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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에는 정교하고 뛰어난 문물이 아주 많다. 특히 문자, 활자, 역사 기록에 관련해서 세계적으로 最古이자 最高인,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문화를 남겼다. 그래서 최준식 저자는 이러한 우리 민족이 가진 세련된 문화의 기운을 文氣란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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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홀로 잘난 척하는 것이 문제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나는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과 우리의 가능성이 자랑스러워 가슴이 설레고 뿌듯해진다. 분명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 어떤 부분에서는 부족하고 다소 처지고 민망한 구석이 있다고 할지라도, 잘하는 것, 좋은 것, 훌륭한 것 들을 이렇게 갖고 있으니.
블로그 이웃 '마리에띠님과 껌정드레스님'의 극찬에 홀려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얻었다. 학생들과 함께 읽어야 하고 읽으면 좋은 글을. 정말 몰라서 몰랐던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우수함을 구체적인 자료로 함께 읽을 수 있게 된 것, 막연하게 우리는 잘났느니라 하는 것보다 확실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중학생들이 혼자 읽어 나가기에는 다소 힘든 부분이 있을 듯하다. 낱말 뜻도 그렇고 역사적인 배경지식도 그렇고.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함께 읽어서 도움이 될만한 글들이다. 자신의 장점을 정확하게 알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그 개인의 삶에 유용하듯, 우리가 속한 사회의 우수한 능력과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그 사회에 속한 개인의 삶에 상당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홀로 떨어져 살아가는 게 아닌 까닭이다.
다만, 교육적으로 아주 유용하다는 이 평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괜한 거부감을 주게 되는 게 아닐지 그게 염려스럽다.(학생들은 선생님이 권하는 책을 일부러 안 읽으려고 하는 경향도 좀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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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다 읽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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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분들은 예전에 비해 삶의 질이나 내용면에서 엄청나게 잘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들간의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다보니, 눈앞에 이익에만 급급해지고 마음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내고보면 인생은 길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제한된 삶임에도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듯 아쉬움을 갖고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것은 정체성의 상실로 인해 우리의 모습을 잃고, 남의 것만 쫒아다니고 허우적거리다 삶을 낭비하고 만다. 오늘날 사회풍조가 대충주의,한탕주의,흥청망정주의로 변해가며 우리 것을 다 잊고 있다. 저자인 최준식교수님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신기(神氣)와 문기(文氣)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삶, 자긍심 넘치는 신명나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의 문기(文氣)'라는 주제로 그동안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지식. 아니 솔직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 문화에 대해 구어체 형식으로 편안하게 가르침을 준다. 국사책에 조금 언급된 '고려대장경''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그리고 '직지심체요절''무구정광 다라니경'에 관한 세세한 지식과 뒷이야기는 따분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혀진다. 이번 기회에 앞으로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세계에 알려야 하는지도 진지한 고민과 반성의 시간도 가져 본다.
우리의 기록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유네스코에 지정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는데, 특히 직지심체요절을 밝혀낸 박병선 박사, 한글금속활자 을해자 발견의 이재정 학예사, 전란중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선비 안의, 송홍록 등 또한 이 책에는 한글의 위대함외에도, 금속활자본과 목판본의 중요한 차이점, 대장경이 갖는 의미, 실록과 일기의 구분과 의미, 조선의 의궤에 관한 이야기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교양서적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한글이 정보화 시대에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최근에 시아버님의 핸드폰을 교체해드렸더니, 넌지시 문자보내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5분정도 설명해 드렸는데, 조금 연습하시더니 금방 문자를 보내셨다. 사실 이번 책을 읽기전에는 솔직히 우리 한글이 그렇게 위대한 줄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오음을 바탕으로 10개의 버튼만으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전달할 수 있고, 일흔이 되신 어르신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이나 국가나 민족의 숨은 힘은 문,지식의 힘에서 나온다. 아무리 가난해도 집안에 책을 소장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전통이 있었기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세계 최대의 역사 기록물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알고, 지켜내고, 발전시켜, 온전히 후대에 전달해주는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일간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스크랩하고 마무리한다.
