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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를 읽으면 저절로 그림이 그려진다. 어떤 시를 읽으면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시라는 게 참 희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것이 마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흔들었다가 붙잡았다가 무슨 힘이 숨겨져 있어 그러나 싶은 것이다.
박형준의 시집은 이야기책이다. 한 편 한 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쩌면 한 편을 이야기로 바꾸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들과 시를 이야기글로 바꾸는 수업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시인의 시가 그런 수업에 참 좋은 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몇 줄의 글을 몇 쪽에 이르는 이야기로, 어쩌면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수 있지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혹은 드라마나 영화가 된다면 좀 슬프고 호젓하고 안타까운 그런 작품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좀더 구석지고 좀더 모자라고 좀더 불쌍한 생명들의 이야기, 빛으로 살아가기보다는 그늘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 살아서 빛나기보다는 죽음으로 다른 생명의 거름이 되는 안쓰러운 생명들의 이야기.
"나무를 잊고/ 매달려 사는 생을 잊고/ 자신의 냄새를 천천히 지우며/ 햇살 같은 털을/ 저녁 바람에 흩날리며/ 무리를 벗어나/ 단 한번 땅위에/ 편안하게 앉아 있(10p)"는 모란꽃처럼 자신을 잊음으로써 남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꽃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 아니었다. 이렇게 몇 줄 적어보기는 했으나, 시집 앞에 있는 시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난 그의 마음을 단 한 줄도 읽어 내지 못한 기분이 든다. 그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하나도 못 알아들은 것만 같다. 그래서 난 이 시집을 좀처럼 덮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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