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독교에 아직 해방신학, 민중신학, 역사적 예수와 같이 진보적 성향의 성경 읽기는 아직 낯설다. 미국 근본주의의 강한 영향 탓에, 여전히 기독교는 변혁적인 정치사상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교리적 편견을 내려놓고 복음서 속의 예수를 바라보면, 우린 어떤 정치적, 종교적 지도자들보다도 급진적인 혁명가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러 혁명 운동에서 예수와 기독교를 자기 입맛에 맞게 끌어들인 탓에, 도리어 이런 "진보적 기독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요더의 "예수의 정치학"은 대단히 "건강한" 책이다. 이 책은 의도적으로 문헌비평이나 역사적 예수의 연구 성과들을 무시한다. 방법만 보면 근본주의 신학자들의 성경 연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진보적인 성경연구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수는 성경만 가지고 보아도 위험한 정치 사상을 전파한 사람이었으며 급진적인 혁명가였다.
나는 한국에서 이 책이 보수적인 교인과 진보적인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해방신학에 질겁하는 이들에게도 <예수의 정치학> 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진보적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은 혁명가 예수의 "혁명"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할 수 있는 기회다. 저자는 당시의 독자들에게 텍스트가 어떻게 읽혔을지를 공감적으로 살펴보면서, 예수의 비폭력 혁명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체 게바라적" 혁명보다 더 위험하게 받아들여졌음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