10월19일자 동아일보 과학면에 고등과학원 수학부 최재경교수가 그는 알파벳 ‘v’는 완벽한 ‘ㅂ(비읍)’으로 발음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한 획을 뺐다. ‘f’ 역시 ‘ㅍ(피읖)’보다 약하게 들려 한 획을 뺐다. 물론 ‘v’ 발음에 가깝지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순경음비읍(ㅸ)도 있다. 하지만 획수가 너무 많고 음절 하나가 너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잠시 관심을 접고 수학자의 길을 걷던 최 교수가 글자를 다시 추가한 것은 11년 전. 포스텍(당시 포항공대)에 재직하던 그는 z, ð, L 발음을 표기하는 자음 3개를 더했다. 그는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따라 ‘ㅈ’에 한 획을 붙여 만들었다. 영어 정관사 ‘the(더)’에서 ‘ð’ 발음은 ‘ㄷ’을 시계방향으로 돌려 표기했다. 한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thank’의 애매한 ‘L’를 발음은 ‘ㅆ’ 대신 바꿨다.
10월26일자 동아일보에 국어학자인 이응백 서울대 명예교수가 반박 기사가 나왔다.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의 용자례(用字例)에는 순경음(脣輕音)이 나온다. 순경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다면 ‘ㅸ’은 [v], ‘ㆄ’은 [f]에 해당한다. 그리고 ‘ㅿ’는 [z]에 해당하므로 [v f z]를 위해 새로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ð] [i]인데 이는 규정에 없으므로 글자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도 순경음의 예에 준하여 [ð]는 ‘&’, [i]는 ‘’’로 하면 어떨까.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의 용자례(用字例)에는 순경음(脣輕音)이 나온다. 순경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다면 ‘ㅸ’은 [v], ‘ㆄ’은 [f]에 해당한다. 그리고 ‘ㅿ’는 [z]에 해당하므로 [v f z]를 위해 새로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ð] [i]인데 이는 규정에 없으므로 글자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도 순경음의 예에 준하여 [ð]는 ‘&’, [i]는 ‘’’로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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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문자를 만들었을까? 수많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하나로 인류가 생각하고 만들어낸, 수많은 지식과 지혜, 발명품들에 대한 기억과 전승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문자가 없었다면? 아마도 헤아릴 수 없는 인류의 물질적, 정신적 유산이 바람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책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세상은 참으로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문자의 탄생을 그런 효용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문자의 탄생의 중요한 배경으로 의미, 믿음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리고 싶다.
첫째, 의미. 여기 수많은 사물들이 있다. 인간들은 그 사물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문자로 나타내고 싶어한다. 그것은 단지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들에 무한한 의미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조선의 법궁이자 대표적인 우리의 문화유산인 경복궁(景福宮)을 예로 들어보자.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그것은 그냥 왕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도전(鄭道傳)은『시경』이라는 책에서 ‘경복’(景福)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와 그것을 궁궐의 이름으로 삼았다. 이 단어가 담긴 구절의 뜻은 이러하다.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는 만년토록 큰 복을 누릴 것이다.” 정도전은 조선을 상징하는 궁궐의 이름 속에 조선의 태평성대와 만년대계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오늘날 한 나라의 대표자가 사는 곳의 이름이 고작 ‘푸른 기와집’, ‘하얀 집’이라는 것과는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언어, 문자의 힘은 이토록 오묘하고 신비롭다.
