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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보다는 뿌리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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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기라는 이름을 새기게 된 때는 2008년 초다. 2007년에 10주기를 맞아 유고집 3권이 나왔고 뒤이어 추모집이 나왔는데 유고집과 추모집 출판기념회를 겸한 추모 모임에서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재미있게 본 잡지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을 만든 분이 바로 한창기 선생님이라는 것을.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전집>이나 <뿌리깊은나무 민중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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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기라는 이름을 새기게 된 때는 2008년 초다. 2007년에 10주기를 맞아 유고집 3권이 나왔고 뒤이어 추모집이 나왔는데 유고집과 추모집 출판기념회를 겸한 추모 모임에서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재미있게 본 잡지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을 만든 분이 바로 한창기 선생님이라는 것을.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전집>이나 <뿌리깊은나무 민중 자서전> 같은 귀한 작업을 한 분도 바로 그이라는 것을. 그 잡지를 모태로 하여 편집기획 역량을 키운 윤구병, 김형윤, 설호정 같은 이가 있고, 영업 쪽으로는 웅진그룹의 윤석금 같은 이가 있다는 것을. 사진가 강운구, 소리꾼 김명곤, 작가 고도원 같은 이도 한창기 선생님과 함께 일했다는 것을. 우리 출판-언론 역사에서 꼭 짚고 넘어갈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창기 선생님은 ‘출판-언론인으로서 한국어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착을 보여주었고, 사람들이 개발논리에 치우쳐 제 것을 소홀히 여기던 시대에, 빠르게 사라져가는 옛것들을 되살리고 보존하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머 감각도 있었고 우스갯소리도 곧잘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개 그이는 까다롭고 진지했단다. 다만 좌우 이데올로기나 남북 통일 또는 한미 관계 같은 굵고 큰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우리말에서 ‘서릿발’, ‘나잇살’ 할 때의 사이시옷의 문제, 왜 하필 그것이 디귿이나 지읒이 아니고 시옷이냐 하는 문제, 소나무는 소나무이되 홍송은 왜 홍송이며 해송은 왜 해송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다른지 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단다. 바로 이 책이 그이의 ‘언어’에 관한 생각들을 주로 담고 있다.

 

토박이말이란 우리가 어머니 품에서부터 배워 온 어미말(모국어)을 말합니다. 이 어미말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서 우리 피와 살처럼 되어 있는 말입니다. 이 어미말은 그것이 없이는 한순간이라도 지내기 어려울 만큼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어미말이 함부로 바뀌거나 그것이 다른 말이나 불순 요소로 인해서 오염되고 침범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기의 정신이나 몸을 순수하게 지켜 나가려는 본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순수한 어미말이 남의 말이나 글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더렵혀지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237쪽)

 

말이 우리의 정신과 의식 구조 형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이나 크기 때문에 언어의 더럽힘은 바로 우리 정신 문화의 더럽힘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한참 잡지를 발간하던 때에도 우리말은 일본말식 불순 요소가 수없이 끼어들었다. 일본말은 소리 그대로, 또는 직역된 형식으로, 또는 일본식 한자어 그대로 우리의 언어 속으로 물결쳐 들어왔다. 영어가 우리말을 오염시키는 것도 큰 문제였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항하여 싸우는 한창기 선생님의 모습을, 글에서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을 추구하는 일을 사소하고 시시한 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기꺼이 시대의 서기 노릇을 하려고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말이 혼탁한 즈음, 다시 선생님 뜻을 되새기고 이어받아 펼치는 게 절실하다 하겠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09.12.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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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새로움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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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기 씨의 글들은 다 좋았다. 어딘가에 기고했던 글이거나 그의 노트에 있었던 글들을 모은 것인데. 만일 그가 살아있었다면 이 글들을 모두 책에 실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분명 그는 책에 실을 것과 버릴 것을 구분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무슨 잡지에 실었던 글을 그대로 책으로 엮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적어도 책으로 내려면 작가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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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기 씨의 글들은 다 좋았다. 어딘가에 기고했던 글이거나 그의 노트에 있었던 글들을 모은 것인데. 만일 그가 살아있었다면 이 글들을 모두 책에 실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분명 그는 책에 실을 것과 버릴 것을 구분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무슨 잡지에 실었던 글을 그대로 책으로 엮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적어도 책으로 내려면 작가가 새롭게 추가하거나 매만진 흔적을 보여야 책의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엮은이나 출판사 측에서 했어야 했다. 구슬을 제대로 꿰웠으면 하는 생각으로 읽은 책이다.

s*****2 2007.11.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