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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황금기는 지났다. 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현재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침체'다. 이것은 단순한 경기순환적 위기가 아닌 체제의 토대 자체를 뒤흔드는 근본적인 위기다. 과연 무엇이 자본주의를 구원할 수 있을까. 부분적인 보완과 땜질 수준을 넘어서는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제 기획해야 할 새로운 미래의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발상에서부터 탈피해 시장의 바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심각한 경기침체와 더불어 전례없는 생태-에너지 위기까지 동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종식하고 연대와 협동의 원리로 삶의 방식을 개편하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 잔치는 끝났다. 모두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함께 살 것인가. 인류는 이 벼랑 끝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불가능한'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는 일은 '혁명'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에서 저자는 피크오일과 기후변화라는 인류 생존의 위기 앞에서 더이상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성장 방식을 고집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성장 신화로부터의 과감한 탈피. 보수 뿐만 아니라 진보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진보가 여전히 성장과 발전의 환상에 젖어 있기 때문에 '박정희 신화'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성장의 정치경제학과의 결별. 양극화와 빈곤문제 해결이 일차적 과제인 상황에서 이는 대단히 급진적인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20%가 부를 독점하고 인류 전체를 공멸로 몰아가는 성장에 제동을 걸면서, 80%가 골고루 부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을 기획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면 될 듯 하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은 촌스럽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다시 농촌으로 가자는 브나로드 운동을 펼쳐야 한다. 마을공동체의 복원이야말로 착취와 억압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들이 평화롭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는 지름길이다. 식량-농업과 에너지의 자립, 자치가 없는 민주주의는 사실상 허구의 민주주의다. (p11)
우리의 각성과 삶의 방식 전환은 밑에서부터 자율과 자치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생태적 전환과 각성은 저항의 민주주의와 참여의 민주주의를 넘어서 자립과 자치의 민주주의를 필요로 한다. 물론 풀뿌리 사회운동과 제도정치는 대체재가 아니라 상호보완재이다. (p57)
석유정점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후폭풍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석유를 전량 수입하고 석유문명 체제에 완전히 포섭된 한국경제는 IMF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의 쓰나미 앞에서 그 기초부터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중략) 문제는 석유체제의 전환에 대한 전체 패러다임을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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