둘째, 믿음. 세상의 수많은 가치 가운데서도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을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통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말, 글, 눈빛, 가슴 등등. 그러나 말이나 눈빛, 가슴 등은 (비록 글보다 훨씬 더 진솔할 수도 있겠지만) 보이지도 않고 내뱉는 순간 사라진다. 그러기에 이들이 주는 믿음은 사실 매우 일시적, 한정적이다. 그러나 글은 다르다. 눈에 보이며, 보존만 잘 한다면 영원히 후세에 전해질 수 있기에 그 믿음을 오래도록 지켜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러한 점은 그 글이 진실을 담고 있을 때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오로지 진실만을 담고 있는 글은 없다. 그 글 자체에 쓰는 사람의 판단, 주관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에 가깝게 글을 쓰려고 노력했던 이들이 많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선인들이 쓴 문자향, 서권기라는 아름다운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진실에 가까운 글, 믿음에 가까운 글은 그래서 기가 느껴지고 역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그래서 그 글이 만들어내는 기록문화의 힘은 새삼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가? 중국과 맞닿아 있는 동방의 작은 나라. 그러나 이 동방의 작은 나라가 지니고 있는 지성사적, 문화사적 역량은 가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흔히 우리 선인들의 기록문화는 형편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내가『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기록문화에 특히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이것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일제를 비롯하여 현대의 위정자들과 사회 지도층이 그들의 추악한 면을 덮기 위해 왜곡, 조작한 새빨간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 거짓말 때문에 우리의 역사와 전통문화는 한없이 망가졌다.
그러나 진실이 어디 덮는다고 덮어지겠는가? 한 나라의 문화가 만개한 꽃봉오리라면, 정치·경제·사회·사상 등은 그 줄기이며 뿌리이다. 문화가 화려하고 찬란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줄기와 뿌리가 저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려대장경』,『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등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설레는 세계적인 기록유산들은 이를 여실히 잘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런 우리 선인들의 뛰어난 문화 역량과 무서운 기록 정신을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의 몇 사례를 들어가며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훈민정음(訓民正音, 한글)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상의 소중한 유산들에 관한, 수많은 저술들에서 이야기한 내용들과 저자 자신의 견해를 적절히 버무려가면서 문기(文氣)라는 독특한 단어로 묶어 설명하고 있다. 나 또한 기록문화에 관심이 많아 여러 책과 글들을 읽어보았기에 이 책의 내용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를 문기로 묶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인상깊게 다가왔다. 그가 말한 신기(神氣)가 뜨거운 가슴에 가깝다면 이 문기는 차가운 이성에 가깝다 하겠다. 저자는 이 신기와 문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풍요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조선 후기를 특히 눈여겨 봤으며, 이는 전통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바람직한 미래상 설정에 적지 않은 자극과 교훈을 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특히 모화주의(慕華主義)와 사대주의(事大主義)를 엮어 이야기하는 부분, 최만리에 관한 서술은 거슬린다. 모화주의는 중화의 문화를 흠모한다는 뜻이다. 이는 조선의 문화는 중화의 문화에 뒤지지 않으며, 그것은 우리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사대라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가 유지해나가는 방편이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섬긴 것이 아닐 뿐더러, 중국과 더불어 우리가 세계 최강국이라는 지나친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명이 망한 이후에는 우리가 세계의 유일한 중화라고까지 외치기도 했다. 이것은 우리를 낮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심하게 높여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 대한 (거의 종속에 가까운) 우리의 태도는 조선이 중국에 대했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저자의 말은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조심을 할 필요가 있다.
