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훌쩍거리며 한 상 잘 차려 기껍게 보내다
"훌쩍거리며 한 상 잘 차려 기껍게 보내다" 내용보기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 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
"훌쩍거리며 한 상 잘 차려 기껍게 보내다" 내용보기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 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 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눈물이 많아졌다. 슬픈 소식을 전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기쁜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자꾸 눈물이 솟는다. 눈물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단도리를 하지만 성공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그러니 눈물을 슬픔이라고 기쁨이라도 속단하기 어렵다. 인생이 슬픔이라고 기쁨이라고 속단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이러할 진데 이 땅의 누님과 외숙모, 많은 어머니들은 어떻겠는가. “환갑이나 진갑 /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 동네 사람 불러 /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 뒤꼍 감나무 밑에서 / 장광 옆에서 /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우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서 오늘 / 훌쩍거리며 /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보내는 것또한 우리 누님과 외숙모와 어머니들의 힘이다.

 

조재도 시인의 참 오래고 오래한 생각을 기억한다. “사람들, 하느님을 조금만 믿었으면 좋겠다 / 살아 있는 동안만의 하느님이었으면 좋겠다 / 죽음 앞에서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기러기처럼 / 죽으면 죽음이 전부인 기러기처럼의 깊은 생각을 기억한다. 사랑한다면도 좋아한다. “사랑의 통뿌리 외로움으로 만나라 / 졸아드는 간장 빛 그리움으로 만나라 / 따끈따끈한 바닷가 바위 / 섹스로 만나고 / 숫눈 내린 새벽 길 함께 걸으며 만나는 진한 사랑을 좋아한다. 덧붙여야겠다. 황소 눈을 치켜 뜨고 제 분 못 이겨 부르르 몸을 떠는 일촉즉발의 두 학생을 도서실에 불러 앉힌 다음 5분 동안 가만히 있자고 제안하고 삼  초를 견딘 뒤 얼핏 신성神性이 지나는 걸 보고요의 힘, 시인을!

 
YES마니아 : 골드 g*******g 2022.04.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