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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에 숨어 살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 [시집-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시 안에 숨어 살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 [시집-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내용보기
어떤 시를 읽으면 저절로 그림이 그려진다. 어떤 시를 읽으면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시라는 게 참 희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것이 마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흔들었다가 붙잡았다가 무슨 힘이 숨겨져 있어 그러나 싶은 것이다. 박형준의 시집은 이야기책이다. 한 편 한 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쩌면 한 편을 이야기로 바꾸어낼 수도 있을 것
"시 안에 숨어 살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 [시집-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내용보기

어떤 시를 읽으면 저절로 그림이 그려진다. 어떤 시를 읽으면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시라는 게 참 희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것이 마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흔들었다가 붙잡았다가 무슨 힘이 숨겨져 있어 그러나 싶은 것이다.

박형준의 시집은 이야기책이다. 한 편 한 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쩌면 한 편을 이야기로 바꾸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들과 시를 이야기글로 바꾸는 수업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시인의 시가 그런 수업에 참 좋은 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몇 줄의 글을 몇 쪽에 이르는 이야기로, 어쩌면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수 있지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혹은 드라마나 영화가 된다면 좀 슬프고 호젓하고 안타까운 그런 작품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좀더 구석지고 좀더 모자라고 좀더 불쌍한 생명들의 이야기, 빛으로 살아가기보다는 그늘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 살아서 빛나기보다는 죽음으로 다른 생명의 거름이 되는 안쓰러운 생명들의 이야기.

"나무를 잊고/ 매달려 사는 생을 잊고/ 자신의 냄새를 천천히 지우며/ 햇살 같은 털을/ 저녁 바람에 흩날리며/ 무리를 벗어나/ 단 한번 땅위에/ 편안하게 앉아 있(10p)"는 모란꽃처럼 자신을 잊음으로써 남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꽃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 아니었다. 이렇게 몇 줄 적어보기는 했으나, 시집 앞에 있는 시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난 그의 마음을 단 한 줄도 읽어 내지 못한 기분이 든다. 그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하나도 못 알아들은 것만 같다. 그래서 난 이 시집을 좀처럼 덮을 수가 없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02.06.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왜 꽃이 눈에 들어올까?
"왜 꽃이 눈에 들어올까?" 내용보기
좋은 시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좋은 시란 읽고 난 뒤에 또 읽고 싶어지는 시이다. 또한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의미로 나에게 무엇인가를 던져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구절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미지 일 수도 있다. 박형준의 시들은 구절은 아니지만, 어떤 이미지가 머리에 직접 들어와서 먼저 노크를 하는 시이다. 그리고 들어온 이미지가 곁에 머무르면서 나에게
"왜 꽃이 눈에 들어올까?" 내용보기
좋은 시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좋은 시란 읽고 난 뒤에 또 읽고 싶어지는 시이다. 또한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의미로 나에게 무엇인가를 던져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구절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미지 일 수도 있다. 박형준의 시들은 구절은 아니지만, 어떤 이미지가 머리에 직접 들어와서 먼저 노크를 하는 시이다. 그리고 들어온 이미지가 곁에 머무르면서 나에게 가끔 말을 건네는 그런 시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제일 먼저 들어온 꽃은 모란꽃이었다. "죽음은 그렇게 온다/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활짝 핀 모란꽃 옆에서/ 졸음에 빠져들며/ 자신을 잊어가는 것"[자취 中에서] 이 젊은 시인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길래, 죽음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가? 모란꽃의 자취 같은 죽음...참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참 깊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들어온 꽃이 백동백이다. "누가 가지에 밥바구니를 매달아놔서/ 몇천리 바닷가에서 불 피우는/ 사람의 쉰 목소릴 저리 들려오더냐/"[백동백이 있는 집 中에서]. 백동백의 모습을 목이 쉰 사람으로 표현하는 뛰어난 이미지. 그의 꽃 중에서 제일 멋진 꽃은 해당화이다. "어머니는 겨울밤이면 무덤 같은/ 밥그릇을 아랫목에 파묻어두었습니다/ 내 어린 발은/ 따뜻한 무덤을 향해/ 자꾸만 뻗어나가곤 하엿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배고픔보다 간절한것이/ 기다림이라는 듯이/ 달그락달그락 하는 밥그릇을/ 더 아랫목 깊숙이 파묻었습니다//"[해당화 中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이다. 이 시에는 해당화꽃 그늘 속에 있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이 보여진다. 어쩌면 해당화꽃처럼 붉디붉은 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화자의 사랑일 수도 있고, 기다림으로 인한 사무침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쉬운듯 보이면서도 어려운 시이다. 또한 읽고 나면 또 읽게 되는 이미지가 살아 있는 시이다. "달이 내려와/ 지붕에 어른거리는 목련,/ 꽃 핀 자국마다 얼룩진다/ 이마에 아프게 떨어지는 못자국들"[봄밤 中에서] 이 시집의 특징은 삶의 이면을 이미지를 통해 들려주는 아름다운 목소리이다. 그것은 꽃들을 통해 드러나는데, 그 모습은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니 자연히 그가 표출하는 이미지가 담긴 꽃들은,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m*****1 2003.09.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