최만리에 관한 부분도 그렇다. 오늘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최만리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지배층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물론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 당시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최만리에 대한 평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만리는 자신이 사는 조선이 중화라고 생각했다. 그 중화의 글자가 한자였는데, 그 한자와 전혀 다른 계통인 한글을 들고 나왔으니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었고, 당연히 반대 상소를 올린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 시대에 그가 반대 상소를 올린 것은 그 시대 상황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이들의 반대를 물리치고도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것은 세종 자신이 뛰어난 언어학자였고, 백성들에 대한 사랑과 이들을 교화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바로 이 글이 조선왕조가 이념으로 삼고 있었던 유학(성리학)의 산물이었으며, 중화 문화를 올바로 알고 이어가며 우리 나름의 것으로 새로이 만들어가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훈민정음은 그런 역할을 충실해 했으며, 조선이 500년이라는 긴 생명력을 지니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조선의 뛰어난 문화에 훈민정음이 끼친 공로는 엄청나게 크다. 훈민정음이 다소 무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근대에 와서야 그 빛을 보게 되었다는 식의 서술 또한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우리의 세계적인 기록문화를 쉽게 풀어 대중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보다 친숙하게, 올바로 대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은 이 책의 큰 가치라 할 것이다. 우리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자. 우리가 배운 것이 얼마나 빈약했는가를 알 수 있다. 지금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승정원일기』와『의궤』에 관한 설명은 단 한 줄도 없다. 의아해하실 분도, 충격을 받으실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학교가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책을 덮어버린다. 대중들이 접하는 역사서라는 것들이 짜깁기하거나 함량 미달의 책들이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 시민들이 사극이나 역사소설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배운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후대에 가면 엄청난 재앙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30년 후에 지금의 친일파 후손이 독립운동 후손이 되어있을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책들은 꼭 필요하다. 이 책은 그 점에서 일정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우리의 기록문화를 문기라는 용어로 풀어내어 신기와 조화시켜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역설하는 부분은 큰 공감을 가진다. 그렇다. 믿음을 얻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선비들은 백성들에게 믿음을 얻는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그 믿음을 저버릴 경우 하늘과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정치를 투명하게 하려 노력했으며, 이러한 노력을 담은, 진실에 가까운 글을 후세에 남겨 역사의 평가를 받고자 하였으며, 왕조가 계속되는 동안 그 정신은 사그라들지 않고 이어졌다.
그 결과는 어떤가? 우리에게 세계적인 방대한 기록문화를 가진 후손이라는 자랑스런 타이틀이 붙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자만, 자족이 되어서도 안 되며, 남을 깔아 뭉개는 데 이용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러나 그 정신을 오롯이 이어받아 오늘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내일의 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은 오늘에도 유용한 우리의 목표이자 과제일 것이다. 흔히 시대가 바뀌고 정보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기록의 힘, 활자의 힘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소통한다. 그 소통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들이 바로 자신이 쓰는 글이나 사진, 영상 등일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이들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록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그렇다. 글은 ‘역사적 진실의 문 속으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하며 신빙성있는 통로’로 지난 수천 년간 그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영원히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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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 군데군데 훑어읽기를 하던 중 한국인의 기록 정신에 관한 부분을 보았는데 마침 중앙일보에서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이 유엔본부 내 서점에서 출판기념 사인회를 열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한 전 의장이 총회 의장 취임에 앞서 자료를 찾아보니 전임자들이 남긴 기록이 하나도 없어서 막막했는데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회고록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취임 첫날부터 쓴 일기가 퇴임시 두툼한 4권 분량이 되었고 이를 토대로 영문 회고록을 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사람의 기록정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에 참 뿌듯했다.
저자는 이 책의 들어가며에서 한국인의 문화적 열등감을 꼬집었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러한 열등감은 자신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기록유산인 '직지','고려대장경','실록','승정원일기',조선왕조'의궤'와 '훈민정음'은 다들 잘 알고 있다. 누구든지 "아~, 그것." 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무엇인가!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고 알려 주지 않았던 '그것'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1972년 박병선 박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직지', 고려 오백 년의 가장 큰 국책 사업인 '고려대장경', 단일 왕조의 역사를 적은 책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의 역사를 적은 '실록', 세계 최대의 역사 기록물 '승정원 일기', 복제품을 당당하게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게 만든 '의궤', 가장 과학적인 문자 '훈민정음'-유네스코가 선정하는 기록 유산에는 유형의 유물만 등재될 수 있다고 함- 등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서양의 문화에 대해서만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서양의 문화에 대해 깊이 배우고 공부해 왔다. 이제는 우리것을 더 깊이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것을 우리 국민에게 세계에 알리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깊이 있게 읽을 책인데 마감 일주일을 앞두고 배송이 되어서 이렇게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이 썼습니다. 출판사와 작가님께 죄송한 생각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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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갖고 있는 거칠고 야성적인 기운, 그 신명나는 흥겨운 기운을 神氣라고 한다면, 우리가 또한 가지고 있는 세련된, 인문학적 문화의 기운이 바로 文氣라고 할 수 있겠다. 신기가 하층 문화 혹은 기층 문화를 이끌어왔다면 문기는 기록 문화로 대표되는 상층 문화를 이끌어 온 것. 이 책은 이렇게 한국인의 두 가지 상반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기운을 신기와 문기로 정의 내리면서, 앞선 저작에서 살펴 본 신기에 이어 문기를 살펴 본 '최준식 교수의 한국문화순례 최종판'이다.
