보는 인생이야기였다.
50세 영정으로 처음 만난 주인공 기타카와 고지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영정사진을 제대로 찍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처음 초조해하던 그가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장면을 미리 보았기 때문었을것이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영정사진을 아내에게 맡기는 그를 보면서..난 할머니를 떠올렸다.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어 내가 산 카메라로 혹시나..하면서 찍어 드리고 1년쯤 지났을까?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어 그 사진이 정말로 영정사진이 되어버렸던 우리 할머니... 잡티들과 한쪽눈꺼풀이 내려온 것을 내가 수정했음에도 보여드리지 못한게 너무나 아쉬웠다. 엄마와 함께 그걸 보시면서 좋아하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때 왜 수정한 사진을 보여드릴 생각을 못한 걸까?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잘 해드리지도 못했는데, 사진이라도 찍어드리고 수정해 드릴 수 있어서 그나마 참 다행이었던 나..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을 다시금 되찾아 주어 고마웠다.
42세 암실에서 다시 만난 주인공은 하루미를 만나게 해주었다. 하는 행동을 보아 일부러 계획하고 접근한 듯한 하루미의 첫인상은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나니 달리 보이던 하루미를 보면서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큰 편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했다. 물론 작가가 의도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진가로써의 열정이 너무나 멋있었던 하루미에게 큰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37세 스트로보의 반전도 있었지만, 31세의 한순간에서의 반전에 크게 놀랐고,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기위해 아픈 소녀의 사진을 찍었던 그가 좋게, 또 나쁘게 보여지기도 했다. 그것은 마지막 마지막 22세 졸업사진을 보며 깨달았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모든 이야기 속에 이러한 의미들이 있었다는 것도 다 읽은 후 깨달았다. 이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면 이렇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면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 사진을 통해 인생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사진은 정말이지 그 시절 그때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나중에 작가의 말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1장만 제외하고는 모두 아내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았던 부부였지만, 결국 둘은 함께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의 영정사진도 아내에게 맡겼으니까... 다시 거꾸로 1장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땐 또 다른 느낌으로 다섯장의 사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사진은 피사체의 마음을 찍는 것이면서 동시에 찍는 사람의 실력이나 마음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것들이 한 덩어리가 되었을 때 한장의 사진은 깊이와 무게를 함께 갖추게 된다. - 31p - "장비보다는 네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 196p - 미사코가 던져 깨진 렌즈가 자기 자신 같았다. 자존심이 박살난 채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 201p - 진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예쁜 사진이 찍히니 소중하게 여긴다. 그것이야말로 카메라와 렌즈의 진짜 가치일지 모른다. - 203p - 기쁨이 많은 사진을 찍어주세요. 당신에게는 빛을 다루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녀의 절실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 229p - "......사진이란 참 좋은 거예요." - 233p - 사진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사진 위에 찍히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제대로 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292p - 그래-. 언젠간 내게도 인생의 필름을 되감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아직 먼 훗날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과거의 앨범을 뒤지며 후회 때문에 안타까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진을 남기고 싶다. - 292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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