국사 시간에 그저 사진 한장과 더불어 최초, 최고, 최대 등의 수식어와 함께 암기의 대상에 불과했던 자랑스런 우리의 유산들을, 그것이 어떤 유산이며, 왜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지키고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친절한 설명으로 가르쳐 주신다.
'직지심체요절'을 도서관 한 구석에서 발견하고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는 진정한 학자로서의 자세와 긍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노력을 기울여 인정받은 직지를 아직도 남의 손에 맡겨 두어야만 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목판으로 인쇄된 세계 最古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둘러싼 일본의 '백만탑다라니'와의 경쟁, 중국의 억지 주장은 역사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빨리 중수기의 해석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기 바란다. 설령 최고가 아니면 어떠한가.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기술과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자랑스런 유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을.
직지 외에도 온 나라의 국력과 문화적 역량, 기술적 역량을 총집결하여 한번도 아니고 몇 차례나 만든 고려대장경, 왕권과 신권의 상호작용 속에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왕조의 기록을 남긴 조선왕조실록, 그리고 그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하게 기록한 승정원일기와 수원성의 축조 과정을 너무도 자세하게 기록하여, 복원된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도록 만든 의궤 등이 유네스코의 기록문화 유산에 등재된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 유산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록문화와 문기의 총집합체가 바로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이라 하겠다. 가장 탁월한 문자를 가지고도 무엇이 우수하고 무엇이 훌륭한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가치를 모른 채 중국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았던 조상들의 모습과 미국이 최고인 줄 알고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정말 부끄러울 따름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신기는 어느 정도 유지되어 왔으나, 문기는 너무도 미약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우리의 역사와 유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여 자랑스러워 할 것은 더 자랑스러워하고, 고쳐야 할 것은 반성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역설한다. 신기와 문기가 조화를 이룰 때 더욱 훌륭한 문화가 만들어 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신기와 문기의 새끼를 꼬는 작업은 학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몫일 것이다. (리뷰어 클럽 선정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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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겉보습보다는 내면의 멋에 더 취중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왕들이 왜 그렇게 백성들과 가까이 있었는지도 이해가 갑니다. 한글이 창제된 이유를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더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이렇게 수준높은 문기를 만들 수 있었던 조상들의 학문의 깊이에도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 책을 보면서 궁금했던 사항들이 다 풀렸습니다. 일단 한글에 대해서인데, 왜 과학적인지를 해명하지 못했었는데, 속 시원하게 알게 되었구요. 아이들에게 설명할때 만들어진 경위를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것은 좀 전문적인 내용이라 힘들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직지심체요절이 왜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고, 또한 금속활자가 우리나라에서 활성화가 안되었던 이유와 장경각이 세계유산으로 되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좀더 건축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책이 참 쉽게 씌여졌습니다. 보기에는 좀 딱딱하고 어려울것 같은데(옆에서 책을 잘 모르는 사람의 말..) 한번 잡으면 술술 읽힙니다. 좀더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문기의 선진국이었던 면모를 우리 젊은 사람들이 알고 그 사실을 받아 들이고 좀더 자랑하기를 바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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